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톡] 문화재 홍보에 열 올리는 사나이 이광섭

  • 오피니언
  • 문예공론

[문화 톡] 문화재 홍보에 열 올리는 사나이 이광섭

김용복/평론가

  • 승인 2024-03-17 10:36
  • 김의화 기자김의화 기자
3월 14일 오전 11시

진잠향교에서 그를 만났다. 이날은 '孔紀 2575년 春季 釋尊大祭奉行'를 거행하는 날이라 설동호 대전 교육감을 비롯하여 윤소식 국민의힘 유성갑 국회의원 후보자 등 많은 추모객들이 참석하였다.

문화재 홍보에 열 올리는 사나이 이광섭 그가 관리하고 있는 '가보자, 보문산 블로그'에 게재된 내용에 의하면……

[이광섭씨(69세)는 자칭 구멍에 빠진 사나이다. 웃음을 유발시키는 별칭이지만 사실이 그렇다. 그가 관심을 기울이는 것은 바위에 나 있는 구멍, 이른바 성혈(性穴)이다. 성혈의 사전적 의미는 바위그림의 한 종류로 돌의 표면에 파여져 있는 구멍이다. 주로 고인돌이나 자연암반에서 발견되는데, 풍요와 다산을 위한 선사시대의 신앙행위로 추정하고 있다.



이 씨가 본격적으로 성혈에 관심을 기울이기 시작한 것은 2012년 2월 어느 날부터다. 대학에서 건축학을 전공하고 현재건축 감리업무에 종사하고 있는 이 씨는 대전지역 문화재나 건물에 관심을 갖고 꾸준히 지역의 문화유산을 답사해왔다. 그러던 어느 날 그의 눈에 계족산성 남문 주변의 성혈이 들어왔다. 아니 정확히는 '가슴으로 들어왔다'는 표현이 맞을 것이다. "성혈을 보는 순간 묘한 매력을 느꼈어요. 성혈이 있는 바위나 고인돌이 또 어디에 있을까? 누가 바위에 구멍을 낸 것일까? 의문이 꼬리를 물었지요."

집에 돌아와 인터넷을 뒤지는 등 자료를 찾았지만 겨우 사전적인 정의만 접할 수 있었을 뿐 관련서적이나 논문이 거의 없었다. 그로부터 그는 본격적으로 '구멍찾기' 작업을 시작했다. 거의 모든 주말 시간을 꼬박 바쳐 성혈을 찾아 나섰다. 그 와중에 이씨보다 먼저 구멍에 빠진 안여종(대전문화유산울림대표), 이주진(대전광역시 숲길 체험지도사), 이창남(산악인)등 이미 대전 근교산을 이 잡듯 뒤지고 다닌 선배(?)들을 만나 앞서 발견된 성혈을 안내받을 수 있었다. 이들은 지역의 성혈을 발굴해 보존하고 학술적 가치를 찾자는데 의기가 투합돼 '구멍모임'을 결성했다.

캡처
네이버 블로그 '가보자! 보문산' 화면 캡처
늦바람이 무섭다고 했던가? 주말마다 아내 조명숙씨와 성혈을 찾아 길을 나선 이씨는 이미 알려진 42개의 성혈 외에도 15개의 성혈을 더 찾아 자신의 블로그에 위치. 크기 · 개수 등 관련 정보와 사진을 올렸다. 선명한 사진을 구하기 위해 대동 하늘공원 속칭 연애바위 성혈을 열다섯 번이나 방문하기도 했다. '돈이 나오냐 밥이 나오냐?"는 아내의 지청구가 이어졌지만 성혈탐사를 중단할 수는 없었다.

"한번은 성혈을 찾아 동네로 들어갔다가 도둑으로 오인 받았어요. 명함을 보이며 바위에 난 구멍을 찾으러 다니는 사람이라고 소개했더니 오해를 풀고 자기 집 마당 안에도 성혈이 있다고 알려주시더군요."

이씨는 지난 해 12월 그동안 모은 자료를 바탕으로 <가보자 보문산님의 대전문화 유산 답사기 성혈편>이라는 책을 엮었다. 이 책은 성혈에 대한 자료뿐 아니라 주변 유적지까지 소개해 훌륭한 대전지역 문화유산답사 자료집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자비를 들여 책까지 만든 데는 나름의 이유가 있지요. 대전에도 유구한 역사가 서린 유적이 많다는 것을 알리고 성혈에 대한 학계의 관심을 불러일으키고 싶었어요."

성혈에 남편을 빼앗긴 아내 조명숙 씨는 그 후 어떻게 됐을까? "아내요? 아주 든든한 성혈찾기 동반자가 되었죠. 같이 길을 나서면 나무 막대기로 풀을 헤치며 열심히 성혈을 찾아요. 자기가 찾으면 조명숙 성혈이라고 꼭 이름 붙여달라면서요. 그 뜻이 갸륵해 책에 아내사진을 살짝 실었지요." 이광섭씨는 혹시 <이츠대전> 독자 중 자신만이 알고 있는 성혈이 있다면 언제든지 연락을 해달라는 당부를 잊지 않았다.]

