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요논단] 공무원 시험 중 화장실 이용 과도한 제한은 인권침해

  • 오피니언
  • 월요논단

[월요논단] 공무원 시험 중 화장실 이용 과도한 제한은 인권침해

박병수 국가인권위원회 대전인권사무소장

  • 승인 2023-08-20 08:24
  • 송익준 기자송익준 기자
12312312
박병수 소장
2022년 어느 지방 교육청이 지방공무원 임용시험을 앞두고 응시자 임용 필기시험 유의사항을 공지했다. 거기에는 임용 필기시험에 응시하는 수험생들은 시험 도중 급히 용변을 볼 일이 발생하더라도 화장실을 이용하는 것이 금지되어 있다고 표기되어 있었다. 또한 배탈·설사 등 불가피한 사정으로 화장실을 이용하더라도 시험장 재입실은 불가하다고 알렸다.

어느 시민이 해당 교육청의 이러한 조치는 임용시험 응시자의 화장실 이용을 과도하게 금지하는 것이고, 특별한 사정이 있는 경우에 시험을 중도에 포기하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고 주장하면서 임용시험 응사자의 인간의 존엄성과 행복추구권을 침해하는 것이라며 인권위에 진정을 제기했다.



인권위는 이 사건을 각하했다. 그 이유는 진정인이 해당 교육청 지방공무원 시험에 응시하고 화장실을 이용하지 못한 피해 당사자가 아니며, 별도의 피해자를 특정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또한 인권위가 별도로 이 사건 피해자를 찾아 피해 내용을 확인하기 어렵다는 점도 각하 사유였다.

인권위는 해당 사건을 각하했지만, 교육청의 지방공무원 임용 필기시험 중 화장실 이용을 제한하고 있는 조치가 헌법이 보장하고 있는 행복추구권 등을 침해하는지를 별도로 검토했다. 그리고 2023년 5월, 해당 교육청 교육감에게 지방공무원 임용을 위한 필기시험 중 화장실 이용 제한으로 응시자들의 인권이 침해되지 않도록 현행 시험 운용방식을 개선할 것을 권고했다.



인권위 조사과정에서 해당 교육청은 부정행위 발생 가능성을 차단하고, 다른 응시자들의 시험 집중력 방해를 예방하기 위해서 임용 필기시험 중 화장실 이용을 제한한다고 했다. 아울러 응시자의 화장실 이용을 허용하는 경우 필요한 감독 인원의 추가 확보가 어렵다는 사정도 거론했다. 다만 임산부 및 과민성 대장·방광증후군 등 사전 신청자에 대해서는 예외적으로 시험 중 화장실 이용을 허용한다고 밝혔다.

인권위는 이번 사건을 검토하면서 시험 응시생이 시험 도중 화장실을 이용할 수 있도록 허용해 온 추세를 반영했다. 인권위는 그동안 국가기술자격시험, 공무원 임용시험, 변호사시험, 교원임용시험 등에서 시험 중 응시자들에게 화장실을 이용하는 방안을 마련하여 응시자들의 인권이 침해되는 일이 없도록 관련 제도를 개선할 것을 여러 번 권고해 왔다.

그리고 대학수학능력시험이나 토익시험, 공무원 임용시험 등에서 화장실 이용 제한이 완화·폐지되는 방안이 마련되었다. 다행히 시험 중 응시자의 화장실 이용의 허용이 다수 응시생의 시험을 방해하거나 부정행위 방지를 특별히 어렵게 하는 것으로 작용하지 않았다.

또한, 인권위는 시험 감독 인원 추가 확보가 어렵다는 해당 교육청 주장에 대해 검토했다, 그리고 해당 시험 응시자의 규모(1,000여 명 미만) 및 시험 응시자에 대한 인권보호 효과에 비추어 볼 때, 인권침해 상황을 감내하도록 할 만큼 중차대한 이유로 인정하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결론적으로, 인권위는 해당 필기시험 응시자가 시험 도중 시급히 화장실을 이용하는 것이 금지될 때 겪을 피해는 중대하며 구체적이라고 보았다. 반면에, 해당 교육청이 주장한 점, 즉 다수가 참여하는 시험의 공정성과 다른 수험생 보호 등 응시자의 화장실 이용을 제한함으로써 얻을 수 있는 효용은 막연하고 제한적인 것으로 판단했다.

그리고 시험 중 화장실 이용을 제한한 피진정인의 행위는 헌법 제10조에서 보호하는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가치 및 행복추구권과 일반적 행동자유권을 침해한 행위라고 판단했다. 이번 권고를 계기로 우리 사회에서 시험의 안정성과 공정성을 유지하면서도 시험 응시생의 기본적 권리가 존중되는 방안이 마련되어 확대 적용되길 기대한다.

