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언스칼럼] 극저온을 벗어나기 위한 노력, 양자 기술 소재 연구

  • 오피니언
  • 사이언스칼럼

[사이언스칼럼] 극저온을 벗어나기 위한 노력, 양자 기술 소재 연구

손원혁 한국원자력연구원 첨단양자소재연구실 선임연구원

  • 승인 2024-01-18 17:08
  • 신문게재 2024-01-19 18면
  • 임효인 기자임효인 기자
clip20240118093203
손원혁 한국원자력연구원 첨단양자소재연구실 선임연구원
21세기 기술의 화살은 우리 삶을 빠르게 관통해 가고 있다. 이 화살은 인공지능(AI), 전기차, 블록체인 기술을 넘어 이제 곧 양자 기술까지 관통해 지나갈 것이다. 양자 기술은 우리가 보지 못하는 아주 미시 세계의 입자들을 이용한다. 이런 입자들을 양자라고 부르는데, 원자를 이루는 전자, 양성자, 중성자 그리고 원자들의 복합체인 분자까지도 포함하는 개념이다. 양자 기술은 보안성을 매우 높일 수 있는 통신암호 분야, 측정의 정밀도와 감도를 획기적으로 높일 수 있는 센서 분야, 놀라운 계산 능력을 제공하는 컴퓨팅 분야 등에 이용될 수 있다. 양자의 세계는 머리카락 한 올 두께보다도 훨씬 작아서 우리가 일반적으로 느끼고 접하는 세계와 다르다. 작동하는 방식 역시 우리와는 전혀 다르다. 이런 양자의 세계에서 일어나는 현상을 제어하고 이용해 우리 삶을 크게 바꿀 기술, 그것이 바로 양자 정보 기술이다.

양자 정보 기술 중에서 우리가 자주 접하는 이름이 하나 있다. 바로 양자컴퓨터다. 흔히 우리가 사용하는 실리콘 반도체 기반의 컴퓨터 연산은 0과 1의 디지털 신호를 이용한다. 기본 연산 단위는 비트(bit)로 순차적으로 정보를 처리하는 방식이다. 그러나 양자컴퓨터는 0과 1의 상태를 동시에 가질 수 있는 '중첩' 상태를 허용한다. 양자 연산의 기본 단위인 큐비트(qubit)의 '얽힘' 상태를 이용하면 정보를 중첩시켜 동시에 연산할 수 있다. 이 때문에 양자컴퓨터는 '복잡하게 얽혀있는' 일상 속 문제를 해결하는데 엄청 빠르다고 알려져 있다. 하지만 양자컴퓨터를 실제로 구현하는 데는 큰 문제가 있다. 큐비트를 이용하는 양자 시스템은 너무 민감해서 연산을 하는 시스템의 주변 환경에 영향을 쉽게 받는다. 이로 인해 오류가 발생할 가능성이 높은데, 오류 발생의 가장 큰 원인은 바로 열이다. 그것도 아주 미세한 열.

현재 양자 연산을 위한 시스템은 대표적으로 5~6개 정도로 압축할 수 있는데, 열에 의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가장 앞선 기술이 초전도체 기반 큐비트 시스템이다. 초전도 현상은 초전도 물질을 절대 0도 근처인 영하 270도 이하의 아주 차가운 온도로 냉각했을 때, 전자 두 개가 쌍을 이루며 움직이고 전기저항이 0이 되는 양자 현상이다. 초전도의 설명만 들어도 극저온으로 냉각하는 것이 필수 조건이란 걸 금방 알 수 있다.

하지만 극저온 상태를 유지하는 것만으로는 부족하다. 외부로부터 약간이라도 열이 침투하면 초전도 큐비트의 결맞음 상태가 깨질 가능성이 높다. 결맞음은 양자가 가지런히 정렬된 현상으로 양자컴퓨터의 연산 성능을 좌우한다. 결맞음 상태는 온도가 낮을수록 잘 유지되므로 초전도 큐비트를 안정적으로 이용하려면 초전도가 발생하는 온도보다 훨씬 낮은 온도를 유지해야 한다. 이 온도는 절대 0도인 영하 273.15도에 아주 근접한다. 때문에 고성능의 냉각기 등이 필요하고, 저전력의 소형화된 시스템을 구현하기가 매우 어려워진다.

