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염홍철 칼럼] 56. 종교는 가난한 사람들과 항상 함께 해야

  • 오피니언
  • 사외칼럼

[염홍철 칼럼] 56. 종교는 가난한 사람들과 항상 함께 해야

  • 승인 2024-02-15 12:00
  • 현옥란 기자현옥란 기자
염홍철칼럼
염홍철 국립한밭대 명예총장
2024 다보스 포럼에서는 사회적 불평등과 양극화 문제는 수면 위에 떠오르지도 않았다고 전해지고 있습니다. 기후 위기와 함께 시대가 안고 있는 최악의 문제인 사회적 불평등이 진지하게 논의되지 않았다는 것은 매우 실망스러운 일입니다. 그러나 그 배경은 짐작할 만하지요. 그것은 지구상 어느 나라도 완벽한 공정 분배는 이뤄질 수 없기 때문에 사회적 불평등의 해소 방안을 논의하는 데 한계가 있지요. 그렇더라도 빈부격차의 축소를 위한 진지한 논의가 이뤄져야 했습니다. 세계적 지도자들의 비겁한 책임 회피입니다.

과거 대전시(市)에서는 그러한 노력을 했었지요. 관(官)주도 복지 공급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민관(民官)협력 복지 모델인 '복지만두레' 시책을 도입한 바 있지요. 복지만두레는 지역에 있는 각종 종교단체와 시민단체, 병·의원, 자원봉사자 등 잠재적 복지 공급자들이 지역의 소년소녀가장, 독거노인, 자립이 어려운 장애인, 극빈자 등을 지역단위에서 스스로 돌보고 정을 나누어 공동체 문화를 만들어 나가기 위한 것이었습니다. 사회적 약자를 돕는 것을 '관'에만 맡기지 않고 '민'이 공동으로 해결하는 지역사회 접근이지요.

복지만두레 시책을 시행하면서 가장 적극적인 활동을 한 기관은 라이온스, 로타리 등 봉사단체와 종교단체였습니다. 실제로 모든 종교가 공유하는 심오한 가치 중 하나는 가지지 못한 사람들을 돌보는 일이 아니겠습니까? 교회, 성당, 사찰에서 동(洞) 단위 지역과 결연을 맺어 어려운 분들에게 많은 도움과 위로를 주었습니다.

'사회적 자본'을 이론화시키고 사회적 격차 해소에 앞장선 로버트 퍼트넘 하버드대 교수도 종교가 가지고 있는 도덕적 책무를 부각시키면서, 성경 구절을 소개한 바 있습니다. (이하, 로버트 퍼트넘, '우리 아이들' 345-6 참조) 잠언 29장 7절은 "착한 사람은 가난한 사람들의 사정을 돌보지만 나쁜 사람들은 아랑곳하지 않는다"고 쓰고 있고, 마가복음 10장 21절과 25절에서 예수는 한 신앙심 깊은 부자에게 훈계하기를 "가난한 자를 위해 모든 것을 포기하라"고 하였습니다. 그 이유는 "부자가 하나님 나라에 들어가는 것보다는 낙타가 바늘귀로 빠져나가는 것이 더 쉬운 것이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많은 성직자나 스님들은 어렵고 가난한 사람과 항상 함께했지요. 이와 관련하여 프란치스코 교황은 봉사의 가장 중요한 점은 우리가 이웃을 돌봐야 한다는 깊은 도덕적 의무라고 상기시켰습니다. 그러면서 어느 인터뷰에서 현재 종교에서 가난한 사람들에 대한 도덕적 의무를 망각한 것을 지적하였습니다. "우리는 가난한 이의 부르짖음에 공감하지 못하고, 다른 사람의 고통에 울어주지 못하고, 그들을 도울 필요성을 느끼지 못하게 되었습니다. 마치 이 모든 일이 우리의 책임이 아니라 누군가 다른 사람의 책임인 것처럼 말입니다. 우리가 가난한 사람을 소외시킬 때 우리는 그들에게 불의를 행하는 것입니다" 마치 한국 교회에 대해 일갈하는 것 같았습니다.

아주 일부이지만, 대형 교회의 부자 세습, 목회자의 성적 타락과 투명하지 못한 교회 재정은 무엇을 의미하나요? 교회가 모든 아이들이나 가난한 사람들에게 보다 많은 기회를 제공해야 하며 그러한 이상적인 삶의 모습은 선(善)을 행하는 것입니다. 선은 경제적으로나 사회적으로 가장 취약한 계층을 사랑하고 돌보는 일입니다. 만일 이것을 거역하면 신의 명령을 부정하는 것이 아닐까요?

