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제선 "주민과 소통으로 지역발전 견인 진력"

대전 중구청장 "공직자 시민간 대화로 새 자치모델 정립"
1호공약 동장주민추천제 "연내 1~2곳 시범적 운영할 것"
"행정은 연속성 가져야…중촌벤처밸리 등 주요현안 계승"
소진공 유성이전? "아쉬운 결정…중구 잔류 위해 총력전"

4·10 총선과 함께 치러진 재보궐 선거로 4개월간 리더십 진공상태였던 대전 중구청장 자리가 새 주인을 찾았다.

김제선 청장이 취임하면서 중구는 그동안 답보상태였던 구정이 탄력받을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주민과의 소통을 강조하며 구민참여형 행정을 강조하는 그가 원도심 발전을 위해 어떤 해법을 내놓을지 주목된다.

그동안 대전 기초단체장을 양분해 왔던 정치인과 관료가 아닌 재야(在野) 출신으로서 그려가는 구정 스타일에도 주민들의 눈과 귀가 쏠리고 있다.

중도일보는 김 청장을 만나 앞으로 구정 방향과 현안 등에 대해 들어봤다. <편집자 주>

김제선 대전 중구청장.

-새로운 중구청장이 됐는데, 소회를 말해달라

▲새로운 중구 살림살이 총책임자로 선임해 주셔서 감사하다. 시민의 제안이 정책이 되고, 공무원과 시민의 대화가 대안이 되는 새로운 방식의 자치 모델을 만들어가겠다는 뜻을 지지해주신 것이라 생각한다. 중구 지역 도시기반 시설 자체가 노후화돼 이를 해결하려는 구민의 열망이 크기 때문에 그 문제를 잘 해결하고 추진하도록 뒷받침될 일을 서두르려 한다. 다른 한편으로는 중구엔 소상공인이 많다. 소상공인 골목상권을 살리는 게 중요한 현안이라고 생각하고, 중구의 역량으로 할 수 있는 일을 만들어가려 노력할 것이다. 0시 축제처럼 중구를 잘 알릴 수 있는 축제나 행사, 사업에서도 중구를 찾은 관광객들이 우리 지역의 매력에 빠질 수 있도록 제대로 준비할 것이다.



-선거과정에서부터 주민과의 소통을 줄곧 강조해왔다. 이를 위한 정책이나 계획이 있는가.

▲후보 시절에 제안하고 발표한 공약이 실현 가능하게 하도록 행정절차 규정을 거치려 한다. 전문가들과 중구민이 함께 모여 공약이 실천 가능한지, 또 지역 맞춤형으로 실질적인 도움을 끌어 내기 위해 어떻게 계획을 갖춰야 하는지에 대한 논의를 거쳐 공약 확정 정차를 가질 예정이다. 현재 정책자문단 구성을 진행하려 하고 있다. 여러 전문가와 실현 가능한 로드맵을 짜려는 것이다. 대형 재원이 필요한 것보다는 임기 내 충실하게 실천할 수 있는 것들 위주로 준비할 예정이다. 이 외에도 주민이 바라는 살림살이 우선순위를 듣고 수렴하는 과정도 준비하겠다. 지역 주민들의 의견을 들으며 현재 겪는 어려운 점이나 해결해야 하는 사항을 듣고, 한정된 시간과 재원 속에 무엇이 우선적으로 이뤄져야 하는지에 대한 토론을 하며 공급자 중심이 아닌 시민과 함께 결정해 나가는 과정을 마련할 계획이다.

-1호 공약인 '동장주민추천제' 역시 주민 소통을 기반으로 둔 정책이라 볼 수 있다. 이를 실현하기 위한 계획은?

▲구청은 구민들에게 먼 존재로 느껴질 수 있다. 지역민들과 가장 가까이 있는 게 바로 동장이다. 해당 지역에서 문제를 진단하고, 해결하는 길을 찾기 위해 적극적으로 활동할 공직자를 내부에서 찾아보자는 뜻이다. 아직 구체적인 계획이 나오지 않았으나 연내에 관내 행정복지센터 1~2곳을 대상으로 시범 운영할 계획이다. 동장이 자주 교체되면 동장으로써 할 수 있는 역할을 제대로 작동하지 못할 수 있다. 또, 이 과정에서 주민들의 참여가 필요하다. 동장추전제를 실행하는 과정에서 동별 주민자치회를 만들어 이들이 의견을 내고 동장을 찾고, 파악하는 역할을 할 수 있게 만들 계획을 가지고 있다. 주민자치회를 통해 주민들이 지역의 주인이라고 느끼는 효능감을 주고, 단순히 지역에서 겪은 문제 해결을 요구하는 것을 넘어 스스로 해결할 수 있는 도전과 실천할 기회를 주고 싶다. 공직자와 구민이 함께 하는 계획을 세워볼 예정이다.



