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르 뒤 몽블랑을 가다] 5-노새 타고 황제 투어나 즐겨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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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르 뒤 몽블랑을 가다] 5-노새 타고 황제 투어나 즐겨볼까

TMB 루트처럼 인생을 사는 방법은 많다
우리나라 야생화를 보는 듯 반가워
노새와 함께 떠나는 낭만 트레킹

  • 승인 2023-10-10 08:40
  • 신문게재 2023-10-10 9면
  • 심효준 기자심효준 기자
트레킹(trekking), 심신 수련을 위해 산이나 계곡 따위를 다니는 도보 여행. 등반과 하이킹의 중간 형태로, 하루에 15~20㎞ 정도 걸으며 야영 생활을 한다고 사전에 정의돼 있다. 건강과 힐링, 낭만을 떠올리게 하는 트레킹 열풍 속에 많은 코스들이 소개되고 있지만, 그중에서도 '투르 뒤 몽블랑(TMB·Tour du Mont Blanc)'은 대표적 코스로 손꼽힌다. 서유럽에서 가장 높은 산인 몽블랑(4810m) 둘레를 일주하는 170㎞ 트레킹 코스다. 보통 프랑스 레주슈(Les Houches)에서 출발해 시계 반대 방향으로 한 바퀴 돌아 레주슈 바로 윗 도시인 샤모니몽블랑에서 여정을 마무리한다. 프랑스∼이탈리아∼스위스 3개국을 통과한다. 주로 6∼9월 여름철에 세계 트레커들이 찾는다. 올해 7월 '충청도 사나이'의 뚝심으로 투르 뒤 몽블랑 트레킹에 도전한 김형규 작가의 여행기를 지면에 옮겨본다. 12월까지 매주 수요일 자에 게재할 예정이다. <편집자 주>

mtb
산악자전거 동호인이 풀샥 MTB를 짊어지고 본 옴므 고개를 향해 올라가고 있다. 본 옴므 고개에서 다운힐을 즐기려는 모양이다.(사진=김형규 여행작가)
도미토리에서 고양이 걸음으로 빠져나와 헤드랜턴을 켜고 남녀공용화장실까지 잘 입실했는데 "에구머니 깜짝이야!"하는 낯익은 중년 여성의 외침에 소스라치게 놀랐다. 같은 민족이라서 생체 리듬까지 비슷한 걸까. 하나둘 아는 얼굴이 화장실 문앞에 줄을 섰다. 조심조심 다시 2층 침상으로 올라가 누웠지만 이후부터 잠이 오질 않았다. 적막 속에 어렴풋이 들려오는 코골이 소음과 경첩 마찰음, 화장실 불빛이 잠자는 길목을 차단했다. 이런 상황도 며칠 지나면 익숙해진다는데 희망고문이 아니길 바랄 뿐이다.
부자트레킹
본옴므 고개에서 하산하는 아버지와 어린 아들 트레커. TMB에선 부모와 함께 트레킹하는 청소년들을 자주 볼 수 있다.(사진=김형규 여행작가)
연신 하품을 하면서 산장에서 차려준 아침을 먹고 오전 8시 길을 나섰다. 산장 직원들은 쾌활했다. 떠나는 우리를 위해 기념사진과 함께 활기찬 표정으로 배웅을 해줬다. 오늘 일정은 어제보다 거리는 짧아도 본 옴므 고개 (Col du Bonhomme·2329m)와 가장 높은 본 옴므 산장(2490m)을 넘어야 한다. 어제는 곤돌라를 타고 일부 구간을 올라갔지만 오늘은 아무런 도움을 받을 수 없다. 목적지까지는 대략 16㎞, 총 오르막은 790m쯤 된다. 고도프로필을 보니 전체 16㎞ 가운데 10㎞가 오르막이다. TMB 루트 가운데 둘째 날과 셋째 날이 가장 힘들다고 한다.

오늘 목적지는 TMB루트에선 잘 알려지지 않은 '치즈팩토리 산장'(Refuge Cheese factory)이다. 국내 여행사에선 우리만 단독으로 사용하니 즐겁게 지내라고 귀띔을 줬지만 그럴 분위기는 아닌듯했다. 구글맵을 검색해도 나오지 않았다. 나중에 정확한 위치를 확인해 찾아보니 TMB의 최남단 레 샤피외(Les Chapieux)의 서쪽에 위치해 있다. '샬레 달파주 레 부셰르'(Chalet d'alpage Les Boucheres·자취형 숙박시설)라고 뜬다. 여성 육가공 근로자들이 치즈를 만들고 쉬었던 시설을 산장으로 개조한 것으로 보인다. 문제는 전기와 수도가 들어오지 않아 태양광을 이용한다는데 일행이 어떻게 저녁을 해먹고 핸드폰도 충전하고 온수 샤워를 할지 궁금했다.

노새
노새 고삐를 잡은 길라잡이가 맞은편에서 빠른 걸음으로 앞장서 걷고 있다. 뒤에 노새에게 짐을 맡긴 트레커들의 복장이 가볍다.(사진=김형규 여행작가)
첫날 트레킹이 고지대 산촌의 농로와 오솔길을 아주 길게 하이킹한 느낌이었다면 오늘부터는 깊은 산속을 거칠게 오르내리는 등산 모드로 바뀔 것이다. 지금까지는 전나무 등 몇 종류의 상록수와 관목이 많았지만 해발 2000m에 다다르면서부터 나무가 서서히 사라지고 초지와 들꽃 천지다. 덕분에 주변 산세의 윤곽과 평원이 장애물 없이 시야에 시원하게 잡혔다. 소를 키우기에 최적지일 수밖에 없었다. 여름 한철 활짝 피는 주변의 야생화는 쇠뜨기, 황새풀, 분홍바늘꽃 등 우리나라 산에 피는 들꽃과 다르지 않았다. 먼 이국땅 산중에 눈에 익숙한 야생화를 볼 수 있다는 것에 포근함을 느꼈다.



길을 떠난 지 서너시간쯤 지났을까. 맞은편에서 말 한 마리에 짐을 잔뜩 싣고 힘차게 걸어오는 마부가 보였다. 한시간쯤 뒤엔 등 뒤에서 인기척이 들려 돌아보니 고삐를 잡은 여성 길라잡이가 말 등에 짐을 맡기고 잰걸음으로 추월해 가는 것이었다. 그 뒤를 단출한 차림의 한 무리가 따랐다. 목장 일꾼의 일이거니 생각했는데 가이드 실비는 TMB에서 인기가 높은 노새 트레킹이라고 소개했다. 노새는 차마고도 등 동서고금을 통틀어 험한 지형을 다니는 중요한 화물운송수단이다. TMB를 트레킹하는 방법은 대형 배낭에 몽땅 싸짊어지고 떠나는 백패킹 방식과 우리처럼 큰 짐을 자동차에 맡겨 옮기고 최소한의 필수품만 챙기는 방식, 차량 대신 노새를 활용하는 방식 등이 있다. 노새 트레킹을 하려면 8-16개의 빨간색 전용 짐가방을 맡길 단체가 필요하다. 가방 당 최대 무게는 7-8㎏이고 하루 운송 비용은 20유로 정도 하는데 인기가 좋아 미리 예약해야 한다. 기본적으로 마부 경비와 하루 식사·숙박비 포함 총 160유로 정도 소요되므로 사람이 많을수록 경비가 절감된다. 점심때 트레커들이 도시락을 먹는 동안 노새가 멀찍이 떨어져 한가로이 풀을 뜯는 장면을 보자니 동참해보고 싶은 생각이 들었다.

/김형규 여행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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