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예공론] 추억이 묻어나는 초교시절 반창회 여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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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예공론] 추억이 묻어나는 초교시절 반창회 여행

덕천 염재균/수필가

  • 승인 2024-04-23 10:38
  • 김의화 기자김의화 기자
2024년 4월 19일(금)~4월 20일(토)

무더위를 동반한 4월의 날씨는 종잡을 수가 없을 정도로 기복이 심하다.

지구 온난화의 인한 생태계의 변화로 여름에 피어야 할 꽃들이 봄에도 피고 한 겨울에도 빨간 장미가 피어있는 것을 볼 수가 있다. 집에서 나오다 보니 5월에 피어야 할 흰쌀밥을 닮은 모양의 이팝나무의 꽃이 피기 시작했다. 앞으로 어떠한 일이 일어날지는 아무도 알 수가 없을 것 같다.

봄의 상징인 벚꽃과 개나리가 만발한 지 엊그제 같은데, '화무십일홍'(花無十日紅)이라고 간다는 소식도 없이 말없이 떠나갔다. 지금은 화려함을 자랑하는 여러 가지 색깔의 영산홍이 사람들을 유혹하고 있다.



코로나 19로 인하여 한동안 만남을 이어가지 못했던 코흘리개 초등학교 시절 6년간 함께 배우던 어린 시절을 추억하기 위해 반창회를 지속하기로 하였다.

만남의 의미를 더하기 위해 이번에는 1박 2일로 낭만의 도시인 여수로 여행을 가기로 하고 4월 19일부터 4월 20일까지 1박 2일로 사정이 있는 사람을 제외하고 7명이 함께 하기로 했다.

부푼 기대감을 갖고 여행 첫날 대전ic입구에 있는 원두막 근처에서 만나기로 했다.

시내버스를 타고 약속장소로 출발했는데, 아침 출근시간이라 교통흐름이 원활하지 못해 조바심이 났다. 그래도 약속시간에는 도착할 수 있었다. 전기공사를 하는 친구와 목수 일을 하는 친구가 먼저 와 기다리고 있어 반갑게 인사를 나누었다. 조금 있으니 옥천에서 출발한 친구들을 태운 미니 관광버스가 도착했다. 승차를 하며 얼굴을 보니 모두가 건강하고 밝은 표정들이다.

호남고속도로를 이용하여 여수를 향해 관광버스는 달리기 시작했다. 나목(裸木)으로 황량했던 산들이 어느새 초록으로 물들어 울창한 숲으로 옷을 갈아입었다. 해마다 되풀이 되는 현상이지만 자연의 놀라운 변화에 감탄사가 절로 나온다.

필자를 비롯한 7명이 1박 2일간 여행하게 될 여수는 낭만이 깃들어 있는 해양 도시로 많은 관광객들이 찾는 곳이라 할 수 있다.

여산 휴게소에 들러 잠깐의 휴식을 취하며 동산에 설치된 '가람 이병기 선생'의 발자취를 봤다. 가람의 생가는 이 곳 여산면 가람1길 76에 있다고 한다. 한국 근 현대시조와 국문학을 대표하는 선생의 업적과 정신을 기리기 위해 가람 문학관이 있다고 하는데, 관심이 있는 사람들은 찾아보기를 권한다.

차는 다시 여수를 향해 달려가고 있다. 창밖으로 펼쳐진 논밭은 농사를 준비하는 흔적들을 여기저기서 볼 수 가 있었다. 그렇지만, 농촌인구의 고령화와 인구 감소로 일하는 사람들은 눈에 띄지 않았다. 안타까운 현실이 아닐 수 없다.

여수 시내에 진입하기 전 차량에 문제가 생겨서 약 1시간을 정비소에서 머물러야만 했다. 여수시내로 들어서니 점심시간이 조금 지나서인지 모두들 뱃속이 난리라고 한다. tv에도 몇 번 나왔던 돌게장을 잘한다는 한 식당으로 갔다. 게장 맛은 그런 대로 괜찮았으나, 돌게라 딱딱하여 치아가 약한 우리들은 조심해서 먹어야만 했다.

점심식사를 한 후 찾은 곳은 동백섬이라 불리는 오동도였다. 걸어서는 15분 정도의 거리인데, 다리가 불편한 사람들을 위해 동백열차가 운행되고 있었다. 대기하고 있는 사람들이 많아 이용하기는 힘들 것 같다. 우리 일행은 자연을 만끽하며 걸어서 가기로 했다. 무더운 날씨 탓에 힘겨워 하는 친구들도 있어서 우리도 이젠 나이를 먹었구나 하는 생각이 든다.

오동도에는 지난 3월초에만 해도 동백꽃이 만발했는데, 지금은 대부분 낙화로 인해 꽃이 별로 눈에 띄질 않았다. 여행의 추억을 남기기 위해 거북선 모형과 '약무호남시무국가'(若無湖南是無國家)라는 표지석 앞에서 사진을 찍었다. 이순신 장군의 나라사랑하는 모습을 상상하면서…….

