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풍경소리] 대학 강의실이 시끄러워질수록 교육은 성공한다

  • 오피니언
  • 풍경소리

[풍경소리] 대학 강의실이 시끄러워질수록 교육은 성공한다

김정겸 충남대 교육학과 교수

  • 승인 2023-05-01 13:04
  • 신문게재 2023-05-02 19면
  • 이유나 기자이유나 기자
김정겸
김정겸 충남대학교 교육학과 교수
EBS에서 방영했던 수많은 다큐멘터리 중 오랜 세월이 흘렀어도 아직 기억에 강하게 남아 있는 편이 있다. 바로 2014년에 방영된 '왜 우리는 대학에 가는가' 시리즈의 5부 '말문을 터라'이다. 오바마 대통령이 방한했을 때 아무도 그에게 질문하지 않는 기자들의 모습을 영상으로 담은 프로로도 유명하다. 해당 방송에서는 수업 시간에 질문하는 학생에 대한 다른 학생들의 반응을 지켜보았는데, 다수의 학생이 질문하는 학생을 뒤에서 비웃거나 황당하다는 반응을 보인 것을 확인했다. 그리고 수업이 끝난 후 학생들에게 질문하지 않는 이유에 대해 물어보자, 학생들은 '질문하면 욕먹을 것 같아서' 또는 '질문하면 잘못된 것을 물어볼까 봐 부끄러워서'라고 대답하였다. 대학에서 학생들을 가르치는 입장에서 무척이나 충격적인 영상 내용이었다.

한국직업능력연구원에서는 매년 K-CESA(대학생 핵심역량 진단도구)를 활용하여 대학생들의 핵심역량을 측정하고 그 결과를 공개한다. 그런데 2017년부터 2022년 사이의 결과를 살펴보면, '자기관리역량', '대인관계역량', '자원정보기술의 활용역량', '글로벌역량', '의사소통역량', '종합적사고력' 등 K-CESA의 6가지 역량 가운데 '의사소통역량' 및 '종합적 사고력'이 매년 가장 낮게 나타나고 있다. 다른 역량들이 평균 50점을 상회하는 반면, 두 역량은 2022년 기준 44.73점과 45.60점에 달할 뿐이다. 심지어 의사소통능력의 경우에는 해당 기간 평균 34.96점으로 나타나 40점에도 미치지 못하는 결과를 보였다.

이와 같은 결과는 교수·학습 방법의 혁신이 이루어질 필요가 있음을 시사한다. 특히 의사소통의 측면에서 그 필요성이 대두된다. 현재 대학교육 분야에서 가장 핫한 키워드 중 하나는 '창의·융합'이지만 이와 같은 역량은 단순히 다양한 분야를 학습한다고 해서 갖춰지는 것은 아니다. 머릿속에만 존재하는 지식은 죽은 지식이다. 학습한 지식을 바탕으로 도출한 아이디어를 동료 학습자들과 공유하고, 서로 피드백을 주고받으면서 보다 나은 방안을 만들어 갈 때 지식은 비로소 생명을 얻게 된다. 그리고 이 과정에서 교실은 필연적으로 시끄러워진다.

미국 최고의 명문대 중 하나인 프린스턴 대학에는 '퍼셉토리얼스(perceptorials)'라는 방식의 수업이 존재한다. 이 수업에서 교수는 10명의 학생이 각각 특정 주제에 대해 자신의 의견을 발표하게 하고, 일 대 일로 토론을 하도록 하는 수업 방식을 사용한다. 세인트존스 대학 역시 4년의 재학 기간 약 100여 권에 달하는 인문학 고전을 읽고 자유롭게 토론하여 사유하는 수업을 진행한다. 교수의 역할은 학생들이 원활히 토론할 수 있도록 유도하는 것일 뿐 직접 지식이나 기술을 가르치지는 않는다. 이 수업방법들의 공통점은 학생들이 교수자, 또는 동료 학습자와 토론하는 과정을 통해 지식과 사고를 확장하고, 다양한 역량을 함양할 수 있게 한다는 점이다.

그러나 현재 우리 대학의 강의실은 너무나도 조용하기만 하다. 이제 강의실의 문화가 바뀌어야 한다. 수업 시간에 질문하는 것이 교수자와 학습자 모두에게 자연스럽게 느껴지는 그런 분위기로 말이다. 학생들의 융복합 역량 함양을 위해서는 제도의 변화와 혁신 못지않게 교수·학습 방법의 전환도 이루어질 필요가 있다. 또한, 교수자는 학생들의 질문을 끌어내기 위한 전략을 마련해야 한다. 강의를 수강하는 학생들이 흥미를 느낄 만한 주제나 사례를 제시하고, 답이 정해지지 않은 열린 질문을 통해 학생들이 다양한 사고를 할 수 있게 도와주어야 한다. 다소 엉뚱한 질문이나 의견이라도 무시하지 않는 태도와 함께 질문이 꼬리에 꼬리를 물 수 있도록 하기 위한 언변도 동반되어야 한다.

