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과연 일본은 떳떳한가?

  • 오피니언
  • 사외칼럼

[기고]과연 일본은 떳떳한가?

법무법인 우정 김병구 변호사

  • 승인 2023-12-03 15:45
  • 신문게재 2023-12-04 18면
  • 임병안 기자임병안 기자
2022101001000519200020441_edited
김병구 변호사
얼마전 서산 부석사 불상에 대한 소송이 10여년만에 막을 내렸습니다. 원고 대한불교조계종 서산부석사의 소송대리인으로서 처음부터 끝까지 소송을 진행하였던 변호사 입장에서 소회가 없지 않아 몇 마디 하고자 합니다.

대한불교조계종 서산부석사는 우리나라 절도범들이 일본 대마도에서 절취해 온 불상이 대한불교조계종 서산부석사의 소유라는 이유로 불상을 보관중인 대한민국을 상대로 2013년 처분금지가처분을 신청해 대전지방법원으로부터 인용결정을 받았고, 이어서 대전지방법원 본원 합의부에서 1심에 승소했습니다. 승소 이유는 왜구가 불상을 훔쳐간 사실을 인정할 수 있다는 것을 주된 골자로 했습니다. 그러나 피고 대한민국이 항소하여 대전고등법원에서 6년여 재판한 끝에 현재의 서산부석사가 고려시대의 서주부석사가 아니라는 이유로 패소하였고, 대법원에서는 현재의 서산부석사가 고려시대의 서주부석사와 동일한 사찰이고 왜구가 불상을 약탈한 사실은 맞지만, 대마도 관음사가 법인으로 성립된 1953년 1월 26일부터 20년간 점유하였으므로 취득시효 완성을 이유로 결국 일본 대만도의 관음사 소유라고 하여 최종 패소하기에 이르렀습니다.



대한불교조계종 서산부석사의 불상은 고려말 조선초 왜구들의 끝없는 노략질로 피폐해진 민초들의 삶을 상징합니다. 불상은 복장물이 1950년대에 발견되면서 제작연대와 제작주체, 제작이유 등이 분명하게 기록된 유일한 고려불상이 되었습니다. 그 역사적, 사료적 가치는 필설로 논할 수 없을 정도로 귀중한 것입니다.

이렇듯 귀중한 문화재인 대한불교조계종 서산부석사의 불상을 일본은 대법원판결이 났으므로 돌려달라고 요구합니다. 그리고 전에 없이 발빠르게 우리 외교부는 대법원판결을 존중한다고 나섰습니다. 우리 행정부가 언제부터 법원의 판결을 그리도 금과옥조처럼 존중하였던가요? 그래서 일제강점기 강제노동에 대한 손해배상판결이 대법원에서 내려졌음에도 제3자배상이라는 법에 있지도 않은 해결책을 들고 나왔던 것인가요? 혹자는 해외에 우리 문화재가 존재하는 것도 나쁘지 않으므로 빨리 반환하자고 합니다. 해외에 있는 문화재는 제국주의국가들이 자기 힘을 과시하는 도구로 전락돼 있는게 현실 아니던가요? 외국의 박물관에 생뚱맞게 쳐 박혀 있는 우리 문화재들을 봤더라면 결코 할 수 없는 주장입니다.



대법원은 이전의 관음사와는 전혀 다른 관음사라는 취지에서 법인으로서의 대마도관음사에게 시효취득을 인정했지만, 인적·물적 설비나 현황이 전혀 변하지 않고 단지 법인등기만 했을 뿐인 대마도관음사와 법인등기 이전의 관음사가 뭐가 다르다는 것인지 의문입니다. 대법원은 법인설립 이전의 관음사가 시효취득했는지 나아가 법인설립 이전의 관음사와 그 이후의 관음사에게 동일한 법인격을 부여해야 하는 것은 아닌지 더 깊이 심리했어야 한다고 봅니다. 그렇다면 결과가 과연 동일했을런지 의문입니다. 왜냐하면 왜구의 약탈품이라는 사실, 관음사는 왜구가 창건한 사찰이라는 사실은 변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6년을 끌어온 2심과 달리 대법원이 상고 후 반년만에 급히 판결 선고한 것이 유감인 이유입니다.

따라서 일본은 우선 왜구에 의한 약탈을 사과해야 합니다. 훔쳐간 불상을 오랜 기간 가지고 있었다는 사실이 자신의 도덕적 흠결을 정당화하지는 않습니다. 그리고 원래 있던 자리인 부석사에 안치하는 문제에 대해 진지하게 교섭해야 할 것입니다.

