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보기]마스크 이야기

  • 오피니언
  • 세상보기

[세상보기]마스크 이야기

김대경 대전을지대병원 비뇨의학과 교수

  • 승인 2024-01-11 17:20
  • 신문게재 2024-01-12 19면
  • 이상문 기자이상문 기자
김대경 대전을지대병원 비뇨의학과 교수(세상보기)
김대경 대전을지대병원 비뇨의학과 교수
지하철 안에서 겪은 일이었다. 맞은 편 자리에 앉은 여성 한 분이 계속해서 코를 훌쩍이고 있었다. 일반적으로 비강 내 점막이 어떤 이유로든 과하게 자극되면 콧물 분비가 증가한다. 이는 신체의 자연스러운 방어기전이다.

겨울철에는 호흡기로 들어오는 찬 공기를 데우기 위해 비강 내 혈류가 늘어나며 콧물 생성이 증가한다. 자극을 주는 미세 먼지가 많은 환경에서도 콧물이 발생한다. 이런 환경 변화에 의해 발생하는 콧물은 대개 일시적이다. 시간 경과에 따라 자극이 줄며 자연스레 멈춘다.

이와 달리 알레르기성 체질인 경우에는 작은 자극으로 인해 다량의 콧물이 지속해서 나올 수 있으므로 적절한 예방적 약물 치료가 필요하다. 하지만 겨울철 콧물 발생의 주요 원인은 상기도 감염이다. 바이러스에 의한 급성 상기도 감염을 바로 '감기'이다. 감기의 가장 흔한 원인은 라이노 바이러스(rhinovirus) 이다. 코를 의미하는 '라이노'라는 접두어가 시사하듯이 이 바이러스는 비강과 인후 점막을 주요 활동 무대로 하여 관련 증상을 발생시킨다.

가만히 살펴보니 콧물을 훌쩍이던 여성은 간간이 기침도 하고 있었다. 상황을 종합할 때 잠정 진단은 감기일 가능성이 높았다. 문제는 그 여성이 마스크를 쓰지 않고 있었다는 점이다. 주변을 둘러보니 마스크를 쓴 사람은 채 절반이 되지 않았다.

일상적인 호흡으로 나오는 비말은 주위 2m 이내에 떨어지지만, 기침 시에는 3~5m 정도까지 퍼질 수 있다. 호흡기 질환을 일으키는 대부분의 바이러스는 생체 외부에서 스스로 이동하지 못한다. 비말이나 에어로졸에 포함되어 공기 흐름을 타고 이동하다가 생체 조직의 점막에 안착해야 비로소 생존과 번식을 위한 첫걸음을 시작할 수 있다.

마스크는 물리적인 방어막을 형성하여 바이러스의 접근을 줄여준다. 마스크에 장착된 필터 종류에 따라 입자를 걸러내는 능력이 차이가 있는데, KF94 마스크의 경우 평균 0.4 마이크로미터 입자를 94% 이상 차단할 수 있다. 코로나 팬데믹을 거치면서 마스크의 호흡기 감염 예방 위력과 유용성은 증명된 바 있다. 통계 자료에 의하면 팬데믹 기간 중 감기 환자가 그 전의 같은 시기에 비해 50% 이상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당연한 이야기이지만 마스크의 차단 효과는 감염원에 해당하는 사람이 착용했을 때 가장 큰 효율로 나타난다. 그러므로 마스크를 쓰지 않은 같은 칸 승객들의 안전을 위해 그 여성은 당연히 마스크를 써야 했다.

지난해 5월 정부 차원의 코로나19 종식 선언이 있었다. 실제로는 그 이전부터 팬데믹 후 '일상 회복'을 위한 방역 완화 조치들이 실행되고 있었는데, 그 중 대표적인 두 가지는 사회적 거리 두기와 마스크 착용 의무의 단계적 폐지였다. 실외의 경우 2022년 9월에 이미 해제되었고, 공식적인 종식 선언과 함께 드디어 실내에서도 마스크 착용 의무가 해제된 것이다. 사실 실외 마스크 착용 의무화 폐지 이후에는 실내 마스크 착용의 실효성에 대한 의문이 많이 제시되기도 하였다. 어쨌든 실내 마스크 착용 의무 해제는 많은 국민이 불편을 느끼며 답답해하던 부분을 시원하게 해결해 준 조치였다.

하지만 지금까지 착용 의무가 남아 있는 곳이 있다. 바로 필자의 일터인 병원이다. 종식 선언 이후 중앙방역대책본부에서 발표한 2023년 6월 1일 자 '마스크 착용 방역 지침 준수 명령 및 과태료 부과 업무 안내서'에 의하면, 감염 취약 시설 중 입소형 시설 및 병원급 의료기관의 실내는 착용 명령 적용 대상으로 분류되어 있다.

