[염홍철 칼럼 ⑥] 지역과 산·학의 협력 모델

  • 오피니언
  • 사외칼럼

[염홍철 칼럼 ⑥] 지역과 산·학의 협력 모델

염홍철 한밭대 명예총장

  • 승인 2023-02-09 16:12
  • 수정 2023-03-15 15:16
  • 신문게재 2023-02-10 18면
  • 현옥란 기자현옥란 기자
염홍철칼럼
염홍철 한밭대 명예총장
지난 월요일 윤석열 대통령은 카이스트를 방문하여 의미 있는 발언을 하였습니다. 윤 대통령은 "지방시대의 핵심적인 두 축은 첨단과학기술과 교육"이라며 "그런 의미에서 대전은 지방시대의 모범"이라고 설명했습니다. 그러면서 "지역의 대학을 지역발전의 허브로 삼고 그 지역 인재들이 그 지역에서 기술 창업에 투자하고 성장할 수 있도록 적극 지원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대전으로서는 고무적인 메시지일 수밖에 없습니다. 평소에 지방정부와 대학의 협력을 통해서 '지속 가능한 발전'을 추진해야 한다는 생각을 해왔고 몇 달 전 페이스북에 이와 관련한 의견을 올린 바 있으므로 오늘은 그것을 토대로 구체적인 대안을 제시하겠습니다.

전통적으로 대학의 역할은 교육, 연구, 봉사라고 합니다. 교육과 연구 같은 고전적 의미의 역할에는 변화가 없으나 봉사는 시대에 따라 내용의 변화가 있었지요. 2000년대 이전에는 '산·학 협력'의 단계였습니다. 그때까지 대학의 봉사란, 지식과 자원을 지역에 확산시켜 사회·문화·경제 발전에 기여한다는 원론적인 수준이었고 산학협력도 큰 주목을 받지 못했습니다.



그러다가 2000년대에 들어와 대학과 기업뿐만 아니라 지자체까지 합세해 '산·학·관 협력 모델(Triple Helix Model)'을 만들어 활성화됐습니다.

최근에는 '산·학·관과 시민 사회 간 협력 모델(Quadruple Helix Model)'이 만들어져 대학의 역할이 더욱 확대됐습니다. 이와 같은 용어의 변화를 수용하면서 제가 관여하고 있는 대학에서는 '지(地)산학 협력 모델' 또는 '지산학 공동체'라고 명명하고 있지요. 여기서 '지(地)'는 관과 시민 사회를 통합하는 지역이라는 개념입니다. 따라서 대학은 단순히 지식을 만드는 공장이 아니라 하나의 혁신 주체로서 사회 전반에 적극적인 참여를 하게 되는 것입니다.



일단 대전에 국한해서 제안하자면, 대전은 19개의 대학을 보유한 장점이 있습니다. 이점을 활용해 '대학도시'를 만들어 대전시(市)와 대학 간의 동반자적 협력관계, 즉 미국 오리건의 포틀랜드市와 포틀랜드 주립대학에서 성공을 거두었던 CUP(City-University Partnership)를 극대화할 필요가 있습니다. 예를 들어 과학기술, 사회복지, 문화예술, 체육, 상권과 창업 육성, 주거 안정, 원도심 활성화 등 구체적인 사업을 적극적으로 전개하는 것입니다. 시(市)가 할 일의 일부를 전문성과 인력이 구비된 대학이 맡는 것이지요. 이렇게 된다면 19개 대학은 지역 사회의 경제·과학뿐만 아니라 복지·예술·체육 등 모든 분야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게 되겠지요.

대전시는 시민의 동의를 얻어 1년에 250억씩, 4년간 1000억 정도의 획기적인 예산을 편성해 공모사업으로 추진하되, 철저하고 공정한 평가와 더불어 꼼꼼한 예산 배정을 한다면 투명성이 확보되겠지요. 예산 낭비도 아닙니다. 중앙정부나 지자체가 할 일을 대학이 대행하는 것으로 그 성과는 배가 될 것이며, 요즘 어려움에 처해있는 대학들도 지역에서 핵심적인 행위자로 중요한 자리매김을 하게 되겠지요.

이와 관련해 대학과 지역 사회의 공생관계를 강화하기 위해서는 첫째 지속 가능 발전 분야에서 시(市)와 공모를 거친 개별 대학 간의 공식적인 협정을 체결하고, 둘째 이와 같은 협력을 지원하기 위해 위에서도 얘기한 시예산의 제공이 필요하며, 셋째 핵심적인 지속 가능성 의제에 대학별로 우선순위를 부여하고, 마지막으로 양 기관 간의 상호 인력 교환이 병행돼야 할 것입니다.

