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염홍철 칼럼 ⑬] 충청의 정신

  • 오피니언
  • 사외칼럼

[염홍철 칼럼 ⑬] 충청의 정신

염홍철 한밭대 명예총장

  • 승인 2023-03-30 12:00
  • 현옥란 기자현옥란 기자
염홍철칼럼
염홍철 한밭대 명예총장
충청지역은 조선 시대부터 '청풍명월'의 고장, 또는 '선비정신'의 고장이라고 불렸습니다. 청풍명월은 조선의 개국공신 정도전이 칭했다 하나, 선비정신의 고장의 연원을 정확히 말할 수 없습니다. 이는 아마도 충청의 역사 속에 깊이 뿌리 내린 전통에 근거한 호칭일 것입니다. 조선 중기의 예학(禮學)을 선도한 사계 김장생 선생을 비롯한 우암 송시열, 동춘당 송중길, 탄옹 권시 등 당대 명망 있는 유학자들을 다수 배출하여 호서사림(湖西士林)이라는 학파를 형성하였고 조선 중기 이후에는 성리학의 본거지였습니다. 선비들이 많이 모여 학문 활동을 하였으니 선비정신이 실현되었겠지요.

이 선비들은 깊은 학문과 덕행으로 양반의 예절과 충절을 실천하는 전통을 만들어왔습니다. 이러한 충청의 선비정신은 조선 후기의 실학, 한 말의 위정척사 운동 및 의병 활동, 일제 강점기 때의 개화운동과 민족운동으로 이어져 왔으며, 오늘날까지 충청지역의 생활 문화 속에 스며들어 있습니다. 그런데 이처럼 충절과 의리로 상징되는 충청의 선비정신은 6·25 한국전쟁을 거치면서 인구의 대이동이 있었고 국토의 중심이라는 지정학적 특성상 타지역 사람들이 많이 유입된 뒤 좀 퇴색되었다고 볼 수 있습니다. 오히려 중도로써 충청권의 역할은 더욱 부각되었고, 인적·물적 교류의 중심이 되어왔습니다. 이러한 과정에서 충청의 정신은 '중용' 또는 '포용과 융합'의 정신으로 변화하였습니다. 이러한 중용사상은 정신사적 의미뿐만 아니라 다양한 지역의 사람들이 들어와서 서로 돕고 사는 공동체적 의미를 내포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무엇보다 70년대 이후 대전을 중심으로 형성된 '대덕연구단지'로 말미암아 첨단 과학을 통해 한국의 미래를 여는 지역의 역할이 크게 부각되었습니다. 조선 시대의 성리학도 그렇지만 현대에 와서 첨단 과학의 요람이 된 충청지역(특히 대전)은 외래문화의 수용에 비교적 관대한 특징을 가지고 있습니다. 이러한 다양한 이미지로 인해 흔히 충청도는 색깔이 없다고 평가받습니다. 그런데 분명하게 드러내는 원색보다는 흰색이 지니는 가능성은 더욱 무궁하다는 점을 놓쳐서는 안 될 것입니다. 따라서 충청의 정신은 포용과 조화 그리고 가능성을 상징하는 특징이 정체성으로 자리 잡기 시작하였습니다. 충청의 중용 정신이 발아된 것이지요.

우선 이러한 충청인의 중용 정신은 무엇보다 민주주의적 정신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는 일상에서 타인을 배려하고 이방인을 배척하지 않고 포용하는 민주적 가치의 실천이라는 의미를 내포하고 있습니다.

또한 이러한 중용의 정신은 위에서 얘기한 더불어 사는 공동체 정신인데, 그동안 충청지역은 다양한 지역의 사람들이 모여 공동체를 형성하였고, 더불어 평화롭게 살아가는 화합의 전통을 가지고 있습니다. 이러한 화합의 전통은 앞으로 다양한 인종과 문화가 어우러져 동북아의 중심지로서 도약하려는 충청이 계승·발전해야 할 귀중한 자산이라 할 수 있습니다. 이런 점에서 다름을 인정하고 개성을 존중하는 공동체 정신은 대전을 비롯한 충청의 미래를 위한 자양분이라 할 수 있습니다.

