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요논단] 윤석열 정부의 체육 공약과 대전·세종

  • 오피니언
  • 월요논단

[월요논단] 윤석열 정부의 체육 공약과 대전·세종

정문현 충남대 스포츠과학과 교수

  • 승인 2023-11-12 10:21
  • 수정 2023-11-12 10:28
  • 송익준 기자송익준 기자
2023091001000669100025811
정문현 교수
정치인들은 저마다 당선을 위해 공약을 제시한다. 그러나 때때로 표밭을 의식한 물량 공세용이거나 지키지 못할 헛약속을 하는 경우가 태반이다. 실제로 역대 대통령들의 공약 이행률을 살펴보면 김대중 정부 18.2%, 노무현 정부 43.3%, 이명박 정부 39.5%, 박근혜 정부 42.0%, 문재인 정부 17.93%로 50%를 넘긴 적이 없다. 윤석열 대통령은 약속도 잘 지킬 것으로 보여 체육 관련 공약에 대해 기대를 하고는 있지만, 제시한 체육 공약 중 반만 지켜도 역대 최고라고 해야 하니, 참으로 안타까운 현실이다.

그런데도 윤석열 정부의 한두 가지 체육공약들은 꼭 그렇게 됐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게 한다. 가장 최고의 공약은 체육 재정을 확대하겠다는 공약인데 매년 국가 체육예산 대부분이 스포츠토토, 경륜, 경정 등의 사행성 사업을 기반으로 조성되는 국민체육진흥기금뿐이고, 국비는 전체 체육예산의 10%도 지원이 안 되는 것이 현실이며, 이것은 정부 예산의 0.3%에 불과한 것으로 대단히 낮은 수준이다.

이렇게 체육재정이 부족한데도 문체부는 체육재정에서 문예진흥기금으로 매년 1000억 원씩 빼주고 있다. 차라리 그냥 국비에서 주라. 그러면 국비에서 체육예산 지원 비율은 0.1%가 된다. 2021년 정부의 체육예산은 1조7594억 원이었는데 그중 국비는 1636억 원뿐이었다. 2017년 자료에 의하면 정부예산 중 체육예산 비율은 유럽은 평균 0.7%였고, 헝가리는 2.5% 수준이었다. 국가 체육예산 비율이 형편없는 나라에서 올림픽 4위, 월드컵 4강을 이룬 건 기적일 수밖에 없다.

두 번째는 국가 위상에 걸맞은 '전문체육 지원 강화 공약'으로 스포츠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전문체육 환경을 개선하고, 국제스포츠 경쟁력 및 위상 제고를 추진하겠다고 한 약속이다. 지난 정부는 전문 선수들의 훈련 환경 개선에는 미온적이면서 스포츠혁신위원회의 권고안을 내세워 스포츠지도자들을 (성)폭력의 잠재적 범죄자로 취급했고, 합숙을 금지해 결과적으로 전문 학생 선수들의 활동을 크게 위축시켰다.



그 결과 운동부 해산, 선수 조기 은퇴, 선수활동 중단, 신입 전문선수 유입 위축 등의 사태를 촉발했다. 확대해보면 이러한 결과가 2018 자카르타 팔렘방 아시안게임(3위), 2020 도쿄하계올림픽(16위, 일본은 3위), 2022 항저우아시안게임(3위) 등 국제스포츠대회에서 더 이상 일본을 이기지 못하는 수모를 겪게 된 원인을 제공했다고 본다. 얇아진 선수층으로 국내용인 여자배구의 초라한 성적이 단적인 예다. 매번 문체부에서 도대체 혁신위 권고안이 왜 잘못된 것이냐고 물을 때마다 정답을 이야기해줘도 필자가 틀렸다고 말하던 사무관의 얼굴이 생각난다.

장미란 차관은 윤석열 정부의 체육 공약들을 어떻게 이행할 것인지 청사진을 제시해줘야 한다. 아시안게임을 비롯한 국제스포츠 무대에서 대한민국이 이제는 일본을 이기지 못하는 환경을 어떻게 개선할 것인지, 지금의 전문체육 선수 육성 환경 속에서 박지성, 김연아, 손흥민이 나올 수 있겠는지, 잘 살피고 실패하지 않는 차관이 돼 주길 요청한다. 또한 종목별 육성실태는 어떤지, 전문체육지도자들의 처우는 어떤지, 생활체육 지도자들의 생계는 어떤지, 수백억 원을 투자하고 있는 스포츠클럽을 육성해서 올림픽에 출전할 선수가 과연 몇 명이나 나오겠는지, 이렇게 양성된 선수들이 과연 일본을 이길 수 있겠는지, 스포츠선수와 팀 육성에 이바지하는 기업에 어떤 혜택을 주고 있는지 등등.

다행히 우리는 지난 정부에서 체육행정 경험이 빈약함에도 2017년 대통령 선거 때 체육인 2천여 명과 함께 당시 문재인 후보 지지를 선언했던 이력 때문에 '낙하산 인사'라는 시선을 받았던 최윤희 차관을 기용했으나, 결국 전문체육이 역대급으로 추락한 결과를 가져왔던 뼈아픈 경험을 기억하고 있다. 장미란 차관이 이 전철을 밟지 않기를 바란다.

