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보기]만성통증 환자 절반은 우울증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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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보기]만성통증 환자 절반은 우울증이 있습니다.

이원형 을지대병원 마취통증의학과 교수

  • 승인 2024-05-09 16:45
  • 신문게재 2024-05-10 19면
  • 이상문 기자이상문 기자
마취통증의학과 이원형 교수
이원형 을지대병원 마취통증의학과 교수
세계보건기구의 예측에 의하면 2030년까지 전 세계적으로 증가가 예상되는 질환은 우울증, 뇌혈관질환, 교통사고, 심혈관질환이라고 한다. 우리나라도 인구분포, 문화 사회적 변화 그리고 최근에 보고되는 불명예스러운 자살률, OECD 순위에서 하위를 차지하는 교통사고 등을 고려하였을 때 세계보건기구의 예측과 정확히 맞아떨어질 것으로 추측된다. 그러므로 전 국민 삶의 질을 지지하고 개선하기 위해서는 증가할 것으로 예상되는 질환을 대상으로 미리 예방하는 정책을 수립하거나 일반인을 대상으로 널리 알려서 이에 대한 경각심과 대비책을 마련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그런 맥락에서 3개월 이상 지속 되는 만성통증은 세계보건기구가 예측한 4개의 질환과 매우 밀접하게 연관되어 있다. 아마도 일반 독자들은 '통증'이라 하면 칼에 베이거나 뼈가 부러지거나 배가 아픈 경우에 느끼는 감각적인 아픔만을 통증이라고 생각할 것이다. 그러나 세계통증학회에서 정의하는 '통증'의 개념은 이보다 훨씬 광범위하다. 통증이라고 하는 개념이 아픈 것 말고 다른 것이 있는가 하고 고개를 갸웃거리시겠지만 통증을 전문으로 하고 30여년 간 만성통증 환자를 치료한 경험이 있는 필자는 세계통증학회의 정의에 완전히 동의한다.

셰계통증학회에서는 통증을 '감각적 정서적 불유쾌한 경험'으로 생각한다. 좀 어렵겠지만 풀어서 이야기하자면 여기서 감각적이라는 것은 일반 독자들이 알고 있는 아픈 것을 이야기한다. 그리고 정서적이라는 것은 통증에 감정, 주위 환경, 관계 등과 연관이 있는 것이고 경험이라는 것은 우리가 뇌에서 일생을 통해서 각인된 기억과 현재의 느낌이다.

쉬운 예를 들어보자. 총알 빗발치고 백병전이 벌어지는 전장에서는 총알이 종아리 근육을 뚫고 지나가도 통증을 느끼지 못한다. 과거에 심한 통증을 경험한 적이 있는 골절환자는 수술 후 발생하는 통증에 훨씬 예민해서 더 많은 진통제가 필요하다. 만성통증이 있는 환자의 약 50%에서는 우울증이 동반되어 있으며 이는 일반 사람이 일생을 통하여 우울증을 경험할 확률인 10%보다 훨씬 높다.

긴 병에 효자 없다는 옛 속담이 있다. 병이 길면 처음에 관심과 위로를 주던 주위 사람들도 하나둘씩 떠나고 통증을 호소하는 것에 점점 냉담해진다. 그러므로 3개월 이상 지속 되는 통증을 가진 만성통증 환자들은 외롭게 되고 예민하고, 통증 때문에 잠을 깊이 들 수 없는 불면증이 생기고, 결국 우울증이 찾아오게 된다. 우울, 불면, 불안을 만성통증의 3박자라고 한다. 삶이 불행해지면서 이는 점점 더 어려운 악순환에 빠지게 된다.

세계적으로 권위 있는 여러 연구에서 만성통증이 우울증과 매우 깊은 관계가 있음이 증명되었다. 만성통증 환자의 2명 중 1명은 우울증이 있는 것으로 보고 되었다. 그러므로 만성통증을 적절하게 치료하려면 단순히 아픈 것만을 치료해서는 효과적인 치료를 거둘 수 없다. 불면, 불안, 우울을 함께 다스려야 효율적으로 만성통증을 치료할 수 있으며 이를 통해서 궁극적으로 삶의 질을 개선할 수 있다.

또한 급성통증을 적절하게 관리하지 못해서 만성통증으로 넘어가는 경우는 치료가 더욱 어렵기 때문에 보다 적극적으로 급성통증에 대처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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