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염홍철 칼럼] 40. 어려울 때는 원칙과 기본으로 돌아가라

  • 오피니언
  • 사외칼럼

[염홍철 칼럼] 40. 어려울 때는 원칙과 기본으로 돌아가라

  • 승인 2023-10-19 12:00
  • 현옥란 기자현옥란 기자
염홍철칼럼
염홍철 한밭대 명예총장
내년 총선거를 앞두고 각 정당에서는 선거 승리를 위해 아이디어를 모으고 있는 것 같습니다. 그런데, 제3자적인 입장에서 본다면, 요즘 정치인들은 쉬운 정치는 어렵게 풀고, '어려운' 정책은 쉽게 풀려고 하는 것처럼 보입니다. '정치처럼 어려운 일이 어디 있다고?'라고 반론을 제기할 분들이 계실 것이나, '상식'과 '원칙'을 지키는 정치를 한다면 어려울 것도 없다고 생각합니다.

대한민국은 민주주의 국가입니다. 그러니까 삼권분립이라는 민주적 규범을 지키고 정치인들이 스스로 만든 기본 규칙을 이행하는 것은 당연한 일입니다. 그것을 어길 어떠한 이유나 명분도 있을 수 없습니다. 이러한 원칙을 지키는 것은 권한을 가진 사람에게는 불편하고 시간이 걸릴 수 있습니다. 그러나 그 힘의 자의(恣意)적 행사를 자제하면서 유연성을 갖는다면 시간은 좀 걸리더라도 자신들이 추진하고자 하는 목표를 달성할 수 있습니다.



너무 순진한 생각이라고 비난할 수도 있겠지만, 정치권에서 이와 같은 '기본'과 '원칙'을 지키면, 정치를 쉽게 풀어갈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상식과 원칙, 소통과 배려를 중시하면 어떤 어려운 문제도 풀 수 있고 정치 비용도 최소화할 수 있는 것이지요. 물론 정치에는 권모술수와 모략이 있고 돌발 사고와 내외적 환경 변화로 인한 예기치 않은 변수가 돌출할 수 있지요. 그러나 이것도 인내하면서 상식과 원칙을 끈질기게 그러면서도 섬세하게 적용한다면 최소한 차선의 결과라도 얻을 수 있습니다.

여야 정치 지도자들이 상대에게 막말을 하는 대신 덕담을 해준다면 누가 이익을 볼까요? 막말을 해서 감정은 해소되고, 자신의 진영에서 박수를 받을지는 몰라도 국민들은 많이 실망하여 지지를 철회합니다. 국민들은 상대방을 비난하는 말의 내용보다는 말하는 사람의 자세와 품격을 더 큰 비중으로 바라보고 있습니다. 상대방을 존중하고 배려하는 모습이 바로 '상식'이 아닐는지요.



그러나 정책 결정은 다릅니다. 상당히 어려운 일이지요. 어떤 정책에도 긍·부정의 양면성이 있고 수많은 변수들이 작용합니다. 따라서 편의주의적으로만 추진하면 실효성을 거두기 어렵고 시행착오가 발생합니다. 특히 빈부격차 해소, 공정한 분배, 한반도의 경우는 지속 가능한 평화 등 거대 담론에서는 제약이 많고 복잡한 변수가 작용합니다. 이와 같은 제약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좋은 정책'의 입안과 집행이 난망(難望)한 것만은 아닙니다.

중앙정부는 정책 입안 단계에서는 각 부처별로 원로, 학자, 기업인들의 중지를 모으는 선행 조치가 꼭 필요합니다. 한편 사회복지는 현장을 잘 아는 복지 전문가를 포함한 지방자치단체, 교육은 현장에 있는 교사, 교수와 학부모들이 잘 파악하고 있기 때문에 이들의 의견을 폭넓게 반영하면 시행착오를 예방할 수 있을 것입니다. 당연히 정책 결정을 하기 전에 수많은 토론과 심각한 고민이 있어야 하겠지요.

학자들은 어느 한 정책을 선호하거나 선택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정부는 대립되는 정책을 모두 수용하여 동반성장이 이루어지게 해야 합니다. 예컨대 대기업과 중소기업, 제조업과 서비스산업, 증세 또는 감세, 시장 경제 또는 사회적 경제 중 어느 한쪽을 선택하기보다는 두 가지 모두를 수용하면서 절충하고 조정하고 상생하는 정책을 모색해야 합니다. 따라서 정책에 있어서는 선택과 집중보다는 균형과 상생이 필요합니다. 선택과 집중은 구체적인 정책 단위에서 효율성을 높이기 위한 전략적 선택일 수 있으나 국가 단위의 거시 정책은 균형과 상생이 더욱 합리적이지요.

