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맛있는 여행] 24- 제천의 맛 순채와 토리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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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맛있는 여행] 24- 제천의 맛 순채와 토리면

김영복 식생활문화연구가

  • 승인 2024-03-12 09:16
  • 신문게재 2024-03-12 8면
  • 김지윤 기자김지윤 기자
순채
순채. (사진= 김영복 연구가)
이번 주 '맛있는 여행'은 강원도와 인접해 산천(山川)이 수려(秀麗)한 제천(堤川)으로 정했다.

사실 제천(堤川)은 둑[堤]이 많은 고을이라는 의미다. 제천의 옛 이름은 고구려 때 내토(奈吐)·신라 때 내제(奈堤), 고려 때 제주(堤州)라 했는데, 모두 큰 둑이나 제방을 의미한다. 제천(堤川)이라는 지역의 지명도 둑 고을을 뜻하는 제주(堤州)라는 지명을 쓰지 못하게 하면서 고을 주(州) 대신 내 천(川)자를 써 제천(堤川)이라 부르게 된 것이라고 한다.

『동국여지지(東國輿地志)』에도 보면 제천(堤川)의 형승(形勝)이 물과 산이 중첩되어 있다.라고 하였으며, 조선 초 문신이며 학자였던 인재(寅齋) 신개(申 1374~1446)의 시에 "行行水複又山重(행행수복우산중)갈수록 물은 겹겹이요 산도 거듭되는데, 多少民居圖中(다소민거도화중)약간의 민가는 그림 속이로다"하였다.

특히 제천시 모산동에 위치한 의림지(義林池)는 삼한시대 또는 삼국시대에 축조되었다는 설이 있을 정도로 오래된 못이다.

1972년에 홍수 때, 제천 시가지로의 범람을 막기 위해 일부 구간의 둑을 터트린 적이 있었으나 이듬해 복구되었고, 이때 호수 지하에서 큰 샘이 발견되기도 했다고 한다. 의림지(義林池)는 충청도를 '호서(湖西)'라고도 부르는데, 충청에 '호수 서쪽'을 붙일 근거가 된 것이 바로 이 의림지(義林池) 일원이라고 한다.

의림지는 제천 10경중 제 1경이다. 2006년에 의림지와 주변의 소나무, 버드나무와 함께 명승20호로 지정되었다고 한다.

의림지 안에 섬이 있는데 순주섬이다. 옛날에는 순주섬 근처로 순채(蓴菜)라는 수생식물이 자생했다고 한다. 순채(蓴菜)는 임금님께 진상이 되었던 특산물이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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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림지 순주섬. (사진= 김영복 연구가)
『세종실록(世宗實錄)』「지리지(地理志)」에 충청도 제천과 평안도 평양의 토산이라는 기록이 있다.

『동국여지지(東國輿地志)』에'순채[蓴], 의림지(義林池)에서 난다.'라고 기록되어 있다.

순채(蓴菜)는 수련(水蓮)과 물풀의 잎이 자라기 시작하면 어린 줄기와 더불어 투명한 점액질이 싸이게 되는데, 이를 순(蓴), 수채(水菜), 수근(水芹), 노채(露菜), 노규(露葵), 금대(金帶), 부규, 순나물이라고 하며 이를 식용한다.

1800년대 말 고조리서(古調理書)인 『시의전서(是議全書)』에서는 순채화채(蓴菜花菜)를 소개하면서 순채(蓴菜)가 나는 곳은 여주의 구영능 못과 제천의 의림지 못과 황간 읍내라고 하였다.

조선시대에는 승정원(承政院)에서 순채를 각 도에 진상하도록 하였다. 순채(蓴菜)의 연하고 미끌거리는 성질 때문에 생산지로부터 먼 한양으로의 이송은 어려움이 있었다.

경상도와 전라도에서는 물에 담아 오게 되니 녹아 버리기 쉬워 순채 진상에 대한 폐단을 아뢰었다.『연산군일기(燕山君日記)』 8년 4월 14일). 그러므로 각 도에서 순나물, 파, 마늘, 상치를 봉진할 때 상하지 않게 유의할 것을 당부하기도 하였다(『연산군일기(燕山君日記)』 11년 3월 25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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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채국. (사진= 김영복 연구가)
순채(蓴菜)는 국, 떡, 정과, 화채 등으로 만들어 먹었다.

지금은 순채(蓴菜)가 자생하지 않아 인공적으로 복원을 하려고 노력하고 있다고 한다.