중앙정부와 광역자치단체의 체육공약 이행 과정이 같은 연결선상에서 추진된다면 지방은 더 큰 동력을 얻게 된다. 체육시설이 전국 최하위권인 대전시와 세종시의 경우 더 절실한 도시가 될 텐데, 이장우 대전시장은 체육 선거공약 이행으로 현재 5개 구에 축구장과 야구장을 건설하고 있다. 윤석열 정부의 스포츠 인프라 확충 등의 체육공약 이행 정책과 맥을 같이 하지만 역시나 돈이 부족한 상황으로 사업이 위축되거나 편의시설이 부족하게 설치될 우려가 점쳐진다.

정부는 지역 스포츠 인프라 균형 발전 차원에서 공공스포츠 시설이 낙후된 대전과 세종에 스포츠 인프라 확충비를 더 지원해야 한다. 이것은 "스포츠를 통한 지역균형발전을 추진"한다는 윤석열 정부의 약속과 맥을 같이 하는 것이다. 결국 이장우 대전시장, 최민호 세종시장이 추진해야 할 과제가 된다. 좋은 성과가 있기를 기대해 본다.

/정문현 충남대 스포츠과학과 교수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랭킹뉴스

  1. '갑천 야경즐기며 워킹' 대전달빛걷기대회 5월 10일 개막
  2. 수도 서울의 높은 벽...'세종시=행정수도' 골든타임 놓치나
  3. 충남 미래신산업 국가산단 윤곽… "환황해권 수소에너지 메카로"
  4. 이상철 항우연 원장 "한화에어로 지재권 갈등 원만하게 협의"
  5. [근로자의 날] 작업복에 묻은 노동자 하루…"고된 흔적 싹 없애드려요"
  1. 충청권 학생 10명 중 3명이 '비만'… 세종 비만도 전국서 가장 낮아
  2. 대학 10곳중 7곳 올해 등록금 올려... 평균 710만원·의학계열 1016만원 ↑
  3. 함께 새마을, 미래로! 세계로!
  4. [춘하추동]삶이 힘든 사람들을 위하여
  5. 2025 세종 한우축제 개최...맛과 가격, 영양 모두 잡는다

헤드라인 뉴스


대법, 이재명 `선거법 위반` 무죄판결 파기환송…유죄 취지

대법, 이재명 '선거법 위반' 무죄판결 파기환송…유죄 취지

대법원이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선후보에게 무죄를 선고한 2심 판결에 대해 유죄 취지로 파기 환송했다. 이에 따라 이 후보는 서울고법에서 다시 재판받아야 한다. 서울고법은 대법원의 판단 취지에 기속되므로 유죄를 선고해야 한다. 연합뉴스 보도에 따르면 대법원 전원합의체(주심 박영재 대법관)는 5월 1일 이 후보에게 무죄를 선고한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서울고법으로 돌려보냈다. 대법원은 지난 3월 28일 사건을 접수한 뒤 국민의 관심이 지대하고 유력 대권 주자인 이 후보의 피선거권 여부가 달려있다는 점을..

`운명의 9연전`…한화이글스 선두권 경쟁 돌입
'운명의 9연전'…한화이글스 선두권 경쟁 돌입

올 시즌 절정의 기량을 선보이는 프로야구 한화이글스가 9연전을 통해 리그 선두권 경쟁에 돌입한다. 한국프로야구 10개 구단은 29일부터 다음 달 7일까지 '휴식 없는 9연전'을 펼친다. KBO리그는 통상적으로 잔여 경기 편성 기간 전에는 월요일에 경기를 치르지 않지만, 5월 5일 어린이날에는 프로야구 5경기가 편성했다. 휴식일로 예정된 건 사흘 후인 8일이다. 9연전에서 가장 주목하는 경기는 29일부터 5월 1일까지 대전 한화생명볼파크에서 열리는 LG 트윈스와 승부다. 리그 1위와 3위의 맞대결인 만큼, 순위표 상단이 한순간에 뒤바..

학교서 흉기 난동 "학생·학부모 불안"…교원단체 "재발방지 대책"
학교서 흉기 난동 "학생·학부모 불안"…교원단체 "재발방지 대책"

학생이 교직원과 시민을 상대로 흉기 난동을 부리고, 교사가 어린 학생을 살해하는 끔찍한 사건이 잇따라 발생하면서 학생·학부모는 물론 교사들까지 불안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경찰과 충북교육청에 따르면 28일 오전 8시 33분쯤 청주의 한 고등학교에서 특수교육대상 2학년 A(18) 군이 교장을 비롯한 교직원 4명과 행인 2명에게 흉기를 휘둘러 A 군을 포함한 모두 7명이 중경상을 입었다. 경계성 지능을 가진 이 학생은 특수교육 대상이지만, 학부모 요구로 일반학급에서 공부해 왔다. 가해 학생은 사건 당일 평소보다 일찍 학교에 도착해 특..

실시간 뉴스

지난 기획시리즈

  • 정치

  • 경제

  • 사회

  • 문화

  • 오피니언

  • 사람들

  • 기획연재

포토뉴스

  • 2025 유성온천 문화축제 5월 2일 개막 2025 유성온천 문화축제 5월 2일 개막

  • 오색 연등에 비는 소원 오색 연등에 비는 소원

  • ‘꼭 일하고 싶습니다’ ‘꼭 일하고 싶습니다’

  • 함께 새마을, 미래로! 세계로! 함께 새마을, 미래로! 세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