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요광장] 스토킹의 진화

  • 오피니언
  • 목요광장

[목요광장] 스토킹의 진화

유동하 충남경찰청 112상황실장 총경

  • 승인 2024-02-28 14:10
  • 신문게재 2024-02-29 18면
  • 심효준 기자심효준 기자
유동하 충남경찰청 안보수사과장
유동하 총경
"다시는 그 여성을 만나지 않겠습니다". 스토킹 처벌법이 2021년 10월 시행되고 그 이듬해 있었던 일이다. 잠정조치 4호 처분을 받아 10일 동안 유치장에서 자유를 잃어본 청년은 뒤도 돌아보지 않고 경찰서를 떠나며 남긴 말이다. 그 청년은 이성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지속적으로 만나달라 협박 등을 하다가 유치장에 일시 구금된 자였다.

담당 경찰관은 스토킹 처벌법이 일부 효과가 나타나고 있음에 얼굴에 옅은 미소를 지었다. 그 후 그 청년이 다시 연락을 취했다는 소식은 듣지 못하였다.



하지만 위와 같이 긍정적 효과만 계속해서 나타난다면 얼마나 좋으랴. 일부는 스토킹을 더 집요하게 하거나 심지어는 생명까지도 위협하게 되니 법을 촘촘하게 만들고 처벌을 강화할 수 밖에 없는 것이다. 현재까지 2회의 개정이 있었다.

필자는 스토킹처벌법이 그 어떤 법보다도 기분 좋은 법이라고 생각한다. 이 법을 잘만 집행하면 좀 더 안전한 사회가 될 것이라는 확신이 들기 때문이다. 스토킹의 피해는 여성만 당하는 게 아니다. 남성도 그 피해자가 될 수 있다. 실제 사례에서도 남성이 피해자로 신고되는 경우도 종종 발생한다.



스토킹과 관련해 우리말에 십벌지목(十伐之木)이라는 게 있다. 즉 열 번 찍어 안 넘어가는 나무가 없다는 말이다. 과거 우리 사회는 이성에 대한 지속적인 구애를 크게 문제 삼지 않았었다. 기껏해야 경범죄처벌법상 지속적 괴롭힘으로 10만 원 이하 벌금으로 통고처분하거나 즉결심판에 회부할 뿐이었다. 고대 그리스 신화에서 신들의 왕인 제우스는 이성이 구애를 거부하면 그녀를 유혹하기 위해 황소, 백조 등으로 변장하고 마침내 목적을 달성하였다. 고대인들의 사고에도 과거 우리처럼 스토킹행위를 크게 문제 삼지 않았으리라 지레짐작해 볼 수 있는 대목이다.

그러나 이제는 세상이 변했다. 우리나라는 '스토킹행위'를 지속·반복적으로 하면 '스토킹범죄'가 되고, 스토킹범죄는 3년 이하의 징역형에 처해진다. 흉기를 휴대하면 5년 이하의 징역형이다. 과거 10만 원의 벌금형이 5년의 징역형으로 처벌이 크게 강화된 것이다. 지속·반복의 의사로 단 1번의 스토킹행위를 하더라도 스토킹범죄가 바로 성립될 수도 있다. 스토킹범죄는 피해자가 처벌을 원하지 않더라도 처벌된다. 독일은 반복적으로 다른 사람의 생활형성을 경미하지 않게 침해하는 방법으로 권한 없이 그를 끈질기게 따라다니는 자는 3년의 자유형 또는 벌금형에 처한다. 또한 독일은 스토킹을 친고죄로 규정했던 것을 폐지하였다. 이처럼 세계는 스토킹을 중범죄로 규정하고 있다.

스토킹행위는 이성 간의 구애에만 적용되는 것이 아니다. 2022년 한 지방법원에서는 층간소음을 항의하기 위해 우퍼스피커를 천장에 설치하고 생활소음이나 귀신소리를 지속적적으로 송출한 사건에서 스토킹범죄로 인정해 700만 원의 벌금형을 선고했다. 채권자가 채무자의 집에 방문해 가족들에게 연이어 채무이행을 촉구하는 것도 스토킹범죄로 처벌이 가능할 것이다. 왜냐하면 스토킹범죄의 본질은 정당한 이유 없이 상대방의 의사에 반하여 지속적 또는 반복적으로 스토킹행위를 하는 것에 있기 때문이다.

올해 1월부터 업그레이드된 스토킹처벌법이 시행됐다. 그 주요한 내용은 여러 가지가 있다. 그중에서 잠정조치 3-2호 도입이다. 즉, 전자장치의 부착으로 원천적으로 가피해자를 만나지 못하게 하겠다는 것이다. 만약 전자장치를 훼손하면 바로 3년 이하의 징역형으로 처벌된다. 개인적으로 상상만 해봤던 피해자 보호 방안이었는데 실제 법률로 규정되어 시행되다니 기분이 묘했다. 또한 온라인 스토킹도 규정되었다. 즉, 온라인상에서 상대방의 이름이나 사진 또는 영상 등을 이용하여 자신이 상대방인 것처럼 가장하는 행위를 스토킹행위에 추가했다.

