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人칼럼] 센터네리언

  • 오피니언
  • 문화人 칼럼

[문화人칼럼] 센터네리언

조부연 도자디자이너

  • 승인 2024-05-29 16:32
  • 신문게재 2024-05-30 19면
  • 김지윤 기자김지윤 기자
2024040301000287200009531
조부연 도자디자이너
백 살이 넘은 사람을 센터네리언(centenarian)이라고 한다. 어원은 라틴어 "centum"이다. 기대수명이 80세를 넘은 세상에 우리는 살고 있다. 하지만 기대수명까지 살면서 자신의 직업을 계속 발전시키는 경우는 흔치 않다. 대부분 60세 중반에 은퇴하고 다른 삶을 산다. 시니어 재취업 등으로 평생 갈고닦은 능력을 다시 발휘하는 은퇴자는 많지 않다. 그런데 예술가, 특히 시각예술가는 조금 다르다. 정신과 기력이 허락한다면 끝까지 갈 수 있다. 사실, 은퇴가 없다.

최근, 에바 자이젤(Eva Zeisel 1906-2011, 헝가리 태생의 미국 도예가이자 디자이너)에 대한 짧은 글을 몇 군데 기고하고 있다. 줄곧 그녀에 대한 학술적인 글을 쓰려고 애써왔지만 쉽지 않다. 국내에서 연구하는 연구자가 없어 한글 텍스트가 전혀 없다. 필자가 가끔 가벼운 글을 쓰며 언급하는 게 고작이다. 영문으로 된 서적을 아마존에서 사 모은다. 1980년대 출간한 중고 책이 200달러를 넘는다. 부르는 게 값이다. 드물게 구글링해서 얻은 PDF 파일을 챗GPT와 대화하며 공부한다.



에바 자이젤은 1906년 헝가리의 부다페스트에서 태어났다. 1923년에 부다페스트 미술 아카데미에 입학하여 도자기를 배웠다. 1932년, 독일로 이주하여 베를린에서 도자기 디자이너로 활동하며 명성을 쌓았다. 소련으로 이주하지만 1937년, 스탈린에 의해 16개월 동안 수감되었으며, 강제 노동과 고문을 겪었다. 1940년에 석방되자 헝가리로 돌아왔고, 나치의 박해를 피해 미국으로 망명했다.

미국에 정착한 자이젤은 뉴욕에 위치한 프랫 인스티튜트에서 도자기 디자인을 가르쳤다. 에바 자이젤의 디자인 철학은 기능성과 아름다움의 조화를 중시하는 것이었다. 일상생활에서 사용하는 물건이 단순히 기능적일 뿐만 아니라, 시각적 즐거움을 제공해야 한다고 믿었다. 자연에서 영감을 받은 유기적 형태를 자주 사용했으며 인간 중심의 디자인을 중요시했다. 에바 자이젤은 20세기 현대 도자기 디자인에 큰 영향을 미쳤으며 오늘날까지도 많은 사람들에게 사랑받고 있다.



그녀는 결코 멈추지 않았다. 2011년, 105세의 에바 자이젤은 생을 마감하기 직전까지 새로운 도자기를 스케치하고 있었다. 어제 자정까지 석고 몰드와 씨름했다. 40Kg에 가까운 석고 솔리드를 깎고 다듬느라 온몸이 만신창이가 됐다. 간신히 머리만 감았다. 석고 파우더가 머리에 내려앉아 마치 백발 노인처럼 보여 어쩔 수 없었다. 거울을 보며 센터네리언 에바를 떠올렸다. 언제까지 도자기를 만들 수 있을까. 이렇게 힘에 부친대!

유튜브 알고리즘이 스윙재즈를 계속 띄운다. 2021년, 알츠하이머병을 앓고 있는 90세가 넘은 재즈 가수 토니 베넷(1926-2023)은 마지막 공연에서 그의 명곡 <I Left My Heart in San Francisco>를 열창했다. 그가 과연 무대에서 노래할 수 있을지 모두 우려했지만, 그는 전성기의 폼을 되찾아 무려 일곱 곡을 완벽하게 불렀다. 마지막 무대를 내려오는 그를 레이디 가가가 에스코트했다.

