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맛있는 여행] 14-겨울철 박대 대접하면 복을 받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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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맛있는 여행] 14-겨울철 박대 대접하면 복을 받는다?

입 맛 사로잡는 장항 서해안식당 ‘박대정식’
아는 사람만 아는 장항 재래시장 ‘벌벌이 묵’

  • 승인 2023-11-20 10:01
  • 신문게재 2023-11-21 10면
  • 정바름 기자정바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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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해안식당의 박대정식
맛있는 여행 덕에 65년 만의 장항 방문을 하게 되었다. 공주에서 국민학교를 다닐 당시 1958년 장항제련소로 졸업여행을 왔었다. 용산에서 새마을호를 타고 내려오면서 생각해 보니 나름 국내여행을 많이 다녔다고 자부하는데, 65년만에 장항을 찾게 된 것에 만감이 교차한다.

장항역에서 읍내까지 택시를 타고 10여 분을 달려 박대정식으로 유명한 서해안식당(충남 서천군 장항읍 장서로 47번길 21)에 도착했다.

식당 앞 모기장 속에 껍질을 벗겨 염장한 박대가 열을 맞춰 널려 있다. 박대는 생으로 조리하는 일은 거의 없다. 박대의 껍질이 질기기 때문에 벗겨서 말린다. 거무스레한 껍질을 벗기면 박대의 옅은 분홍빛 속살이 드러난다. 이를 소금물로 간하듯 씻어 볕에 말린다. 노천에서 말리니 그 말리는 계절이 중요한데, 사계절 중에 겨울에 말리는 것이 가장 좋다. 벌레가 없고 온도와 습도가 낮아 상할 위험이 없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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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대 건조 모습
혼자 취재를 다니는 필자가 제일 당황스러운 것이 대부분의 맛집들이 혼밥을 허용하지 않는다. 대부분 기본이 2인 이상이다. 이 집 박대정식도 예외는 아니다. 그러나 고맙게도 이 집에서는 앉으라면서 1인상을 차려 내 준다.

박대정식 1인분 1만 3000원 10여 가지의 반찬 하나하나가 예사롭지가 않다. 이 집에서 직접 담았다는 자하젓, 굴무침, 게장 등 입에 착 감기는 맛이다. 물론 서천 등 서해 연안에서 주로 잡히는 박대는 비린내가 없고 맛이 담백하다. 그렇지만 같은 박대라도 어떻게 염장을 하고 건조하느냐에 따라 맛이 달라진다.

박대
박대구이
박대는 성질이 급해서 잡히자마자 죽는다. 그리고 크기에 비해 내장이 적다. 그래서 박대는 활어를 보기가 아주 어려운 생선 중에 하나다. 뿐만아니라 서대류 어종들은 주로 뻘바닥 지형에서 생활하기에 체내에 모래가 많다. 내장을 잘 제거하더라도, 아가미나 몸 곳곳에 뻘 모래가 묻어있는 일이 많다. 그래서 손질 후 흐르는 물에 충분히 세척을 해야 한다. 전문가의 손길이 필요한 이유라 할 것이다. 이미 전문가의 손길을 거친 반건조 박대를 먹을 때는 이런 일이 거의 없겠지만, 집에서 손질할 때 신경을 쓰지 않으면 맛있게 먹다가 뭐가 서걱서걱하니 모래가 씹히는 경우가 있다. 그래서 이 집의 박대 염장은 나영순 대표가 직접 염장을 한다고 한다.

이렇듯 박대는 생선치곤 비린내가 그다지 심하지 않아 생선을 싫어하는 사람들도 박대는 잘 먹는 경우가 많다. 맛도 고소하고 발라먹기 쉬우며 적당히 단단한 육질 덕분에 씹는 맛도 좋아 남녀노소 누구나 좋아하는 편이다. 그러니 박대는 지나간 자리도 맛이 있다고 할 정도다. 이 집의 박대구이와 박대졸임 맛에 매료되어 밥 반 공기를 더 시켜 포식을 할 정도였다. 이렇듯 필자의 입맛을 사로잡은 박대는 참서대과 어류에 속한다.

