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석연휴 조선 왕실은 어떻게 보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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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석연휴 조선 왕실은 어떻게 보냈을까?

  • 승인 2023-10-02 12:31
  • 수정 2024-02-06 09:02
  • 금상진 기자금상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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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출처=게티이미지뱅크
임금이 여러 신하를 거느리고 광효전(廣孝殿)에 나아가서 추석제(秋夕祭)를 행하고 환궁하여 잔치를 베풀어 효령 대군 보를 위로하였는데, 경녕군(敬寧君) 이비·공녕군(恭寧君) 이인·신의군(愼宜君) 이인(李仁)·순평군(順平君) 이군생(李群生)·온녕군(溫寧君) 이정·의성군(誼城君) 이용·평양 부원군(平壤府院君) 조대림(趙大臨)·의산군(宜山君) 남휘(南暉)·운성군(雲城君) 박종우(朴從愚)·일성군(日城君) 정효전(鄭孝全)·파성군(坡城君) 윤우(尹愚)·판부사(判府事) 한장수(韓長壽) 등에게 명하여 잔치에 입시하게 하였으며, 밤에 이르러 비로소 파하였다.

조선이 4번째 임금 세종대왕이 추석을 맞이해 형제들과 왕실 가족들을 불러 연회를 베푸는 장면이다. 효령대군은 태종 이방원의 둘째 아들로 세종의 친형으로 후자에 기록된 경녕군, 공녕군, 신의군, 순평군, 온녕군, 의성군 등은 세종의 이복형제 또는 왕실의 가족들이다. 조선시대 왕실에서는 민족 최대의 명절 추석에 '추석제(秋夕祭)'라는 제사를 올렸다.

국사편찬위원회가 운영하는 조선왕조실록에는 추석이 134번 등장(국역 기준)하는데 대부분 추석 당일 오전에 제사를 지내는 것으로 명절을 보냈다. 추석제 외 특별한 기록이 없는 것으로 보아 오늘날처럼 휴무일로 지냈을 것으로 보인다. 조선의 다른 왕실 기록에도 추석에는 대부분 선왕의 능에 제향을 올리고 이후 왕실 가족들과 친척들이 모여 연회를 즐긴 것으로 기록되어 있다.

세종의 선대왕 태종도 선왕에 제를 올렸다. 태종 12년 8월의 기록에는 "임금이 건원릉(健元陵)에 나아가 추석제(秋夕祭)를 행하고 돌아오는 길에 송계원(松溪院)에 이르니, 정부에서 술을 바쳤다. 드디어 매사냥을 살곶이[箭串] 교외에서 구경하였다"는 기록이 있다. 건원릉은 태조 이성계의 능이고 송계원은 오늘날의 중랑천을 말한다. 추석에 제사를 지내고 여유롭게 지내는 모습은 일반 백성들의 추석 풍경과 크게 다르지 않은 모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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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왕조실록 세종실록 33권, 세종 8년 8월 15일 병자 1번째기사(국사편찬위원회 조선왕조실록 이미지).
나라 살림에 따라 왕실의 추석 풍경도 조금씩 달랐다. 명종 6년 8월의 기록에는 자전(慈殿:임금의 어머니)이 해마다 추석에 행해지던 연회를 흉년을 이유로 대폭 축소하고 곡연(曲宴)으로 대체할 뜻을 왕실에 전하는 기록이 나온다. '곡연'은 왕실에서 간단하게 지내는 소규모 연회를 말한다. 대비의 뜻을 받은 명종은 어머니의 뜻을 따라 곡연으로 추석을 보낸다. 명종의 어머니는 문정왕후로 명종이 어린 나이에 즉위에 오르자 한동안 수렴청정으로 권세를 누렸다.



실록에서의 마지막 추석은 일제강점기인 순종 13년의 기록이다. 실록에는 "효덕전(孝德殿)에 나아가 망제(望祭) 겸 추석제(秋夕祭)를 지내고 고유제(告由祭)의 제주(題主)를 바꾸었다. 이어 주다례(晝茶禮)와 석상식(夕上食)을 행하였다"는 짧은 기록이 남아 있다. 효덕전은 선왕 고종의 사후 신주를 모시던 사당으로 추모 기간이 끝나면 철거했다.
금상진 기자 jodp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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