유난히 더웠던 지난 여름, KF94 마스크를 쓴 채 병원 생활을 하는 것은 무척이나 불편한 일이었다. 하지만 감염에 취약한 환자들이 많은 특성을 생각하면 병원에서의 마스크 착용은 지속되는 것이 타당하다. 아니, 병원뿐만 아니라 근접 위치에서 많은 사람과 이야기를 나누어야 하는 직종에 있는 분들은 마스크를 쓰는 것이 필요하다. 감염자와 비감염자 사이에서 본의 아니게 매개체 역할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내가 겪는 약간의 불편으로 나와 내 주변의 안전도를 높일 수 있다면 그 불편은 기꺼이 감수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생각한다.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랭킹뉴스

  1. 김해 국·공립 산림휴양시설 10월 동시 개장
  2. 경기 광주시, 환승부터 역동 개발까지 살핀다
  3. 해외 증권사 사칭해 현금·골드바 15억 가로챈 일당 검거
  4. 대전 가장교 시멘트 떨어짐 현상…시민들 안전 ‘위협’
  5. 최저 건보료 2만원 넘는데… 대전시 지원 기준은 18년째 ‘1만원’
  1. 충청권 성장엔진 이달 말 윤곽…반도체·방산·바이오 담길까
  2. 전기톱 들고 경찰과 대치한 20대… 특공대 투입해 제압
  3. ‘무궁화 축제에서 나라사랑 의미 되새겨요’
  4. 해외수출 앞둔 트위니 천영석 대표 "기술만큼 시장의 수요를 파악하는 게 핵심"
  5. 여고생 유관순·양궁부 안중근… 대전교육청 AI 영상 인스타그램서 하루 만에 26만뷰

헤드라인 뉴스


행정수도 완성의 중대 분수령… 특별법 연내 제정 총력전 돌입

행정수도 완성의 중대 분수령… 특별법 연내 제정 총력전 돌입

세종시의 행정수도 완성을 위한 범국민적 연대 조직이 13일 공식 출범하며, 특별법 연내 제정을 향한 본격적인 행보가 시작됐다. 행정수도특별법 제정을 위한 범국민대책위원회는 이날 오전 9시부터 11시 30분까지 세종시청 여민실에서 창립대회와 출정식을 개최하고, 국가균형발전의 새로운 역사적 출발점을 알렸다. 이번 대책위 출범은 과거 헌법재판소의 위헌 결정 이후 오랜 기간 지속돼 온 소모적인 논란을 종식하고, 세종시를 명실상부한 대한민국 행정수도로 법제화하기 위해 마련됐다. 조상호 세종시장은 "행정수도 완성이 수도권 일극체제와 지방소멸..

[기획] 문화를 행정수도 핵심 산업으로… 시설 정체성 살리고 특화해야
[기획] 문화를 행정수도 핵심 산업으로… 시설 정체성 살리고 특화해야

'문화예술 도시 세종'을 향한 청사진은 화려하지만, 현실은 녹록지 않다. 지역 예술 꿈나무들은 설 무대를 찾지 못해 인근 타 도시로 향하고, 시민들은 문화공연을 즐길 시설이 부족해 문화 향유에 목말라 있다. 여기에 재정난으로 주요 문화시설 건립까지 지연되면서, 세종의 문화예술 인프라가 도시의 성장 속도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세종은 언제쯤 행정수도를 넘어 시민 누구나 문화를 누리고 예술가가 지역에서 꿈을 펼칠 수 있는 도시로 나아갈 수 있을까. 세종 문화예술 인프라의 현주소와 과제를 3차례에 걸쳐 들여다본다. <편..

대전 당정, 공공기관 유치·CTX 조기 착공 힘 모은다
대전 당정, 공공기관 유치·CTX 조기 착공 힘 모은다

대전시와 더불어민주당 대전시당이 2차 공공기관 이전과 충청권 광역급행철도(CTX) 조기 착공 등 지역 현안 해결과 내년도 국비 확보를 위해 공조에 나섰다. 특히 올 하반기 이전기관과 지역 선정 등 정부의 2차 공공기관 이전 로드맵 발표가 예정된 만큼 전략적인 공공기관 유치에 당정 역량을 집중하기로 했다. 13일 대전시에 따르면, 이날 오전 옛 충남도청 대회의실에서 열린 당정협의회에는 허태정 대전시장과 장종태 더불어민주당 대전시당위원장, 박범계·조승래·장철민·박용갑·박정현·황정아 국회의원, 대전시와 시당 관계자 등 60여 명이 참석했..

실시간 뉴스

지난 기획시리즈

  • 정치

  • 경제

  • 사회

  • 문화

  • 오피니언

  • 사람들

  • 기획연재

포토뉴스

  • ‘자동차 불법 튜닝 안됩니다’ ‘자동차 불법 튜닝 안됩니다’

  • 대전시-더불어민주당 대전시당 당정협의회 대전시-더불어민주당 대전시당 당정협의회

  • 대전 가장교 시멘트 떨어짐 현상…시민들 안전 ‘위협’ 대전 가장교 시멘트 떨어짐 현상…시민들 안전 ‘위협’

  • ‘무궁화 축제에서 나라사랑 의미 되새겨요’ ‘무궁화 축제에서 나라사랑 의미 되새겨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