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염홍철 칼럼] 61. 문화력이 도시 경쟁력의 원천이다

  • 오피니언
  • 사외칼럼

[염홍철 칼럼] 61. 문화력이 도시 경쟁력의 원천이다

염홍철 국립한밭대 명예총장

  • 승인 2024-03-28 12:00
  • 현옥란 기자현옥란 기자
염홍철칼럼
염홍철 국립한밭대 명예총장
도시의 경쟁력은 '시민의 자부심'에 비례하고, 그 자부심은 그 도시의 문화적 세련성에서 연유합니다. 도시 성장은 하드웨어 부문도 중요하지만 소프트파워인 문화력이 바로 성장의 원천이며 시민의 품격이 되기도 하지요. 문화력은 도시와 시민이 갖는 매력이며 브랜드파워입니다. 그뿐 아니라 문화력은 창의성을 북돋고 동시에 그것을 선도하고 있습니다. 다만 문화력은 비가시적이기 때문에 단기 성과에 집착하는 사람들은 소홀하기 쉽다는 점을 항상 경계해야 합니다.

과거에 비해 각 도시들이 문화력 확대를 위해 많은 노력을 하고 있습니다. 당연히 대전도 그동안 획기적인 진전이 있었지요. 최근 지방 소멸을 타개하는 방법을 문화력에서 답을 찾는 노력들이 곳곳에서 시도되고 있으며 이는 매우 바람직한 일입니다. 개인적으로 도시의 문화력과 관련하여 오랜 기억을 더듬어 보고 싶습니다.



지금부터 45년 전, 제 머리에 각인된 한 장의 사진은 평생 저에게 영향을 주었습니다. 그 사진은 다름 아닌 뉴욕 시민 수천 명이 잔디 위에 돗자리를 깔고 앉아서 여유롭게 음악을 감상하는 장면이었습니다. 이 모습을 보면서 당시 미국의 경제적 풍요보다 문화 강국으로서의 멋진 모습을 실감하면서 부러워했지요. 뉴욕시(市)가 센트럴파크에서 주최하는 이 음악회는 수준도 상당한 편이어서 뉴욕 메트로폴리탄 오페라단의 유명 가수나 오케스트라가 출연합니다. 공연장에서 보려면 꽤 비싼 티켓값을 지불해야 관람할 수 있는 질 높은 프로그램이었습니다.

한 번은 음악회 시작에 앞서 뉴욕시장의 인사말을 들었습니다. 그는 "미국에서 세금을 가장 많이 내는 뉴욕 시민들에게 (당시 뉴욕시의 세율이 가장 높았음) 가장 좋은 선물로 보답하고자 음악회를 마련했다"고 했습니다. 그 말을 듣고 나니 더욱더 뉴욕 시민들이 부러웠습니다. 그날 이후 센트럴파크에서 음악회를 즐기던 뉴욕 시민들의 유유자적한 모습이 마치 '모네의 풍경화'처럼 제 머릿속에 자리 잡은 것이지요.



전혀 생각지도 않았지만, 그로부터 10여 년 후 대전의 시정을 책임지게 되었는데 그때부터 뉴욕의 센트럴파크 음악회를 벤치마킹하겠다는 생각이 머리에서 떠나지 않았습니다. 그러던 중 93엑스포를 성공적으로 끝내고, 시 차원에서 시민들의 노고에 감사의 뜻을 표하고 싶은 이벤트를 구상하였는데 그것이 바로 음악회였습니다. '엑스포 성공 감사 음악회'의 명칭으로 서대전 시민 광장에서 시 산하 예술단과 유명 음악가들이 참여하는 멋진 음악회를 준비한 것이지요. 그때 저는 10여 년 전 뉴욕 센트럴파크에서 들었던 뉴욕시장의 인사말을 그대로 흉내 내었습니다. "엑스포를 성공적으로 치르도록 헌신하신 대전 시민들에게 가장 좋은 선물로 보답하고자 음악회를 마련했다"고 한 것이었죠.

그 후 시 청사가 둔산으로 이전한 후에는 시청 광장에서 주말에 '토요콘서트'를 열었지요. 제가 시청을 떠난 후에 이런 이벤트는 더욱 발전하였고, 지금은 시(市)나 민간단체에서 개최하는 각종 문화와 예술 이벤트는 우리나라 최고 수준이지요. 그 당시 마지막으로 '토요콘서트'를 보고 나와서 그런대로의 감동을 시로 표현한 바 있습니다.

