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단만필] "혼자 걷는 열 걸음보다 같이 걷는 한걸음"

  • 오피니언
  • 교단만필

[교단만필] "혼자 걷는 열 걸음보다 같이 걷는 한걸음"

글벗초등학교 교사 김예진

  • 승인 2023-07-27 17:26
  • 신문게재 2023-07-28 18면
  • 이승규 기자이승규 기자
김예진
김예진 교사
2022년 한국에서 가장 큰 관심을 받은 구글 검색어는 무엇일까? '기후변화'라고 한다. 기후변화는 눈에 보이지 않아 실감하기 어렵지만, 현재진행 중인 문제이며 많은 이들의 관심을 받고 있다.

하지만 한 개인의 실천으로는 절대 해결할 수 없는, 공동체적 연대를 전제로 하므로 생각처럼 '쉽게' 해결할 수 없는 문제이기도 하다.

단순히 '기후변화' 문제뿐만이 아니다. 빈곤·기아·생태계 보전·에너지 문제 등 앞으로 우리가 해결해야 하는 많은 문제는 우리에게 공동체적 연대 의식을 요구한다. '혼자 걷는 열 걸음보다 같이 걷는 한걸음'을 필요로 한다는 말이다.

이러한 공동체적 연대를 가장 잘 배울 수 있는 곳이 바로 학교다. 학교에서는 서로 다른 나와 남이 만나 한 공간에서 생활하며 함께 살아가는 방법을 배운다.



나처럼 남도 소중하고, 우리를 위해서 어느 정도 양보하고 불편함을 감수하는 방법도 배운다. 공존하는 방법을 배우는 것이다. 이러한 과정을 통해 아이들은 공동체와 공동체의 소중함에 대해 알아간다.

나는 내가 만나는 아이들이 '혼자 걷는 열 걸음보다 같이 걷는 한걸음', 즉 공동체의 힘을 아는 세계(속의) 시민으로 자라길 바란다.

2023년 3월, '세계 물의 날'을 맞아 우리 반 친구들과 함께한 물 절약 캠페인과 샤워 시간 줄이기 챌린지 활동을 진행했다. 큰 테마는 물 한 방울, 한 방울을 소중히, 그렇게 모두의 물을 함께 만들어 가는 한 걸음으로 정했다.

평소에는 수도꼭지에서 떨어지는 물방울을 한 번도 눈여겨보지 않던 아이들이 수업 이후에는 수도꼭지를 두 번 세 번 확인하며, 물 한 방울도 떨어지지 않도록 주의하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샤워시간 챌린지 활동도 했다. 너나 할 것 없이 인증사진을 올리는 바람에 핸드폰 알람이 멈추지 않았다.

샤워 시간 챌린지에 참여했던 한 친구의 말이 떠오른다.

"선생님 제가 이렇게 빨리 샤워할 수 있는 줄 몰랐어요! 저 잘했죠?"

일상에서 물 한 방울 한 방울의 의미를 알고, 우리 모두의 물을 함께 만들어 가는 시간이었다.

웃으면서 즐기고 오가는 서로의 물건 속에서 자원순환을 배우는 아나바다 장터 행사를 하고 있다.

3년째 이 활동을 하지만 할 때마다 아이들이 참 좋아한다. 사고파는 과정에서 웃으며 주고받는 대화, 그리고 물건에 담긴 소중한 추억들을 나눌 수 있어서 인 듯싶다.

그렇지만 재미만 있는 것도 아니다. 자신에게는 더 이상 필요가 없는 물건들에 새로운 주인을 찾아주기에 '자원순환'이라는 뜻깊은 의미도 있다.

학교라는 조그마한 장터 속에서 아이들은 모두 함께 자원순환에 동참하며, 나누고 아끼는 방법을 몸소 실천하고 있다. 앞으로도 이 활동은 매년 아이들과 함께하고 싶다.

글벗초등학교는 기후 위기 대응과 환경교육 강화를 위해 지정된 '탄소중립 시범학교'다. 이를 위해서 학생·교사·학부모 모두가 함께하는 한걸음으로 정말 열심히 환경교육에 힘쓰고 있다.

학교 일대에 떨어진 담배꽁초·일회용 컵 등의 쓰레기를 주우며 약 40분간 플로깅을 했다.

아침 일찍부터 나와서 피곤할 텐데도, 쓰레기를 발견할 때마다 너나 할 것 없이 달려가 줍는 아이들의 모습이 귀엽다.

이외에도 교육과정과 연계한 환경교육 등 주체적인 탄소 중립활동을 지속해서 실천하고 있다.

사실, 우리의 이런 고민과 실천은 전 지구적 관점에서 봤을 때는 작은 나비의 날갯짓에 불과할 수도 있다. 하지만 사소한 요인들이 모여 태풍과 같은 놀라운 결과를 일으키는 것처럼, 세계시민들의 작은 행동 하나하나가 세상에 미칠 영향력은 태풍처럼 크고 놀라울 것이라고 기대한다.

