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 설] 중도일보 지면으로 돌아본 명절풍경 '그땐 그랬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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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 설] 중도일보 지면으로 돌아본 명절풍경 '그땐 그랬지~'

  • 승인 2024-02-08 11:00
  • 신문게재 2024-02-08 2면
  • 정바름 기자정바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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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족 고유의 명절 설이 다가오고 있다. 시대 별로 사회적 분위기에 따라 설날 모습도 달랐다. 중도일보 신문 아카이브를 통해 설 특집 보도를 보며, 당시 명절 모습, 변화한 설 풍경을 살펴본다. <편집자 주>

◆ 되찾은 우리의 '설'

"되찾은 민족 고유의 명절 설날을 맞아 1700만 명의 민족대이동이 벌어지고 있다. 정부가 민속의 날로 명맥을 이어오던 설날을 올부터 정식으로 공휴일로 지정하자 그간 정부 방치과 신정 연휴 등으로 신정을 쇠던 공무원 등 대부분의 시민들이 되찾은 명절을 맞아 마음 놓고 고향을 찾고 있어 2중과세의 폐단도 사라질 것으로 보인다" <중도일보 1989년 2월 4일 자 1면 기사 中>

1989년은 90년 만에 우리의 명절 '설'을 되찾은 날이었다. 1895년 을미개혁 후 태양력을 수용하게 된 우리나라는 해방 이후 80년대 후반까지 양력 1월 1일을 설날로 지정했으나 음력 1월 1일에 맞춰 명절을 보내는 풍습은 여전히 남아 있었다. 이에 민속 문화를 계승, 발전시키자는 뜻에서 1985년부터 음력 1월 1일을 국가 공휴일인 민속의 날로 지정했다. 1989년부터는 정부가 '관공서의 공휴일에 관한 규정'을 개정함에 따라 음력설이 공식적인 설 명절로 자리 잡게 됐다.



"처음으로 3일간의 설날 연휴가 시작되는 26일 아침부터 전쟁을 방불케 하는 본격적인 민족대이동이 시작됐다. 26일 역과 고속·시외버스 터미널 등이 귀향 인파로 북새통을 이루는가 하면 고속도로는 줄 이은 차량 행렬로 움직이는 주차장을 연상케 하는 등 명절 다운 명절을 실감케 하고 있다" <중도일보 1990년 1월 26일 1면 기사 中>

1990년에는 설날(음력 1월 1일)이 사흘 공휴일로 결정됐다. 연휴였던 양력설은 하루만 쉬는 것으로 정해졌다. 당시 우리나라 인구의 절반가량인 2000만 명이 설 명절에 고향을 찾을 것으로 예상했다. 당시 대전역은 승하차객 3만여 명이 찾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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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 연휴 민심을 잡기 위한 노력은 이때도…

"설 연휴를 전후한 지방 선거 입후보예정자들의 움직임이 분주하다. 강화된 선거법으로 선물을 돌리거나 현수막 내걸기 등 선거철이면 흔히 볼 수 있었던 진풍경은 사라진 대신 입후보예정자들은 각종 경조사, 종친회, 동문회, 향우회 등을 찾아 얼굴을 내미는 등 몸으로 때우기 식의 선거 운동에 열을 올리고 있다" <중도일보 1995년 1월 29일자 1면 기사 中>

1995년에는 제1회 전국동시지방선거가 열렸다. 처음으로 광역자치단체장을 선출하는 첫 선거였다. 당시 불법선거운동 단속이 강화되기도 했다. 전화를 이용해 이름을 알리는 것이 신종 사전운동방법으로 등장하고, 현수막 홍보 대신 각종 모임을 알리는 광고문이 늘었다. 출마예정자들은 각종 사조직을 만들어 연대를 확인하는 모임을 가졌다. 하지만, 설 연휴 정치인들의 열띤 선거활동이 수그러지는 시기도 있었으니 1998년 IMF 사태 때다.

"IMF 한파 속에 맞는 설 연휴 기간 지역 의원들이 주머니 사정과 쌓이는 민원으로 쫓기고 있다. 오는 5월 지방선거를 앞두고 설 연휴 기간 집중적인 지역구 활동을 벌어야 할 국회의원 및 지방의원들이 '명절 대책' 비용을 마련치 못해 대면접촉을 꺼리고 있기 때문이다…이와 관련해 자민련의 충남지역의 한 의원은 『설 명절 때 벌어지는 마을 윷놀이나 관내 경로당에 금일봉을 쾌척해야 하지만 금년에는 건너뛸 생각이라며, 광범위한 지역구민 접촉보다 핵심 당직자들을 대상으로 설 아침 떡국 한 그릇 나눌 계획』이라고 말했다" <중도일보 1998년 1월 26일 4면 기사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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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에 따라 설 분위기도 달랐다

