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비자들이 생각하는 횟집의 기준은 두 가지다. 하나는 싱싱한 회를 어떻게 즐길 수 있느냐다. 또 하나는 스끼다시, 즉 알찬 밑반찬의 구성이다. 대전 유성구에 위치한 (주)보물섬수산은 이 조건을 모두 충족한다. 산지에서 직접 활어를 가져오다 보니 유통마진이 없다. 보물섬수산에선 산지에서 받은 활어를 싱싱한 상태 그대로 유지할 수 있는 수조시설을 갖추고 있다. 덕분에 많은 물량을 소화할 수 있다. 전국에서도 손꼽힌다. 손님상에 나가는 회가 신선할 수밖에 없는 이유다. 활어를 필요한 물량만큼 필렛으로 작업할 수 있는 공간도 구축했다. 지역에서 손꼽히는 유명한 뷔페와 입소문 난 일식집 등지에 '보물섬표' 필렛을 납품하고 있다. 현재는 활어와 필렛을 넘어 밀키트에도 도전장을 내밀어 소비자들의 호평을 받고 있다. 뚝심 하나로 지역 횟집의 명맥을 만들어가는 이진규(46) 보물섬수산 대표를 만났다. <편집자 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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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진규 보물섬수산 대표. |
▲허드렛일부터 차근차근=이진규 대표가 처음으로 수산물과 관련한 일을 시작한 건 22년 전이다. 대전 오정농수산물도매시장에서 허드렛일부터 차근차근 배워갔다. 생선을 손질하고 쓰레기를 버리는 등 갖은 궂은일은 이 대표의 몫이었다. 급하지 않았다. 천천히 배웠다. 회를 뜨기 시작하고 수산 시장의 시스템을 익혀나갔다. 구조를 이해한 이후엔 횟집을 차리기로 결심한다. 장사에 내디딘 뒤 수산물 유통에도 눈이 트인다. 이 대표의 머릿속을 스쳐 지나간 남들과의 차별점이다. 수산의 경우 광어, 우럭 등 활어와 낙지, 조개 등의 패류 등 두 가지로 분류된다. 유통할 때 두 가지를 동시에 하는 경우는 없었다. 이때부터 차별점이 빛을 내기 시작한다. 거래처 입장에서 활어와 패류를 동시에 주문하고 받을 수 있는 곳이 없다 보니 이 대표의 운영 방식이 먹혀들어 간 것이다. 빠르게 성장했다. 사람과 시설에 투자를 아끼지 않았다. 돈이 모이면 수족관을 하나 더 샀다. 돈이 또 모이면 활어차를 샀다. 그러면서 도매를 키워갔다. 규모는 커졌고 업장은 비좁았다. 신축사옥을 준공해 장소를 옮겼다. 현재 대전 유성구 구암동에 위치한 '보물섬수산'이 바로 그곳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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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보물섬수산 수조시설. |
▲싱싱한 활어와 알찬 밑반찬을 동시에=이 대표는 횟집을 찾는 이유를 두 가지로 압축된다고 설명했다. 하나는 싱싱한 횟감과 매운탕에 소주, 또 하나는 밑반찬이다. 또 그 누구를 모시고 횟집에 방문한다 하더라도 대접받는다는 고급스러움이 동반돼야 한다고 설명한다. "상에 먹을거리가 없으면 창피합니다." 이 대표는 이 같은 생각을 늘 머릿속에 새겨놓는다고 했다. 보물섬수산이 자리 잡고 규모가 점차 커나가게 된 이유이기도 하다. 가짓수만 여러 개인 밑반찬이 아닌, 손이 가는 메뉴들로만 구성했다. 이 대표가 강조하는 누구를 모시고 오더라도 만족할 수 있게 해야 한다는 의미가 담겼다. 보물섬수산 1층엔 수조가 곳곳에 있다. 내가 먹을 회를 직접 보는 재미를 느끼게 했다. 2층엔 240석, 3층엔 120석이 수용 가능하다. 단체 룸과 소규모 룸, 홀 등 여러 인원을 수용할 수 있다. 특히 3층엔 '빔프로젝터'가 있어 회의와 세미나 등을 진행하며 식사를 할 수 있는 공간도 있다. 보물섬수산은 다른 횟집과 또 다른 차별점을 뒀다. 룸 안에 술 냉장고가 하나씩 비치됐다. 방마다 주류냉장고를 넣어 굳이 종업원을 불러 술을 시키지 않아도 소비자가 직접 꺼내먹고 계산은 병 수 대로 하면 된다. 자기가 원할 때마다 손을 뻗으면 닿을 거리에 차가운 소주·맥주가 있다 보니 손님들의 호응이 높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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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보물섬수산 식당 전경. |