박대 2
박대구이
박대는 위로는 인천부터 아래로는 전남 여수까지 우리나라 서해안 전역에 살고 있다. 기수역이나 민물에서도 살 수 있어서 서해안에서도 특히 금강 하구 쪽인 충남 서천과 군산 등지에서 많이 잡힌다.

그런데 최근에는 국내 인근해의 박대가 거의 씨가 마른 실정이라, 중국 쪽에 인접한 먼바다에서 조업이 이뤄진다고 한다. 광어나 가자미처럼 이 놈도 바닥에 딱 붙어사는 저서성 어종이라서, 어업은 주로 쌍끌이 어선에 의해 바닥을 긁는 식으로 행해진다고. 한다. 그 마저도 요즘은 국내에 박대잡이 어선이 몇 척 안 남았다고 한다.

예전에 우리나라 연안에서 조기가 잔뜩 잡히던 때는, 맛이 좋음에도 불구하고 박대는 별 인기가 없었다고 한다. 그렇지만 조기 어획량이 줄어들면서 박대는 주목을 받게 되고, 풀치, 가오리와 함께 서해안 인근 지역민들이 즐겨먹던 건어물이 되었다. 그래서 요즘 박대는 바닷가 주민들에게는 매우 친숙한 생선이다.

일찌기 손암(巽庵) 정약전(丁若銓·1760~1816)은 그가 지은 어류학서 『자산어보(玆山魚譜)』에 서대를 장접, 박대를 박접 또는 박대어(朴帶魚) 등으로 기재하였다. 즉 혀를 닮아 길쭉한 것이 서대, 엷고 넓적한 것이 박대다.

서대는 껍질 채 조리하지만 박대는 껍질이 두껍고 진득거려 껍질을 벗겨 조리한다. 그래서 '벗길 박(剝)자를 써서 박대라고 했다는 설과 얇고 납작한 물고기라는 뜻에서 얇을 박(薄)자를 써서 박대(薄帶)라 했다고 한다. 그러나 『자산어보(玆山魚譜)』를 보면 후자가 맡는 것 같다.

특히 박대는 얇은 고기(薄)라는 뜻으로 넓적하고 길쭉한 모양과 한쪽으로 심하게 몰린 눈 등 못난 모양 때문에 문전박대를 당했다고 하여 '박대'라 부르게 되었다는 이야기가 전한다.

그래서 '집에 온 손님에게 박대를 하면 벌을 받고, 박대를 대접하면 복을 받는다'라는 속담이 있다고 한다. 사람이나 어류나 외모만 보고 판단할 문제는 아닌 것 같다.

박대는 탕이나 구이, 조림으로 즐겨 먹는다. 살이 연해 생으로 요리하면 살이 부서지므로 껍질을 벗겨 반 건조해서 요리해 먹는다. 특히 잔가시가 없고, 살이 쉽게 발라져 납작한 몸통에 비해 살이 많아 구이로 먹으면 아주 좋다. 간단하게는 기름을 두르고 노릇하게 구워먹으면 아주 맛있다. 쭉 찢으면 살이 먹기 좋게 발라지는데 지느러미쪽 잔뼈는 아주 연해서 꼭꼭 씹어 먹을 수가 있다.

소스는 주로 간장에 찍어 먹는데, 고추장에 찍어 먹어도 맛이 있다. 이게 동해안에서 나는 가자미류와는 또 다른 맛이 있다.

박대는 껍질을 미리 제거하기 때문에 구워도 기름지지 않고, 담백하고 풍미가 있어 옛날에는 구워서 주머니에 넣고 다니며 먹었다고 한다.

양념을 끼얹어서 찜이나 조림을 할 때는 무를 큼직하게 썰어 넣고 칼칼하게 해 먹어도 맛이 좋다. 그리고 탕으로는 맑은 생선탕의 일종으로 '악대기'가 있는데, 장대, 붕장어, 복어 등 주로 흰 살 생선으로 끓이지만 '악대기'는 주로 박대로 끓인다.