/박병수 국가인권위원회 대전인권사무소장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랭킹뉴스

  1. "아산시 '곡교천 탕정지구 연계사업' 밑그림 그려졌다"
  2. 주말 사우나에 쓰러진 60대 시민 심폐소생술 대전경찰관 '화제'
  3. 의령군 자굴산 자연휴양림 겨울 숲 별빛 여행 개최
  4. [라이즈 현안 점검] 대학 수는 적은데 국비는 수십억 차이…지역대 '빈익빈 부익부' 우려
  5. 대전우리병원, 척추내시경술 국제 교육 스파인워커아카데미 업무협약
  1. 대전 교사들 한국원자력연 방문, 원자력 이해 UP
  2. "함께 걸어온 1년, 함께 만들어갈 내일"
  3. [행복한 대전교육 프로젝트] 대전변동중, 음악으로 함께 어울리는 행복한 예술교육
  4. 낮고 낡아 위험했던 대전버드내초 울타리 교체 완료 "선제 대응"
  5. {현장취재]김기황 원장, 한국효문화진흥원 2025 동계효문화포럼 개최

헤드라인 뉴스


공백 채울 마지막 기회…충청권, 공공기관 유치 사활

공백 채울 마지막 기회…충청권, 공공기관 유치 사활

이재명 정부가 2027년 공공기관 제2차 이전을 시작하기로 한 가운데 대전시와 충남도가 '무늬만 혁신도시'라는 오명을 씻기 위해 총력전에 나섰다. 20년 가까이 정부 정책에서 소외됐던 두 시도는 이번에 우량 공공기관 유치로 지역발전 모멘텀을 쓰기 위해 역량을 모으고 있다. 대전시와 충남도는 1차 공공기관 이전 당시 배정에서 제외됐다. 대전은 기존 연구기관 집적과 세종시 출범 효과를 고려해 별도 이전 필요성이 낮다고 판단됐고, 충남은 수도권 접근성 등 조건을 이유로 제외됐다. 이후 대전에서는 중소벤처기업부 세종 이전과 인구 유출이 이..

내년 출산휴가급여 상한액 220만원으로 오른다
내년 출산휴가급여 상한액 220만원으로 오른다

직장맘에게 지급하는 출산 전후 휴가급여 상한액이 내년부터 월 220만원으로 오른다. 최저임금 인상에 따른 하한액이 출산휴가급여 상한액을 웃도는 역전현상을 막기 위한 조치다. 고용노동부는 10일 이 같은 내용을 담은 '출산전후휴가 급여 등 상한액 고시' 개정안을 행정예고했다. 고용보험에 가입한 근로자는 출산 전과 후에 90일의 출산전후휴가를 받을 수 있다. 미숙아 출산은 100일, 쌍둥이는 120일까지 가능하다. 이 기간에 최소 60일(쌍둥이 75일)은 통상임금의 100%를 받는 유급휴가다. 정부는 출산·육아에 따른 소득 감소를 최소..

대전 회식 핫플레이스 `선사유적지 인근`... 월 총매출 9억 1000만원 상회
대전 회식 핫플레이스 '선사유적지 인근'... 월 총매출 9억 1000만원 상회

대전 자영업을 준비하는 이들 사이에서 회식 상권은 '노다지'로 불린다. 직장인을 주요 고객층으로 삼는 만큼 상권에 진입하기 전 대상 고객은 몇 명인지, 인근 업종은 어떨지에 대한 정확한 데이터가 뒷받침돼야 한다. 레드오션인 자영업 생태계에서 살아남을 수 있는 방법이다. 이에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의 빅데이터 플랫폼 '소상공인 365'를 통해 대전 주요 회식 상권을 분석했다. 10일 소상공인 365에 따르면 해당 빅데이터가 선정한 대전 회식 상권 중 핫플레이스는 대전 서구 월평동 '선사유적지 인근'이다. 회식 핫플레이스 상권이란 30~5..

실시간 뉴스

지난 기획시리즈

  • 정치

  • 경제

  • 사회

  • 문화

  • 오피니언

  • 사람들

  • 기획연재

포토뉴스

  • ‘병오년(丙午年) 달력이랍니다’ ‘병오년(丙午年) 달력이랍니다’

  • 풍성한 연말 공연 풍성한 연말 공연

  • ‘졸업 축하해’ ‘졸업 축하해’

  • 부산으로 이사가는 해양수산부 부산으로 이사가는 해양수산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