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염홍철 칼럼] 59. 인생은 짧고 하루는 길다 (2)

  • 오피니언
  • 사외칼럼

[염홍철 칼럼] 59. 인생은 짧고 하루는 길다 (2)

염홍철 국립한밭대 명예총장

  • 승인 2024-03-14 12:00
  • 현옥란 기자현옥란 기자
염홍철칼럼
염홍철 국립한밭대 명예총장
저는 히말라야의 비교적 낮은 곳인 안나 푸르나 베이스캠프(4300미터)까지 올라간 적이 있습니다. 사람들은 '다리 힘이 얼마나 세면 거기까지 올라갈 수 있느냐'고 묻습니다. 그러면 저는 '다리로 올라간 것이 아니라 머리로 올라갔다'고 대답하지요. 의지가 버텨주는 한 어디든지 갈 수 있다는 것이 저의 생각입니다. 젊은이들에게 자신감을 갖고 매사에 최선을 다하면 자신이 원하는 목표를 꼭 달성할 수 있다고 힘주어 말해주었습니다.

마지막으로 대학 신입생들에게 행복의 참의미를 설명해 줬습니다. 그동안 여러 곳에서 행복에 대해 강의를 한 바 있지만 특히 대학 신입생들에게 행복에 대해 가지고 있는 고정관념을 바꿔주고 싶었습니다.



평소에도 행복학 강의에서 주장하지만, 행복은 '돈과 사회적 지위가 아니다'라는 점과, 행복은 '타인과 비교하거나 타인을 의식하는 것이 아니다'라는 점을 강조했습니다. 전통경제학에서는 소득 증가는 행복 증진과 비례한다고 주장해 왔지요. 그러나, 미국의 경제사학자 리처드 이스털린은 '이스털린의 역설'이라는 주장을 통해서, 일정 소득 이상 증가하면 돈과 행복은 상관관계가 없다고 했습니다. 우리나라에서는 월 소득 4~500만 원 정도가 넘으면 소득과 행복이 상관관계가 없다는 것입니다. 쇼펜하우어도 비슷한 말을 하였지요. 그는 "돈은 바닷물과 같다. 마시면 마실수록 목이 마르다"고 말하면서 돈은 결국 자신의 그릇만큼만 가져야 행복할 수 있음을 의미한다고 했습니다. 자신의 그릇보다 많은 돈을 가지면 쾌락을 좇게 되고 금방 재산을 탕진할 수밖에 없습니다. 이런 사람들은 부를 가진 후에도 시간을 계획적으로 쓰지 못하고 사치를 통해 남에게 과시하거나 낭비하고 맙니다. (쇼펜하우어, '쇼펜하우어의 인생 수업' 참조) 그뿐만 아니라 잘 사는 나라 국민이 못 사는 나라 국민보다 행복도가 높지 않은 것도 이와 관련이 있습니다.

행복과 권력도 상관관계가 성립하지 않습니다. 세계를 정복했던 나폴레옹은 "내가 진정으로 행복했던 날은 일주일도 되지 않는다"고 했고, 3중의 장애로 극심한 불편을 겪었던 헬렌 켈러는 "행복하지 않았던 날은 단 하루도 없었다"고 말하였지요. 환경적으로 극과 극에 있었지만 행복에 대한 만족도는 전혀 달랐습니다. 이렇게 돈과 권력, 또는 사회적 지위는 욕망을 억제하기 전까지는 끝이 없습니다.



그리고 타인과 비교하면 질투심이 생기며, 타인을 의식하는 삶은 자기 삶이 아니라고 했습니다. 예를 들어 부모들이 자식의 진학과 직업 선택을 할 때 타인을 의식하는 경향이 많이 있습니다. 많은 부모가 이른바 일류 대학 진학에 집착하여 아이들을 여러 학원으로 내몰며 혹사시킵니다. 이것은 자식들의 적성과 희망, 그리고 자식의 행복을 고려한다기보다는 부모 자신의 만족이나 타인을 의식하는 것이지요. "누구 아들은 어느 대학에 들어갔어", "누구 딸은 대기업에 들어갔대"라는 타인의 평가를 의식합니다. 이것은 자식의 행복을 우선으로 고려하는 것이 아니지요.

행복은 사소하고 단순한 것에서 찾아오며 외부에 있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마음속에 있습니다. 그래서 작은 행복을 자주 느껴야 하지요. 따라서 행복은 '즐거움의 강도가 아니라 빈도'라고 말할 수 있습니다. 진짜 행복한 사람은 작은 것을 자주, 그리고 오래 느껴야 합니다. 소설 '그리스인 조르바'에서의 주인공 조르바는 행복을 이렇게 정의했습니다. "와인 한 잔, 빵 한 조각, 허름한 화덕, 그리고 멀리서 들려오는 바닷소리"라고요. 대학 신입생도 누구나 일상에서 '소확행(소소하지만 확실한 행복)'을 실천할 수 있습니다.