/김병구 법무법인 우정 변호사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랭킹뉴스

  1. 제1회 국제파크골프연합회장배 스크린파크골프대회 성료
  2. '방학 땐 교사 없이 오롯이…' 파업 나선 대전 유치원 방과후과정 전담사 처우 수면 위로
  3. [중도초대석] 임정주 충남경찰청장 "상호존중과 배려의 리더십으로 작은 변화부터 이끌 것"
  4. 대전·세종·충남 11월 수출 두 자릿수 증가세… 국내수출 7000억불 달성 견인할까
  5. [풍경소리] 토의를 통한 민주적 의사결정이 이루는 아름다운 사회
  1. SM F&C 김윤선 대표, 초록우산 산타원정대 후원 참여
  2. 코레일, 철도노조 파업 대비 비상수송체계 돌입
  3. 대전 신세계, 누적 매출 1조원 돌파... 중부권 백화점 역사 새로 쓴다
  4. "내년 대전 부동산 시장 지역 양극화 심화될 듯"
  5. 대전 학교급식 공동구매 친환경 기준 후퇴 논란

헤드라인 뉴스


국민의힘 대전-충남 통합 엇박자…동력저하 우려

국민의힘 대전-충남 통합 엇박자…동력저하 우려

대전 충남 통합이 내년 지방선거 승패를 결정짓는 여야의 최대 승부처 중 하나로 떠오른 가운데 국민의힘 내부에서 엇박자 행보가 우려되고 있다. 애초 통합론을 처음 들고나온 이장우 대전시장과 김태흠 충남지사 등은 이슈 선점 효과를 이어가기 위해 초당적 협력 의지를 보이고 있다. 반면, 보수 야당 지도부는 찬성도 반대도 아닌 밋밋한 스탠스로 일관하면서 정부 여당 때리기에만 방점을 찍는 모양새다. 장동혁 국민의힘 대표는 22일 대전 충남 통합과 관련 "통일교 게이트를 덮으려는 이슈 전환용은 아닌지, 대통령이 관권선거에 시동을 거는 것은 아..

대전의 스타 류현진.오상욱, 꿈씨 패밀리를 만나다
대전의 스타 류현진.오상욱, 꿈씨 패밀리를 만나다

대전의 대표 스포츠 스타인 한화이글스 류현진 선수·펜싱 국가대표 오상욱 선수와 꿈씨패밀리의 콜라보 굿즈가 23일 출시된다. 22일 대전시에 따르면 시는 7월 류현진 선수와 오상욱 선수의 소속사, 대전관광공사, 대전디자인진흥원과 함께 '류현진·오상욱×꿈씨패밀리 굿즈 공동브랜딩 상호협력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이번 협약에 따라 대전디자인진흥원이 선수별 품목 디자인을 완성했고, 대전관광공사가 제작과 유통, 판매를 맡았다. "우주올림픽 준비 대작전! 꿈씨패밀리 지구 특훈 모험!"이라는 스토리텔링으로, 각 캐릭터는 선수 특유의 귀여움과 훈훈..

`국가상징구역` 마스터플랜 확정, 2026년 이렇게 조성한다
'국가상징구역' 마스터플랜 확정, 2026년 이렇게 조성한다

에이앤유디자인그룹건축사사무소의 '모두가 만드는 미래'가 국가상징구역 마스터플랜 국제공모 최종 당선작 선정의 영예를 안았다. 강주엽 행정중심복합도시건설청장은 22일 오전 10시 30분 어진동 정부세종청사 중앙동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이와 관련한 진행 상황과 결과를 공표했다. 이번 공모는 한국토지주택공사(사장 직무대행 이상욱. 이하 LH)와 공동으로 추진했다. 당선작은 행복도시의 자연 경관을 우리 고유의 풍경인 '산수(山水)'로 해석했고,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국가적 풍경을 구현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주요 특징은 △국가상징구역을 관통하는..

실시간 뉴스

지난 기획시리즈

  • 정치

  • 경제

  • 사회

  • 문화

  • 오피니언

  • 사람들

  • 기획연재

포토뉴스

  • ‘동지 팥죽 새알 만들어요’ ‘동지 팥죽 새알 만들어요’

  • 신나는 스케이트 신나는 스케이트

  • 성금으로 잇는 희망…유성구 주민들 ‘순회모금’ 동참 성금으로 잇는 희망…유성구 주민들 ‘순회모금’ 동참

  • 시니어 모델들의 우아한 워킹 시니어 모델들의 우아한 워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