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국에서] 클린스만 감독, 레드카드!

  • 오피니언
  • 편집국에서

[편집국에서] 클린스만 감독, 레드카드!

김흥수 경제부 차장

  • 승인 2024-02-12 12:29
  • 신문게재 2024-02-13 18면
  • 김흥수 기자김흥수 기자
KakaoTalk_20191013_171443825
김흥수 경제부 차장
2023 카타르 아시안컵이 끝났다. 11일 열린 결승전에서 개최국인 카타르가 요르단에 3-1 승리를 거두며 2연패를 거뒀다.

하지만 우리들의 아시안컵은 일찌감치 끝났었다. 황금세대로 불리는 스쿼드로 64년 만에 우승을 꿈꿨던 대한민국은 4강전에서 요르단에 완패를 당했다. '월드클래스' 손흥민을 비롯해 황희찬, 김민재, 이강인 등 유럽 빅리그에서 활약하는 역대 최고 전력이라는 평가를 받았던 터라, 국민들의 실망감은 더욱 컸다.

무엇보다 경기력이 형편없었다. '졸전' 그 자체였다. 공격은 무딘 칼날 같았고, 중원은 무능했으며, 수비는 허술하기 짝이 없었다. 경기시작 10분 만에 "오늘은 졌다"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클린스만호가 소위 '선수 빨'로 승리해 온 것이라 믿었던 터라 오히려 잘됐다 싶었다.

사실, 클린스만 감독의 말처럼 아시안컵 4강이라는 성적은 역대 대회를 통틀어봐도 무난한 수준이다. 그럼에도 감독을 경질하라는 국민동의청원까지 등장하는 등 국민 여론이 들끓고 있다. 단지, 대한민국(FIFA 랭킹 23위)보다 한 수 아래로 평가되는 요르단(FIFA 랭킹 87위)에게 패배했기 때문일까?

그 이유는 클린스만 감독의 축구 철학에 대한 의문과 평소 업무 태도를 들 수 있을 것 같다.

클린스만호는 조별리그에서부터 여러 가지 전술적인 문제점을 노출했지만, 선수 개개인 기량에만 의존한 방식은 바뀌지 않았다. 조 2위로 힘겹게 올라간 대표팀은 사우디아라비아와의 16강전, 호주와의 8강전에서 연이어 연장 혈투를 벌이며 힘겹게 목표를 향해 나아갔다. 피날레는 요르단과의 4강전이었다. 연거푸 연장전을 치른 선수들은 체력에 한계를 드러냈고, 단 한 개의 유효슈팅도 없이 완벽하게 무너졌다.

무엇보다 클린스만 감독의 축구는 뚜렷한 전술이 없었다. 후방에서의 빌드업과 중원에서의 탈압박, 전방에서의 다양하고 세부적인 부분 전술로 상대진영을 무너뜨리는 현대축구 흐름과는 거리가 멀었다. 특히 스타급 선수 몇 몇의 개인 능력에만 의존했고, 팀 조직력은 찾아보기 어려웠다. '뻥 축구', '해줘 축구'라는 비난을 듣기에 충분했다. 수차례 신들린 선방을 보여준 골키퍼 조현우가 없었더라면 아마도 더 많이 실점했을 것이다. 결국, 선수들의 자율성을 중요시한 클린스만 감독의 축구 철학은 방임이었고,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었다.

이와 함께 클린스만 감독의 평소 업무 태도도 문제점으로 지목된다. 대회 이전부터 재택근무로 선수들을 원격 지휘를 하는가 하면, 툭하면 해외로 나가는 등 성실하지 못한 모습을 보였고, 대회가 끝난 뒤에는 "여론이 좋지 않은 이유를 모르겠다, 대표팀이 옳은 방향으로 성장하고 있다"는 등 국민 정서와 동떨어진 반응을 보이며 귀국 이틀 만에 미국으로 떠났다. 대회 내내 우리나라 대표팀이 실점 또는 패배했을 때 보인 의미를 알 수 없는 미소도 국민감정을 자극하기에 충분했다.

기자에게 위르겐 클린스만 감독은 1990년대 선수 시절 독일의 스트라이커로 맹활약한 '빅 네임드'로 각인돼 있다. 그랬던 그가 우리나라 대표팀의 지휘봉을 잡는다는 소식을 듣고 반가워했던 기억이 난다. 하지만 뚜껑을 열어보니 아무것도 없었다.

클린스만 감독의 자질에 대한 의구심은 사실 이전부터 있었던 모양이다. 2000년대 독일 대표팀 주장이었던 필립 람(Philipp Lahm)은 자서전에서 "감독은 전술적인 지시는 거의 없었고, 경기 전에 우리가 어떻게 경기를 할 것인지 알아서 모여야 했다"고 밝힌 바 있다.