필자가 이날 본 이광섭씨는 말 그대로 미친 사람이었다. 미치지 않고는 돈도 생기지 않는 일에 그처럼 매달릴 수는 없었다. 연금이라도 나오는 게 있느냐고 물었다. 먹고 살수는 있어야하니까. 얼마되지 않고 조금씩 받는게 있다고 하였다. 그런 말하는 그의 얼굴을 보며 그의 아내 조명숙씨가 훌륭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돈벌이 없이 미친 짓(?)하는 남편을 내조하는 아내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내 자신이 부끄러웠다.

우선 일 할때 댓가를 먼저 계산하기 때문이다. 이렇게 댓가를 바라지 않고 미치게 일하는 사람이 있어야 문화재도 보존되는 것이고 알려지지 않은 문화재도 발굴되는 것이다.

김용복/평론가

김용복
김용복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랭킹뉴스

  1. 대전 신세계백화점 앞 6중 추돌사고…1명 숨지고 2명 중상 등
  2. 천안시, 11월 '단풍' 주제로 모바일 스탬프투어 운영
  3. 남서울대, '제5회 국제 한국어 말하기 대회' 개최
  4. 천안법원, 교통사고 후 허위 진술로 범인도피 도모한 연인에게 '철퇴'
  5. 대전문화방송과 한화그룹 한빛대상 시상식
  1. 전교생 6명인 기성초등학교 길헌분교 초대의 날 행사
  2. 천안법원, 투자자 기망한 60대 음식물쓰레기 처리업자 '징역 2년 8월'
  3. 한기대 '신기술.첨단산업분야 인재양성 콘퍼런스' 개최
  4. 순천향대천안병원, 충남권역심뇌혈관질환센터 심포지엄 성료
  5. 천안시, 지역사회치매협의체 회의 개최

헤드라인 뉴스


대전시의회 행정사무감사 돌입…한화볼파크 계약 행정 실효성 부족 도마 위

대전시의회 행정사무감사 돌입…한화볼파크 계약 행정 실효성 부족 도마 위

대전시의회가 시정 전반에 대한 행정사무감사에 돌입한 가운데 프로야구 한화이글스 신구장인 대전한화생명볼파크 계약 구조와 행정 효율성 부족, 산업정책 추진력 저하 등이 도마 위에 올랐다. 가장 먼저 대전한화생명볼파크의 사용·수익허가 계약이 공공성과 책임성 측면에서 불균형하다는 비판이 제기됐다. 7일 열린 제291회 제2차 정례회 행정사무감사에서 복지환경위원회 소속 박종선 의원(국민의힘·유성1)은 "대전시와 한화이글스가 체결한 야구장 사용·수익허가 계약서에서 관리 주체와 범위가 불명확하다"며 전면 재검토를 요구했다. 그는 "야구장의 직접..

국민의힘 대전시당, 논평전 강화 시도 눈길… 지선 앞 여론전 선점?
국민의힘 대전시당, 논평전 강화 시도 눈길… 지선 앞 여론전 선점?

국민의힘 대전시당이 이은권 위원장 체제 전환 후 더불어민주당을 향한 공세를 더욱 강화하고 있다. 내년 지방선거를 앞두고 민주당과 주요 인사들에 대한 공격을 통해 여론전을 주도하겠다는 의도로 읽히는데, 전임 대변인단 때와 달리 현안별 세심한 대응과 공당 논평에 맞는 무게감을 높여야 한다는 주문이 나온다. 국민의힘 대전시당은 7~8일 민주당 박정현 대전시당위원장과 허태정 전 대전시장을 겨냥한 논평을 냈다. 날짜별론 7일에 2개, 8일에 1개의 논평이 나갔다. 우선 박 위원장을 향해선 특정 국가나 국민 등 특정 집단에 대한 모욕과 명예훼..

"광역교통망 수도권 빨대 효과 경계…지역주도 시급"
"광역교통망 수도권 빨대 효과 경계…지역주도 시급"

지역 정부가 지역소멸 우려와 국가 경쟁력 강화를 위해 초광역권(5극 3특)을 강조하고 있는 가운데 충청광역급행철도(CTX) 등 광역교통망 구축에서 수도권 빨대 효과를 경계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왔다. 충청권은 국토 중심에 있어 광역교통망 구축에 유리하지만, 수도권에 인접해 자칫 지역 자원이 수도권으로 빨려들어 갈 우려가 있다는 것이다. 이를 막기 위해선 광역교통망을 지역 주도형으로 구축 균형발전 효과를 극대화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대전시와 대전연구원 주최로 지난 6일과 7일 이틀간 열린 '2025 대전 정책엑스포'의 '새 정부 균형성..

실시간 뉴스

지난 기획시리즈

  • 정치

  • 경제

  • 사회

  • 문화

  • 오피니언

  • 사람들

  • 기획연재

포토뉴스

  • ‘수험생 여러분의 꿈을 응원합니다’ ‘수험생 여러분의 꿈을 응원합니다’

  • ‘황톳길 밟으며 가을을 걷다’…2025 계족산 황톳길 걷기대회 성료 ‘황톳길 밟으며 가을을 걷다’…2025 계족산 황톳길 걷기대회 성료

  • 과학기술인 만남 이재명 대통령 과학기술인 만남 이재명 대통령

  • ‘사랑 가득한 김장 나눠요’ ‘사랑 가득한 김장 나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