-구 발전을 위해 전임자의 흔적을 지우기보단 '계승'을 강조했다. 이유가 있는가?

▲행정은 연속성을 가져야 한다. 사업이 중단되거나 단절되면 손해 보는 비용이 크다. 이러한 피해는 구민에게 고스란히 전해질 수밖에 없다. 시장이나 구청장이 바뀔 때마다 간판부터 바꾼다는 우스갯스러운 말도 있다. 사실 구민들에겐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 큰 변함보다는 안정적으로 이전 사업을 유지하는 게 구 발전에 긍정적 영향을 줄 것이라 판단했다. 다만, 사업 그대로 간다기보단, 그 사업 속에서 더 필요하고 추가해야 할 사항이 있다면 함께 추진할 계획이다. 예를 들어 중구에 들어설 '중촌 벤처벨리 조성 사업'이 있다. 구청장으로서 해당 사업을 추진하는 과정에 중구의 특성을 강조하고 살리고 싶다. 현재 중구엔 고령층이 많다. 이에 헬스케어가 굉장히 중요하다. 이를 바탕으로 중구가 헬스케어 산업의 실증 현장이 돼 실질적인 벤처 타운이 되길 바라는 것이다. 또, 건물만 짓는 게 아닌 생태계 조성하는 여러 요소들이 잘 갖춰지도록 꼼꼼하게 준비할 예정이다.



-재임 기간 동안 이른바 '김제선 표' 대표 사업을 구상하는 것이 있다면.

▲우선 중구가 안정되고 살림살이가 나아지는 게 먼저다. 김제선이라는 이름을 알리는 게 그렇게 중요하다고 생각하진 않는다. 묵묵히 구정을 이끌고 성과가 나면 주민들이 당연히 알아주시리라 생각한다. 사업보다는 다른 방식으로 일하는 중구를 만들고 있다. 행정 절차와 재원 한계가 있다. 이러한 이유로 바뀌지 않고 정해진 대로만 가다 보면 쇠락할 수 있다. 새로운 방식으로 일해 중구 공직자들이 배우고 성장하는 환경을 만들고 싶다. 그 과정에서 작은 경험을 공무원들이 스스로 성장했다는 느낌을 찾는 곳으로 바뀌어야 한다.

-최근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이 사옥 이전을 추진하며 지역사회에서 큰 반발이 일고 있다. 사옥 이전에 대한 입장은?

▲아쉬운 결정이다. 소상공인과 재래시장, 전통시장을 살린다는 게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의 설립 목적이다. 그러나 직원들의 편의를 위해서 이전을 한다는 게 과연 합리적인 선택인지 회의적이다. 기관이 소상공인 재래시장을 살리는 거라면 사람들의 접근성을 고려해야 하는데, 이전 지역이 과연 사람들이 찾을 수 있는 공간인지 잘 모르겠다. 외지에서 소진공을 찾는다 하면 대전역과 서대전역이 가까운 중구 지역에 있는 게 맞다. 아쉬운 결정을 최대한 번복하도록 노력하고 우리 지역에 미치는 영향이 최소화되도록 고민하겠다.



-중구 원도심 활성화를 위한 방안은 무엇인가.

▲원도심 문제는 중구를 넘어 전국에서 앓고 있는 문제가 됐다. 도시가 성장하고 확장하면서 원도심 자체는 쇠락하고, 신도시가 성정하는 방식으로 사회가 꾸려왔다. 원도심 발전을 위해선 역진적 재정 투자를 차별적으로 지원해야 한다. 현재 우리나라 지방재정 운영의 기본 원리는 인구가 얼마나 많은가를 본다. 그렇게 되면 어려운 지역일수록 재정을 덜 받게 되는 구조가 돼 이를 해결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보다 더 중요한 건, 지역민들이 우리 지역의 문제를 스스로 해결할 수 있다는 믿음을 가지고, 같이 움직이면 더 좋은 효과를 낼 수 있다. 많은 이들이 찾는 지역으로 만들겠다는 포부만 있어도 문제를 풀 수 있는 중요한 역할을 하게 된다.
대담= 강제일 정치행정부장·정리 김지윤 기자·사진=이성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