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투표는 최상의 리더십이다

  • 오피니언

[기고] 투표는 최상의 리더십이다

서영식 충남대 자유전공학부 교수.리더스피릿연구소장

  • 승인 2024-04-02 08:51
  • 송익준 기자송익준 기자
서영식_충남대 자유전공학부 교수
서영식 교수
바야흐로 정치의 계절이다. 선거철이 되면 여야를 막론하고 어김없이 공천 관련 잡음이 발생한다. 또한 정치적 유불리에 따라 이합집산하는 행태도 반복된다. 이번 22대 국회의원 선거는 그 정도가 특히 심한 것 같다.

우리처럼 평범한 시민들은 그저 언론매체를 통해 드러나는 정치인의 민낯을 바라보며 혀를 차거나 현실정치에 염증을 느낄 따름이다. 이런 식이면 아예 투표를 거부해야 할지 고민하기도 한다.

그렇지만 선거와 투표는 민주주의의 꽃이다. 따라서 주권자로서 쉽게 외면할 수도 없는 노릇이다. 그런데 필자는 투표 행위야말로 우리 시민들이 세상에서 펼칠 수 있는 최상의 리더십이라고 생각한다. 왜 그런가? 우선 오늘날 세상을 조금이라도 나은 방향으로 이끄는 힘은 사실상 선거를 통해 형성되기 때문이다.

나아가 유권자가 투표에 참여함으로써 공적 가치를 위해 헌신할 인물을 선택하는 행위 자체가 이미 자신이 속한 사회의 주인임을 적극적으로 보여주는 길이기 때문이다. 이러한 생각은 이미 2500년을 넘어선 민주주의 역사에서 유의미한 전통으로 자리잡혀 있다.



서구 민주주의의 발생지인 아테네에서 활동하였으며 철학사상 가장 중요한 인물군에 속하는 플라톤에 따르면, 시민의 자격은 내면에 지배와 피지배의 능력을 온전히 함께 갖추는 것이다. 따라서 그는 '법률'에서 시민교육을 '훌륭한 품성 상태'를 바탕으로 스스로 올바르게 통치할 수 있으며, 또한 타인의 올바른 통치에 순응할 수 있는 자유롭고 합리적인 시민을 양성하려는 시도와 과정으로 묘사하였다.

그의 제자이자 학문적 경쟁자였던 아리스토텔레스 역시 민주주의 국가 안에서 진정 시민으로 불릴 수 있는 사람은 나라의 정체(政體·politeia)를 유지하기 위해 요구되는 의무 수행에 충실한 사람으로 한정된다고 보았다. 이를 위해 그가 특별히 강조한 것은 시민들이 자율적으로 나랏일에 참여하여 봉사하려는 자세(지배)와 서로 양보하고 타협하려는 마음가짐(복종)이다. 나아가 아리스토텔레스에 따르면 자발적인 병역의무 이행과 적극적인 선거 참여는 민주주의 사회가 요구하는 시민의식(citizenship)의 핵심에 속한다.

고대 그리스 철학자들의 시민 담론을 21세기 대한민국의 시각에서 음미해 보자. 우리 유권자들이 투표 참여를 통해 공무를 담당할 최선의 일꾼을 주체적으로 선택하고 이후에는 선택받은 정책집단의 공적인 판단과 활동을 최대한 존중하고 협력하는 일련의 모습은, 성숙한 시민의식이 내면에 살아있음을 증명하는 가장 확실하고 아름다운 방법이 될 것이다. 이와 반대로 투표를 포함해서 "정치에 관심을 두지 않는 사람이 받을 수 있는 가장 큰 형벌은 최악의 인간들에 의해 지배받는 것"(플라톤)이다.

마지막으로 시민사회의 공복을 자처하며 22대 총선에 출마한 후보자들에게 당부한다. 21세기는 더 이상 리더와 팔로워를 범주적으로 구분하거나, 정치인이 시민들에게 한 방향의 역할(피지배)만을 강요할 수 있는 시대가 아니다. 누군가 지금은 리더의 자리에 있더라도 곧이어 팔로워의 위치에 설 수 있으며 그 역도 마찬가지이다.

사회나 조직의 상하관계 역시 구성원 각자의 자율성과 인격적 평등을 전제로 하는 동반자 관계(partnership)로 급속히 전환되는 추세이다. 따라서 이번 총선 출마자들은 이제부터라도 '이끄는 동시에 섬기는 자세', 즉 섬김의 리더십을 체화하고 실천하기 위해 부단히 노력해야 할 것이다.

