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요광장] 인구감소와 일자리에 대한 시각 전환의 필요성

  • 오피니언
  • 목요광장

[목요광장] 인구감소와 일자리에 대한 시각 전환의 필요성

권선필 목원대학교 경찰행정학부 교수

  • 승인 2024-02-07 17:17
  • 신문게재 2024-02-08 18면
  • 심효준 기자심효준 기자
권선필 교수
권선필 목원대학교 경찰행정학부 교수
인구소멸이 최근 가장 중요한 정책 이슈로 떠오르고 있다. 대전의 경우도 인구감소 추세가 나타나기 시작한 것은 2014년, 그리고 인구 150만이 무너진 것이 2018년이었고, 이제는 2027년이면 초고령 사회에 진입할 것으로 예상된다.

가장 확실하게 미래를 예측할 수 있는 데이터 중 하나가 인구이기 때문에 인구를 중심으로 미래를 예측하고 그에 따른 대비책을 마련해야 하는 것이 정책의 기본이라 할 수 있다. 그러나 최근에 저출생 고령화와 인구소멸 문제에 대한 정책 대안들을 보면 아직도 낡은 사고방식에 매였다는 것이 드러난다.



무엇보다 인구 변화에 대한 예측을 정확하게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는 위험성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인구가 줄어들 것이라는 예측이 나온 것은 10년도 넘었고, 그 추세가 분명하게 나타난 것도 10년이 다 되어 가는데 아직도 인구가 줄어들 것이라는 사실에 대해서 무감각하게 받아들이고 있는 것 같다. 말로는 인구감소라고 하지만, 실제로 인구감소를 전제로 모든 정책이 개발되고 추진되는가 생각해보면 아직도 인구가 늘어날 것이라는 허상에 기대있는 정책들이 한둘이 아닌 것을 발견한다.

당장 주택이나 도로와 같은 도시 인프라 사업을 보면 인구문제와는 전혀 무관하게 추진되고 있는 것 같다. 인구가 줄어드는 만큼 주택 수요가 줄어들지 않고 오히려 여전히 주택 공급은 계속되고 있다. 그 결과는 한쪽에서는 빈집이 늘어나고 있지만 다른 쪽에서는 주택가격이 계속 올라가는 지역 격차 재산 격차를 키우는 주범이 되고 있다. 1인 가구가 급격히 늘어나서 주택 수요가 계속될 것이라는 주장도 있지만, 기존의 주택지역을 개선해서 대응하는 것이 아니라 신규건설로 수요를 맞추면서 주택가격 상승만 가져왔지, 주택 수요와 관련된 문제는 큰 영향이 없었던 것으로 보인다.



인구감소에 대한 대응으로 일자리가 더 늘어야 한다고 하는 주장도 면밀한 검토가 필요하다. 좋은 일자리가 많아지면, 외지인구의 유입이 늘어날 것이라는 희망을 제시하고 있지만, 지난 몇 년간 진행되었던 공공기관 유치를 보더라도 인구 유입에는 크게 도움이 안 된다는 것이 확실하다. 좋은 일자리가 많아지면 특히 청년 인구가 지역을 떠나는 것도 막을 수 있다고 생각하는 정책에 대해서도 치밀한 검증을 해야 한다.

민선 8기 이장우 대전시장은 물론 지자체 단체장들의 공약을 살펴보면 일자리 창출과 관련된 정책들을 대거 내세우고 있다. '산업용지 500만 평 조성', '디지털 바이오헬스단지', '중촌 벤처밸리', '4차산업집적 복합단지', '미래융복합산업단지' 등과 같이 공단을 만들겠다는 공약이 대표적인 사례들이다.

실현 가능성이 없는 헛공약이 될 가능성이 크다는 점도 문제지만, 근본적으로 이들 공약이 전제하고 있는 공단을 만들면 일자리가 생긴다는 것은 과장된 주장이다. 또한, 일자리가 생긴다고 지역을 떠나지 않는 것이 아니다. 오히려 공단이 생겨도 좋은 일자리는 생기지 않고, 좋은 일자리가 생긴다고 청년들이 떠나지 않는 것도 아니다.

최근 들어 공무원 시험 경쟁률이 급격히 하락하고 있다. 교사와 공무원과 같은 안정적인 평생직장이라 할 수 있는 좋은 일자리를 꿰찬 청년 중 합격 후 1년 이내에 그만두는 비율이 급격히 늘고 있다. 실제로 통계청의 경제 활동 인구조사에 따르면 첫 일자리를 그만둔 청년층은 65.6%이고, 첫 직장 근속기간이 평균 1년 6.8개월이라고 한다. 청년층을 잘 모르는 정책들이다.