조부연 도자디자이너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랭킹뉴스

  1. 대전 한우리·산호·개나리, 수정타운아파트 등 통합 재건축 준비 본격
  2. 대전충남통합市 명칭논란 재점화…"지역 정체·상징성 부족"
  3. 대전 유성 엑스포아파트 지구지정 입안제안 신청 '사업 본격화'
  4. <속보>갑천 파크골프장 무단조성 현장에 잔디 식재 정황…고발에도 공사 강행
  5. 대전교육청 종합청렴도 2등급→ 3등급 하락… 충남교육청 4등급
  1. 이재석 신임 금융감독원 대전세종충남지원장 부임
  2. 주택산업연구원 "내년 집값 서울·수도권 상승 유지 및 지방 상승 전환"
  3. 대전세종범죄피해자지원센터, 김치와 쇠고기, 떡 나눔 봉사 실시
  4. [행복한 대전교육 프로젝트] 대전둔곡초중, 좋은 관계와 습관을 실천하는 인재 육성
  5. 대전·충남 행정통합 속도...차기 교육감 선출은 어떻게 하나 '설왕설래'

헤드라인 뉴스


김태흠-이장우, 충남서 회동… 대전충남 행정통합 방안 논의

김태흠-이장우, 충남서 회동… 대전충남 행정통합 방안 논의

대전·충남 행정통합을 주도해온 김태흠 충남도지사와 이장우 대전시장이 만났다. 양 시도지사는 회동 목적에 대해 최근 순수하게 마련한 대전·충남행정통합 특별법안이 축소될 우려가 있어 법안의 순수한 취지가 유지되는 방안을 논의하기 위해 만났다고 밝혔다. 가장 이슈가 된 대전·충남광역시장 출마에 대해선 김 지사는 "지금 중요한 것은 정치적인 부분이 아니다"라고 선을 그으면서도 "불출마 할 수도 있다 라고 한 부분에 대해선 지금도 생각은 같다"라고 말했다. 이장우 시장은 24일 충남도청을 방문, 김태흠 지사를 접견했다. 이 시장은 "김태흠..

정청래 "대전 충남 통합, 法통과 되면 한 달안에도 가능"
정청래 "대전 충남 통합, 法통과 되면 한 달안에도 가능"

더불어민주당 정청래 대표는 24일 대전 충남 통합과 관련해 "충남 대전 통합은 여러 가지 행정 절차가 이미 진행되어 국회에서 법을 통과시키면 빠르면 한 달 안에도 가능한 일"이라고 강조했다. 정 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열린 대전·충남 통합 및 충청지역 발전 특별위원회 제1차 전체회의에서 "서울특별시 못지 않은 특별시로 만들겠다"며 이같이 말했다. 이재명 대통령이 지난 18일 대통령실에서 대전 충남 의원들과 오찬을 가진 자리에서 "내년 지방선거 때 통합단체장을 뽑자"고 제안한 것과 관련해 여당 차원에서 속도전을 다짐한 발언으로 풀이된다..

[기획] 백마강 물길 위에 다시 피어난 공예의 시간, 부여 규암마을 이야기
[기획] 백마강 물길 위에 다시 피어난 공예의 시간, 부여 규암마을 이야기

백마강을 휘감아 도는 물길 위로 백제대교가 놓여 있다. 그 아래, 수북정과 자온대가 강변을 내려다본다. 자온대는 머리만 살짝 내민 바위 형상이 마치 엿보는 듯하다 하여 '규암(窺岩)'이라는 지명이 붙었다. 이 바위 아래 자리 잡은 규암나루는 조선 후기부터 전라도와 서울을 잇는 금강 수운의 중심지였다. 강경장, 홍산장, 은산장 등 인근 장터의 물자들이 규암 나루를 통해 서울까지 올라갔고, 나루터 주변에는 수많은 상점과 상인들이 오고 가는 번화가였다. 그러나 1968년 백제대교가 개통하며 마을의 운명이 바뀌었다. 생활권이 부여읍으로 바..

실시간 뉴스

지난 기획시리즈

  • 정치

  • 경제

  • 사회

  • 문화

  • 오피니언

  • 사람들

  • 기획연재

포토뉴스

  • 크리스마스 분위기 고조시키는 대형 트리와 장식물 크리스마스 분위기 고조시키는 대형 트리와 장식물

  • 6·25 전사자 발굴유해 11위 국립대전현충원에 영면 6·25 전사자 발굴유해 11위 국립대전현충원에 영면

  • ‘동지 팥죽 새알 만들어요’ ‘동지 팥죽 새알 만들어요’

  • 신나는 스케이트 신나는 스케이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