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춘하추동]마이코플라즈마 폐렴과 스타트업

  • 오피니언
  • 춘하추동

[춘하추동]마이코플라즈마 폐렴과 스타트업

김호택 삼남제약 대표

  • 승인 2023-12-05 16:23
  • 신문게재 2023-12-06 18면
  • 임병안 기자임병안 기자
김호택 삼남제약 대표
김호택 삼남제약 대표
레지던트 1년차 시절, 모시던 은사 김병길 선생님은 환자와 연구에 모두 큰 욕심을 가진 분이기에 모시기 어려웠다. 레지던트 시절에 밤 새워가며 쓴 6개의 논문 중 4개를 그 분 모시고 썼고, 겨울철 로타 바이러스에 의한 유행성 설사병이 돌 때 40여 명이라는 가장 많은 입원환자를 돌본 기록도 그 분 모실 때였다. 초년차 소아과 의사에게는 같은 설사병으로 입원한 40여 명의 아기들의 모두 그 애가 그 애 같아 혼이 나갈 정도로 정신이 없었는데, 그 어른은 하루 두 번 회진만 돌면서도 그 아기들의 상태를 종일 돌보는 나보다도 더 정확하게 알고 계셔서 너무 힘들었다.

혼도 많이 났고, 그만큼 정말 많은 것을 배울 수 있었던 시절이었다. 며칠 전에 기부와 관련해서 TV 출연할 기회가 있었기에 이 어른의 권유로 첫 번째 기부를 하게 된 사연을 소개하기도 했다. 어느 날 폐렴에 걸린 10세 정도 되는 여자 아이가 서울 시내의 다른 대학병원에서 전원되었다. 아무리 치료해도 호전이 없자 소문 듣고 찾아왔다고 했다. 그렇지만 김병길 선생님의 치료에도 차도가 없었고, 환자 상태는 계속 악화되었다. 가장 강한 항생제에도 반응하지 않았고, 백약이 무효하다고 할 정도였다.



그런데 이 아이는 정말 운이 좋았다. 거의 포기할 지경에 이르렀을 때 마침 당시에 콜드 어글루티닌 이라는 시험용 시약이 들어왔기에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이 시약으로 검사를 하고는 '유레카'를 외쳤다. 국내 최초로 마이코플라즈마라는 세균에 의한 폐렴이 소아에 발생한다는 첫 케이스를 알게 된 것이다. 그 해 늦가을부터 초봄까지 강남세브란스병원에 호흡기 증상으로 입원한 환자의 거의 90% 아이가 이 병균 감염이라는 사실을 검사로 확인했다.

그리고 당시 김교수님 모시던 이종균 박사는 마이코플라즈마 폐렴을 주제로 한 국내 최초의 논문을 발표할 수 있었고, 이 경험을 공유한 덕에 나도 소아과의사로 제법 이름 알려지는 행운을 갖게 되었다. 지금 마이코플라즈마 폐렴을 모르는 소아과 의사는 없다.



마이코플라즈마 폐렴이 다시 돌고 있다고 한다. 중국에서 난리가 났고, 태국에서는 공주 한 분이 돌아가셨다고 하니 난리 날 만 하다. 우리나라에서도 돌고 있을 것이다. 하지만 이 병은 적절한 항생제만 적기에 사용하기만 하면 잘 낫는 병이다. 전술한 환자도 최후의 상황도 각오해야 한다는 얘기까지 들었지만 마크로라이드 계통 항생제를, 그것도 먹는 약으로 투여한 뒤 하루 만에 열이 떨어졌고, 사흘 만에 병실 복도를 걸어 다닐 정도로 회복이 빨랐다.

새로운 시도는 언제나 옳다. 다만 방향과 시간이 맞을 때 성공한다. 정태희 대전상공회의소 회장의 활동을 옆에서 보면서 개인 사업뿐만 아니라 상공회의소의 운영에서도 많은 새로운 시도를 하면서 소통과 대전 과학의 힘을 믿는 진취적인 사람으로 보인다. 최근에 대전 상의가 주최한 '대전동반성장위원회'라는 모임에 참석한 일이 있는데, 젊은 성공한 기업가들이 후배 젊은 스타트 업들을 발굴하고 지원해주는 시스템을 만들기 위한 노력을 하고 있었다.

