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인칼럼] 마케터의 시장전략과 체리피커들

  • 오피니언
  • 전문인칼럼

[전문인칼럼] 마케터의 시장전략과 체리피커들

한국무역협회 대전세종충남본부 무역현장 자문위원 김형찬

  • 승인 2023-10-29 13:36
  • 신문게재 2023-10-30 18면
  • 박병주 기자박병주 기자
김형찬_사진
한국무역협회 대전세종충남본부 무역현장 자문위원 김형찬
사회 심리학에는 흥미로운 용어가 하나 있다. 바로 '문안으로 발 들여놓기' 전략(Foot In the Door Technique)이다. 사회심리학자 조나단 프리드먼과 스콧 프레이저의 실험에서 처음 고안된 것으로, 큰 부탁을 하기 전에 그냥 문에 발을 들여놓는 것처럼 처음에는 거절하기 힘든 가벼운 요청에서 시작해서 시간이 지나면 큰 부탁을 하기가 더 쉬워진다는 일종의 설득 기술이다.

이 기법은 거의 모든 영업 사원들이나 종교단체에서 사용하는 것으로 이제는 더 이상 비밀이 아니며, 이론적 배경을 몰라도 누구나 본능적으로 어느 정도 알고 있는 방법이기도 하다. 최근에 어느 대학교 정문 앞에서 어떤 행사를 하던 젊은이들이 게시판에 스티커를 붙여달라는 요청을 받은 적이 있는데 함께 있던 동료가 용감하게 "스티커 하나 붙여달라는 게 뭐 어렵냐?"고 말하며 용감하게 스티커를 붙여줬지만 결국 그는 지루한 설문조사와 함께 자선단체에 기부해달라는 젊은 청년들의 집요한 요청에 한동안 쩔쩔매며 시달려야 했다.



이러한 마케터의 전략에 대응하는 최근의 소비자들은 비용 대비 효용이 뛰어난 것만 골라 매우 합리적으로 구매하는 경향이 있으며 특히 '구매는 하지 않으면서 혜택만 챙겨가는 소비자'를 흔히 '체리피커'(Cherry picker)라고 부르며 자원을 극대화하여 다양한 알뜰 소비 전략을 실천하는 소비자를 '체리슈머'(Cherry-Summers)라는 명칭으로 부르고 있다.

사람들은 심리적인 일관성을 원하고 그 일관성이 무너지면 불편함을 느끼기 때문에 일관성을 찾으려고 노력한다. 그래서 마케터는 처음에는 거절하기 어려운 가벼운 요청을 했다가 점점 더 어려운 요청을 진행해가며 소비자의 일관성을 찾아가도록 노력하기 때문에 궁극적으로 사람들이 거절하기 어렵게 만드는 고도의 '전략적 스텝'을 사용한다.



미국 컬럼비아대학교 교수이자 사회심리학자 토리 히긴스(Tori Higgins)는 '조절초점이론'(Regulatory Focus Theory)을 처음으로 개발했는데 이 이론은 의사 결정 단계에서의 고객의 지각과 관련이 있는 이론으로 목표달성을 위한 동기와 방법 사이의 관계에서 고객을 '향상 초점'(Promotion Focus)과 '예방 초점'(Prevention Focus)으로 나눠서 분류하고 대부분의 사람은 이 두 가지 성향 중 하나라는 이론이다.

즉, 예방 초점 지향의 고객에게는 안전한 차가 가장 중요한 고려 요인이며 향상 초점의 고객에게는 멋진 외관, 승차감, 속도 이런 요인들이 먼저 고려하는 요인이라는 이론으로 이러한 고객의 성향을 사전에 파악하지 못하면 효과적인 판매는 어려울 것이다.

이렇듯 소비자와 마케터의 치열한 각축장이 벌어지고 있는 시장에서 더 이상 '소비자는 왕'이 아닌지도 모르겠다. '고객지향적시장'에서는 표적집단면접법(FGI)같은 마케팅조사가 가장 중요한 요인일 수 있지만, 오늘날의 모든 기업은 고객지향적으로 되었기에 고객의 니즈를 파악하는 것은 더 이상 유용한 무기가 될 수 없을 수도 있습니다. 이미 다른 경쟁기업들도 동일한 고객의 욕구를 충족시키기 위한 노력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할리데이비슨(Harley-Davidson)의 최고경영자인 리치 티어 링크(Rich Teerlink)의 말처럼 "우리 모두는 성공했다고 생각하는 바로 그 시점에서 실패에 대한 걱정을 시작"해야 한다. 즉, 성공하는 바로 그 순간에 성공 요인을 과감하게 버리고 새로운 성공 요인을 찾는 혁신을 지속하라는 의미이다. 현대 경영학의 아버지라고 불리우는 피터 드러커(Peter Druker)는 여기서 한 발 더 나가서 '어제의 성공을 이끌었던 요인이 내일의 실패의 원인'이라는 말을 하기도 했다. 혁신은 어제 내린 눈과 같아서 어제의 위대함이 오늘은 녹아 사라져버리며 지금은 탁월한 기업으로 추앙받지만, 미래에도 그 기업이 계속 생존해 있을지는 누구도 장담할 수 없으며 오늘날의 사회에서는 끊임없는 혁신과 생존 노력이 기업이나 사람들에게 필요하다고 할 것이다.

