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염홍철 칼럼] 62. 우리는 '자유'를 올바로 이해하고 있는가?

  • 오피니언
  • 사외칼럼

[염홍철 칼럼] 62. 우리는 '자유'를 올바로 이해하고 있는가?

염홍철 국립한밭대 명예총장

  • 승인 2024-04-04 12:00
  • 현옥란 기자현옥란 기자
염홍철칼럼
염홍철 국립한밭대 명예총장
고전적 자유주의자들은 물론이지만 사회주의자들도 '자유'를 강조합니다. 따라서 자유의 본질적 가치 자체를 부인하는 사람은 없을 것입니다. 그런데 우리나라 많은 지식인들이 자유의 개념을 오남용하는 경우를 종종 발견하게 됩니다. 그래서 자유의 개념에 대한 최근의 연구 동향을 살펴보고 싶습니다.

최근에 유발 하라리 교수는 알고리즘의 권위 때문에 개인의 자유라는 생각의 기반이 위태롭게 될 수 있다고 주장하여 우리를 우울하게 만듭니다. 그는 빅데이터 알고리즘은 "부와 권력이 극소수의 엘리트의 손에 집중되는 반면 대부분의 사람들은 착취 대상으로 전락하는 정도가 아니라 그보다 훨씬 나쁜 처지에 놓여 있다"고 전망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민주주의 위기론이 제기되고 있지요.



베를린 장벽이 붕괴된 이후 자유주의와 공산주의 전쟁에서 자유주의가 승리함으로써 "역사는 끝났다"고 선언한 프랜시스 후쿠야마 교수는 좌·우파 모두로부터 공격을 받아 실존적 위기에 처해 있는 자유주의를 위해 옹호에 나섰습니다. 그러나 그는 최근에 펴낸 '자유주의와 그 불만'에서 "때때로 성취는 '한계를 받아들이는' 데서 나온다. 그러므로 개인과 공동체 모두의 차원에서 절제의 의미를 재발견하는 것은 자유주의 자체의 재부흥, 나아가 사실상 생존의 열쇠가 될 것이다"라고 결론지었습니다. 즉 30년 전 역사의 '승자'였던 자유주의에 대한 신랄한 비판을 가하면서 역설적으로 자유주의적 이상을 보존하기 위한 논거를 제시하고 있는 것이지요.

이번에는 '자유지상주의자'로 알려진 제이슨 브레넌 교수는 "우리 대부분은 정치에 대해 편향적으로, 즉 비합리적인 방식으로 사고한다"고 전제하면서, 자유를 '다각적'으로 분석하고 있습니다. 즉 자유는 고정된 개념이 아니라 저마다의 다른 의견을 갖고 있다는 것이지요. 그렇기 때문에 어떤 정치이념이 절대적으로 옳다고 주장하기 어렵고 자유와 같은 개념도 긴 오남용의 역사가 있다고 하였습니다.



제이슨 브레넌 교수는 중립적으로 이사야 벌린 교수의 '자유의 두 개념'을 소개합니다. '소극적인 자유'와 '적극적인 자유'를 구분합니다. 소극적 자유는 강제나 억압으로부터의 자유이기 때문에 이의(異意)가 있을 수 없습니다. 그러나 적극적 자유는 자신이 원하는 삶을 추구할 수 있는 영향으로써의 자유이기 때문에 많은 쟁점을 낳고 있습니다. 적극적인 자유를 누릴 수 있으려면 그에 상응하는 비용을 누군가가 지불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적극적 자유의 옹호론자들은 국가는 가난하고 무능한 사람도 그런 역량을 가질 수 있도록 사회 제도를 구축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하지만, 반대론자들은 아무리 뜻이 좋아도 이런 제도를 만드는 것은 전체주의로 가는 지름길이라고 비판하지요. (제이슨 브레넌, '정치란 무엇이어야 하는가' 38쪽 참조)

세계적인 정치철학자로 명성 있는 제이슨 브레넌 교수도 자유와 관련하여 애매한 주장을 하지요. 사회주의만이 아니라 자유주의도 적극적 자유를 누리기를 희망하기 때문에 "어떻게 보면 사회주의와 자본주의 또는 자유주의가 서로 다른 이상을 가지고 있다고 말하기는 어렵다"는 것이지요. 그가 과연 자유지상주의자인가 하는 의문이 들 정도입니다. (브레넌, 위의 책 43쪽 참조)

그래서 생각합니다. 모든 이념이 적극적 의미의 자유를 목표로 하고 있지만, 그것을 어떻게 구현하느냐에 대해서는 상당한 차이가 있다는 점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는 점입니다. 자유와 공기는 모두 절대적으로 필요합니다. 그러나 미세먼지가 낀 공기라고 해서 공기 자체를 거부할 수 없지요.