이석봉 경제부시장도 참석해서 힘을 실어주었고, 나이 많은 나도 힘을 얻을 수 있었다. 70년 넘는 역사의 기업을 운용하면서 보수적으로 방향을 잡고 있는 나에게는 젊은 영재들과의 만남이 신선했고, 젊은이들이 어떤 생각을 하는지 이해할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되기도 했다. 30년 전에 깊은 고민 끝에 마이코플라즈마 폐렴을 찾아내듯이 젊은 스타트업들이 새로운 길을 만들고 선배 기업가들이 뒤에서 밀어주면서 대전과 충남이 대덕연구단지와의 산학협력으로 발전할 수 있는 큰 동력을 만들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나이 든 사람의 특징인 노파심에서 한 가지 얘기한다면 농구선수가 가장 많이 부상 입는 경우는 슛하기 위해 점프했을 때라는 것이다. 몸의 중심 잡기가 힘들 때이다. 젊은 기업가들이 기초를 탄탄히 하고 좋은 시기에 좋은 찬스를 잡아 3점 슛을 성공시키는 일들이 많기를 소망해 본다.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랭킹뉴스

  1. [월요논단] 공공기관 2차 지방 이전, 이번에는 대전이다
  2. 김동연 경기지사, 반도체특화단지 ‘안성 동신일반산단’ 방문
  3. 대전 갑천변 수놓은 화려한 불꽃과 드론쇼(영상포함)
  4. 갑천습지 보호지역서 57만㎥ 모래 준설계획…환경단체 "금강청 부동의하라"
  5. 의정부1동 입체주차장 운영 중단
  1. [2025 보문산 걷기대회] 보문산에서 만난 늦가을, '2025 보문산 행복숲 둘레산길 걷기대회' 성황
  2. '교육부→복지부' 이관, 국립대병원 교수들 반발 왜?
  3. 최대 1만 500세대 통합재건축…대전 노후계획도시정비 청사진 첫 공개
  4. 쿠팡 개인정보 유출 2차 피해 주의보… 과기정통부 "스미싱·피싱 주의 필요"
  5. 12·3 계엄 1년 … K-민주주의 지킨 지방자치

헤드라인 뉴스


내포 농생명 클러스터 ‘그린바이오산업 육성지구’ 지정

내포 농생명 클러스터 ‘그린바이오산업 육성지구’ 지정

내포 농생명 융·복합산업 클러스터가 농림축산식품부의 '그린바이오산업 육성지구'에 1일 자로 최종 지정·고시됐다. 충남도에 따르면 이번 지정은 농식품부가 그린바이오산업 육성을 위해 추진한 것으로, 전국 11개 시도가 신청했고 최종 7곳이 선정됐다. 육성지구로 지정되면 국비 기반 공모사업 참여 자격과 기업 지원사업 가점 부여, 지자체 부지 활용 특례 등의 혜택을 받는다. 위치는 예산군 삽교읍 삽교리·상성리 일원 내포 농생명 융·복합산업 클러스터 부지로 지정 면적은 134만 2976㎡(40만 평) 규모이며, 오는 2030년 2028년까지..

`안전 지식왕`은 바로 나… 지난해 이어 2연패 퀴즈왕에 이목집중
'안전 지식왕'은 바로 나… 지난해 이어 2연패 퀴즈왕에 이목집중

충남 안전골든벨 왕중왕전을 향한 마지막 지역 예선전인 '2025 논산 어린이 안전골든벨'이 성황리에 막을 내렸다. 논산 퀴즈왕은 지난해에 이어 2연패를 달성한 학생이 차지하면서 참가학생과 학부모들의 뜨거운 관심을 모았다. 논산시와 중도일보가 주최하고 논산계룡교육지원청, 논산경찰서·소방서가 후원한 '2025 논산 어린이 안전골든벨'이 27일 논산 동성초 강당에서 개최됐다. 본격적인 퀴즈 대결에 앞서 참가 학생들은 긴장한 표정을 감추지 못했지만, 본격적인 문제풀이에 돌입하자 침착함을 되찾고 집중력을 발휘해 퀴즈왕을 향한 치열한 접전이..

대통령실 “대통령 사칭 SNS 계정 확인… 단호히 대응”
대통령실 “대통령 사칭 SNS 계정 확인… 단호히 대응”

SNS에 대통령을 사칭한 가짜 계정으로 금품을 요구하는 범죄 정황이 확인돼 대통령실이 각별한 주의를 요청했다. 전은수 대통령실 부대변인은 1일 서면 브리핑을 통해 “최근 틱톡(TikTok), 엑스(X) 등 SNS 플랫폼에서 제21대 대통령을 사칭하는 가짜 계정이 확인돼 국민 여러분께 각별한 주의를 요청드린다”고 전했다. 가짜 계정들은 프로필에 '제21대 대통령'이라는 직함과 성명을 기재하고 대통령 공식 계정의 사진·영상을 무단 도용하고 있으며, 단순 사칭을 넘어 금품을 요구하는 등 범죄 정황도 포착됐다고 전은수 부대변인은 설명했다...

실시간 뉴스

지난 기획시리즈

  • 정치

  • 경제

  • 사회

  • 문화

  • 오피니언

  • 사람들

  • 기획연재

포토뉴스

  • 청설모의 겨울나기 준비 청설모의 겨울나기 준비

  • ‘사랑의 온도를 올려주세요’ ‘사랑의 온도를 올려주세요’

  • 대전 갑천변 수놓은 화려한 불꽃과 드론쇼 대전 갑천변 수놓은 화려한 불꽃과 드론쇼

  • 대전 제과 상점가 방문한 김민석 국무총리 대전 제과 상점가 방문한 김민석 국무총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