이러한 극저온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많은 연구들이 이뤄지고 있다. 극저온 냉동기의 효율을 올린다거나, 초전도에 자기장이 침투해 발생한 플럭스 상태를 이용해 결맞음을 높인다거나 하는 등의 연구들이 수행되고 있다. 하지만 초전도에 머무르지 않고 새로운 개념과 새로운 소재를 찾아 연구하는 방법도 꾸준히 진행되고 있다. 필자가 속한 한국원자력연구원 첨단양자소재연구실에서는 최근 국제 공동연구를 통해 터븀인듐산화물이라는 물질에서 상온에서도 양자 얽힘 상태가 나타날 수 있는 가능성을 실험적으로 밝히며 네이처 피직스에 논문을 게재했다. 향후 양자컴퓨팅 및 양자 센서 소자의 설계에 큰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앞으로도 양자 기술에 필요한 성능을 갖춘 새로운 소재를 연구해 양자 기술 소재 분야에 혁신을 가져올 수 있도록 계속 노력할 것이다. 손원혁 한국원자력연구원 첨단양자소재연구실 선임연구원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랭킹뉴스

  1. 李정부 2차 공공기관 이전 초읽기…대전 '우선 배치' 촉각
  2. 가을 제철 수산물 가격 들썩… 꽃게·전어 두 배 급등
  3. 스토킹 피해 신고했던 전 연인 살해 40대 구속
  4. 온통대전, 카드 없이 QR코드로 결제한다… 정부 지원율 변화도 관심
  5. 대전혁신센터, 스케일업 투자지원 민간운영사 업무협약
  1. 대전시의회, 이효식 대전도시공사 사장 후보 '인사청문회'
  2. 국정자원 대전 잔류 위해 추가 부지 발굴… 유치 경쟁 속 대응 본격화
  3. '양성자 암치료센터' 건립 나선 세종, 중부권 첨단의료 거점 노린다
  4. '충효예 정신' 충남 교육현장에 본격… ‘사랑의 일기’는 축소 운영
  5. 대전 선도지구 선정 방식 변경에 재도전 구역 희비 교차

헤드라인 뉴스


`세종 행정수도` 11월 중대 기로…법안 심사에 예산 확보전까지

'세종 행정수도' 11월 중대 기로…법안 심사에 예산 확보전까지

세종 행정수도 완성을 위한 입법과 예산 확보 절차가 맞물리면서 중대 분수령을 맞이했다. 11월 국회에서 행정수도특별법 심사와 중앙행정기관 추가 이전을 뒷받침할 재원 확보가 시험대에 함께 오르면서다. 여기에 세종시 재정 문제와 얽힌 핵심 법안까지 일몰을 앞두고 마지노선에 봉착하면서 정기국회 내 현안들을 매듭지을 수 있을지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28일 국회에 따르면 내달부터는 내년도 본예산에 대한 상임위원회별 예비심사가 본격화할 예정이다. 당장 이번 예산 심사에선 지난 13일 정부가 발표한 2차 중앙행정기관 세종 이전 계획안을 다루게..

대전이노베이션아카데미, `AI 혁신의 새 장을 열다`
대전이노베이션아카데미, 'AI 혁신의 새 장을 열다'

대전의 미래 산업과 대한민국 소프트웨어(SW) 생태계의 패러다임을 바꿀 거점인 '대전이노베이션 아카데미'가 28일 14시 대전시 서구 월평동서 공식 개소식을 갖고 본격적인 운영에 들어간다. 교육 과정은 AI 활용 인재를 양성하는 네이티브 과정(5개월)과 인공지능 올인원 과정(18개월)으로 운영된다. 대전시와 진흥원은 대전이노베이션아카데미 개소를 시작으로 지역 AI 및 소프트웨어(SW) 생태계를 이끌어갈 핵심 거점으로 이끄는 한편, 대전시는 대전이노베이션아카데미가 대한민국 ICT 생태계의 판도를 바꾸고, 지역 성장의 새로운 동력을 창..

[르포] 합친 지 27년, 도시 이름까지 바꿨다… 단바사사야마의 생존법
[르포] 합친 지 27년, 도시 이름까지 바꿨다… 단바사사야마의 생존법

수도권 일극 체제와 지방소멸 위기에 대응할 해법으로 추진된 충남·대전 행정통합이 첫 출범 목표를 이루지 못한 채 다시 출발선에 섰다. 하나의 경제·생활권을 구축하고 지역 경쟁력을 높이겠다는 구상이었지만, 주민 동의와 재정·권한 이양 등 해결해야 할 과제도 분명해졌다. 행정구역을 하나로 묶는 것만으로 통합의 성공이 보장되는 것은 아니다. 앞서 행정통합을 경험한 일본과 대만 역시 행정 효율화와 재정 기반 강화라는 기대 속에 주민 갈등과 재정 부담, 지역 간 불균형이라는 숙제를 마주했다. 본보는 일본의 헤이세이 대합병과 오사카 행정체제..

실시간 뉴스

지난 기획시리즈

  • 정치

  • 경제

  • 사회

  • 문화

  • 오피니언

  • 사람들

  • 기획연재

포토뉴스

  • 미래 진로직업 체험 미래 진로직업 체험

  • 올가을 들어 가장 추운 날씨 올가을 들어 가장 추운 날씨

  • ‘스토킹에 의한 여성 살해 국가가 책임져라’ ‘스토킹에 의한 여성 살해 국가가 책임져라’

  • 스토킹 살해 피의자 영장실질심사 스토킹 살해 피의자 영장실질심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