한국무역협회 대전세종충남본부 무역현장 자문위원 김형찬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랭킹뉴스

  1. "대전 충남 통합논의"…金총리-與 충청권 의원 전격회동
  2. 대전역 철도입체화, 국가계획 문턱 넘을까
  3. '물리적 충돌·노노갈등까지' 대전교육청 공무직 파업 장기화… 교육감 책임론
  4. 대전 지역경제 활성화를 위한 간담회 열려
  5. [대전, 일류 문화도시의 현주소] 국립시설 '0개'·문화지표 최하위…민선8기 3년의 성적표
  1. 대전충남 행정통합 발걸음이 빨라진다
  2. 이대통령의 우주청 분리구조 언급에 대전 연구중심 역할 커질까
  3. 대전 동구, '어린이 눈썰매장'… 24일 본격 개장
  4. [기고] 한화이글스 불꽃쇼와 무기산업의 도시 대전
  5. 대전연구원 신임 원장에 최진혁 충남대 명예교수

헤드라인 뉴스


10·15부동산 대책 2개월째 지방은 여전히 침체… "지방 위한 정책 마련 필요" 목소리

10·15부동산 대책 2개월째 지방은 여전히 침체… "지방 위한 정책 마련 필요" 목소리

정부 10·15 정책이 발표된 지 두 달이 지난 가운데, 지방을 위한 정책이 마련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스트레스 DSR(총부채원리금상환비) 3단계가 내년 상반기까지 유예되는 등 긍정적 신호가 나오고 있지만, 지방 부동산 시장 침체가 여전히 이어지고 있어서다. 15일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올해 누적 매매가격 변동률(12월 8일 기준)을 보면, 수도권은 2.91% 오른 반면, 지방은 1.21% 하락했다. 서울의 경우 8.06%로 꾸준히 상승곡선을 그린 반면, 대전은 2.15% 하락했다. 가장 하락세가 큰 곳은 대구(-3...

[대전, 일류 문화도시의 현주소] 제2문화예술복합단지대·국현 대전관… 대형 문화시설 `엇갈린 진척도`
[대전, 일류 문화도시의 현주소] 제2문화예술복합단지대·국현 대전관… 대형 문화시설 '엇갈린 진척도'

대전시는 오랜 기간 문화 인프라의 절대적 부족과 국립 시설 공백 속에서 '문화의 변방'이라는 평가를 받아왔다. 민선 8기 이장우 호(號)는 이 격차를 메우기 위해 대형 시설과 클러스터 조성 등 다양한 확충 사업을 펼쳤지만, 대부분은 장기 과제로 남아 있다. 이 때문에 민선 8기 종착점을 6개월 앞두고 문화분야 현안 사업의 점검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높다. 특히 대전시가 내세운 '일류 문화도시' 목표를 실질적으로 이루기 위해서는 단순한 인프라 확충보다는 향후 운영 구조와 사업화 방안을 어떻게 마련할는지도 꼼꼼히 따져봐야 한다. 중도일..

내란특검, 윤석열·정진석·박종준·김성훈·문상호… 충청 대거 기소
내란특검, 윤석열·정진석·박종준·김성훈·문상호… 충청 대거 기소

12·3 비상계엄 사태에 적극 가담하거나 직간접적으로 관여한 충청 출신 인사들이 대거 법원의 심판을 받게 됐다. 12·3 비상계엄 관련 내란·외환 의혹을 수사한 내란 특별검사팀(특별검사 조은석)은 180일간의 활동을 종료하면서 15일 '윤석열 전 대통령 등에 의한 내란·외환 행위의 진상규명을 위한 특별검사 수사결과'를 발표했다. ▲정진석·박종준·김성훈·문상호·노상원 등 충청 인사 기소=6월 18일 출범한 특검팀은 그동안 모두 249건의 사건을 접수해 215건을 처분하고 남은 34건을 경찰청 국가수사본부(국수본)에 넘겼다. 우선 윤석..

실시간 뉴스

지난 기획시리즈

  • 정치

  • 경제

  • 사회

  • 문화

  • 오피니언

  • 사람들

  • 기획연재

포토뉴스

  • ‘대전의 밤은 낮보다 화려하다’ ‘대전의 밤은 낮보다 화려하다’

  • ‘헌혈이 필요해’ ‘헌혈이 필요해’

  • 까치밥 먹는 직박구리 까치밥 먹는 직박구리

  • ‘겨울엔 실내가 최고’…대전 곤충생태관 인기 ‘겨울엔 실내가 최고’…대전 곤충생태관 인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