이상에서 충청의 정신이 형성된 역사적인 맥락을 살펴보았습니다. 요약하면 조선 시대에는 호서사림의 중심지로서 선비정신의 고장이라고 말할 수 있고, 6·25 한국전쟁 이후 외지인들의 유입이 늘어났고 문물교류의 중심이 됨으로써 충청의 정신은 양극단을 지양하는 중용의 정신을 견지해왔습니다. 그 후 대전 엑스포가 치러졌고 세종 행정도시가 건설됨으로써 충청의 정신은 과학과 합리성을 중심으로 한 새로운 정체성이 만들어지고 있습니다. 따라서 충청의 정신은 대한민국의 미래를 이끌 중심이 되어 멜팅포트(Melting Pot)의 역할을 할 것입니다.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랭킹뉴스

  1. 호남에 반도체 짓는데 송전선로는 충남으로?… 지역 주민 반발 확산
  2. [대전 선도지구 정비사업장을 가다] 인태섭 둔산 14구역 추진준비위원장 “선도지구 선정은 모두 주민들 덕"
  3. 우주서 25㎝ 해상도 지구관측 광학위성… 대전 우리별1호 잇는 '스페이스아이T'
  4. [인터뷰]중도일보 오피니언면 <문화인> 칼럼 쓰는 이희성 교수
  5. 대전 대덕구의회 두달 넘게 파행…주민 불편 현실화
  1. 적립금 늘고 등록금도 올랐다… 대전 사립대 살펴보니
  2. 둔산서 사건은 유성서로… 대전경찰도 ‘가족 사건 상피제’
  3. 천문연 연구진, 은하단 1만 개에 하나 나옴직한 '원시초은하단' 발견
  4. 충청권 주민 '원정 의료' 고착화… 지방 의료 환경 변화 숙제는
  5. 한밭대 신임 총장 임용 1순위에 윤린 기계공학과 교수

헤드라인 뉴스


충남대-국립공주대 통합안 찬반투표 최종 부결

충남대-국립공주대 통합안 찬반투표 최종 부결

충남대학교와 국립공주대학교의 통합안이 구성원 찬반투표에서 최종 부결됐다. 공주대에서는 교원과 직원·조교, 학생 등 모든 직군에서 찬성 의견이 우세했지만, 충남대에서는 학부생과 직원들의 반대가 크게 나타나면서 통합안이 부결됐다. 양 대학은 지난 8일부터 10일까지 사흘간 교원과 직원·조교, 학생 등을 대상으로 온라인 찬반투표를 진행했다. 충남대는 투표 대상자 2만4346명 가운데 1만8426명이 참여해 75.68%의 투표율을 기록했다. 직군별로는 교원의 경우 924명 가운데 591명(63.96%)이 찬성했고 333명(36.04%)이..

미래대응기금에 지방재정 `비상`… 교부세 감소 우려 확산
미래대응기금에 지방재정 '비상'… 교부세 감소 우려 확산

이재명 정부가 내년 162조 원 규모의 미래대응기금을 신설하는 과정에서 지방재정에 적신호가 들어왔다. 기금 재원을 마련하기 위해 내국세에서 일정액을 먼저 떼어낸 뒤 지방교부세를 산정하는 방식이 추진되고 있기 때문이다. 지방으로 내려가는 자주 재원이 크게 줄어들 수 있어 충청권 등 전국 시도는 재정 자율성 훼손을 걱정하며 공동 대응에 나설 움직임이다. 10일 중도일보 취재결과, 지난달 정부는 반도체 추가 세수 등에 따른 재원으로 내년 162조 3000억 원 규모의 미래대응기금을 신설하겠다고 밝혔다. 미래대응기금을 통해 청년과 국가 성..

충청권 LH임대주택 9892호… 6개월 이상 `빈집`
충청권 LH임대주택 9892호… 6개월 이상 '빈집'

충청권 LH 건설임대주택의 6개월 이상 장기 공실이 9892호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충남과 세종은 공가율이 각각 10.4%, 12.2%로 전국 평균을 크게 웃돌았다. 10일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장종태 의원(더불어민주당·대전 서구갑)이 한국토지주택공사(LH)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올해 7월 말 기준 전국 LH 건설임대주택 97만 7240호 중 3만 8493호가 6개월 이상 공가 상태인 것으로 집계됐다. 공가율은 3.9%다. 충청권에선 충남의 장기 공가 물량이 가장 많았다. 충남은 LH 건설임대주택 5만 2294호 가..

실시간 뉴스

지난 기획시리즈

  • 정치

  • 경제

  • 사회

  • 문화

  • 오피니언

  • 사람들

  • 기획연재

포토뉴스

  • 추석맞이 대청소…‘거리를 깨끗하게’ 추석맞이 대청소…‘거리를 깨끗하게’

  • 쌀쌀해진 날씨에 긴팔 등장 쌀쌀해진 날씨에 긴팔 등장

  • 인플루엔자 국가예방접종 안내문 부착 인플루엔자 국가예방접종 안내문 부착

  • 코레일, 철도 중심 지역관광 활성화 워크숍 개최 코레일, 철도 중심 지역관광 활성화 워크숍 개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