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과내일] 대전에만 있는 것

  • 오피니언
  • 오늘과내일

[오늘과내일] 대전에만 있는 것

김덕균 한국효문화진흥원 효문화연구단장

  • 승인 2023-11-12 09:26
  • 수정 2023-11-12 09:36
  • 송익준 기자송익준 기자
2023091001000453500015981
김덕균 단장
한동안 세계 최대, 세계 최고란 수식어가 유행했다. 개발도상국 콤플렉스로 인한 자부심의 표현이었다. 앞서간 일본을 따라잡기 위한 우리의 억척스런 노력의 산물이었지만, 이젠 이런 수식어 찾는 게 쉽지 않다. 후발주자 중국의 저돌적인 개발과 건설이 본격화되면서부터 우리의 세계 최대, 세계 최고라는 양적 가치 용어는 자취를 감췄다.

하지만 여기서 끝나지 않았다. 세계 최초라는 질적 가치로 다시 무장했다. 일상 생활도구에서 첨단 과학기술 분야에 이르기까지 세계 최초 개발이 줄을 이었다. 자르지 않고 펼 수 있는 삼각지붕 우유팩, 커피의 나라 미국인도 매료시킨 커피믹스, 언제 어디서나 화장을 고칠 수 있는 쿠션 팩트, 안전하게 음식물을 보관할 수 있는 밀폐용 반찬통, 가볍고 편리한 막대 응원 풍선 등의 일상도구는 물론이고 24시간 언제나 이용 가능한 PC방, 찜질방, 노래방, MP3플레이어가 우리가 만든 세계 최초이고, 초인류 기업들의 전자, 반도체, 로봇 분야의 세계 최초 개발도 한둘이 아니다.

문화분야의 세계 최초도 있다. '직지'의 도시 충북 청주에서 세계 최초로 '유네스코 국제기록유산센터'를 최근 개관했다. 우리나라의 훈민정음, 조선왕조실록 등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 모니터링 시스템을 구축하고 관리하는 기구이다. 개관식에 참석한 행안부 장관은 "세계 유일의 유네스코 국제기록유산센터 출범으로 세계기록유산을 보다 안전하게 보존하고, 전 세계인이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을 것"이라면서 앞으로 "국민께서 즐겨 찾는 명소가 될 수 있도록 적극 지원하겠다"고 약속했다.

이제 대전이다. 대전에는 뿌리공원, 족보박물관, 한국효문화진흥원 등이 세계 최초, 세계 유일, 세계 최대의 기구들이다. 한국인의 성씨는 15세기 동국여지승람에 277개, 18세기 도곡총설에는 298개, 1908년 증보문헌비고에는 496개, 최근 통계청 자료에는 귀화성까지 5천개가 넘는 것으로 나와 있다. 현재 뿌리공원에는 244개 문중이 참여하고 있으니, 앞으로 확장 가능성은 무궁무진하다.



족보박물관은 더한 희귀성을 갖는다. 전 세계 뿌리를 존중하며 족보로 체계화한 나라는 우리나라가 유일하다. 중국이 가보(家譜)라고 해서 족보를 만들어왔지만, 언제부턴가 사라졌다. 아마도 전통문화를 철저히 배격했던 문화대혁명(문혁) 시절일 듯하다. 문혁은 10년 이상 크든 작든 전통문화와 관련된 것들, 특히 유교문화와 관계된 것들은 모조리 제거했다. 혹 몰래 감춘 것이 발각된다면 죽음과 맞바꿔야만 했다. 아무리 뿌리와 혈통을 존중하는 가문이라도 목숨 걸고 족보를 보관한 사람은 거의 없었던 것 같다. 우리의 족보가 세계 유일 문화가 된 배경이다.

다음은 한국효문화진흥원(한효진)이다. 한효진은 사라지는 효문화를 어떻게 해서든 보존, 진흥하려는 취지에서 제정한 '효행장려 및 지원에 관한 법률'(효행법)에 근거하고 있다. 싱가폴에 효행법과 비슷한 법률이 있었지만, 지금은 폐기됐고, 중국에도 비슷한 법령이 있지만, 효를 명시하지는 않았다. 우리의 효행법이 세계 최초는 아니라도 세계 유일의 법률이고, 한효진이 세계 최초, 세계 유일, 세계 최대의 기구가 된 배경이다.

유교의 본산이라 자부하는 중국의 일부 지방에서 효 관련 공원이나 소규모 박물관은 운영하고 있지만, 우리와 비교할 정도는 아니다. 대신 중국 각지에 건립된 유교와 공자 관련 구조물은 엄청나다. 공자 고향에 건립한 72m 높이의 대형 공자상과 공자박물관의 규모는 상상초월이다. 이것이 가능했던 것은 문혁 시절 아무리 공자와 유교문화를 파괴했어도 곳곳의 흔적까지 완전히 없앨 수는 없었기 때문이다. 그 흔적 위에 이렇게 거대한 구조물을 건설했고, 매년 그곳에서 대규모 제전을 치르며 유교 종주국의 면모를 회복하고 있다.

