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남조 시인의 문학적 가치를 조명하다

  • 사람들
  • 뉴스

김남조 시인의 문학적 가치를 조명하다

전 중도일보 기자 출신 방승호 문학평론가 <김남조 시의 정동과 상상> 발간하다

  • 승인 2024-02-06 23:52
  • 수정 2024-02-07 00:08
  • 한성일 기자한성일 기자
1013905_853368_4923
방승호 문학평론가
방승호_김남조_시의_정동과_상상(입체표지)
“김남조 시인은 우리 곁을 떠났어도 시인의 상상은 우리를 떠나지 않았습니다.”

한국 서정시의 커다란 흐름을 이어온 김남조 시인의 문학적 가치를 조명한 평론집이 나와 관심을 모으고 있다.

전 중도일보 기자이자 문학박사인 방승호 문학평론가의 『김남조 시의 정동과 상상』이 푸른사상사의 〈현대문학연구총서 58>로 출간됐다. 김남조 시인이 작고하기 전 꼭 받아보고 싶어했던 이 책은 독자적인 서정의 길을 구축하며 시를 통해 희망을 전했던 시인 김남조의 문학에 주목한 연구서이다. 방승호 문학평론가는 정동 이론과 상상의 개념을 통해 김남조 문학을 이해하고, 상상의 힘과 시에 대한 진정성을 논하며, 시인이 지향하는 시론의 본질을 탐색한다. 이 책은 세대를 넘어 문단 원로와 젊은 평론가 사이의 약속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남다르다.

방승호 평론가는 “주체 권력을 타파하고 모든 존재가 공존하고 상생하기를 희망하는 탈주체적 사유가 김남조 시의 본질”이라고 강조했다. 특히 방 평론가는 “김남조 시인께 이 책을 바친다”며 “이 책은 문단의 양 끝에 있던 두 사람의 약속이면서 모두를 향한 새로운 약속의 시작이기도 하다”고 말했다. 그는 “이 책을 기점으로 김남조 시인의 논의가 더 활발해지기를 바란다”며 “우리에게 선물한 시인의 사랑. 이제는 그 사랑에 보답할 차례”라고 말했다.

김남조 시인은 생전에 "이 논문이 방 박사와 나 사이에 가장 큰 사건입니다"라고 말한 바 있다.

방승호 평론가는 “문학은 앞으로 나아가기 위해 먼저 뒤를 밝혀 보이는데 이것이 문학이라고 생각한다”며 “문학은 보이지 않는 것을 밝힘으로 미래를 엿보고, 은폐된 존재를 감각의 층위로 끌어올려 생명을 부여하는데 김남조 시인이 말한 것도 이와 다르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눈앞에 있는 것만 보려고 하지 않고, 어떠한 현상이나 존재의 뒤를 돌아보라는 말. 그렇게 시간의 저편으로 사라지는 것들을 호명하고 그들의 부재를 역설적 현존으로 다시 회복시키는 일이 김남조 시인과 저의 약속이었던 셈”이라며 “이것은 또한 부끄러움을 무릅쓰고서라도 그 약속을, 시인에 관한 연구로 가장 먼저 지키려 하는 이유이기도 하다”고 말했다.

그는 “이 책의 키워드는 정동과 상상”이라며 “정동 이론은 시인의 사랑이 펼쳐지는 과정을 이해하는 데 필요했다”고 말했다. 또 “시인의 사랑은 정서라는 단어로 파악하기에는 그 과정이 길고도 깊었다”며 “그 과정을 사후적으로 '사랑'이라고 단정하는 것은 선험적으로 정해진 길을 답습한다는 느낌이 들었다”고 말했다. 그는 “ 어떠한 마주침에 의해 일어나는 과정적 차원의 정서적 움직임을 밝히고자 정동이라는 개념을 선택했다”며 “논의 과정에서 스파노자, 들뢰즈, 마수미, 누스바움, 벤야민의 이론을 참조했다”고 전했다.