우리 모두의 작은 발돋움이 큰 발자취가 되어 우리 아이들이 밝은 미래를 꿈꾸며, 마주하며, 살아갈 수 있기를 소망한다.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랭킹뉴스

  1. '갑천 야경즐기며 워킹' 대전달빛걷기대회 5월 10일 개막
  2. 수도 서울의 높은 벽...'세종시=행정수도' 골든타임 놓치나
  3. 충남 미래신산업 국가산단 윤곽… "환황해권 수소에너지 메카로"
  4. 이상철 항우연 원장 "한화에어로 지재권 갈등 원만하게 협의"
  5. [근로자의 날] 작업복에 묻은 노동자 하루…"고된 흔적 싹 없애드려요"
  1. 충청권 학생 10명 중 3명이 '비만'… 세종 비만도 전국서 가장 낮아
  2. 대학 10곳중 7곳 올해 등록금 올려... 평균 710만원·의학계열 1016만원 ↑
  3. 함께 새마을, 미래로! 세계로!
  4. [춘하추동]삶이 힘든 사람들을 위하여
  5. 2025 세종 한우축제 개최...맛과 가격, 영양 모두 잡는다

헤드라인 뉴스


[근로자의 날] 작업복에 묻은 노동자 하루…"고된 흔적 싹 없애드려요"

[근로자의 날] 작업복에 묻은 노동자 하루…"고된 흔적 싹 없애드려요"

"이제는 작업복만 봐도 이 사람의 삶을 알 수 있어요." 28일 오전 9시께 매일 고된 노동의 흔적을 깨끗이 없애주는 세탁소. 커다란 세탁기 3대가 쉴 틈 없이 돌아가고 노동자 작업복 100여 벌이 세탁기 안에서 시원하게 묵은 때를 씻어낼 때, 세탁소 근로자 고모(53)씨는 이같이 말했다. 이곳은 대전 대덕구 대화동에서 4년째 운영 중인 노동자 작업복 전문 세탁소 '덕구클리닝'. 대덕산업단지 공장 근로자 등 생산·기술직 노동자들이 이용하는 곳으로 일반 세탁으로는 지우기 힘든 기름, 분진 등으로 때가 탄 작업복을 대상으로 세탁한다...

`운명의 9연전`…한화이글스 선두권 경쟁 돌입
'운명의 9연전'…한화이글스 선두권 경쟁 돌입

올 시즌 절정의 기량을 선보이는 프로야구 한화이글스가 9연전을 통해 리그 선두권 경쟁에 돌입한다. 한국프로야구 10개 구단은 29일부터 다음 달 7일까지 '휴식 없는 9연전'을 펼친다. KBO리그는 통상적으로 잔여 경기 편성 기간 전에는 월요일에 경기를 치르지 않지만, 5월 5일 어린이날에는 프로야구 5경기가 편성했다. 휴식일로 예정된 건 사흘 후인 8일이다. 9연전에서 가장 주목하는 경기는 29일부터 5월 1일까지 대전 한화생명볼파크에서 열리는 LG 트윈스와 승부다. 리그 1위와 3위의 맞대결인 만큼, 순위표 상단이 한순간에 뒤바..

학교서 흉기 난동 "학생·학부모 불안"…교원단체 "재발방지 대책"
학교서 흉기 난동 "학생·학부모 불안"…교원단체 "재발방지 대책"

학생이 교직원과 시민을 상대로 흉기 난동을 부리고, 교사가 어린 학생을 살해하는 끔찍한 사건이 잇따라 발생하면서 학생·학부모는 물론 교사들까지 불안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경찰과 충북교육청에 따르면 28일 오전 8시 33분쯤 청주의 한 고등학교에서 특수교육대상 2학년 A(18) 군이 교장을 비롯한 교직원 4명과 행인 2명에게 흉기를 휘둘러 A 군을 포함한 모두 7명이 중경상을 입었다. 경계성 지능을 가진 이 학생은 특수교육 대상이지만, 학부모 요구로 일반학급에서 공부해 왔다. 가해 학생은 사건 당일 평소보다 일찍 학교에 도착해 특..

실시간 뉴스

지난 기획시리즈

  • 정치

  • 경제

  • 사회

  • 문화

  • 오피니언

  • 사람들

  • 기획연재

포토뉴스

  • 2025 유성온천 문화축제 5월 2일 개막 2025 유성온천 문화축제 5월 2일 개막

  • 오색 연등에 비는 소원 오색 연등에 비는 소원

  • ‘꼭 일하고 싶습니다’ ‘꼭 일하고 싶습니다’

  • 함께 새마을, 미래로! 세계로! 함께 새마을, 미래로! 세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