'하늘에는 별무리 없어도
한밭 넓은 시청 잔디광장에는
수많은 빛들이 살아나 눈이 부시다

무대 응시하는 영롱한 눈빛들
아기 별 엄마 별 아빠 별 오빠 별
환호소리와 그 눈빛들 부딪는 소리가
더 크게 보문산을 울린다

알비노니의 아다지오를 시작으로
베르디 축배의 노래로 끝을 맺은
위대한 시민을 위한 토요콘서트
황홀하고 그윽하다
작은 숨결 불러 모아 대지를 밝힌다 …'

염홍철 국립한밭대 명예총장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랭킹뉴스

  1. 세종시 합강동 스마트시티, 'L1블록 643세대' 본격 공급
  2. 과기정통부 '출연연 정책방향' 발표… 과기계 "기대와 우려 동시에"
  3. 장철민 "새 충청은 젊은 리더십 필요"… 대전·충남 첫 통합단체장 도전 의지↑
  4. 최저임금 인상에 급여 줄이려 휴게 시간 확대… 경비노동자들 방지 대책 촉구
  5. 한남대 이진아 교수 연구팀, 세계 저명학술지에 논문 게재
  1. 김태흠 충남지사 "대통령 통합 의지 적극 환영"
  2. 학생들의 헌옷 판매 수익 취약계층 장학금으로…충남대 백마봉사단 눈길
  3. 민주평통 동구협의회, '화해.협력의 남북관계' 재정립 논의
  4. 부산공동어시장 현대화 사업 착수… '수산물 유통 중심으로'
  5. 지역대 육성 위해 라이즈 사업에 팔 걷어부친 대전시…전국 최초 조례 제정

헤드라인 뉴스


이장우 "김태흠 지사와 충청 미래를 위해 역할 분담할 것"

이장우 "김태흠 지사와 충청 미래를 위해 역할 분담할 것"

이장우 대전시장이 이재명 대통령의 적극 추진으로 급물살을 탄 대전·충남 행정통합의 단체장 출마에 대해 "김태흠 충남지사와 함께 충청의 미래를 위해 역할분담을 나눌 것"이라고 밝혔다. 이 시장은 19일 대전시청 기자실에서 가진 오정 국가시범지구(도시재생 혁신지구) 선정 관련 브리핑에서 대전충남행정통합시장 출마 여부에 대한 질문에 "통합시장을 누가 하고 안 하고는 작은 문제이고, 통합은 유불리를 떠나 충청 미래를 위해 해야 하는 일"이라면서 "(출마는) 누가 하고 안 하고의 문제가 아니라 당과도 상의할 일이다. 김태흠 충남지사와는 (이..

`2025 도전! 충청남도 재난 안전 골든벨` 성료… 퀴즈왕 주인공은?
'2025 도전! 충청남도 재난 안전 골든벨' 성료… 퀴즈왕 주인공은?

청양 목면초등학교 4학년 김가율 학생이 2025 충남 재난 안전 퀴즈왕에 등극했다. 충청남도, 중도일보가 주최하고, 충남교육청, 충남경찰청이 후원한 '2025 도전! 충청남도 재난 안전 골든벨'이 18일 예산 윤봉길체육관에서 열렸다. 이번 골든벨은 충남 15개 시군 퀴즈왕에 등극한 학생 및 우수한 성적을 거둔 학생들이 모여 충남 퀴즈왕에 도전하는 자리로, 272명의 학생이 참여했다. 행사엔 전형식 충남도 정무부지사, 남도현 충남교육청 기획국장, 김택중 예산부군수, 유영돈 중도일보 사장, 최재헌 중도일보 내포본부장 등이 참석해 퀴즈왕..

충남 천안·보령 산란계 농장서 고병원성 AI 의사환축 잇따라 발생
충남 천안·보령 산란계 농장서 고병원성 AI 의사환축 잇따라 발생

충남 천안과 보령 소재 산란계 농장에서 고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AI·H5형)가 잇따라 발생했다. 충남도에 따르면 17일 충남 보령시 청소면, 천안시 성환읍 소재 농장에서 폐사가 증가한다는 신고가 접수돼 동물위생시험소가 확인에 나섰다. 충남 동물위생시험소가 18일 확인한 결과, H5형이 검출돼 농림축산검역본부에 고병원성 여부 검사를 의뢰했다. 검사결과는 1~3일가량 소요될 예정이다. 성환읍 소재 농장은 과거 4차례 발생한 사례가 있고, 청소면 농장은 2022년 1차례 발생한 바 있다. 현재 성환읍 소재 농장에서 사육 중인 가금류 22..

실시간 뉴스

지난 기획시리즈

  • 정치

  • 경제

  • 사회

  • 문화

  • 오피니언

  • 사람들

  • 기획연재

포토뉴스

  • 성금으로 잇는 희망…유성구 주민들 ‘순회모금’ 동참 성금으로 잇는 희망…유성구 주민들 ‘순회모금’ 동참

  • 시니어 모델들의 우아한 워킹 시니어 모델들의 우아한 워킹

  • 딸기의 계절 딸기의 계절

  • 보관시한 끝난 문서 파쇄 보관시한 끝난 문서 파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