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염홍철 칼럼] 34. 신은 가난한 사람을 더 사랑한다

  • 오피니언
  • 사외칼럼

[염홍철 칼럼] 34. 신은 가난한 사람을 더 사랑한다

염홍철 한밭대 명예총장

  • 승인 2023-08-31 12:00
  • 현옥란 기자현옥란 기자
염홍철칼럼
염홍철 한밭대 명예총장
세상에서 가장 힘든 것은 무엇일까요? 각자 감수성의 차이에 따라 다르고, 고통의 종류는 수없이 많겠지만, 저는 '가난'을 꼽고 싶습니다. 자신이 불치병에 걸렸거나 장애를 가졌을 때도 이겨내기 힘든 고통이지만, 이것은 자신만이 가진 아픔입니다. 물론 가족 중에 병과 장애를 가진 사람이 있을 경우 같이 고통을 느끼겠지만, 가난은 자신만의 문제가 아니라 가족이 모두가 공동으로 겪는 고통이기 때문입니다. 가난으로 욕구를 채울 수 없기도 하겠지만, 이에 따른 수모와 차별, 주위에서 주는 멸시의 시선들이 더 큰 고통이겠지요. 그리고 서로가 서로에게 고통에 따른 영향을 주어 부정적인 상승작용도 일어날 것입니다.

'가난은 임금님도 해결할 수 없다'라는 옛말이 있습니다. 가난이란 자신의 능력과 노력의 부족에서 기인한다는 뜻을 담고 있는 말입니다. 물론 당연히 그럴 수도 있겠지만 오늘날의 가난은 그러한 개인적인 요인 말고도 외적 요인의 영향을 많이 받고 있음을 부인할 수 없습니다. 누구의 자식으로 태어났기 때문에, 어느 지역에서 태어났기 때문에, 아니면 어떤 나라에서 태어났기 때문에 세습적으로 가난을 짊어지게 되는 경우가 많이 있습니다. 그래서 현대사회에서의 가난은 국가와 사회가 책임을 공유해야 할 공공의 문제입니다.



가난 때문에 혹독한 시련을 겪고 있는 사람들 속에서 평생을 같이 아파했던 사람이 있습니다. 그분은 마더 테레사 수녀님이지요. 2007년 9월 3일자 미 시사주간지 '타임'은 "테레사 수녀가 봉사활동을 시작한 1948년부터 1997년 사망할 때까지 신의 존재를 느끼지 못했다"라며 "그는 자신이 겪은 내적 고통을 지옥에 비교했고, 한때는 천국과 신의 존재 자체에 대한 회의까지도 드러냈다"라고 보도했습니다. '살아있는 성인'으로 추앙받아 온 마더 테레사 수녀님의 말이기에 그 파장이 컸습니다.

당시 저도 충격을 받아, 마더 테레사의 저서 '나의 빛이 되어라'를 읽어보았습니다. 그 책을 읽고 마더 테레사가 '천국을 부인'했다는 기사의 '이면'을 이해할 수 있었습니다. 마더 테레사 수녀님은 인간 사회에서 짓밟히고 내버려진 사람들과 함께 혹독한 시련을 경험하면서 역설적으로 "자신 안에 하나님이 계시지 않고", "천국이 아무 의미가 없다"라는 독백을 하게 된 것입니다. 이 말은 하나님을 거부하거나 천국을 부정한 말이 아니라 하나님을 향한 절박한 토로라고 봐야 하겠지요. 아무도 원하지 않고, 사랑하지도 않고, 돌보지 않으니, 아무것도 없는 빈민들의 상태가 얼마나 참혹하고 아프게 다가왔으면 자신 안에 하나님은 없다는 반어법을 썼을까요?



이와 비슷한 상황은 우리나라 국민 배우로 알려진 김혜자 씨에 의해서도 제기되었습니다. 김혜자 씨는 에티오피아를 시작으로 소말리아, 보스니아, 인도, 케냐, 우간다, 북한, 시에라리온, 아프가니스탄 등을 찾아다니며 가난 속에 고통받는 아이들을 돕는 데 앞장서 왔습니다. 그분은 그러한 경험을 바탕으로 스페인 교육자 프란시스코 펠레의 말을 인용한 '꽃으로도 때리지 말라'는 책을 썼습니다. 김혜자 씨도 자신의 저서에서 "에티오피아의 참혹한 가난을 보면서 얼마나 많이 신을 원망했는지 모른다"라고 말하고 있습니다.

가난은 죄가 아닙니다. 물론 가난은 개인의 무능에서 기인할 수도 있겠지만, 위에서도 얘기한 여러 요인 때문에 사회가 공동으로 책임져야 하고 해결해야 할 문제입니다. 공직을 하면서 줄곧 견지해 온 말이 있습니다. 그것은 '부모의 사회적 지위에 의해 한 아이의 평생 삶이 결정되어서는 안 된다'는 것입니다. 신은 가난한 사람을 더 사랑하십니다.

