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염홍철 칼럼] 36. '단독성 사회'란 무엇인가?

  • 오피니언
  • 사외칼럼

[염홍철 칼럼] 36. '단독성 사회'란 무엇인가?

염홍철 한밭대 명예총장

  • 승인 2023-09-14 12:00
  • 현옥란 기자현옥란 기자
염홍철칼럼
염홍철 한밭대 명예총장
2002년에 작고한 피에르 부르디외는 1979년에 '구별 짓기'라는 저서를 출간하여 세상을 놀라게 했습니다. 그는 '아비투스(Habitus)'라는 용어를 개념화했는데, 아비투스란 개인의 취향은 배경과 환경, 가치관, 분위기, 종교, 사상, 권력이나 계층과 같은 사회문화적 환경에 의해 결정된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따라서 그는 "나의 집과 나의 몸, 나의 취미와 학력은 나의 것이 아니다. 거기에는 연줄, 학연, 집안의 아비투스가 촘촘하게 새겨지면서 구조적으로 생산되고 사회계급별로 차별화되어 재생산된다"라고 하였습니다.

부르디외는 문화만큼 각 계층별로 불평등하게 분배되고 차별적으로 소비되고 완벽하게 차별적으로 유통되는 것은 없다고 하였지요. 그런데 부르디외보다 한 걸음 더 나아가 산업자본주의를 문화자본주의로 대체해야 한다는 주장을 펴는 사회학자가 있습니다. 우리나라에는 처음 소개되는 안드레아스 레크비츠 교수입니다. 지난 2세기 동안 마르크스와 베버가 있었다면, 21세기에는 레크비츠의 시대가 될 것이라고 평가를 받는 그는, "지금의 경제는 갈수록 단독적인 물건, 단독적인 서비스, 단독적인 사건을 지향하고, 경제가 생성하는 재화는 순전히 재화의 기능에만 국한되지 않고 오히려 문화적으로 함축된 의미까지 중시하는 경향이 있다"라고 주장하지요. 그래서 현대를 '단독성 사회'로 명명한 것입니다.

지금까지 보편성의 사회 논리가 지배했다면 앞으로는 특수성의 사회 논리에 지배권을 내어주는 사회적 구조 변화가 일어났다는 것입니다. 이는 개인의 취향과 소비에서부터 정치와 경제의 영역에 이르기까지 모든 방면에서 발견됩니다. 지식 경제와 디지털 기술이 보편화되면서 문화자본주의가 경제의 중추로 들어선 시대가 도래한 것입니다.

이러한 문화자본주의 시장에서는 더 많이 주목받고 더 많이 보여주려는 투쟁이 벌어집니다. 더 독특한 것이 더 가치 있는 것으로 평가되고 다름과 차이를 찬미하는 사회가 되는 것이지요. 산업자본주의 시대의 합리성에 맞서서 문화적 저항의 흐름을 형성한다고 볼 수 있습니다. 레크비치 교수는 보편화와 단독화라는 개념을 대비시키고, 이와 함께 합리화와 문화화도 대비시키면서 두 개의 사회구조와 원리를 설명합니다.

그런데 단독성 사회의 폐단이 여기저기서 터져 나오고 있지요. 개인의 자율성과 독특성은 드높이나 여러 형태의 위기가 몰려옵니다. 단독성 사회의 주류인 고능력자는 잘 적응하고 있지만 단순 서비스직 종사자 등은 자기 모멸감을 경험하게 됩니다. 그러면서 고능력자도 승자독식 구조에서 나락으로 떨어질 수 있다는 위험을 항상 느끼고 있고, 실제로 다수의 고능력자가 시장에서 실패하여 좌절을 겪기도 합니다.

매력과 취향에 대한 소비자의 변덕스러움 때문에 관심을 얻는 데에 성공하여도 언제 다시 바닥으로 떨어질지 모릅니다. 그래서 '과잉 스트레스 사회'를 만드는 것이지요. 우울증 환자가 많이 발생하는 것도 이러한 시장 법칙에서 나타나는 부작용이고, 정치적으로도 종교 근본주의나 우익포퓰리즘이 등장할 수 있다고 레크비츠 교수는 경고하고 있습니다.

공동의 토대가 구축되지 않은 상태에서 독자성만을 강조하다 보면 사회가 파편화됩니다. 그래서 다시 보편성을 재구축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옵니다. 그래서 안드레아스 레크비츠 교수는 그동안 '차이를 지향하는 개방적 자유주의' 정치 패러다임을 억제하는 '규제적 자유주의' 패러다임으로 바꿀 것을 제안합니다. 여기에서 '규제적 자유주의'란 국가와 제도의 기능을 회복시키는 것을 말하며, 다시 고전적 민주주의 이론으로 되돌아가는 양상도 여기저기서 감지됩니다.