모든 선택에는 언제나 대가가 따른다. 감독을 경질할 경우 위약금이 60억~70억원에 달한다고 하지만, 필요하다면 '레드카드'도 꺼내야 한다. 아시안컵 대회 내내 아무것도 증명하지 못한 그에게 2026년 열릴 월드컵까지 대표팀 지휘봉을 맡길 수는 없지 않을까?

김흥수 경제부 차장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랭킹뉴스

  1. 전례없는 늑대 포획 계획에 커지는 수색방식 논란
  2. 민주당 세종시의원 10개 선거구 '본선 진출자' 확정
  3. 이춘희→조상호 향해 "헛공약·네거티브 전략" 일침
  4. 지역 학원가 '동구 글로벌 드림캠퍼스' 운영 방식 항의서한
  5. 김도경 초대회장 “회원들의 든든한 울타리, 대전경제 새역사 쓰겠다”
  1. 취업 후에도 학자금 상환에 허덕이는 청년들…미상환 체납액 역대 최대
  2. 대전창조경제혁신센터 '피엑스프리메드'에 1억 원 시드 투자
  3. 양승조·용혜인, '산업혁신·기본사회·민주분권' 결합한 정책협약 체결
  4. [사설] 행정수도 특별법 '법안소위' 이제 끝내야
  5. [지선 D-50] 與 대전시장 경선 허태정 승리…이장우와 4년만의 리턴매치

헤드라인 뉴스


2029년 `서울 청와대→세종 집무실` 대통령 시대 요원

2029년 '서울 청와대→세종 집무실' 대통령 시대 요원

문재인·윤석열 전 정부에서 시작된 '청와대 이전' 움직임이 이재명 새 정부에서 어떻게 완성될지 주목된다. 문 전 대통령은 광화문 시대를 준비했으나 좌절됐고, 윤석열 전 정부는 용산 시대를 열었으나 결국 얼룩진 역사만 남겼다. 이재명 새 정부는 올 초 도로 청와대로 컴백한 만큼, 2030년 임기까지 판을 바꾸는 과감한 시도를 할지는 미지수다. 수도권 정치권 등 기득권 세력들은 여전히 대통령실의 지방 이전에 극렬히 반대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규연 대통령실 홍보소통수석의 14일 긴급 브리핑이 한 걸음 더 나아가지 못한 배경이 여기에 있다..

편의점 업계 비닐봉지 가격 인상·발주량 제한에 편의점주들 `예의주시`
편의점 업계 비닐봉지 가격 인상·발주량 제한에 편의점주들 '예의주시'

편의점 업계가 매장에서 쓰는 비닐봉지 가격을 인상하거나 발주량을 제한하고 나섰다. 중동 전쟁으로 비닐 원재료인 나프타 가격이 급격히 오른 데 따른 조치인데, 편의점주 등은 고정 지출이 커지진 않을까 우려 섞인 목소리를 낸다. 14일 편의점 업계에 따르면 세븐일레븐은 최근 매장에서 점주들이 쓰레기를 담을 때 사용하는 비닐봉지 가격을 최대 39% 인상했다. 세븐일레븐이 점주에게 제공하는 비닐봉지는 50매 묶음으로 총 네 종류다. 검정 비닐봉지 큰 사이즈는 77원에서 106원으로 37.7% 인상했으며 작은 사이즈는 57원에서 78원으로..

학교에서 또… 계룡 교사피습에 도교육청 예방 체계 미흡 지적
학교에서 또… 계룡 교사피습에 도교육청 예방 체계 미흡 지적

충남 계룡 교사 피습 사건이 발생하면서 교육현장의 위기가 다시 수면 위로 떠올랐다. 형태는 다르지만 과거 비슷한 사건이 벌어진 바 있어 충남교육청의 시스템 구축이 미흡했던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또 충남 학생인권조례도 교사 신변보호에 제약이 된다는 주장도 제기된다. 14일 경찰 등에 따르면 전날인 13일 오전 8시 40분께 계룡의 한 고등학교에서 교사와 상담을 하던 학생이 미리 준비한 흉기로 교사에게 해를 가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피해 교사는 즉시 병원으로 옮겨졌고 다행히 생명에 지장은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 해당 학생은 중학..

실시간 뉴스

지난 기획시리즈

  • 정치

  • 경제

  • 사회

  • 문화

  • 오피니언

  • 사람들

  • 기획연재

포토뉴스

  • 세월호 참사 12주기, ‘잊지 않겠습니다’ 세월호 참사 12주기, ‘잊지 않겠습니다’

  • 대전오월드 인근에서 목격된 ‘늑구’ 포획에 나선 경찰들 대전오월드 인근에서 목격된 ‘늑구’ 포획에 나선 경찰들

  • 대전시 선관위, 지방선거 50여일 앞두고 투표참여 캠페인 대전시 선관위, 지방선거 50여일 앞두고 투표참여 캠페인

  • 초여름 날씨에 등장한 반팔 초여름 날씨에 등장한 반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