"전통명절인 설날을 하루 앞두고 백화점·시장 등에는 설빔 각종 선물세트 제수용품 등을 구입하려는 막바지 손님들로 입추의 여지 없이 크게 붐볐다" <중도일보 1990년 1월 26일 자 11면 기사 中>

"불경기 및 한보 부도 파문 등의 영향으로 설 명절에 주고받던 선물 풍속도가 달라지고 있다. 예년의 경우 선물세트로 주류를 이루던 참치캔·식용류·세제류·젓갈류 등 대중적인 품목이 이번 설에는 전혀 팔려나가지 않고 있다…이처럼 중저가의 선물 세트가 팔리지 않는 것은 형편이 어려워진 각 기업체마다 예년과는 달리 직원들에게 설 명절 세트를 돌리지 않을 뿐 아니라 거래처에 돌리던 선물마저 최소화하거나…" <중도일보 1997년 2월 7일 자 19면 기사 中>

"설을 맞는 마음들이 무겁다. 팔월 한가위와 더불어 민족 최대의 명절이라 했던 설마저 IMF 한파에 꽁꽁 얼어버렸기 때문이다. 예년 같으면 설 연휴 기준에 들떠 여행계획도 세웠겠지만, 이번 설은 어쩐지 부담스러운 게 서민들의 솔직한 심정이다" <중도일보 1998년 1월 26일 자 사설 中>

1997년 1월 23일 한보 철강의 부도를 시작으로 곧이어 IMF 외환위기가 터져 우리나라는 3년 8개월간 경제적으로 큰 어려움을 겪었다. 암울한 상황은 설 특집 지면에도 고스란히 드러났다. 설 연휴 TV 프로 소개 기사에는 '재탕·삼탕'이라는 표현이, 설 손님 상차림을 소개하는 기사 제목은 '가짓수 줄이되 맛깔스럽게', 설 세시풍속을 설명하는 특집 기사에는 '액은 물러가고 복은 깃들거라'라는 제목이 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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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동백서 예법이라더니…이제는 "과일 안 올려도 돼"

"대한주부 클럽이 제안한 차림법에서는 음식가짓수를 대폭 축소한 차례상을 권장하고 있다…그러나 상차림의 기본형식은 갖추어야 한다고 지적한다. 즉 생선을 동쪽에, 육류는 서쪽에 놓는 어동육서, 생선머리를 동쪽에 두는 동두서미, 붉은 과일은 동쪽에 흰 과일은 서쪽에 놓는 홍동백서, 대추, 감배의 순서를 지키는 조율시이 등은 따라야 한다" <중도일보 2000년 2월 4일 8면 기사 中>

"민속 최대 명절인 설 연휴가 끝나면, 시민들이 명절증후군에 시달리고 있다. 주부들은 명절 음식 장만과 시부모와의 갈등 등으로 남편들은 장시간 운전으로 명절이 지나고 나면 육체적, 정신적 피로가 가중되는 증상에 시달린다" <중도일보 2010년 2월 16일 5면 기사 中>

"올 설날에는 차례상을 위해 힘들게 전을 부치지 않아도 된다. 성균관의례정립위원회와 성균관유도회총본부, 한국유교문화진흥원은 설 연휴를 앞두고 올바른 세배법을 알리고 설 차례상을 간소화하라고 권고했다…과일은 순서에 상관없이 올려도 된다" <중도일보 2023년 1월 20일 9면 기사 中>

설날 차례상의 예법을 강조하는 시절도 있었지만, 명절마다 벌어지는 K-며느리들의 고달픔에 최근에는 성균관에서 마저 차례상 간소화를 권고할 정도다. 2023년 성균관의례정립위원회는 홍동백서(제사상에 붉은 과일은 동쪽에 흰 과일은 서쪽에 놓는 일), 조율이시(대추, 밤, 배, 감을 놓는 순서)는 예법 문헌에도 없는 표현이라고 못 박았다.

한편, 여성이 일하는 것에 부정적인 시절도 있었다. 주부가 일을 하면 가계 소비가 더 늘어난다는 것인데, 이를 확인하기 위한 통계 기사가 나올 정도였다.

"주부 취업 시 가구의 소비성향이 늘어난다는 통념과는 달리 우리 주부들은 직장 일과 집안일의 이중부담에서 벗어나지 못하기 때문에 가계의 쓰임새는 오히려 주는 것으로 나타났다…주부가 취업한 맞벌이 가정은 전업 주부가정에 비해 월평균 가계소득은 1만 891원 더 많지만, 월평균 소비지출은 오히려 4만 4658원이 적다" <중도일보 1988년 2월 9일 8면 기사 中>
정바름 기자 niya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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