이 책은 한국 문학사에 중요한 흐름을 이어온 김남조 시인의 시 세계를 주목한다. 김남조는 노천명과 모윤숙으로 대표되는 여성 시인들과 이후 세대를 잇는 서정 시인이다. 김남조는 해방기의 혼란 속에서 기도와 구원의 자세로 정념의 세계를 탐구하며 여성 주체의 정서적 깊이를 심화했다.

방 평론가는 “김남조는 섬세한 감각으로 사랑과 애상의 정서를 형상화하며 우리나라의 전통적 흐름을 창조적으로 계승한 시인”이라며 “천주교 신자로서 체득한 신앙적 사유를 속죄와 기도의 자세로 형상화하기도 했다”고 말했다.

방 평론가는 이 책을 통해 기존 연구에서 그간 주목되지 못했던 김남조 시의 문학적 가치를 새롭게 조명했다. 정동 이론과 상상의 개념을 통해 김남조 문학을 이해하고, 상상의 힘과 시에 대한 진정성을 논하며, 시인이 지향하는 시론의 본질을 탐색하고자 했다. 자신만의 서정의 길을 걸어오며 희망을 전달했던 김남조의 긍정과 사랑의 시학을 이해하는 일은 혼란스러운 현실을 살아가는 우리에게도 많은 점을 시사해준다.

이 책은 3부로 이루어져 있다. 1부에서는 김남조 시에 관한 기존 연구를 검토한다. 나아가 시인의 사랑이 펼쳐지는 과정을 이해하고 정서적 움직임을 밝히고자 '정동'이라는 키워드에 주목했다. 한국전쟁을 겪은 여성 주체로서 시인이 느꼈던 감정을 분노와 멜랑콜리를 중심으로 탐색하고, 분노의 표출과 해소의 과정 등을 분석했다. 2부에서는 시인의 상상을 다룬다. 시인의 생태학적 사유를 신유물론의 시각에서 재해석했고, 시쓰기에 몰입했던 시인의 열정을 살펴보고 이를 진정성의 개념에서 풀이했다. 3부에서는 시의 형식을 조명했다. 시의 리듬을 율격과 시행 차원에서 다루었다. 특히 김남조의 대표작 중 하나인 「겨울 바다」의 본래 형식과 개정된 형식을 비교 분석해 이러한 구조주의적 차이를 ‘앙장브망’(프랑스어 enjambement.앞 행의 끝 구절이 다음 행에 걸치어 있는 시구(詩句))의 차원에서 살펴보았다. 아울러 김남조 시에 나타난 감각 이미지와 비유 이미지의 형상화 양상을 살펴보고, 은유와 직유가 적용되고 변형되는 형상을 서술했다.

한편 방승호 평론가는 대전 출생으로 충남대 국어국문학과에서 박사 학위를 받았다. 2022년 『시작』에 발표한 <지옥에서 남겨진 시체-허수경 유고시론>으로 신인상을 받으며 평론 활동을 시작했다. 디아스포라와 정동 이론, 신유물론에 관심이 많다.


한성일 기자 hansung007@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랭킹뉴스

  1. 봉명동 시대 가고 '옥산 시대' 온다… 청주 농수산물 시장의 화려한 변신
  2. 전광석화처럼 뚫린 대전 숙원사업… 멈춘 현안들 속도전
  3. 내일부터 고유가 피해지원금 지급…첫 주는 출생년도 끝자리 요일제 적용
  4. 세종교육감 2차례 여론조사… 단일화 효과 반영되나
  5. 한밭대 우주국방첨단융합학과, 미래 안보·우주 인재 양성
  1. 출연연 공통행정 반대 목소리 잇달아 "중앙집중 통제 수단 변질"
  2. 한밭수목원 봄 나들이
  3. [주말 사건사고] 4월 마지막 주말, 화재로 인명·재산피해 잇따라
  4. "부동층 잡아라" 대전교육감 예비후보 세 결집 표심 쟁탈전
  5. 지난해 둔산·탄방 엘리베이터 나흘에 한번씩 멈췄다