흔히 고춧가루를 넣지 않고 맑게 끓여내는 '맑은 국'으로 생각하면 된다. 생선을 조리할 때 매운탕과 대조되게 매운 양념을 넣지 않고 맑게 끓이는 데, 고춧가루가 들어가는 매운탕과는 달리 재료의 원래 맛이 고스란히 드러나기 때문에 재료의 신선도가 중요하며, 그래야 비린내도 덜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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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대조림
박대는 버릴게 없는 생선이다. 심지어 껍질까지 묵을 만들어 먹는데, 몸이 얇아 말리기 쉬우므로 껍질을 벗기고 말려서 박대포로 만든다.

박대는 껍질에 진액이 많다. 그래서 굉장히 미끌거리고, 비린내의 원인이 되기도 한다. 그래서서 건조시킬 때는 이 껍질을 모두 벗겨 낸다.

벗겨 낸 껍질은 모아서 따로 말린다. 박대묵을 쑤기 위함이다. 진액 투성이인 껍질엔 콜라겐 성분이 풍부하기 때문에, 말린 뒤 껍질은 물에 담가 불린 후 솥에 넣고 서너 시간을 고와서 체로 걸러 굳히면 박대묵이 된다.

묵을 쑤어 손으로 누르면 찰랑찰랑 대는 모습이 꼭 벌벌 떠는 모습과 같다하여'벌벌이 묵'이라고 한다. 도토리묵이나 메밀묵처럼 전분 성분은 당연히 아니고 어류성 젤라틴이어서 비린내도 별로 나지 않고, 탱글탱글한 식감이 일품이다. 단 실온에 노출되면 서서히 녹아내리고, 특히 뜨거운 밥 같은데 올려놓고 먹으면 눈 깜짝할 사이에 젤라틴 물로 바뀌는 게 단점이라면 단점이다. 그래서 이 '벌벌이묵'은 주로 겨울철에 먹는다. '벌벌이묵'은 양념장에 찍어 먹거나 잘게 채로 썰어 무쳐 먹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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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대 묵
참서대과인 서대나 박대는 칼슘과 철 등의 함량이 많아 골다공증 예방에 좋고, 심근경색이나 뇌학습 발달에도 도움을 준다고 한다. 피로회복과 간 기능 개선에 도움이 되는 함황아미노산(含黃-酸, sulfur-containing amino acids)이 많이 함유되어 있고 단백질이 풍부한 반면 지방 함량이 적어 소화가 잘 되어 노인이나 회복기의 환자에게 좋으며, 자양강장과 다이어트에 좋은 식품이다.

같은 참서대과이기는 하지만 박대와 비슷한 어종이 있다.박대와 서대는 너무 닮은 탓에, 어민들조차 더러 헷갈릴 수 있는 어종이다.

바로 서대인데. 동해와 남해에 서대가 잡히며, 서해는 주로 박대가 잡힌다. 서대는 5월~6월이 맛이 있고, 박대는 사철 잡히고 맛이 있으나 산란기인 5월~7월 이후 겨울에서 봄까지 맛이 있다고 한다. 서대와 박대는 색으로 구분이 가능하다. 서대는 광어처럼 갈색을 띠고, 박대는 약간 어두운 색을 띤다. 그리고 서대는 눈의 폭이 좁은데, 박대는 더 좁다. 그래서 "눈치만 보다 간 박대 눈 된다"라는 속담이 있다. 서대의 성체가 30cm내외인데, 비해 박대는 최대 길이가 60~70cm가 된다. 간혹 성체가 작은 박대가 서대로 오인 받는데, 이때는 색으로 구별하면 된다.

서대(舌魚)는 서대를 서대기, 우설어(牛舌魚),혜저어(鞋底魚),화저어(靴底魚)라고도 한다. 참서대과는 박대를 비롯해 용서대, 물서대, 칠서대, 참서대, 개서대, 흑대기, 보섭서대 등이 국내에 자생한다.

서대와 서대기는 같은 말이다. 서대의 한자명은 혀처럼 생겼다하여 설어(舌魚)라고 한다. 즉 서대의 '서'는 '혀'가 변한 말이다. 혀대->써대->서대로 음운(音韻)변화가 된 것이다. 지금도 '혀'를 '써' '쎄', '혓바닥'을 '썻바닥' '쎗바닥'이라고 말하는 사람이 있다. 여기서 설(舌 혀)'대'는 물고기를 말한다.