하지만 기반이 무너지고 사라졌기에 중국이 당장 따라 하기 힘든 것들이 있다. 대전만의 효 관련 기구와 시설들이다. 이에 대한 대전시민의 남다른 관심과 자부심이 요청된다. 대전만의 세계 최초, 세계 유일, 세계 최대의 효 관련 시설에 대한 국가 차원의 관심과 지원도 그래서 필요하다.

/김덕균 한국효문화진흥원 효문화연구단장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랭킹뉴스

  1. “당신을 노리고 있습니다”…대전 서부경찰서 멈춤봉투 눈길
  2. 충청권 4년제 대학생 2만 명 학교 떠나… 대전 사립대 이탈 심각
  3. 대전·충북 회복기 재활의료기관 총량 축소? 환자들 어디로
  4. 충남도, 국비 12조 확보 위해 지역 국회의원과 힘 모은다
  5. 경영책임자 실형 선고한 중대재해처벌법 사건 상소…"형식적 위험요인 평가 등 주의해야"
  1. 충남도의회, 학교 체육시설 개방 기반 마련… 활성화 '청신호'
  2. ‘푸른 하늘, 함께 만들어가요’
  3. 대전동부교육지원청, 학교생활기록부 업무 담당자 연수
  4. ‘대전 병입 수돗물 싣고 강릉으로 떠납니다’
  5. 충남권 역대급 더운 여름…대전·서산 가장 이른 열대야

헤드라인 뉴스


충청권 4년제 대학생 2만 명 학교 떠나… 대전 사립대 이탈 심각

충청권 4년제 대학생 2만 명 학교 떠나… 대전 사립대 이탈 심각

전국 4년제 대학 중도탈락자 수가 역대 최대인 10만 명에 달했던 지난해 수도권을 제외하고 충청권 대학생들이 가장 많이 학교를 떠난 것으로 조사됐다. 대전권에선 목원대와 배재대, 대전대 등 4년제 사립대학생 이탈률이 가장 높아 지역 대학 경쟁력에서도 뒤처진 것으로 나타났다. 4일 종로학원이 발표한 교육부 '대학알리미' 분석에 따르면, 2024년 전국 4년제 대학 223곳(일반대, 교대, 산업대 기준, 폐교는 제외)의 중도탈락자 수는 10만 817명이다. 이는 집계를 시작한 2007년 이후 역대 최대 규모인데, 전년인 2023년(10..

꿈돌이 컵라면 5일 출시... 도시캐릭터 마케팅 `탄력`
꿈돌이 컵라면 5일 출시... 도시캐릭터 마케팅 '탄력'

출시 3개월여 만에 80만 개가 팔린 꿈돌이 라면의 인기에 힘입어 '꿈돌이 컵라면'이 5일 출시된다. 4일 대전시에 따르면 '꿈돌이 컵라면'은 매콤한 스프로 반응이 좋았던 쇠고기맛으로 우선 출시되며 가격은 개당 1900원이다. 제품은 대전역 3층 '꿈돌이와 대전여행', 꿈돌이하우스, 트래블라운지, 신세계백화점 대전홍보관, GS25 등 주요 판매처에서 구매할 수 있다. 출시 기념 이벤트는 12일부터 14일까지 3일간 유성구 도룡동 엑스포과학공원 내 꿈돌이하우스 2호점에서 열린다. 행사 기간 ▲신제품 시식 ▲꿈돌이 포토존 ▲이벤트 참여..

서산 A 중학교 남 교사, `학생 성추행·성희롱` 의혹, 경찰 조사 중
서산 A 중학교 남 교사, '학생 성추행·성희롱' 의혹, 경찰 조사 중

충남 서산의 한 중학교에서 남성 교사 A씨가 학생들을 대상으로 수개월간 성추행과 성희롱을 했다는 고소장이 접수돼 경찰이 수사 중이다. 일부 피해 학생 학부모들은 올해 학기 초부터 해당 교사가 학생들을 대상으로 반복된 부적절한 언행과 과도한 신체접촉을 주장하며, 학교에 즉각적인 교사 분리 조치를 요구했다. 이에 학교 측은 사건이 접수 된 후, A씨를 학생들과 분리 조치하고, 자체 조사 및 3일 이사회를 개최해 직위해제하고 학생들과의 접촉을 완전히 차단했으며, 이어 학교장 명의의 사과문을 누리집에 게시했다. 학교 측은 "서산교육지원청과..

실시간 뉴스

지난 기획시리즈

  • 정치

  • 경제

  • 사회

  • 문화

  • 오피니언

  • 사람들

  • 기획연재

포토뉴스

  • 대전 동구 원도심에 둥지 튼 대전일자리경제진흥원 대전 동구 원도심에 둥지 튼 대전일자리경제진흥원

  • ‘대전 병입 수돗물 싣고 강릉으로 떠납니다’ ‘대전 병입 수돗물 싣고 강릉으로 떠납니다’

  • ‘푸른 하늘, 함께 만들어가요’ ‘푸른 하늘, 함께 만들어가요’

  • 늦더위를 쫓는 다양한 방식 늦더위를 쫓는 다양한 방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