인구문제나 쳥년문제를 아직도 일자리와 연결해서 생각하는 구시대적 사고로는 제대로 된 해결책을 내놓을 수 없다. 기성세대의 성장이나 노동의 관점으로는 이해하기 어려운 현상이 이미 벌어지고 있고, 10여 년 이상 계속 악화되고 있는데도 불구하고 아직도 경제 성장과 조직 논리, 노동 윤리에 기반한 사회를 생각하고 있는 낡은 사고방식으로는 인구소멸이나 사회경제적 양극화 같은 시대적 과제를 풀 수 없을 것이다.

일과 삶의 균형을 추구하는 탈물질적 가치관, 국가와 개인의 대립적 관계를 극복하게 해주는 지역사회와 공동체 의식, 사회의 다양성에 대한 감수성이 없는 정책은 이제 더는 효과적이지 않을 것이 분명하다.

/권선필 목원대학교 경찰행정학부 교수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랭킹뉴스

  1. [날씨]대전·충남 1~5㎝ 적설 예상…계룡에 대설주의보
  2. 건양어린이집 원아들, 환우를 위한 힐링음악회
  3. 세종시체육회 '1처 2부 5팀' 조직개편...2026년 혁신 예고
  4. 코레일, 북극항로 개척... 물류망 구축 나서
  5. 대전 신탄진농협, 사랑의 김장김치 나눔행사 진행
  1. 세종시의원 2명 확대...본격 논의 단계 오르나
  2. [교단만필] 잊지 못할 작은 천사들의 하모니
  3. 충남 김, 글로벌 경쟁력 높인다
  4. 세종시 체육인의 밤, 2026년 작지만 강한 도약 나선다
  5. [아이 키우기 좋은 충남] “경력을 포기하지 않아도 괜찮았다”… 우수기업이 보여준 변화

헤드라인 뉴스


`대통령 세종 집무실`, 이 대통령 임기 내 쓸 수 있나

'대통령 세종 집무실', 이 대통령 임기 내 쓸 수 있나

대통령 세종 집무실 완공 시기가 2030년에도 빠듯한 일정에 놓인 것으로 확인됐다. 이재명 대통령의 재임 기간인 같은 해 6월까지도 쉽지 않아 사실상 '청와대→세종 집무실' 시대 전환이 어려울 것이란 우려를 낳고 있다. 이 대통령은 임기 내 대통령 세종 집무실의 조속한 완공부터 '행정수도 완성' 공약을 했고, 이를 국정의 핵심 과제로도 채택한 바 있다. 이 같은 건립 현주소는 이재명 대통령이 지난 12일 어진동 정부세종컨벤션센터에서 가진 2026년 행복청의 업무계획 보고회 과정에서 확인됐다. 강주엽 행복청장이 이날 내놓은 업무보고안..

세종시의원 2명 확대...본격 논의 단계 오르나
세종시의원 2명 확대...본격 논의 단계 오르나

'지역구 18명+비례 2명'인 세종특별자치시 의원정수는 적정한가. 2026년 6월 지방선거를 앞두고 '19+3' 안으로 확대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다. 인구수 증가와 행정수도 위상을 갖춰가고 있으나 의원정수는 2022년 지방선거 기준을 유지하고 있어서다. 2018년 지방선거 당시에는 '16+2'로 적용했다. 이는 세종시특별법 제19조에 적용돼 있고, 정수 확대는 법안 개정을 통해 가능하다. 12일 세종시의회를 통해 받은 자료를 보면, 명분은 의원 1인당 인구수 등에서 찾을 수 있다. 인구수는 2018년 29만 4309명, 2022년..

`금강을 맑고푸르게` 제22회 금강환경대상 수상 4개 기관 `한뜻`
'금강을 맑고푸르게' 제22회 금강환경대상 수상 4개 기관 '한뜻'

금강을 맑고 푸르게 지키는 일에 앞장선 시민과 단체, 기관을 찾아 시상하는 제22회 금강환경대상에서 환경과 시민안전을 새롭게 접목한 지자체부터 저온 플라즈마를 활용한 대청호 녹조 제거 신기술을 선보인 공공기관이 수상 기관에 이름을 올렸다. 기후에너지환경부 금강유역환경청과 중도일보가 공동주최한 '제22회 금강환경대상' 시상식이 11일 오후 2시 중도일보 4층 대회의실에서 개최했다. 이날 행사에는 유영돈 중도일보 사장과 신동인 금강유역환경청 유역관리국장, 정용래 유성구청장, 이명렬 천안시 농업환경국장 등 수상 기관 임직원이 참석한 가운..

실시간 뉴스

지난 기획시리즈

  • 정치

  • 경제

  • 사회

  • 문화

  • 오피니언

  • 사람들

  • 기획연재

포토뉴스

  • 병원도 크리스마스 분위기 병원도 크리스마스 분위기

  • 트램 2호선 공사현장 방문한 이장우 대전시장 트램 2호선 공사현장 방문한 이장우 대전시장

  • ‘자전거 안장 젖지 않게’ ‘자전거 안장 젖지 않게’

  • ‘병오년(丙午年) 달력이랍니다’ ‘병오년(丙午年) 달력이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