▲그야말로 보물, 보물섬수산='보물섬수산'으로 이름을 지은 데는 일상 속 작은 에피소드에서 비롯된다. 처음엔 어부라는 상호로 가게를 하다가 이름의 한계를 느껴 지속적으로 가져갈 수 없다고 판단했다. 당시 1t 수조차 한 대로 장사를 할 때다. 이름을 획기적으로 바꿀 수 있는 게 없을까 지인들에게 자문을 구하기 시작했다. 간판집하는 지인과 논의를 꾸준히 했으나 마땅한 아이디어가 떠오르지 않았다. 그때 지인의 컴퓨터 폴더가 눈에 들어왔다. 10여 년간 간판 집을 운영하며 여러 상호를 모아놓은 폴더였다. 그 폴더 이름이 바로 '보물섬'이다. 수산하고 매칭이 잘 들어맞았다. 이 대표는 자신이 횟감을 가져오고 유통하고, 식당을 운영할 때 보물섬의 이름처럼 보물을 선사하고 싶었다. 그렇게 탄생한 게 보물섬수산이다. 보물섬수산으로 상호를 지은 뒤부터 자신의 수조차에 홍보스티커를 붙였다. 어느 누가 보더라도 보물섬이 지나간다는 생각이 들 수 있도록 했다. 당시엔 수조차에 홍보스티커를 붙이는 이들이 없었다. 며칠이 지났을까. 전화가 걸려오기 시작했다. 횟집을 하는 식당 사장들이 차량을 보고 전화를 걸기 시작했다. 이때 인연이 닿은 이들이 10여 년째 이 대표에게 활어를 공급받고 있다. 유통망을 구축하는데 한몫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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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보물섬수산 패류. |
▲산지 직송 신선함을 담다=보물산수산은 산지에서 직접 활어를 공수해온다. 그만큼 가격경쟁력에서 우위를 점한다. 산지 직송으로 활어와 패류를 공급받다 보니 중간 마진을 없앴다. 이 대표는 바다에서 소비자의 식탁까지 오는 데 걸리는 시간을 5시간으로 설명한다. 숙련된 수산전문가가 산지에서 조달한 신선한 활어를 보물섬수산 직영 차량을 이용한다. 처음부터 그런 건 아니다. 1차에서 바로 물품을 받으려면 수조시설이 무조건 갖춰있어야 했다. 이 대표가 이전부터 번 돈을 수조차와 수조 시설에 투자한 이유도 여기서 비롯된다. 수조 시설이 없다면 물건을 가져오더라도 내려놓을 수가 없다. 가격 경쟁력은 곧 거래처 확보로 이어졌다. 싱싱한 활어를 그대로 공급받아 필렛으로 만들 수 있는 수조와 작업환경을 갖추다 보니 지역 유명 웨딩홀 뷔페와 일반 뷔페 등으로 뻗어 나갔다. 지역 백화점 수산물 코너에도 보물섬표 회가 입점한 상태다. 필렛을 손질할 여력이 없는 거래처들은 보물산 수산이 저렴한 가격과 싱싱한 물건으로 앞세우니 선택하지 않을 수 없게 됐다. 단가 경쟁력에서 우위를 점하기 때문이다. 보물섬 직영 차량을 이용해 도·소매 업체들에 빠르고 안전하게 전달하는 장점도 경쟁력으로 통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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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보물섬수산 싱싱한 활어. |
▲손님이 어디서든 싱싱한 회를 맛볼 수 있도록=이 대표는 배달 체인화를 통해 소비자들에게 좋은 회와 좋은 음식을 배달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강조한다. 싱싱하고 저렴한 회를 많은 이들이 즐기고 느끼길 바라는 마음에서다. 현재 대전 동구 대동과 서구 관저동 등 2곳에 배달 전용으로 체인화를 했고 소비자들의 큰 호응을 이끌고 있다. 이 대표는 여기서 그치지 않고 밀키트 사업에도 뛰어들었다. 온라인스토어에서 오전까지 주문을 마치면 당일 배송이 되는 시스템이다. 제품이 다음날까지 신선도를 유지한다. 대전에 10곳, 세종과 청주 20곳 등 총 30여 곳까지 늘리고자 하는 계획을 갖고 있다. 또 생물 밀키트 시장을 선점해 체인을 잘 갖춰 점차 영역을 확장할 계획이다.
이진규 보물섬수산 대표는 "지역민들이 언제든 보물섬수산을 찾아주시면 어느 누구와 함께 오시더라도 멋지게 대접할 수 있게 정성껏 싱싱한 회와 패류로 승부하겠다"며 "소비자들에게 좋은 회를 맛보게 할 수 있도록 지금까지 앞만 보고 달려온 만큼 최선을 다하는 보물섬수산이 되겠다"고 말했다.
방원기 기자 ba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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