그렇다면 모든 종교가 원하는 삶은 바로 선함을 행하는 것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가난한 사람들에 대한 연민과 역지사지하는 마음가짐, 그리고 그것을 실천하는 것이지요.

염홍철 국립한밭대 명예총장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랭킹뉴스

  1. 서울공항 인근 도심 상공 전투기 곡예비행... 안전불감증 도마
  2. 옛 파출소·지구대 빈건물 수년씩… 대전 한복판 중부경찰서도 방치되나
  3. <속보> 이상민 국민의힘 대전시당위원장 별세
  4. AI 시대 모두가 행복한 대전교육 위해선? 맹수석 교수 이끄는 미래교육혁신포럼 성료
  5. [기고] 전화로 모텔 투숙을 강요하면 100% 보이스피싱!
  1. 충남도 "해양생태공원·수소도시로 태안 발전 견인"
  2. ['충'분히 '남'다른 충남 직업계고] 논산여자상업고 글로벌 인재 육성 비결… '학과 특성화·맞춤형 실무교육'
  3. 충남교육청 "장애학생 취업 지원 강화"… 취업지원관 대상 연수
  4. 태안국제원예치유박람회 조직위, 준비상황보고회 개최
  5. "도민 안전·AI 경쟁력 높인다"… 충남도, 조직개편 추진

헤드라인 뉴스


납세자 늘어도 세무서 3곳뿐… 대전시 세정 인프라 태부족

납세자 늘어도 세무서 3곳뿐… 대전시 세정 인프라 태부족

대전의 경제 규모가 커지면서 납세자가 급증하고 있지만, 세무서가 3곳에 불과해 세무서 신설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더불어민주당 조승래 의원(대전 유성구갑)이 국세청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대전시의 2024년도 주요 세목별 신고인원은 2019년 대비 부가가치세 17.9%, 종합소득세 51.9%, 법인세는 33.9% 증가했다. 또 대전의 2023년도 지역내총생산(GRDP)은 54조원으로, 전년 대비 3.6% 성장해 전국 17대 시·도 중 두 번째로 높은 증가율을 기록했다. 납세 인원 역시 2019..

`정부세종청사 옥상정원` 가치 재확인… 개방 확대는 숙제
'정부세종청사 옥상정원' 가치 재확인… 개방 확대는 숙제

조선시대 순성놀이 콘셉트로 대국민 개방을 염두에 두고 설계된 '정부세종청사 옥상정원(3.6km)'. 2016년 세계에서 가장 큰 옥상정원으로 기네스북에 오른 가치는 시간이 갈수록 주·야간 개방 확대로 올라가고 있다. 정부세종청사 옥상정원의 주·야간 개방 확대 필요성이 점점 커지고 있다. 주간 개방은 '국가 1급 보안 시설 vs 시민 중심의 적극 행정' 가치 충돌을 거쳐 2019년 하반기부터 서서히 확대되는 양상이다. 그럼에도 제한적 개방의 한계는 분명하다. 평일과 주말 기준 6동~2동까지 매일 오전 10시, 오후 1시 30분, 오후..

전국 대학 실험실 발생 사고 매년 200건 이상…4월 사고 집중 경향
전국 대학 실험실 발생 사고 매년 200건 이상…4월 사고 집중 경향

최근 3년간 대학 내 실험실에서 발생한 사고로 매년 200명 이상이 부상을 입은 것으로 나타났다. 16일 국회 교육위원회 소속 문정복 의원(더불어민주당, 경기 시흥갑)이 한국교육시설안전원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2023년부터 2025년 8월까지 최근 3년간 전국 대학 연구실 사고로 총 607명의 부상자와 1명의 사망자가 발생했다. 같은 기간, 대학 내 실험실 사고로 지급된 공제급여는 총 8억 5285만 원에 달한다. 특히 4월에 매년 사고가 집중되는 경향이 나타났다. 2023년 4월에 33명, 2024년 4월에 32명, 2..

실시간 뉴스

지난 기획시리즈

  • 정치

  • 경제

  • 사회

  • 문화

  • 오피니언

  • 사람들

  • 기획연재

포토뉴스

  • 빛으로 물든 보라매공원 빛으로 물든 보라매공원

  • 나에게 맞는 진로는? 나에게 맞는 진로는?

  • 유성국화축제 개막 준비 한창 유성국화축제 개막 준비 한창

  • 이상민 전 의원 별세에 정치계 ‘애도’ 이상민 전 의원 별세에 정치계 ‘애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