염홍철 한밭대 명예총장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랭킹뉴스

  1. 중기부 이어 국정자원마저?… 대전, 또 ‘기관 이탈’ 위기감
  2. 건고추 100%로 속여 판 충북 옥천 식품업체 대표, 벌금 8억 7000만원 선고
  3. '읍면 공동주택' 1.2만 호 무산 여파… 세종시 후속 대책 추진
  4. 올 가을 행정수도특별법 결실 맺나… 연내 제정 기대감 커져
  5. “건물 폭파하겠다” 방위사업청서 소란 피운 여성 도주…경찰 추적
  1. 세종 아파트 전세가 대폭 하락
  2. 대전맹학교, 휠체어 리프트 갖춘 대형 전기버스 도입
  3. 시민 성금으로 세운 '대전 을유해방기념비', 대전시 등록문화유산 됐다
  4. 본보 임병안·임효인·이현제 기자 ‘제20회 참글상’ 영예
  5. 충남대·공주대 통합대학 명칭 ‘충남대’로… 법적 대표주소 대전

헤드라인 뉴스


`한글비문`에 담긴 광복의 기쁨… 대전 속 잊힌 독립 유산을 아시나요?(영상있음)

'한글비문'에 담긴 광복의 기쁨… 대전 속 잊힌 독립 유산을 아시나요?(영상있음)

1945년 8월 15일 조국 독립의 감격은 대전 도심 곳곳에 깊은 역사적 족적을 남겼다. 그중에서도 시민들의 자발적인 성금으로 세워진 대전의 대표적 광복 상징물이 마침내 역사적·학술적 가치를 인정받아 시 문화유산으로 결실을 맺었다.대전시는 제81주년 광복절을 앞두고 중구 보문산에 위치한 '대전 을유해방기념비(乙酉解放記念碑)'가 대전시 문화유산으로 정식 등록됐다고 밝혔다.을유해방기념비는 1946년 8월 15일 광복 1주년을 맞아 대전부민(시민)들이 십시일반 뜻을 모아 대전역 광장에 세운 약 3m 규모의 비석이다. 다른 지역의 해방기념..

올 가을 행정수도특별법 결실 맺나… 연내 제정 기대감 커져
올 가을 행정수도특별법 결실 맺나… 연내 제정 기대감 커져

행정수도특별법 연내 제정 가능할까. 앞서 범국민적 연대 조직이 닻을 올린 데 이어 전국적인 공감대 형성을 위한 움직임이 가시화되면서, 법안 제정을 실현할 긍정적 분위기가 형성되고 있다. 특히 시민사회의 협력과 전국 시·도지사들의 지지를 발판삼아 본격 법제화 행보에 돌입한 가운데, 올 가을 정기국회에서 '특별법 제정'이란 결실을 거둘 수 있을지가 초미의 관심사다. 조상호 세종시장은 14일 서울에서 열린 제61차 대한민국시도지사협의회 총회에서 행정수도특별법의 연내 제정을 위한 전국적 지지를 요청하고 나섰다. 조 시장은 "올해는 20여..

충남대·공주대 통합대학 명칭 ‘충남대’로… 법적 대표주소 대전
충남대·공주대 통합대학 명칭 ‘충남대’로… 법적 대표주소 대전

통합을 추진중에 있는 충남대와 국립공주대의 통합대학 밑그림이 구체화 됐다. 통합대학은 '충남대학교'라는 이름을 사용하고 법적 대표주소는 대전으로 정하되, 대전과 공주에 통합본부를 두고 캠퍼스별 특성에 따라 주요 행정기능을 분담하는 방식으로 운영될 전망이다. 양 대학은 14일 세종공동캠퍼스 학술문화지원센터에서 양교 총장과 통합준비위원회 관계자들이 참석한 가운데 그동안의 통합 추진 경과와 주요 쟁점에 대한 협의 결과를 중간 발표했다. 이번 조정안에 따라 통합대학의 교명은 충남대학교로, 법적 대표주소는 대전으로 정해졌다. 통합본부는 대전..

실시간 뉴스

지난 기획시리즈

  • 정치

  • 경제

  • 사회

  • 문화

  • 오피니언

  • 사람들

  • 기획연재

포토뉴스

  • 백중사리 기간에 침수된 보령시 오천항 일대 백중사리 기간에 침수된 보령시 오천항 일대

  • ‘자동차 불법 튜닝 안됩니다’ ‘자동차 불법 튜닝 안됩니다’

  • 대전시-더불어민주당 대전시당 당정협의회 대전시-더불어민주당 대전시당 당정협의회

  • 대전 가장교 시멘트 떨어짐 현상…시민들 안전 ‘위협’ 대전 가장교 시멘트 떨어짐 현상…시민들 안전 ‘위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