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동길의 문화예술 들춰보기] 선량의 유비무환(有備無患) 넋두리

  • 오피니언
  • 여론광장

[양동길의 문화예술 들춰보기] 선량의 유비무환(有備無患) 넋두리

양동길/시인, 수필가

  • 승인 2024-02-23 00:00
  • 김의화 기자김의화 기자
돌이켜보니 살아온 삶이 건성건성 아니었나, 반성하게 된다. 하다못해 늘 사용하고 있는 전화기조차 제대로 알지 못한다. 전화 걸고 받고, 메시지 송수신하는 것이 거의 전부다. 억지춘향 위안으로 삼자면, 세상일 모두 정통하고 살 수야 없지 않은가?

정작 소중한 것은 공부하지 않는다. 빛, 물, 공기, 바람, 눈비 등 자연현상에 대해 얼마나 알고 있을까, 직접적으로 생명과 관계가 깊은데 말이다. 공부하고 태어난 것도 아니지만, 성장하고, 지아비가 되고, 아비가 되는 등 다가오는 일상생활에 대해 얼마나 준비하였나. 사회적 역할은 얼마나 고민해보았나, 남편 될 공부는 해보기나 하고 결혼 한 것인가. 좋은 아비가 되기 위해 얼마나 노력하였나. 더불어 살아가는데 필요한 작은 기여라도 할 수 있는지 살펴보았나, 자신 있게 답할 수 있는 것이 하나도 없다. 준비 없이 살아낸 것이 참 용하다.

아무런 준비 없이 주위에서 본 대로, 흘러가는 대로 산다는 것이 얼마나 부적절한 일인가. 좋은 사람, 좋은 환경이 곁에 있다면 그나마 다행스런 일이다. 마중지봉(麻中之蓬) 아닌가. 구불구불한 쑥도 꼿꼿한 삼과 함께 자라면 곧게 자라는 것이다. 맹자 어머니는 그 중요성을 이미 깨우치고 있었던 것 아니랴. 맹모삼천지교의 위대성이 새삼 느껴진다.

교생실습 나갔을 때 일이다. 배워온 교육학, 평소 바라보며 생각했던 교사상 및 교육관과 교육현장이 너무 달라 지도교사께 질의 하였더니 망설이지 않고 답한다. 그런 투철한 이상, 사명감도 이삼년 지나면 사라지고 현실과 동화된다 하였다. 속상한 나머지 하신 자책성 푸념이리라. 물론, 악전고투하며 소신껏 가르치고 실천하는 분이 많다. 고작 수년으로 끝나는 것도 문제지만, 그마저 알지 못하고 이상향이 없다면 어찌되나.



우리는 저마다 자리가 있다. 의도적 또는 노력으로 몸집불리기에 나선다. 살다보면 자연히 자리가 커지기도 한다. 커지는 만큼 영역 또는 범주가 넓어지고 책임도 많아지게 된다. 필부는 부족한 대로 살아간다 하지만, 영향력 미치는 범주가 커질수록 어때야 하나. 조직의 말단일 때는 열심히 발로 뛰면 된다. 자기 일에만 충실하면 되는 것이다. 중간 관리자가 되면 전문성 및 창의성이 있어야 한다. 상급 관리자가 되면 리더십이 더해져야 한다. 인내와 헌신, 경청, 공유와 소통, 판단력이 있어야 한다. 임원이 되면 안목과 비전이 있어야 한다. 최고 경영자는 앞의 것들은 물론이요, 철학과 소신, 자신감이 있어야 한다. 끝으로 영국 71대 총리, 철의 여인이라 불리는 마거릿 대처의 말이다. "군중을 따르지 말고 군중이 당신을 따르게 하십시오."

선량이 되겠다고 많은 사람이 부산하다. 함량 미달의 선량을 수없이 봐오지 않았는가? 선량에 대해 얼마나 공부했는지, 그 자리에 걸맞는 준비 없이 자리만 차지하려는 것은 아닌지, 불편기만 하다.

스스로, 의원 한 사람 한 사람이 입법부라 주장한다. 인격도야는 물론, 국가, 인류, 역사에 대한 비전, 사명감과 책임감, 정치와 역할 등, 그 자리에 대해 얼마나 공부하고 준비하였나. 준비가 없으니, 모름지기 자리 지키기, 자리 차지하기에만 열중하는 것 아닐까? 하라는 일은 외면하고 편 가르기와 사익 챙기기에 열중인 것이다. 선전선동, 음해, 왜곡, 조작이 정치인가? 불편부당한 의회가 되는 것이 안타깝다.

준비가 없으면 경륜이라도 있어야 한다. 공인으로서 자세라도 갖추어야 하는 것 아닌가? 공사도 구분 못해서야 되겠는가? 다른 사람 보다 먼저 알면 서로 공유하고 안내하는 것이 우리 삶이다. 먼저 아는 것으로 알지 못하는 사람을 속이고 호도하는 것은 최악이다.

그것도 어려우면 사회성이라도 기르고 나서라. 공감, 협력, 분별과 타협 없이 분열과 파괴에만 열중할 일인가?