우리 경찰은 올 한해 "국민의 평온한 일상 지키기"를 목표로 경찰력을 집중하고 있다. 이제 스토킹으로 인해 더 이상의 강력범죄 피해자가 나오지 않기를 기대한다. 끝으로 바람둥이 제우스 신에게도 전자장치를 부착하면 어떨까?

/유동하 충남경찰청 112상황실장 총경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랭킹뉴스

  1. 조국혁신당 세종시당, '내홍' 뚫고 정상화 시동
  2. [이차전지 선도도시 대전] ②민테크"배터리 건강검진은 우리가 최고"
  3. 대전시 2026년 정부예산 4조 8006억원 확보...전년대비 7.8% 증가
  4. 대전시, 소상공인과 중소기업 공유재산 임대료 60% 경감
  5. [문화人칼럼] 쵸코
  1. [기고]농업의 미래를 설계할 2025년 농림어업총조사
  2. [대전문학 아카이브] 90-대전의 대표적 여성문인 김호연재
  3. 농식품부, 2025 성과는...혁신으로 농업·농촌의 미래 연다
  4. [최재헌의 세상읽기]6개월 남은 충남지사 선거
  5. 금강수목원 국유화 무산?… 민간 매각 '특혜' 의혹

헤드라인 뉴스


[기획취재]농산물 유통과 전통주의 미래, 일본서 엿보다-2

[기획취재]농산물 유통과 전통주의 미래, 일본서 엿보다-2

우리에겐 가깝고도 먼 나라 일본. 동해를 사이에 둔 지리적 특징으로 음식과 문화 등 많은 것을 공유하고 있다. 양국 모두 기후 위기로 인해 농산물의 가격 등락과 함께 안정적 먹거리 공급에 대한 요구를 받고 있다. 이에 유통시스템 개편을 통한 국가적 공동 전략 필요성이 대두되고 있다. 중도일보는 농림축산식품부와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가 주관한 4박 5일간의 일본 현장 취재를 통해 현지 농산물 유통 전략을 살펴보고, 한국 전통주의 새 활로를 모색하고자 한다. <편집자 주> [글 싣는 순서] 1. 도요스 중앙 도매시장의 정가 거래..

교육부, 비수도권 대학 육성 위해 내년 3조 원 투입
교육부, 비수도권 대학 육성 위해 내년 3조 원 투입

교육부가 국가균형성장을 위한 지역대 육성을 위해 내년 3조 1448억 원을 투입한다. 일명 '서울대 10개 만들기 사업'인 9개 거점국립대 경쟁력 강화를 위해 8855억 원을 투자하며, 사립대와 전문대의 학과 구조 혁신과 특성화를 위해 1190억 원을 신규 지원한다는 계획이다. 내년 8개 대학 재정 지원 사업이 추가로 편입되는 '지역혁신중심 대학지원체계(RISE·이하 라이즈)'도 2조 1403억 원이 투입될 예정이다. 3일 교육부에 따르면, 전날 오후 내년도 교육부 소관 예산·기금운용계획이 국회 본회의 의결을 통해 최종 확정됐다...

[기획] `인삼의 고장` 금산의 지방소멸 위기 해법 `아토피 자연치유마을`
[기획] '인삼의 고장' 금산의 지방소멸 위기 해법 '아토피 자연치유마을'

지방소멸 위기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충남 금산군이 '아토피자연치유마을'로 새로운 돌파구를 찾고 있다. 전국 인삼의 80%가 모이며 인구 12만 명이 넘던 금산군은 산업구조 변화와 고령화, 저출산의 가속화로 현재는 인구 5만 명 선이 무너진 상황이다. 금산군은 지방소멸 위기를 '치유와 힐링'이라는 새로운 패러다임을 제시하고 '아토피자연치유마을 프로젝트'를 추진하고 있다. 자연환경을 기반으로 공동체를 만들고 '아토피·천식안심학교' 상곡초등학교를 중심으로 금산에 정착하고 있는'아토피자연치유마을' 통해 지방소멸의 해법의 가능성을 진단해 본..

실시간 뉴스

지난 기획시리즈

  • 정치

  • 경제

  • 사회

  • 문화

  • 오피니언

  • 사람들

  • 기획연재

포토뉴스

  • 12·3 비상계엄 1년…‘내란세력들을 외환죄로 처벌하라’ 12·3 비상계엄 1년…‘내란세력들을 외환죄로 처벌하라’

  • 양자 산업화 전초기지 ‘KAIST 개방형 양자팹’ 첫 삽 양자 산업화 전초기지 ‘KAIST 개방형 양자팹’ 첫 삽

  • 강추위에 맞선 출근길 강추위에 맞선 출근길

  • 고사리 손으로 ‘쏙’…구세군 자선냄비 모금 시작 고사리 손으로 ‘쏙’…구세군 자선냄비 모금 시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