염홍철 국립한밭대 명예총장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랭킹뉴스

  1. 천안 불당중 폭탄 설치 신고에 '화들짝'
  2. 대전방산기업 7개사, '2025 방산혁신기업 100'선정
  3. 대전충남통합 추진 동력 확보... 남은 과제도 산적
  4. "신규 직원 적응 돕는다" 대덕구, MBTI 활용 소통·민원 교육
  5. 의정부시 특별교통수단 기본요금, 2026년부터 1700원으로 조정
  1. 중도일보, 목요언론인상 대상 특별상 2년연속 수상
  2. 대전시, 통합건강증진사업 성과공유회 개최
  3. [오늘과내일] 대전의 RISE, 우리 지역의 브랜드를 어떻게 바꿀까?
  4. 대전 대덕구, 와동25통경로당 신축 개소
  5. [월요논단] 대전.세종.충남, 문체부 지원사업 수주율 조사해야

헤드라인 뉴스


`벌써 50% 돌파`…대전 둔산지구 통합 재건축 추진준비위, 동의율 확보 작업 분주

'벌써 50% 돌파'…대전 둔산지구 통합 재건축 추진준비위, 동의율 확보 작업 분주

대전시의 노후계획도시정비 기본계획안이 최근 공개되면서, 사업대상지 내 통합 재건축을 추진하는 아파트 단지들이 선도지구 선정을 위한 동의율 확보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8일 지역 부동산 업계에 따르면 대전 둔산지구 통합14구역 공작한양·한가람아파트 단지 재건축추진준비위원회는 최근 다른 아파트 단지 대비 이례적인 속도로 소유자 동의율 50%를 넘겼다. 한가람은 1380세대, 공작한양은 1074세대에 이른다. 두 단지 모두 준공 30년을 넘긴 단지로, 통합 시 총 2454세대 규모에 달한다. 공작한양·한가람아파트 단지 추진준비위는 올해..

[충남 소상공인 재기지원] 위기의 소상공인 다시 일어서다… 경영·디지털·저탄소 전환까지 `맞춤형 종합지원`
[충남 소상공인 재기지원] 위기의 소상공인 다시 일어서다… 경영·디지털·저탄소 전환까지 '맞춤형 종합지원'

충남경제진흥원이 올해 추진한 소상공인 지원사업은 경영개선부터 저탄소 전환, 디지털 판로 확대, 폐업 지원까지 영역을 넓히며 위기 대응체계를 강화했다. 매출 감소와 경기 둔화로 어려움을 겪는 도내 소상공인을 대상으로 실질적인 경영지원금을 지급하고 친환경 설비 교체와 온라인 마케팅 지원 등 시장 변화에 맞춘 프로그램을 병행해 현장의 반응도 긍정적이다. 진흥원의 다양한 지원사업의 내용과 성과를 점검하며 충남 소상공인 재기지원 우수사례를 살펴본다. <편집자 주> 충남경제진흥원이 경영난을 겪고 있는 소상공인을 구제하기 위해 다양한 지원시스템..

유성복합터미널 1월부터 운영한다
유성복합터미널 1월부터 운영한다

15여년 간 표류하던 대전 유성복합터미널이 1월부터 운영 개시에 들어간다. 8일 대전시에 따르면 유성복합터미널의 준공식을 29일 개최한다. 유성광역복합환승센터 내에 조성되는 유성복합터미널은 총사업비 449억 원을 투입해, 대지면적 1만5000㎡, 연면적 3858㎡로 하루 최대 6500명이 이용할 수 있는 규모로 건립된다. 내년 1월부터 서울, 청주, 공주 등 32개 노선의 시외 직행·고속버스가 운행되며, 이와 동시에 현재 사용 중인 유성시외버스정류소 건물을 리모델링해 4월까지 정비를 완료할 예정이다. 터미널은 도시철도 1호선과 BR..

실시간 뉴스

지난 기획시리즈

  • 정치

  • 경제

  • 사회

  • 문화

  • 오피니언

  • 사람들

  • 기획연재

포토뉴스

  • 부산으로 이사가는 해양수산부 부산으로 이사가는 해양수산부

  • 알록달록 뜨개옷 입은 가로수 알록달록 뜨개옷 입은 가로수

  • ‘충남의 마음을 듣다’ 참석한 이재명 대통령 ‘충남의 마음을 듣다’ 참석한 이재명 대통령

  • 2026학년도 수능 성적표 배부…지원 가능한 대학은? 2026학년도 수능 성적표 배부…지원 가능한 대학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