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인칼럼]AI 법률문서 작성기

  • 오피니언
  • 전문인칼럼

[전문인칼럼]AI 법률문서 작성기

김이지 법률사무소 이지 대표변호사

  • 승인 2024-04-07 10:44
  • 수정 2024-12-03 14:41
  • 신문게재 2024-04-08 18면
  • 박병주 기자박병주 기자
변호사김이지사진
김이지 법률사무소 이지 대표변호사
AI는 많은 분야에서 가장 핫한 이슈일 텐데, 법률 분야에서도 매일 AI 관련 기사가 나오지 않는 날이 없다. 작년 10월 미국의 리걸테크 1위 업체에서 출시한 Lexis+AI가 지난달 한국에서도 서비스를 시작했고, 우리나라 리걸테크 기업들도 하루가 멀다고 서비스를 공개한다. 이제 AI는 피할 수 없는 흐름이고, 인터넷과 스마트폰 등 새로운 기술의 등장에 적응하지 못한 기업들이 모두 사라져야 했던 것처럼 AI 역시 마찬가지일 것으로 보여, 사업가의 한 사람으로서 필자도 잔뜩 긴장해 있다. 지난번 칼럼에서는 재판지연을 해결할 문제로 AI의 적극적 개발이 필요하다는 취지로, 법원 업무의 리걸테크화를 생각해보았는데, 이번에는 변호사 업무에서의 적용에 관해 느낀 점을 풀고자 한다.

사실 AI를 활용하고 싶었던 가장 큰 이유는, 변호사 업무를 도와줄 양질의 보조 인력을 구하기가 매우 힘들다는 것 때문이었다. 의뢰인들을 위하고 이 사회에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는 법률사무소가 되려는 꿈을 가지고 있는데, 그래서인지 찾아오는 분들을 최대한 도와드리기 위해 인력이 더 필요하지만, 수차례 칼럼에서 한탄한 바와 같이 좋은 인재를 찾기가 쉽지 않고 필자가 부덕한 탓인지 요즘 세대 탓인지 계속 함께하기도 쉽지 않다. 채용공고를 올려도 메뚜기 같은 팔딱팔딱한 이력서만 들어오니, 다 포기하고 어느 날 chatGPT에게 간단한 법률문서 작성을 트레이닝 시켜보기로 했다. AI의 발전 초기 단계에서부터 계속 따라가야 뒤처지지 않고 나중에 앞서갈 수 있다는 주변의 조언도 큰 몫을 했다.

나 혼자 30분이면 쓸 것을 3시간 걸려 트레이닝을 시켜본 결과는, 얘가 참 자신감 넘치는 초짜 변호사 같은데, 뭣도 모르면서 그럴싸하게 '물론입니다. 블라블라 작성해드리겠습니다' 이런다. 냅다 작성하라고 하면 도저히 법률문서로는 볼 수 없는 간단한 에세이 같은 것이 나온다. 생성형 AI는 지시어, 즉 프롬프트를 어떻게 넣는가가 결과물 산출을 결정한다고 들은 적 있어, 이리저리 지시사항을 바꾸어 넣어본다. 한번은 꽤 그럴싸한 것이 나오기는 했다. 아~! 이렇게 나는 AI를 사용할 능력을 획득했구나 하고 기뻐했지만, 다음날 또 시켜보니 다시 자기 스타일로 돌아가 버렸다. 아무짝에도 쓸모없고 그럴듯한 단어들만 나열해서 추상적인 의미의 문장만 뱉어내는 생성형 AI… 아직 법률문서처럼 고도로 전문화된 것을 해내기에는 네가 학습이 덜 되었나보다, 너그러이 생각해본다. 또, 미국법 관련한 것은 상당히 좋은 서비스들이 이미 구축되었을 것으로 생각되나, 한국법은 사정이 다르다. 판결문 비공개도 그렇지만, 문제는 한국법률 자료들에 한자가 없어 단어의 의미 파악부터 힘들 것이라 생각된다. 뜻글자를 기초로 조어가 되면서 그 뜻글자 자체는 모르니 요즘 아이들 문해력이 낮아졌듯 한국 AI는 필시 다른 언어 AI보다 능력이 뒤떨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다음에는 한자를 쓰고 우리와 법체계가 비슷한 일본의 법률AI를 한번 테스트해봐야겠다.

국내 AI 법률 챗봇 서비스를 찾아가서 사용해본다. 키워드 검색이 아니라 일반적인 자연언어로 질문을 넣어도 이해하고 답변을 출력해준다. 멋지긴 멋진데… 답이 틀렸다. 같은 질문을 chatGPT에게 다시 질문해본다. 한국법에 대한 이해가 거의 없다는 명확히 보여준다. 구체적 사안에 어떤 법리가 어떻게 적용되는가는 굉장히 고도의 추론적 사고이다. 우리나라 AI나 미국 AI는 아직 한국법의 추론은 잘 못 한다는 것을 확인한다.