/서영식 충남대 자유전공학부 교수.리더스피릿연구소장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랭킹뉴스

  1. '시가 총액 1위 알테오젠' 생산기지 어디로?… 대전시 촉각
  2. '행정수도 개헌' 이재명 정부 제1국정과제에 포함
  3. "국내 최초·최대 친환경 수산단지 만든다"… 충남도, 당진시 발전 약속
  4. 이 대통령, 세종시 '복숭아 농가' 방문...청년 농업 미래 조망
  5. 논란의 금속보호대 대전교도소 1년간 122회 사용… 기록누락 등 부실도
  1. "착하고 성실한 학생이었는데"…고 이재석 경사 대전대 동문·교수 추모 행렬
  2. 고교학점제 취지 역행…충청권 고교 사교육업체 상담 받기 위해 고액 지불
  3. 이철수 폴리텍 이사장, 대전캠퍼스서 ‘청춘 특강’… 학생 요청으로 성사
  4. ‘숭고한 희생 잊지 않겠습니다’
  5. 건강보험심사평가원 대전충청본부, 치매안심센터 찾아 봉사활동

헤드라인 뉴스


논란의 금속보호대… 대전교도소 1년간 122회 사용

논란의 금속보호대… 대전교도소 1년간 122회 사용

<속보>교정시설에서 수용자의 폭력이나 자해를 방지할 목적으로 제한적으로 허용되는 금속보호대가 대전교도소에서 1년간 122차례 사용되고 한 번 사용되면 평균 3시간 50분간 수용자에게 착용시킨 것으로 조사됐다. 금속보호대를 이용해 6시간 이상 수용자를 결박한 사례도 16차례 있었는데 사후 전자기록을 남겨놓지 않거나 부실작성 등 보호장비 사용에 대한 문제가 추가로 확인됐다. 국가인권위원회가 대전교도소장에게 발송한 직권조사 결정서를 분석한 결과 폭력이나 자해 위험 수용자를 관리할 목적의 여러 보호대 중 결박 강도에 따라 통증이 뒤따르는..

서울대 10개 만들기·탑티어 교수 정년 예외…교육부 새 국정과제 본격 추진
서울대 10개 만들기·탑티어 교수 정년 예외…교육부 새 국정과제 본격 추진

새 정부의 서울대 10개 만들기, RISE 재구조화, AI 인공지능 활용 등 교육 분야 주요 국정과제가 본격적으로 추진된다. 학문별 대가로 선정된 교수에 대한 정년 제한을 풀고, 최고 수준의 연구비를 지원하는 것은 물론 대학생 학자금 부담을 덜어주기 위해 지원 대상을 확대한다는 계획도 내놓았다. 교육부는 6대 국정과제를 위한 25개 실천과제(공동주관 1개 국정과제, 3개 실천과제 포함)를 최종 확정했다고 17일 밝혔다. 우선 서울대 10개 만들기를 실현해 거점국립대에 대한 전략적 투자와 체계적 육성에 나선다. 학생 1인당 교육비를..

해수부 부산 이전… `정부세종청사` 공백 해소 대안은
해수부 부산 이전… '정부세종청사' 공백 해소 대안은

이재명 새 정부가 오는 12월 30일 해양수산부의 부산 청사 개청식을 예고하면서, 정부세종청사 공백 해소를 위한 동반 플랜 마련을 요구받고 있다. 수년 간 인구 정체와 지역 경제 침체의 늪에 빠진 세종시에 전환점을 가져오고, 정부부처 업무 효율화와 국가 정책 컨트롤타워 기능 강화를 위한 후속 대책이 중요해졌다. 해수부의 부산 이전에 따른 산술적 대응은 당장 성평등가족부(280여 명)와 법무부(787명)의 세종시 이전으로 가능할 것으로 분석된다. 단순 셈법으로 빠져 나가는 공직자를 비슷한 규모로 채워주는 방법이다. 지난 2월 민주당..

실시간 뉴스

지난 기획시리즈

  • 정치

  • 경제

  • 사회

  • 문화

  • 오피니언

  • 사람들

  • 기획연재

포토뉴스

  • ‘숭고한 희생 잊지 않겠습니다’ ‘숭고한 희생 잊지 않겠습니다’

  • 대한민국 대표 軍문화축제 하루 앞으로 대한민국 대표 軍문화축제 하루 앞으로

  • ‘청춘은 바로 지금’…경로당 프로그램 발표대회 성료 ‘청춘은 바로 지금’…경로당 프로그램 발표대회 성료

  • 새마을문고 사랑의 책 나눔…‘나눔의 의미 배워요’ 새마을문고 사랑의 책 나눔…‘나눔의 의미 배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