헤드라인 뉴스


[기획] 선거때마다 장밋빛 청사진… 선거 끝나면 흐지부지 ‘찬밥’

[기획] 선거때마다 장밋빛 청사진… 선거 끝나면 흐지부지 ‘찬밥’

6월 3일 지방선거를 앞두고 여야는 최대격전지이자 민심 바로미터인 충청 민심 잡기에 골몰하고 있다. 정치권은 선거철마다 지역 현안의 장밋빛 청사진을 제시하며 충청의 표를 애걸한다. 광역교통망 구축과 국가사업 유치, 대전교도소 이전, 원도심 활성화, 청년 유출 대응 등이 그것이다. 하지만, 선거가 끝나면 여러 국정 현안에 우선순위가 밀리면서 흐지부지 되기 일쑤다. 지역 미래 성장동력 확충을 위한 주요 현안 상당수가 이처럼 해법을 찾지 못한 채 표류하고 있는 것이다. 이에 중도일보는 충청의 명운이 달린 6·3 지방선거를 30여 일 앞두..

"맛있는거 사먹을거에요" 고유가 피해지원금 신청 시작… 취약계층 발길
"맛있는거 사먹을거에요" 고유가 피해지원금 신청 시작… 취약계층 발길

27일 점심시간을 앞두고 찾은 대전 중구 오류동 행정복지센터. 민원실은 각종 서류를 발급받으려는 시민들로 붐볐지만, 한쪽에 마련된 고유가 피해지원금 신청 창구는 지난해 민생회복 소비쿠폰 지급 때와 달리 비교적 한산했다. 긴 대기줄과 혼잡은 보이지 않았고, 조용히 신청을 마치고 돌아가는 시민들만 오갔다. 이날 창구에서 신청을 마친 차상위계층 오 모(70) 씨 얼굴에는 옅은 미소가 번졌다. 오 씨는 지원금으로 무엇을 할 생각이냐는 물음에 "우리 같은 영세한 사람들은 이럴 때 한번 기분 내는 거지"라면서 "지인들과 맛있는 걸 사 먹을 계..

"파티원 구합니다"… 고물가 장기화에 대형마트·배달음식 소분
"파티원 구합니다"… 고물가 장기화에 대형마트·배달음식 소분

고물가 시대, 대형마트에서 상품을 나누거나 배달음식을 여러 사람이 소분하는 음식 나눔 모임이 생겨나고 있다. 그동안 창고형 대형마트 등에서 구매한 물품을 서로 나누는 형식은 자주 목격됐으나, 고물가 장기화에 일반 대형마트와 배달음식을 나누는 새로운 형식의 모임으로 진화하는 모습이다. 27일 중고거래 플랫폼 당근과 SNS 등에는 대형마트부터 배달음식까지 다양한 분야의 소분 모임이 형성되고 있다. 이마트와 롯데마트, 홈플러스 등에서 구매한 상품을 N분의 1하는 형식의 소분 모임이 중심이다. 설명 글에는 "각종 마트와 온라인 쇼핑몰에서..

실시간 뉴스

지난 기획시리즈

  • 정치

  • 경제

  • 사회

  • 문화

  • 오피니언

  • 사람들

  • 기획연재

포토뉴스

  • 고유가 피해지원금 취약계층부터 지급 시작 고유가 피해지원금 취약계층부터 지급 시작

  • ‘3칸 굴절차량’ 실제 도로주행도 무난히 통과 ‘3칸 굴절차량’ 실제 도로주행도 무난히 통과

  • ‘초단기 계약, 임금 꼼수’…아파트경비원 처우 개선 촉구 ‘초단기 계약, 임금 꼼수’…아파트경비원 처우 개선 촉구

  • 한밭수목원 봄 나들이 한밭수목원 봄 나들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