필자의 생각 역시 같은 생각이 든다. 굳이 지역의 향토음식을 새롭게 개발하려 노력하는 것보다 역사적으로나 문헌적으로 근거가 있는 순채(蓴菜)를 식재(植栽)를 장려하여 의림지(義林池)를 물을 맑게 정화시킴은 물론 순주섬을 스토리가 있는 관광 상품화 및 순채화채(蓴菜花菜)나 떡, 정과 등 향토음식을 개발하는 것도 좋을 것 같다.

의림지(義林池)는 물이 맑고, 수온이 낮게 유지가 되어 빙어가 살기에 좋은 조건을 갖추고 있어 몇 년 전 까지만 해도 매년 빙어축제가 열렸다고 한다. 지금도 팔둑만 한 붕어가 많이 살고 있다.

제천은 빙어축제 말고도 매년 가을이면 한방바이오축제를 연다. 축제에는 한방음식대전도 펼치기도 한다. 그런 탓인지 시내를 다니다 보면 종종 한방음식들이 종종 눈에 띈다.

그러나 약성이 강한 한방음식들이 대중성을 갖는다는 것에 의문이 든다.

사찰음식이나 한방음식들을 선호하는 층의 그리 넓지가 않다.

오히려 수년 전에 맛본 제천의'토리면'이 제천만의 향토음식으로 더 가능성이 있다고 봤다. 그러나 아쉽게도'토리면'을 하던'아리랑토리면집'이 지금은 장사를 안 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

혹자는 토리면을 일컬어 '충청도식 막국수'라고도 한다.

아마도 재료와 조리법이 유사한 데서 그런 별명이 붙은 듯하다.

토리면과 막국수는 메밀면과 동치미 국물을 사용한다는 점에서 같다.

토리면이 제천시의 향토음식으로 정착한 데에는 제천의 풍토와 지리가 크게 작용하였다.

토리면
토리면. (사진= 김영복 연구가)
제천은 태백산맥에서 분기한 소백산맥과 차령산맥에 둘러싸인 지역으로 백운산, 구학산, 대미산, 문수산, 금수산 등 해발 1,000m를 전후한 12여 개의 산이 사방을 에워싼 산지 지형 가운데 제천 분지가 위치한다.

특히 북쪽으로는 강원도 원주시, 동쪽으로는 강원도 영월군과 접경하고 있어서 행정구역 상으로는 충청북도에 속하지만 역사와 문화적으로는 예로부터 강원도와 밀접한 지역이었다.

따라서 제천은 강원도 못지않은 메밀의 산지였다.

심지어 지명 가운데도 '메밀봉'이라는 이름을 가진 산봉우리가 있을 정도이다.

메밀봉은 충청북도 제천시 덕산면 억수리에 있는 산으로 월악산국립공원 내 월악산과 대미산의 중간지점에 위치한다.

『세종실록(世宗實錄)』「지리지(地理志)」 충청도 충주목 제천현 조에 의하면 제천의 풍토는 땅이 메마르며, 산이 높고 기후가 일찍 추워진다고 하였고, 주요 농산물 중 하나로 메밀[麥]을 기록하고 있다.

『조선왕조실록(朝鮮王朝實錄)』에는 '맥(麥)'을 단순히 '보리'로 해석하여 표기하고 있지만 『세종실록(世宗實錄)』「지리지(地理志)」충청도 편의 범례에는 '맥(麥)'이 보리[眞麥]와 메밀(蕎麥)을 모두 포함한다고 하였다.

이렇듯 강원도와 이웃하고 있는 전형적인 산간지형인 제천은 예로부터 재배했던 메밀로 만든 제천 특유의 국수문화가 발달할 수 있었다.

『고려도경(高麗圖經)』에 보면'고려에는 밀이 적기 때문에 주로 화북지방에서 수입하고 있으며 밀가루의 값이 매우 비싸 성례(成禮) 때가 아니면 먹기 힘들다'라는 기록과『고사십이집(攷事十二集)』에 '국수는 본디 밀가루로 만든 것이나 우리나라에서는 메밀가루로 만든다'라는 기록으로 보아 우리나라에서는 밀가루보다는 메밀가루를 국수의 재료로 주로 사용하였음을 알 수 있다.

그렇다면 메밀로 만든 '막국수'는 어쩌면 일반적인 우리의 서민음식이었을 것이다.

막국수란 이름은 겉껍질과 속메밀을 섞은 '마구'란 뜻과 메밀의 예민한 성질 때문에 '방금' 만든 국수란 두 가지 의미로 사용된다.