이미 상당히 고도화된 자율주행의 경우에도 로봇에게 운전을 다 맡겨버리기 곤란한 것처럼, 법률AI 역시 지금보다 더 발전한다 하더라도 인간 법률가를 완전히 대체한다는 것은 요원하고, 인간만이 다른 인간을 위해 할 수 있는 일은 무엇인가 계속 고민하게 된다./ 김이지 법률사무소 이지 대표변호사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랭킹뉴스

  1. AI헬스케어부터 전통음식까지… 중소기업들 제품 홍보 '구슬땀'
  2. 국민의힘 대전시당 "이재명 정부, 충청권 철저히 배제"… 이 대통령 방문 전 기자회견
  3. 충남도의회 오인철 의원, 후계농업인 미래 위한 헌신 공로 인정받아
  4. 건양대병원, 전 교직원 대상 헌혈 참여 캠페인 전개
  5. 2025 대한민국 중기박람회 부산서 개막 '전국 중소기업 총출동'
  1. 대전시한의사회, 한국조폐공사와 우즈베키스탄 의료봉사 협약
  2. 이재명 대통령, ‘충청의 마음을 듣다’
  3. 중도일보·대전MBC, 2025년 2분기 '목요언론인클럽 이달의 기자상' 수상
  4. 월드비전, 아산시에 1,000만원 냉방용품비 지원
  5. 동구아름다운복지관, 폭염대비 시원한 여름나기 사업 진행

헤드라인 뉴스


대전 온 李대통령 "대전, 前정부 R&D 예산 삭감에 폭격"

대전 온 李대통령 "대전, 前정부 R&D 예산 삭감에 폭격"

이재명 대통령은 4일 대전컨벤션센터에서 '국민소통 행보, 충청의 마음을 듣다'라는 제목으로 진행된 타운홀미팅에서 "우리가 기억하는 박정희 시대에는 성장을 위해 결국 한 쪽으로 (자원을) 집중할 수밖에 없었다"며 "고도성장기에는 성장을 위한 자원 배분이 한 쪽으로 몰릴 수밖에 없었고, (그 결과) 거의 특권 계급화된 사람들이 생겼다. 이제 이를 근본적으로 바꾸고 균형발전 전략을 취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식민지에서 해방된 나라 중 경제성장과 민주화를 이룬 나라는 대한민국밖에 없다"며 "재벌이라고 하는 대기업 군단으로 부작..

[대전 자영업은 처음이지?] 41. 대전 서구 가장동 돼지고기 구이·찜
[대전 자영업은 처음이지?] 41. 대전 서구 가장동 돼지고기 구이·찜

자영업으로 제2의 인생에 도전하는 이들이 늘고 있다. 정년퇴직을 앞두거나 다니던 직장을 그만두고 자신만의 가게를 차리는 소상공인의 길로 접어들기도 한다. 자영업은 자신이 가장 좋아하는 음식이나 메뉴 등을 주제로 해야 성공한다는 법칙이 있다. 무엇이든 한 가지에 몰두해 질리도록 파악하고 있어야 소비자에게 선택받기 때문이다. 자영업은 포화상태인 레드오션으로 불린다. 그러나 위치와 입지 등을 세밀하게 분석하고, 아이템을 선정하면 성공의 가능성은 충분하다. 이에 중도일보는 자영업 시작의 첫 단추를 올바르게 끼울 수 있도록 대전의 주요 상권..

트로트 신동 김태웅, 대전의 자랑으로 떠오르다
트로트 신동 김태웅, 대전의 자랑으로 떠오르다

요즘 대전에서, 아니 대한민국에서 가장 잘 나가는 초등생이 있다. 청아하고 구성진 트로트 메들리로 대중의 귀를 사로잡고 있는 대전의 트로트 신동 김태웅(10·대전 석교초 4) 군이다. 김 군이 대중에게 얼굴을 알린 건 2년 전 'KBS 전국노래자랑 대전 동구 편'에 출연하면서부터다. 당시 김 군은 '님이어'라는 노래로 인기상을 받으며 관객의 시선을 사로잡았다. 공중파 TV를 통해 강렬한 인상을 남긴 김 군은 이후 케이블 예능 프로 '신동 가요제'에 출연해 화제를 모았다. 김 군은 이 무대에서 '엄마꽃'이라는 노래를 애절하게 불러 패..

실시간 뉴스

지난 기획시리즈

  • 정치

  • 경제

  • 사회

  • 문화

  • 오피니언

  • 사람들

  • 기획연재

포토뉴스

  • 이재명 대통령, ‘충청의 마음을 듣다’ 이재명 대통령, ‘충청의 마음을 듣다’

  • 취약계층을 위한 정성 가득 삼계탕 취약계층을 위한 정성 가득 삼계탕

  • 대통령 기자회견 시청하는 상인들 대통령 기자회견 시청하는 상인들

  • 의정활동 체험 ‘재미있어요’ 의정활동 체험 ‘재미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