그러므로 '서대'는 '설대'가 변한 말일 수도 있다. 舌(설)+대(물고기)가 'ㄹ'이 탈락하여 '서대'가 된 것으로도 볼 수 있다. 서대가 소의 혓바닥 같다하여 '우설어(牛舌魚)라고도 하고 서대가 신발창 같다하여 신발 혜(鞋) 바닥 저(底) 물고기 어(魚)자를 써서 혜저어(鞋底魚), 신발 화(靴) 바닥 저(底), 물고기 어(魚)자를 써 화저어(靴底魚)라고도 한다.

조선시대 정조 연간에 남인(南人)의 영수로 활약한 번암(樊巖) 채제공(1720∼1799)의 시문집 『번암집(樊巖集)』에서 上賜舌魚一尾(상사설어일미)상께서 참서대 한 마리를 하사하고 使閣吏諭之曰(사각이유지왈)내각 하리를 시켜 하유하기를'

"此先大王所嘗嗜(차선대왕소상기)이것은 선대왕께서 일찍이 즐겨 맛보시던 것인데, 至今宮中得之以爲寶(지금궁중득지이위보)지금 궁중에서 이것을 얻고 보니 진귀하다는 생각이 들었소. 卿須悉此意以嘗之(경수실차의이상지)경은 부디 나의 이 뜻을 알고 맛보기 바라오."라고 하였다. 臣不勝感愴(신불승감창)신은 감격스럽고 서글픈 심정을 가누지 못해 문淚以賦(문루이부)눈물을 닦으면서 이 시를 지었다'라고 나온다.

정조(正祖)는 선대왕 영조(英祖)가 살아생전에 즐겨 먹던 참서대가 앞에 있지만 이미 죽은 영조에게 올릴 수 없어 안타깝다는 뜻을 번암(樊巖)에게 표현하며 참서대를 하사 하였다.

조선후기 실학자 유득공(柳得恭, 1748-1807)은『영재집』과 조선 후기의 문인 성해응(成海應 : 1760~1839)이 쓴 총서적인 전집 『연경재전집(硏經齋全集)』에서 '설어(舌魚)가 동해(東海)에서 난다'고 하였다.

그러나 조선시대의 실학자 겸 성리학자인 성호(星湖) 이익(李瀷, 1681~1763)의 『성호사설(星湖僿說)』제5권 만물문(萬物門)에'지금 서해(西海) 가운데는 설어(舌魚)란 고기가 있는데, 역시 눈은 등에 있고 입은 옆에 있는 것이 가자미와 흡사하고, 길쭉한 모습이 위(胃) 위에 있는 지라와 같다. 곽박이 가리킨 것도 이런 따위인 듯하나, '서로 나란히 하지 않고서는 다니지 못한다' 하였으니, 이는 '옛사람이 일찍이 몸소 징험하지 않고 추측으로만 해설한 것이다'라고 하였다. 이 당시만 해도 서해에 서대가 잡혔던 것 같다.

서해안에서는 말려 먹는 박대를 선호하지만 남해안에서는 회로 먹는 서대를 더 선호 한다. 서대는 박대와 달리 껍질을 벗기지 않는다. 살성이 약해 껍질을 제거하는 과정에서 살이 많이 붙어 나와 지저분해지기 십상이다.

그러다 보니 예전에 군산 사람들이 여수에 가서 인기가 없는 박대를 저렴하게 사 오고, 반대로 여수 사람들은 군산에 와서 별 인기 없는 서대를 싸게 구입해 가는 일이 흔했다고 한다.

서대는 6월과 7월이 맛있는 계절이다. 맛 좋은 참서대는 흰살 생선으로 회 뿐만아니라 조림, 구이, 찜을 해도 맛이 있다. 특히 가늘게 썬 서대와 상추, 무, 배, 당근, 양파, 오이, 상추 등을 채 썰어 넣고, 참기름, 고춧가루, 다진마늘을 넣고 막걸리식초를 이용해 무친 서대무침의 맛은 입에서 살살 녹는다는 표현이 맞을 것이다.

경상도 해안 지방에서는 명절날 동태전, 육전과 마찬가지로 서대를 노릇노릇하게 계란을 입혀 전으로 구워 먹기도 한다.

/김영복 식생활문화연구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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