평양에서는 냉면 중에서 겉껍질이 포함된 국수를 '막국수(黑麵)'(1934년 7월 13일자 매일신보)라고 불렀다.

당시 매일신보 기사를 보면 '평양의 명물 냉면 먹고 1명 사망 10명 중독'이라는 제목과 함께 " '소위 막국수[黑麵]를 먹고 8명이 중독된 사건"이라고 나온다. 냉면과 막국수를 같은 음식으로 본 것이다.

강원도의 막국수는 동서가 다르다. 즉 영동의 겉껍질과 속 메밀을 섞어 뽑은 '겉메밀 면발'과 영서의 '속메밀 면발'로 구분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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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천 메밀봉. (사진= 김영복 연구가)
막국수를 평양에서는 막국수를 면발이 시꺼멓다는 뜻의 흑면(黑麵)이라 했고, 강원도에서는 '땅이 주는 먹을 것에 대한 고마움'을 의미하는 토면(土麵)이라고 했다.

그런데, 강원도의 토면(土麵)은 문헌적 근거를 찾아볼 수가 없다.

다만 조선 영조 6년(1730년) 윤유(尹游)가 평양풍토의 기록인 『평양지(平壤志)』를 보완해 펴낸 『평양속지(平壤續志)』에 '놀랍게도 흙으로 빚는 '흙 국수'가 등장할 정도로 국수는 귀하게 대우 되었다'라고 기록되어 있으며, 조선후기의 학자인 오주(五洲) 이규경(李圭景, 1788~1863)의『오주연문장전산고(五洲衍文長箋散稿)』에도 백토에 밀가루를 섞어 만드는 흙 국수 토면(土麵)이 등장한다.

메밀은 고온다습하고 수분이 많은 토양에서 생장하는 벼와 달라서 건조한 토양과 서늘한 기후, 비가 적게 내리는 토양에서 잘 자란다.

또한 벼나 보리에 비해 생장 기간이 60~100일 정도로 짧다.

이러한 특성으로 인해 메밀은 옛날부터 흉년이나 재해 때 대표적인 구황작물이었으며, 주로 벼농사가 적당치 않은 산간지역에서 많이 재배하였다. 특히 제천은 산간지역으로 이루어져 있어 참나무가 많이 식재되어 있어 도토리 수확을 많이 할 수가 있다.

이런 지형적인 영향으로 제천의 '토리면'은 향토음식으로 발전할 가능성이 충분한 음식이다. '토리면'은 국수에 얹는 고명인 도토리묵·돼지고기 편육·동치미 무·삶은 계란 등을 얹어내는 점에서 일반적인 막국수와 차이가 있다.

'토리면'은 도토리의 '도'자를 빼고 지은 이름 같다.

특히 '토리면'은 맛이 선명하고 칼칼해 혹자는 '차가운 해장국'이라고 비유한다.

가능하다면 도토리가루와 녹말, 메밀 등을 넣고 '도토리국수'를 만들어도 좋을 듯싶다.

우선 토리면을 만들기 위한 준비물로 도토리가루 메밀가루, 전분(고구마 또는 감자), 물, 동치미국물, 쇠고기나 돼지고기, 달걀, 동치미무, 동치미국물, 대파, 마늘, 도토리묵, 식초, 겨자 등이다.

여름에는 밀가루 물을 묽게 끓여 쪽파와 양파, 총각무로 시원한 동치미를 미리 담가 이용하기도 한다. 그리고 도토리가루, 메밀가루, 전분, 물을 잘 섞어 반죽하고 젖은 면포에 싸서 잠시 숙성시켜둔다.

도토리와 메밀가루, 전분을 넣고 반죽을 하여 밀대로 밀어 국수를 만든 다음 끓는 물에 삶고 찬물에 헹궈 사리를 만들어 채반에 건져 놓는다.

소고기는 잘게 썰어 기름에 볶고 돼지고기를 사용할 경우 대파와 마늘을 넣고 물에 푹 삶아 건져 편육을 만들어 얇게 썬다.

동치미 무는 건져 돼지고기와 같은 크기로 썰어 두고, 동치미 국물과 김치국물을 잘 섞어 차게 준비한다.

달걀은 삶아서 껍질을 까고 반으로 썰고 도토리묵도 두꺼운 채로 썰어 둔다.

냉면그릇에 국수를 담고, 동치미 무와 삶은 달걀과 편육을 얹은 후 시원한 동치미국물을 부어 낸다. 먹을 때 식성에 따라 겨자와 식초를 첨가한다.

김영복 식생활문화연구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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