동백섬인 오동도를 사랑의 부부나무와 남자의 상징처럼 생긴 나무 그리고 둘레 길을 빠르게 둘러보았다. 유람선의 승선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기 때문이다.

오동도 근처를 한 시간 가량 돌아보고 유람선을 타니 가슴이 탁 트이는 기분이다.

유람선에서는 아름다운 목소리의 해설사가 여행의 풍미를 더해준다. 그 중에서 종고산(鐘鼓山)에 대한 설명이 기억에 남는다. 나라에 변고가 있을 때마다 웅웅거리며 운다고 하여 붙여진 산이라고 한다. 그리고 여수 밤바다 풍경과 낭만 포차거리, 대교의 아름다운 빛의 조명 등이 볼거리 그리고 간장게장과 돌산 갓김치가 유명하다는 설명이다.

한 시간의 유람선 관광을 마치고 케이블카를 타기 위해 승강기를 타고 전망대로 올라갔다.

전망대에서 내려다보니 또 다른 풍경이 우리들을 반기고 있다. 케이블카에 탑승하여 10여 분간 바다와 인접한 풍경을 눈에 담느라 정신이 없는 것 같다.

쪽빛 바다가 넘실거리고 옹기종기 모여 있는 섬들이 정겹게 느껴진다. 힘들게 바지선을 끌고 가는 조그만 배 한척이 힘겨워 보인다. 웅장한 모습의 대교가 발아래 펼쳐져 있다. 아쉬움을 뒤로하고 출구를 빠져나와 대기하고 있던 관광버스에 몸을 실었다.

저녁 식사로 회 정식을 먹을까, 아니면 회를 떠다가 먹을까 고민하다가 수산시장으로 가서 회를 떠다가 숙소인 호텔로 가 반주와 함께 먹기로 했다. 수산시장에서 구경하는 것도 재미가 있다. 싱싱한 횟감이 손님들을 기다리며 퍼덕거리며 몸부림을 치고 있었다. 아직도 현직에서 일하는 수원에 사는 친구가 마른 멸치 한 포씩을 사서 모두에게 건넸다. 오늘 친구들을 위해 와인도 넉넉히 준비해 왔다고 한다.

초등학교 다닐 적 친구들에게 이렇게 선물과 온정을 베푸는 것을 보고 우의를 느낄 수 있었다. 대가를 바라는 주식(酒食)친구가 아닌 진정성이 느껴진다.

숙소는 전망이 좋은 8층으로 바다가 내려다보이는 곳이다.

이곳은 2012년 '살아있는 바다, 숨 쉬는 연안'을 주제로 여수엑스포가 93일간 열렸던 곳으로 산책하기 좋아 모두가 들뜬 기분이다.

쫄깃한 회를 안주삼아 60년대 초교시절로 돌아가 웃음꽃과 아쉬움을 풀어놓다 보니 시간가는 줄 모르게 분위기가 무르 익어가고 있다. 머리가 희끗희끗하고 손주들의 재롱을 볼 나이지만, 마음만은 아직도 청춘시대에 머물고 있는 것이다.

추억의 보물창고에서 기억을 하나하나씩 꺼내어 보니 초등학교 시절의 모습들이 주마등처럼 지나간다. 그 시절 담임 선생님들이 보고 싶다고 애기한다. 살아 계시는 지 궁금하기만 하다.

다음날 코골이가 심한 친구 때문에 오전 4시경에 일어났다. 창밖을 보니 하늘은 금방이라도 비를 뿌릴 것만 같다. 아침식사로 인근에 있는 식당에서 황태해장국을 먹고 있을 때 비가 내리기 시작했다. 비가 내리고 있지만, 예정된 순천만의 국가정원으로 갔다. 구석구석 매력이 넘치는 오고 싶고, 가보고 싶고, 머무르고 싶은 드넓은 정원이었다. 우리들 모두 65세가 넘어 무료입장이다. 한편으로는 고맙기도 하지만, 나이듦을 다시 한 번 생각해 보게 하는 순간이었다.

이번 초교시절 6년간 함께 보낸 추억을 되살리며 함께한 1박 2일간의 여행은 돈 주고도 살 수 없는 소중한 추억으로 각자의 가슴깊이 남아있을 것이다.

여행은 건강할 때 하라는 평범한 진리를 되새기며, 나이가 들수록 가는 세월을 탓하지 말아야 한다. 건강하게 살아간다면 나이는 숫자에 불과하다고 한다.

만나면 반갑고 웃음꽃이 피어나고 동심으로 돌아가는 초등학교 시절 반 친구들과 함께하는 여행은 앞으로도 계속될 것이다.

덕천 염재균/수필가

염재균 시인
염재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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