정치나 정책 수행에서 어려운 일을 당했을 때는 요령을 찾지 말고 원칙과 기본으로 돌아갈 것을 강조합니다.

염홍철 한밭대 명예총장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랭킹뉴스

  1. 천안 쌍용동 아파트서 층간소음 문제로 살인사건 발생
  2. 교실 CCTV 설치 근거 생길까… 법사위 심의 앞두고 교원단체 반발
  3. "역대 최대 1조 2천억 확보" 김해시, 미래 성장동력·안전망 구축 탄력
  4. '대량 실직 위기'…KB국민카드 대전 신용상담센터 노동자 150여 명 불안 확산
  5. 어깨·허리 부상 잦은 소방공무원에게 물리치료사협회 '도움손'
  1. 대전교육청 공무직 4일 총파업… 94개 학교 급식 차질
  2. 동구 정다운어르신복지관, 2025년 '정담은 김장나눔'
  3. 4일 밤사이 세종·충남 1~5㎝ 적설 예고
  4. 대덕구노인종합복지관, 김장김치 나눔 행사
  5. [2026학년도 수능 채점] 입시 전문가들이 말하는 정시 전략

헤드라인 뉴스


대전·충남 행정통합 탄력받나… 李대통령 "모범적 통합" 언급

대전·충남 행정통합 탄력받나… 李대통령 "모범적 통합" 언급

대전·충남 행정통합 추진이 탄력을 받을 전망이다. 이재명 대통령이 대전·충남 행정통합에 대해 긍정적으로 언급하면서다. 김태흠 충남지사와 이장우 대전시장은 이 대통령의 긍정적 반응에 대해 환영의 뜻을 밝히며 행정통합 법안 처리에 적극적으로 나서줄 것을 요청했다. 이 대통령은 5일 충남 천안 한국기술교육대학교에서 '첨단산업의 심장, 충남의 미래를 설계하다'라는 주제로 열린 타운홀미팅에서 '5극 3특' 체제를 거론하며 "지역 연합이 나름대로 조금씩 진척되는 것 같다"면서도 "협의하고 협조하는 수준이 아니라 대규모로 통합하는 게 좋다고 생..

충남도, 당진에 2조 원 규모 `AI데이터센터` 유치
충남도, 당진에 2조 원 규모 'AI데이터센터' 유치

충남도가 2조 원 규모 AI데이터센터를 유치했다. 김태흠 지사는 4일 도청 대회의실에서 오성환 당진시장, 안병철 지엔씨에너지 대표이사, 정영훈 디씨코리아 대표이사와 당진 AI데이터센터 건립을 위한 투자협약을 체결했다. 협약에 따르면, 지엔씨에너지는 당진 석문국가산업단지 내 3만 3673㎡(1만 평) 부지에 건축연면적 7만 2885㎡ 규모로 AI데이터센터를 건립한다. 이를 위해 지엔씨에너지는 디씨코리아 등과 특수목적법인(SPC)을 구성하고, 2031년까지 2조 원을 투자하기로 했다. 지엔씨에너지는 이와 함께 200여 명의 신규 고용..

11월 전국 민간아파트 평당 분양가 2797만 원 달해
11월 전국 민간아파트 평당 분양가 2797만 원 달해

전국 민간아파트 ㎡당 평균 분양가가 사상 처음으로 800만원을 넘어섰다. 평당(3.3㎡) 분양가로 환산하면 2797만 원에 달했다. 5일 리얼하우스가 청약홈 자료를 분석한 결과, 11월 전국 민간아파트 ㎡당 평균 분양가격은 827만 원이다. 관련 통계를 작성한 이후 최고치로 1년 새 6.85% 올랐다. 전국 ㎡ 당 분양가는 지난 2021년 530만 원에서 2023년 660만 원으로 오른 데 이어 2024년에는 750만 원까지 치솟았다. 올해 들어 상승 흐름은 더 빨라져 9월 778만 원, 10월 798만 원, 11월 827만 원으로..

실시간 뉴스

지난 기획시리즈

  • 정치

  • 경제

  • 사회

  • 문화

  • 오피니언

  • 사람들

  • 기획연재

포토뉴스

  • ‘충남의 마음을 듣다’ 참석한 이재명 대통령 ‘충남의 마음을 듣다’ 참석한 이재명 대통령

  • 2026학년도 수능 성적표 배부…지원 가능한 대학은? 2026학년도 수능 성적표 배부…지원 가능한 대학은?

  • ‘추울 땐 족욕이 딱’ ‘추울 땐 족욕이 딱’

  • 12·3 비상계엄 1년…‘내란세력들을 외환죄로 처벌하라’ 12·3 비상계엄 1년…‘내란세력들을 외환죄로 처벌하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