공자는 '청즉진, 시즉기, 위즉각(聽卽振, 視卽記, 爲卽覺)'이라 했다. 들은 것은 잊어버리고, 본 것은 기억하며, 행한 것은 깨닫는다는 말이다. 더는 듣기만 하는 조용한 교육으로는 부족하다. 학생들이 배운 내용을 자신의 말과 행동으로 옮기는 소리로 강의실이 시끄러워질수록, 우리의 교육은 성공으로 나아갈 것이다. 김정겸 충남대 교육학과 교수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랭킹뉴스

  1. ‘머드에서 놀자’…보령머드축제 개막
  2. 세종시교육청 '교육문화원' 공식 개원… 복합 교육문화 거점 노크
  3. 가로림만 서산갯벌, 유네스코 세계자연유산 등재…서산, 세계유산도시 새 역사 열었다
  4. 숨통 튼 홈플러스…영업 정상화까진 '첩첩산중'
  5. 신한철 전 중도일보 상무 별세
  1. 역투 펼치는 한화이글스 새 외국인 투수 짐머맨
  2. ‘순환인사 확대’에 맞선 대전경찰 “대책 없는 제도 대응”
  3. 대전사랑메세나와 대전사랑시민협의회,동안미소한의원이 함께하는 취약계층 위한 영화제 성료
  4. 중복맞이 어르신들에게 삼계탕과 과일 나눔
  5. 천안시의회 권오중 의원, 독립기념관 품은 흑성산 자락 대규모 수목장 조성 전면 재검토 촉구

헤드라인 뉴스


테크·바이오 창업 수도권으로 이탈 여전…KAIST 창업 61% 수도권·대전서 고용 15%

테크·바이오 창업 수도권으로 이탈 여전…KAIST 창업 61% 수도권·대전서 고용 15%

KAIST가 교내 안팎에서 이뤄진 창업 기업의 성과를 조사한 결과 6만1252명의 고용을 창출하고 38조 9500억 원의 총매출을 일으킨 것으로 집계했다. KAIST 교원과 재학생과 졸업생이 창업하거나 그리고 학교의 지원을 받은 기업을 대상으로 조사가 이뤄졌는데, 이들 창업 기업 중 대전에 본사를 둔 경우는 전체의 23.1%이었고, 총 매출액 대비 대전의 비중은 7.4%에 불과했다. 국방과 기술(Tech), 바이오 등 대전의 연구성과를 지역 창업으로 이어질 수 있도록 지원이 절실하다. KAIST창업원은 KAIST 출신 교원과 재학..

숨통 튼 홈플러스…영업 정상화까진 `첩첩산중`
숨통 튼 홈플러스…영업 정상화까진 '첩첩산중'

법원의 결정으로 회생절차를 이어가게 된 홈플러스가 파산 위기에서는 일단 벗어났지만 정상 영업을 회복하기까지는 적지 않은 난관이 남아 있다. 긴급 운영자금 확보로 핵심 점포 재가동의 발판은 마련했지만 체불 임금과 공공요금, 납품대금 지급, 협력업체 신뢰 회복 등 해결해야 할 과제가 여전하기 때문이다. 26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서울회생법원은 최근 홈플러스의 회생절차 폐지 결정을 취소하고 회생계획안 가결 기한을 오는 9월 4일까지 연장했다. 홈플러스는 최대 채권단인 메리츠금융으로부터 2000억 원 규모의 DIP(긴급운영자금) 대출을 확보..

보행 안전 돕는다더니…장마·폭염에 고장 난 바닥신호등 수리도 늦어져
보행 안전 돕는다더니…장마·폭염에 고장 난 바닥신호등 수리도 늦어져

23일 오전 8시 20분께 대전 중구 오류초등학교 정문 앞 횡단보도. 등교 시간 학생들이 녹색 보행신호가 켜지자 횡단보도를 따라 도로를 건너기 시작했다. 마침 발 아래 바닥신호등도 초록불이 들어왔고 휴대폰에 시선을 고정하던 보행자들은 신호를 놓치지 않고 길을 건널 수 있었다. 그러나 횡단보도 반대쪽 바닥신호등은 여전히 적색 신호를 유지한 상태였다. 서구 둔산초등학교 앞 사거리에서도 횡단보도 시작점에 설치된 바닥신호등 5곳 중에 2곳에서 LED 일부에만 불이 들어오거나 적색과 녹색 신호 모두 표시되지 않은 채 꺼져 있었다. 시민들이..

실시간 뉴스

지난 기획시리즈

  • 정치

  • 경제

  • 사회

  • 문화

  • 오피니언

  • 사람들

  • 기획연재

포토뉴스

  • 역투 펼치는 한화이글스 새 외국인 투수 짐머맨 역투 펼치는 한화이글스 새 외국인 투수 짐머맨

  • ‘우린 더위 몰라요’…한화생명볼파크 썸머 페스티벌 ‘우린 더위 몰라요’…한화생명볼파크 썸머 페스티벌

  • 충청 유니버시아드 빛낼 굿즈들 충청 유니버시아드 빛낼 굿즈들

  • ‘머드에서 놀자’…보령머드축제 개막 ‘머드에서 놀자’…보령머드축제 개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