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요논단] 여성도 마을 이장이 될 수 있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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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요논단] 여성도 마을 이장이 될 수 있어야

박병수 국가인권위원회 대전인권사무소장

  • 승인 2023-10-22 05:46
  • 송익준 기자송익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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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병수 소장
그동안 여성이 대통령을 비롯한 다양한 영역의 선출직 대표로 역할을 해왔다. 비록 그 비중은 여전히 제한적이기는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마을 이장은 마치 남성만의 자리인 듯 여성은 매우 제한적으로 참여했거나 전체적으로 배제됐다. 여성이 아닌 남성이 마을 이장을 해야지 효과적이라든지, 적정하다는 근거와 이유는 어디에도 없는데도 말이다.

어느 마을 주민은 자신이 거주하는 마을 이장 선출 과정에서 여성이 배제되는 것은 명백한 성차별이라며 국가인권위원회에 진정을 제기했다. 국가인권위원회는 이 진정사건의 피해자가 특정되지 않다는 이유로 「국가인권위원회법」 규정에 따라 이 사건을 각하했다.

해당 군수와 면장은 '○○군 ○○리의 이장 임명에 관한 규칙'에 따라 마을 개발위원회 위원장이 마을총회에서 선출된 자를 읍·면장에게 추천하고, 읍·면장은 추천된 자의 자격 요건 등을 심사하고 임명한다고 절차를 설명하였다. 그리고 이장 임명과 관련된 규정 어디에도 여성을 배제하는 등 성별 제한을 두고 있지 않으므로 성차별이 아니라고 주장했다.

인권위는 해당 군에서 여성이 인구의 절반을 상회하고, 이장 자격을 남성으로 한정하고 있지 않음에도 여성 이장 비율이 현저히 낮다는 것을 확인했다. 즉 2022년 기준 해당 군 10개 면 중 7개 면은 여성 이장 비율이 10% 미만이고, 3개 면은 여성 이장이 없거나 5% 미만에 그쳤다. 인권위는 이러한 상황이 여성 주민에 대한 간접차별의 소지가 있다고 판단하고 관련 절차와 제도를 검토했다.



일반적으로 마을 이장은 주민의 대표로 법령과 조례에 근거하여 읍·면장의 임무 중 일부를 수행하면서 주민의 의견을 수렴하여 행정에 전달하고 행정시책을 홍보하는 등 행정 수행에 필요한 사항을 담당하고 있다.

그런데, 지난 60여 년간 이 진정사건 마을에서 여성이 이장으로 추천되거나 임명된 적이 없었다. 소수 남성 개발위원들의 주도로 이장 후보 추천이 이루어지면서 여성이 추천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동안 마을총회는 남성만으로 구성된 별도의 마을회관 방에서 이장 피추천인이 호명되고, 남성에 의해 만장일치로 선출되었다. 이러한 의사결정 과정에서 여성은 관행적으로 배제됐다.

가부장 문화가 오랫동안 지속되어 온 농촌 사회에서 여성이 관행적·절차적으로 배제되는 문제를 개별적으로 개선하는 것은 매우 어렵다. 이러한 문제를 효과적으로 해소하기 위해서는 관련 절차와 제도가 정비돼야 하고, 지역사회 전반의 인식 및 관행 변화가 동반돼야 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국가와 지자체는 성차별적 관행을 없애고, 모든 영역에서 여성과 남성이 동등한 참여와 대우를 보장해야 할 의무를 이행해야 하는 책무가 있는 만큼 여성 주민이 실질적으로 배제되는 이장 추천 및 선출 과정을 개선해야 한다.

인권위는 2023년 4월 해당 지자체장에게 마을 이장 선출 시 여성의 선거권과 피선거권이 실질적으로 보장될 수 있도록 이장을 추천하는 개발위원회에 여성의 참여를 보장할 것을 권고했다. 그리고 행정안전부 장관에게 농촌 지역사회의 성평등한 의사결정 구조 마련을 위해 이장 및 개발위원회 등 각 지방자치단체 하부조직의 운영 현황을 성인지적으로 분석·평가하고 점검할 것을 권고했다. 또한, 여성가족부 장관에게 농촌 지역사회 내 성평등 문화 확산을 위한 방안을 마련하여 시행하고, 지역사회 의사결정 과정에서 여성 참여를 높일 수 있는 실효적 방안을 마련하라고 권고했다.

농촌 사회 여성의 대표성 강화를 위한 인권위의 권고를 계기로 우리 사회에서 그동안 관행적으로 배제되었거나 미약하게 인정되었던 여성의 선거권과 피선거권이 실질적으로 보장될 수 있도록 관련 제도와 인식이 개선되어야 할 것이다. 이를 통해 성의 고정적 역할에 근거한 편견과 관행이 해소되고 민주주의 풀뿌리 단계에서부터 여성의 참여를 제고시켜야 할 것이다.

/박병수 국가인권위원회 대전인권사무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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