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도시평] 총론 찬성, 각론 반대를 넘어서

  • 오피니언
  • 중도시평

[중도시평] 총론 찬성, 각론 반대를 넘어서

  • 승인 2024-02-06 14:16
  • 신문게재 2024-02-07 18면
  • 김흥수 기자김흥수 기자
이근찬
이근찬 우송대 보건의료경영학과 교수
작년 말, 필자가 속한 대학에서는 다른 대학의 총장을 초청해 특강을 진행했다. 이 특강에서 대학의 생존의 승패는 변화에 대한 대학 구성원의 '총론 찬성, 각론 반대'를 극복하는 자세가 필요하다는 점을 강조했다. '총론 찬성, 각론 반대'라는 말은 필자의 연구분야 중 2000년 의약분업 사태에서 직접 들었다.

2000년 2월 17일 여의도 광장에서 진행된 의약분업 반대 의료계 결의대회에서 당시 대한의사협회 의권쟁취투쟁위원장은 이렇게 말했다. "의약분업은 의약품의 오남용을 획기적으로 개선해 국민 건강권 신장의 계기가 될 수 있는 좋은 제도임에 틀림없습니다. 하지만 정부의 충분한 재정 마련 없이, ..(중략)… 한다면 그 취지는 퇴색되고 국민의 경제적 부담을 증가하면서 의료계의 생존을 위협하는 상황을 만들 것입니다."

작년부터 진행된 의과대학 정원 확대 논의에서도 동일한 논리의 각론 반대가 제기됐다. 정부는 필수의료 강화와 고령화에 따른 의료수요 증가에 대응하기 위해 의과대학 정원을 확대하고자 했다. 의료계는 필수의료, 지역의료 문제를 해결을 필요하다는 것은 동의하나, 필수의료에 대한 지원 정책을 우선적으로 시행해야 한다고 주장하며 의과대학 정원 확대에 반대하고 있다. 정부는 의료계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의과대학 정원을 확대하겠다고 밝히고, 의료계는 지역의료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 중요하지만 정부가 일방적으로 정책을 추진하지 않겠다는 약속을 어기고 있다고 주장하며 반대하고 있다.

'그러나, 하지만'의 남용이 문제다. 정책을 논의하는 과정에서는 이 접속부사를 금지하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용을 권장하는 행정 명령을 내려야 하지 않을까 하는 공상을 해본다. 정책 결정에서는 상대의 입장을 이해하는 것을 기초로 하여, 이해 관계 차이의 폭을 줄이는 노력이 필요해 이를 제도적으로 보장하는 합의 규칙을 정하는 것이 중요하다. 윤리철학자 존 롤즈는 무지의 베일이란 개념으로 정의를 설명하였다. 각 집단이 처한 상황에 따라 사회 질서의 가치판단을 하는 것이 아니라, 베일을 쓰고 있어서 나와 상대를 비교할 수 없을 상황에서, 자신이 혜택을 받은 집단일 수 있고, 행정 권한이 있을 수도 있고, 역량이 있을 수도 있고, 역량이 없을 수도 있을 수 있는 상황에서 어떤 사회가 바람직한 사회인지를 생각하는 자세를 가져야 함을 말하고 있다.

덧붙여 상대에 대한 이해가 필요하다. 의료계는 낮은 진료비 가격 정책에 의해서 하루에 보는 환자수가 다른 나라의 의사에 비해 몇 배나 되고 있으며, 대학병원은 의사 인력 부족으로 소아 중환자실을 줄여야 하는 상황까지 됐는데도 의료계의 일방적인 희생을 강요하고 실효성 있는 해결책을 수립하지 않았다고 비판한다. 국민들은 진료시에, 실손 보험이 있는 지 물어보면서 비급여 진료를 권장하는 이야기를 보고 듣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자신의 아이들은 의과대학에 입학시키고 싶어 한다. 이러한 상황에서 갈등과 문제의 조정자로서 정부의 노력은 큰 효과를 보이지 않았다.

김소연 시인은 '마음사전'에서 이해란 가장 잘한 오해이고, 오해란 가장 적나라한 이해라고 말했다. 합의가 필요한 분야에서는 합의의 규칙을 만들어, 대화해 타협을 이루고자 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내가 원하는 내 모습으로 나를 잘 오해해준다는 것이 이해이다. 오해보다는 이해로부터 대화는 시작돼야 한다.