의원으로 준비하는 수련과정이 있었으면 좋겠다. 정치학교랄까, 명칭은 관계없다. 정당 사무처나 일시적인 방법으로 양성되기도 한다들었다. 국가대업 아닌가? 준비 없이 임한다는 것은 난센스요, 기대난망이다. 매년 연수도 있었으면 좋겠다. 잊지 않도록 하기 위함이다. 지금 같은 친목도모나 관광이 아니다. 의무와 책임을 다하는, 보다 진지한 내용이어야 한다.

유비무환(有備無患)의 반대는 무엇인가? 준비가 없으니 환난만 있는 것이다. 진정한 별자리가 되길 준비하고 꿈꾸시라. 바른 선택으로 빛나는 별을 만들어 보고 싶다.

양동길/시인, 수필가

양동길-최종
양동길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랭킹뉴스

  1. 대전중부경찰서 선화파출소, 중구 재개발 구역 특별순찰
  2. 대전사랑메세나, YWCA쉼터에 사랑 전달
  3. 대전YWCA , 추석맞이 Y-큰장날 개최
  4. 세종시자치경찰위원회, 교통환경 개선방안 논의
  5. 동구 정다운어르신복지관, ‘찾아가는 방방골골 은빛영화 상영회’
  1. 유등노인복지관, 중문교회와 후원 물품 전달식
  2. 민관협력 회덕동지역사회보장협의체, 추석명절 키트 지원
  3. [수시특집] 나사렛대, 2025학년 수시모집 1213명 선발…간호학과 제외 수능 최저학력기준 적용 없어
  4. [수시특집] 나사렛대, "전국에서 등교가 가능한 대학이에요"
  5. 상명대 천안캠, 대학축제 'Deer For U_Youth' 개최

헤드라인 뉴스


“부정청약자10건 중 7건은 위장전입”… 청약시 전수조사 필요

“부정청약자10건 중 7건은 위장전입”… 청약시 전수조사 필요

공동주택 부정 청약자 10명 중 7명은 위장전입 수법을 쓴 것으로 나타났다. 점수를 높이기 위해 부양가족을 늘리는 것으로, 공정한 청약경쟁을 훼손한다는 점에서 청약 시 전수조사를 통해 피해를 차단할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다.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복기왕 의원(충남 아산시갑)이 9월 6일 국토교통부로부터 제출받은 '불법전매 및 공급질서 교란행위 적발 현황' 자료에 따르면, 최근 4년간(2020년∼2023년) 국토부와 한국부동산원이 합동점검을 통해 적발한 부정청약 건수는 모두 1116건에 달했다. 이 중 위장전입이 778..

대전 천동3구역 원주민들, 입주 앞두고 반발…왜?
대전 천동3구역 원주민들, 입주 앞두고 반발…왜?

대전 천동 리더스시티 5블록에 입주를 앞둔 천동3구역 원주민들이 시행을 맡은 기업들과 분양가를 놓고 극한의 대립을 벌이고 있다. 인근 4블록에 비해 5블록 분양가가 2500여만 원 높게 책정되면서 이에 부담을 느낀 원주민들이 강하게 반발하고 있기 때문이다. 당장 6일 원주민과 사업 관계자 간 간담회가 예정됐지만, 양측의 이견이 쉽게 좁혀지지 않으면서 갈등 해결은 묘연해 보인다. 5일 대전 동구 등에 따르면 천동3구역 주거환경개선지구는 한국토지주택공사(LH) 대전충남지역본부와 계룡건설이 공동으로 시행하는 사업이다. 시공은 계룡건설 컨..

[대전 자영업은 처음이지?] 지역상권 분석 9. 대전 서구 도안 미용실
[대전 자영업은 처음이지?] 지역상권 분석 9. 대전 서구 도안 미용실

자영업으로 제2의 인생에 도전하는 이들이 늘고 있다. 정년퇴직을 앞두거나 다니던 직장을 그만두고 자신만의 가게를 차리는 소상공인의 길로 접어들기도 한다. 자영업은 자신이 가장 좋아하는 음식이나 메뉴 등을 주제로 해야 성공한다는 법칙이 있다. 무엇이든 한 가지에 몰두해 질리도록 파악하고 있어야 소비자에게 선택받기 때문이다. 자영업은 포화상태인 레드오션으로 불린다. 그러나 위치와 입지 등을 세밀하게 분석하고, 아이템을 선정하면 성공의 가능성은 충분하다. 이에 중도일보는 자영업 시작의 첫 단추를 올바르게 끼울 수 있도록 대전의 주요 상권..

실시간 뉴스

지난 기획시리즈

  • 정치

  • 경제

  • 사회

  • 문화

  • 오피니언

  • 사람들

  • 기획연재

포토뉴스

  • 가족과 함께하는 추석맞이 세시풍속 체험교실 가족과 함께하는 추석맞이 세시풍속 체험교실

  • ‘가을은 수확의 계절’ ‘가을은 수확의 계절’

  • 추석맞이 음식 나눔 행사…‘풍성한 한가위 되세요’ 추석맞이 음식 나눔 행사…‘풍성한 한가위 되세요’

  • 추석 앞두고 도매시장에 쌓인 선물세트 추석 앞두고 도매시장에 쌓인 선물세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