염홍철 국립한밭대 명예총장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랭킹뉴스

  1. 서산 대산단지 '분산에너지 특화지역' 지정… 기존 전기료比 6~10%↓
  2. 의정부시, ‘행복로 통큰세일·빛 축제’로 상권 활력과 연말 분위기 더해
  3. 충남대 올해 114억 원 발전기금 모금…전국 거점국립大에서 '최다'
  4. 셀트리온 산업단지계획 최종 승인… 충남도, 농생명·바이오산업 거점지로 도약
  5. 한남대 린튼글로벌스쿨, 교육부 ‘캠퍼스 아시아 3주기 사업’ 선정
  1. 심사평가원, 폐자원의 회수-재활용 실천 '기후에너지환경부 장관상'
  2. "천안·아산 K-POP 돔구장 건립 속도 낸다"… 충남도, 전문가 자문 회의 개최
  3. 충남도, 도정 빛낸 우수시책 12건 선정
  4. [장상현의 재미있는 고사성어] 제224강 위기득관(爲氣得官)
  5. 대전 유치원 방과후과정 전담사 파업 장기화, 교사-전담사 갈등 골 깊어져

헤드라인 뉴스


민주당 차기 원내대표에 충청 3선 조승래 의원 거론

민주당 차기 원내대표에 충청 3선 조승래 의원 거론

더불어민주당 김병기 원내대표가 30일 각종 비위 의혹으로 자진 사퇴한 가운데 차기 원내대표 후보군 중 충청 출신이 거론돼 관심이 쏠리고 있다. 주인공은 현재 당 사무총장인 3선 조승래 의원(대전유성갑)으로 그가 원내사령탑에 오르면 여당 당 대표와 원내대표 투톱이 모두 충청 출신으로 채워지게 된다. 민주당은 김 전 원내대표의 후임 선출을 위한 보궐선거를 다음 달 11일 실시한다. 박수현 수석대변인은 이날 국회에서 열린 비공개 최고위원회의를 마친 뒤 기자들과 만나 "원내대표 보선을 1월 11일 실시되는 최고위원 보궐선거 날짜와 맞추기로..

대전 회식 핫플레이스 `대전 고속버스터미널` 상권…주말 매출만 9000만원 웃돌아
대전 회식 핫플레이스 '대전 고속버스터미널' 상권…주말 매출만 9000만원 웃돌아

대전 자영업을 준비하는 이들 사이에서 회식 상권은 '노다지'로 불린다. 직장인을 주요 고객층으로 삼는 만큼 상권에 진입하기 전 대상 고객은 몇 명인지, 인근 업종은 어떨지에 대한 정확한 데이터가 뒷받침돼야 한다. 레드오션인 자영업 생태계에서 살아남을 수 있는 방법이다. 이에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의 빅데이터 플랫폼 '소상공인 365'를 통해 대전 주요 회식 상권을 분석했다. 30일 소상공인365에 따르면 해당 빅데이터가 선정한 대전 회식 상권 중 핫플레이스는 대전고속버스터미널 인근이다. 회식 핫플레이스 상권이란 30~50대 직장인의 구..

충북의 `오송 돔구장` 협업 제안… 세종시는 `글쎄`
충북의 '오송 돔구장' 협업 제안… 세종시는 '글쎄'

서울 고척 돔구장 유형의 인프라가 세종시에도 들어설지 주목된다. 돔구장은 사계절 야구와 공연 등으로 전천후 활용이 가능한 문화체육시설로 통하고, 고척 돔구장은 지난 2015년 첫 선을 보였다. 돔구장 필요성은 이미 지난 2020년 전·후 시민사회에서 제기됐으나, 행복청과 세종시, 지역 정치권은 이 카드를 수용하지 못했다. 과거형 종합운동장 콘셉트에서 벗어나지 못한 채, 충청 하계 유니버시아드 대회 유치에 고무된 나머지 미래를 내다보지 않으면서다. 결국 기존 종합운동장 구상안은 사업자 유찰로 무산된 채 하세월을 보내고 있다. 행복청과..

실시간 뉴스

지난 기획시리즈

  • 정치

  • 경제

  • 사회

  • 문화

  • 오피니언

  • 사람들

  • 기획연재

포토뉴스

  • 구불구불 다사다난했던 을사년…‘굿바이’ 구불구불 다사다난했던 을사년…‘굿바이’

  • 세밑 한파 기승 세밑 한파 기승

  • 대전 서북부의 새로운 관문 ‘유성복합터미널 준공’ 대전 서북부의 새로운 관문 ‘유성복합터미널 준공’

  •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