단, 오해가 필요한 분야가 있다. 오해란 비판적으로 생각한다는 것에 다름이 아니다. 올해는 우리 지역의 일꾼을 뽑는 국회의원 입후보자들의 공약을 살펴볼 때이다. 국회의원 후보자가 보여주지 않고자 했던 것을 어떻게 꿰뚫어 보았느냐 하는 생각을 들 정도로, 그들의 공약이 지역 주민과 국가의 행복과 권리를 증진시키는 공약인지, 실현 가능성이 있은 공약인지를 비판적으로 따져봐야 한다. 국회의원의 세비와 결정하는 예산은 우리가 피땀 흘려 번 월급에서 떼어가는 소득세와, 일상의 스트레스 풀기 위해 마시는 소주와 피우는 담배에 부과되는 부가가치세를 통해 마련되기 때문이다. 내가 번 돈 쓰는 너희들, 잘 해야 돼! /이근찬 우송대 보건의료경영학과 교수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랭킹뉴스

  1. 전례없는 늑대 포획 계획에 커지는 수색방식 논란
  2. 민주당 세종시의원 10개 선거구 '본선 진출자' 확정
  3. 대전동물원 '늑구' 생포 직전 포위망 달아나… "건강·은신구역 확인, 포획 가능성↑"
  4. 기자 눈에도 보였던 늑구 포획 실패한 이유는?
  5. 이춘희→조상호 향해 "헛공약·네거티브 전략" 일침
  1. 지역 학원가 '동구 글로벌 드림캠퍼스' 운영 방식 항의서한
  2. 김도경 초대회장 “회원들의 든든한 울타리, 대전경제 새역사 쓰겠다”
  3. 취업 후에도 학자금 상환에 허덕이는 청년들…미상환 체납액 역대 최대
  4. 대전창조경제혁신센터 '피엑스프리메드'에 1억 원 시드 투자
  5. 양승조·용혜인, '산업혁신·기본사회·민주분권' 결합한 정책협약 체결

헤드라인 뉴스


2029년 `서울 청와대→세종 집무실` 대통령 시대 요원

2029년 '서울 청와대→세종 집무실' 대통령 시대 요원

문재인·윤석열 전 정부에서 시작된 '청와대 이전' 움직임이 이재명 새 정부에서 어떻게 완성될지 주목된다. 문 전 대통령은 광화문 시대를 준비했으나 좌절됐고, 윤석열 전 정부는 용산 시대를 열었으나 결국 얼룩진 역사만 남겼다. 이재명 새 정부는 올 초 도로 청와대로 컴백한 만큼, 2030년 임기까지 판을 바꾸는 과감한 시도를 할지는 미지수다. 수도권 정치권 등 기득권 세력들은 여전히 대통령실의 지방 이전에 극렬히 반대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규연 대통령실 홍보소통수석의 14일 긴급 브리핑이 한 걸음 더 나아가지 못한 배경이 여기에 있다..

편의점 업계 비닐봉지 가격 인상·발주량 제한에 편의점주들 `예의주시`
편의점 업계 비닐봉지 가격 인상·발주량 제한에 편의점주들 '예의주시'

편의점 업계가 매장에서 쓰는 비닐봉지 가격을 인상하거나 발주량을 제한하고 나섰다. 중동 전쟁으로 비닐 원재료인 나프타 가격이 급격히 오른 데 따른 조치인데, 편의점주 등은 고정 지출이 커지진 않을까 우려 섞인 목소리를 낸다. 14일 편의점 업계에 따르면 세븐일레븐은 최근 매장에서 점주들이 쓰레기를 담을 때 사용하는 비닐봉지 가격을 최대 39% 인상했다. 세븐일레븐이 점주에게 제공하는 비닐봉지는 50매 묶음으로 총 네 종류다. 검정 비닐봉지 큰 사이즈는 77원에서 106원으로 37.7% 인상했으며 작은 사이즈는 57원에서 78원으로..

학교에서 또… 계룡 교사피습에 도교육청 예방 체계 미흡 지적
학교에서 또… 계룡 교사피습에 도교육청 예방 체계 미흡 지적

충남 계룡 교사 피습 사건이 발생하면서 교육현장의 위기가 다시 수면 위로 떠올랐다. 형태는 다르지만 과거 비슷한 사건이 벌어진 바 있어 충남교육청의 시스템 구축이 미흡했던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또 충남 학생인권조례도 교사 신변보호에 제약이 된다는 주장도 제기된다. 14일 경찰 등에 따르면 전날인 13일 오전 8시 40분께 계룡의 한 고등학교에서 교사와 상담을 하던 학생이 미리 준비한 흉기로 교사에게 해를 가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피해 교사는 즉시 병원으로 옮겨졌고 다행히 생명에 지장은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 해당 학생은 중학..

실시간 뉴스

지난 기획시리즈

  • 정치

  • 경제

  • 사회

  • 문화

  • 오피니언

  • 사람들

  • 기획연재

포토뉴스

  • 세월호 참사 12주기, ‘잊지 않겠습니다’ 세월호 참사 12주기, ‘잊지 않겠습니다’

  • 대전오월드 인근에서 목격된 ‘늑구’ 포획에 나선 경찰들 대전오월드 인근에서 목격된 ‘늑구’ 포획에 나선 경찰들

  • 대전시 선관위, 지방선거 50여일 앞두고 투표참여 캠페인 대전시 선관위, 지방선거 50여일 앞두고 투표참여 캠페인

  • 초여름 날씨에 등장한 반팔 초여름 날씨에 등장한 반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