이렇게 된다면 대학은 지식 생산자를 넘어 도시와 동반자 관계가 되겠지요.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랭킹뉴스

  1. 당진시, 거산공원…동남생활권 '10분 공세권' 이끈다
  2. 2026학년도 수능 이후 대입전략 “가채점 기반 정시 판단이 핵심”
  3. 이중호 "한밭대전, 대전의 고유 e스포츠 축제로 키워야"
  4. [2026 수능] 국어·수학 변별력 있게 출제 예상… 수험생 증가·사탐런·의대정원 조정 등 '변수'
  5. 국외 입양인들, 세종서 모국 문화 체험 "색다른 감동"
  1. ‘수능 끝, 해방이다’
  2. 충청 4개 시도 수험생 5만 5281명 응시… 수능 한파 없어
  3. 서해안 해양치유산업 핵심거점 '태안 해양치유센터' 개관
  4. 해운대 겨울밤 별의 물결이 밀려오다 '해운대빛축제'
  5. "시민 빠진 문화행정"…대전시, 수치만 채운 예술정책 도마에

헤드라인 뉴스


2026학년도 수능 이후 대입전략 "가채점 기반 정시 판단이 핵심"

2026학년도 수능 이후 대입전략 "가채점 기반 정시 판단이 핵심"

2026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이 끝났다. 수험생들은 이제 가채점 결과를 토대로 정시 지원전략을 세우고 12월 5일 발표되는 성적에 맞춰 대학·학과 선택을 최종 확정해야 한다. 특히 올해 정시는 수능 위주 전형 비중이 높고 수도권 주요 대학의 학생부 반영 방식 변화 등 변수가 있어 영역별 점수 활용 전략의 중요성이 더 커질 것으로 보인다. 13일 제일학원에 따르면 수능 직후부터 성적 발표 전까지의 '가채점 기반 전략 설정'이 대입성공의 핵심 단계다. 수험생은 영역별 예상 등급을 기준으로 모집군별 지원 가능 대학을 먼저 판단해야..

축구특별시 대전에서 2년 6개월만에 A매치 열린다
축구특별시 대전에서 2년 6개월만에 A매치 열린다

대전월드컵경기장에서 14일 오후 8시 대한민국 축구 국가대표팀과 볼리비아의 친선경기가 개최된다. 13일 대전시에 따르면 이번 경기는 2026 북중미 월드컵 본선을 향한 준비 과정에서 열리는 중요한 평가전으로, 남미의 강호 볼리비아를 상대로 대표팀의 전력을 점검하는 무대다. 대전시는 이번 경기를 통해 '축구특별시 대전'의 명성을 전국에 다시 한번 각인시킨다는 계획이다. 대전에서 A매치가 열리는 것은 2년 5개월 만의 일이다. 2023년 6월 엘살바도르전에 3만9823명이 입장했다. 손흥민, 이강인, 김민재 등 빅리그에서 활약하는 선수..

"다시 찾고 싶은 도시"… ‘노잼도시’의 오명을 벗고 ‘꿀잼대전’으로
"다시 찾고 싶은 도시"… ‘노잼도시’의 오명을 벗고 ‘꿀잼대전’으로

한때 '노잼도시'라는 별명으로 불리던 대전이 전국에서 가장 눈에 띄는 여행지로 부상하고 있다. 과거에는 볼거리나 즐길 거리가 부족하다는 인식이 강했지만, 최근 각종 조사에서 대전의 관광·여행 만족도와 소비지표가 큰 폭으로 상승하면서 도시의 이미지가 완전히 달라졌다. 과학도시의 정체성에 문화, 관광, 휴식의 기능이 더해지면서 대전은 지금 '머물고 싶은 도시', '다시 찾고 싶은 도시'로 자리 잡고 있다. 시장조사 전문기관 컨슈머인사이트가 실시한 '2025년 여름휴가 여행 만족도 조사'에서 대전은 전국 17개 시·도 가운데 9위를 기록..

실시간 뉴스

지난 기획시리즈

  • 정치

  • 경제

  • 사회

  • 문화

  • 오피니언

  • 사람들

  • 기획연재

포토뉴스

  • ‘수능 끝, 해방이다’ ‘수능 끝, 해방이다’

  • 2026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 시작 2026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 시작

  • 시험장 확인과 유의사항도 꼼꼼히 체크 시험장 확인과 유의사항도 꼼꼼히 체크

  • ‘선배님들 수능 대박’ ‘선배님들 수능 대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