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인칼럼]직장내 괴롭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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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인칼럼]직장내 괴롭힘

김이지 법률사무소 이지 대표변호사

  • 승인 2024-01-07 11:52
  • 신문게재 2024-01-08 18면
  • 박병주 기자박병주 기자
변호사김이지사진
김이지 법률사무소 이지 대표변호사
얼마 전 회계사와 세무사들과의 회식 자리에서 들은 이야기다. 세무대리 특히 기장대리를 하는 사무소에서는 여러 직원을 두게 되는데, 여자 직원들이 많다. 그런데 이 직원들의 이직률이 너무 높아 골치가 아프다는 것이다. 직원 이직 때문에 힘들어한 경험은 사업주들 간에 쉽게 공감대가 형성되는 주제인 듯, 금세 직원들 간의 여러 문제 사례들로 이야기꽃이 활짝 피었다. 여직원들이 그만두는 주된 이유가, 옛날에는 근로조건 문제나 개인 사정 때문이었다면, 요즘은 직원들 사이의 갈등이 아주 큰 요소라는 것이다. 직원이 여럿이면 일종의 파벌이 생기기도 하고 유독 대립하는 직원들이 있다는 것이다. 그것을 사업주가 섣불리 중재하려 들었다가는 되려 양쪽으로부터 원성을 사고 더 큰 문제를 낳게 되니, 손 놓고 바라볼 수밖에 없다는 것.

법률사무소 근무하는 법률 비서들도 요즘 이직률이 굉장히 높은데, 신참이 들어오면 일을 가르쳐주지 않고 점심시간에 빼놓는 등 견제와 따돌림이 흔하다고 한다. 결국, 몇 달 되지 않아 또 직원을 뽑아야 하는 난처한 상황이 생기는 것이다. 그 이야기를 듣고 보니, 우리 사무소 직원 둘이 서로 죽이 잘 맞아 툭하면 웃음꽃이 피는 것이 얼마나 다행인지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런데 겁을 주기를, 직원 한 명을 더 뽑게 되면 역학 구도에 변화가 생겨 어떻게 될지 모른다고, 그래서 좋은 대안은 다음번에는 다른 성별로 뽑는 것이라고.

이 같은 직장 내 갈등이 심화되면 바로 직장 내 괴롭힘이라는 법적인 문제가 된다. 근로기준법에서 규정하고 있는 '직장 내 괴롭힘'은 근로자에 대해 고용주나 다른 근로자가 직장에서의 지위나 관계에서의 우위를 이용해 업무상 적정한 범위를 넘어서 신체적 정신적 고통을 주거나 근무환경을 악화시키는 행위를 말한다.

대표적인 사례를 들면, 몇 년 전 한창 이슈가 됐던 것인데 바로 간호사 사회의 '태움'이라는 현상이다. '영혼이 재가 될 때까지 태운다'라는 의미로, 선배가 신임 간호사를 가르치는 과정에서 괴롭힘으로 길을 들이는 것을 말한다. 생명과 직결되는 의료현장에서 긴장이 조금이라도 느슨해지면 큰 사고가 발생하므로 이런 문화도 생겨난 것이 아닌가 생각되지만, 도를 지나쳐 신임 간호사가 극단적 선택을 하기에 이르렀다. 그 일을 계기로 직장 내 괴롭힘을 방치할 수 없다는 인식이 퍼졌고, 2019년 근로기준법의 개정으로 직장 내 괴롭힘 문제가 법으로 금지됐다.



그러나 법의 제정만으로 직장 내 괴롭힘 문제가 감소한 것은 아니며, 오히려 법시행 후 직장 내 괴롭힘으로 문제를 제기하는 건수가 폭발적으로 늘었다. 아마도 음성적으로 자행되고 드러나지 않던 것이 밖으로 드러나게 된 것으로 보인다. 최근 1년 이상 직장 경험이 있는 근로자들을 대상으로 한 인권위원회의 조사에 따르면 최근 1년 동안 한 번이라도 괴롭힘을 경험한 적이 있다는 사람이 73%에 달하고 매일 괴롭힘을 경험한다는 사람이 12%였다. 이 정도면 정말 보편적일 정도로 직장 내 괴롭힘이 만연해 있는 것이다.

직장 내 괴롭힘을 당하면 고용주에게 신고해 회사 내에서 일차적으로 조치를 취하게 되고 만일 이것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으면 고용노동청에 진정을 할 수가 있다. 또 괴롭힘 행위가 폭행, 모욕, 성추행 등에 해당하는 경우에는 경찰 고소 등 형사적 조치를 할 수도 있다. 하지만 법 시행 후 최근에는 노골적인 직장 내 괴롭힘은 줄고 대신 업무나 식사 배제 같은 교묘한 따돌림과 정서적 괴롭힘이 더 늘어났다고 한다. 이런 경우는 판단 기준이 모호하기 짝이 없어 직장 내 괴롭힘으로 인정받기도 쉬운 일이 아니다. 한 가지 법률가로서 조언 드릴 것은, 아무리 힘들고 억울하고 분해도 덮어놓고 고충 신고 등을 하지 말고, 그 전에 변호사 상담 후 충분한 증거를 수집해야 한다.

김이지 법률사무소 이지 대표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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