염홍철 한밭대 명예총장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랭킹뉴스

  1. 대전 한우리·산호·개나리, 수정타운아파트 등 통합 재건축 준비 본격
  2. 대전충남통합市 명칭논란 재점화…"지역 정체·상징성 부족"
  3. 대전 유성 엑스포아파트 지구지정 입안제안 신청 '사업 본격화'
  4. <속보>갑천 파크골프장 무단조성 현장에 잔디 식재 정황…고발에도 공사 강행
  5. 대전교육청 종합청렴도 2등급→ 3등급 하락… 충남교육청 4등급
  1. 이재석 신임 금융감독원 대전세종충남지원장 부임
  2. [중도초대석] 임정주 충남경찰청장 "상호존중과 배려의 리더십으로 작은 변화부터 이끌 것"
  3. 주택산업연구원 "내년 집값 서울·수도권 상승 유지 및 지방 상승 전환"
  4. 대전세종범죄피해자지원센터, 김치와 쇠고기, 떡 나눔 봉사 실시
  5. [행복한 대전교육 프로젝트] 대전둔곡초중, 좋은 관계와 습관을 실천하는 인재 육성

헤드라인 뉴스


김태흠-이장우, 충남서 회동… 대전충남 행정통합 방안 논의

김태흠-이장우, 충남서 회동… 대전충남 행정통합 방안 논의

대전·충남 행정통합을 주도해온 김태흠 충남도지사와 이장우 대전시장이 만났다. 양 시도지사는 회동 목적에 대해 최근 순수하게 마련한 대전·충남행정통합 특별법안이 축소될 우려가 있어 법안의 순수한 취지가 유지되는 방안을 논의하기 위해 만났다고 밝혔다. 가장 이슈가 된 대전·충남광역시장 출마에 대해선 김 지사는 "지금 중요한 것은 정치적인 부분이 아니다"라고 선을 그으면서도 "불출마 할 수도 있다 라고 한 부분에 대해선 지금도 생각은 같다"라고 말했다. 이장우 시장은 24일 충남도청을 방문, 김태흠 지사를 접견했다. 이 시장은 "김태흠..

정청래 "대전 충남 통합, 法통과 되면 한 달안에도 가능"
정청래 "대전 충남 통합, 法통과 되면 한 달안에도 가능"

더불어민주당 정청래 대표는 24일 대전 충남 통합과 관련해 "충남 대전 통합은 여러 가지 행정 절차가 이미 진행되어 국회에서 법을 통과시키면 빠르면 한 달 안에도 가능한 일"이라고 강조했다. 정 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열린 대전·충남 통합 및 충청지역 발전 특별위원회 제1차 전체회의에서 "서울특별시 못지 않은 특별시로 만들겠다"며 이같이 말했다. 이재명 대통령이 지난 18일 대통령실에서 대전 충남 의원들과 오찬을 가진 자리에서 "내년 지방선거 때 통합단체장을 뽑자"고 제안한 것과 관련해 여당 차원에서 속도전을 다짐한 발언으로 풀이된다..

[기획] 백마강 물길 위에 다시 피어난 공예의 시간, 부여 규암마을 이야기
[기획] 백마강 물길 위에 다시 피어난 공예의 시간, 부여 규암마을 이야기

백마강을 휘감아 도는 물길 위로 백제대교가 놓여 있다. 그 아래, 수북정과 자온대가 강변을 내려다본다. 자온대는 머리만 살짝 내민 바위 형상이 마치 엿보는 듯하다 하여 '규암(窺岩)'이라는 지명이 붙었다. 이 바위 아래 자리 잡은 규암나루는 조선 후기부터 전라도와 서울을 잇는 금강 수운의 중심지였다. 강경장, 홍산장, 은산장 등 인근 장터의 물자들이 규암 나루를 통해 서울까지 올라갔고, 나루터 주변에는 수많은 상점과 상인들이 오고 가는 번화가였다. 그러나 1968년 백제대교가 개통하며 마을의 운명이 바뀌었다. 생활권이 부여읍으로 바..

실시간 뉴스

지난 기획시리즈

  • 정치

  • 경제

  • 사회

  • 문화

  • 오피니언

  • 사람들

  • 기획연재

포토뉴스

  • 크리스마스 분위기 고조시키는 대형 트리와 장식물 크리스마스 분위기 고조시키는 대형 트리와 장식물

  • 6·25 전사자 발굴유해 11위 국립대전현충원에 영면 6·25 전사자 발굴유해 11위 국립대전현충원에 영면

  • ‘동지 팥죽 새알 만들어요’ ‘동지 팥죽 새알 만들어요’

  • 신나는 스케이트 신나는 스케이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