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제동굴, 부평에서 대전까지] 새우젓토굴에서 강제동원 전쟁유적으로 승화…"대전도 가능"

[일제동굴, 부평에서 대전까지] 새우젓토굴에서 강제동원 전쟁유적으로 승화…"대전도 가능"

젓갈숙성 토굴로 쓰이던 동굴 시민들이 역사 조명
지하호 발견·증언수집, 노래와 연극화 시민이 주도
대전에서도 발굴과 기록·콘텐츠화 주민참여 마련을

  • 승인 2024-06-03 17:33
  • 신문게재 2024-06-04 3면
  • 임병안 기자임병안 기자
IMG_7549
부평문화원이 주관한 5월 31일 '부평지하호 달빛기행'에서 참여자들이 지하호 입구에서 해설사의 설명을 듣고 관찰하고 있다. (사진=임병안 기자)
인천시 부평구, 넓은 평야를 산이 둘러싼 분지 지형에 국내 최초 철도 경인선이 지나는 길목에 위치해 일제강점기 대전과 쌍둥이처럼 닮은 모습이 관찰되고 있다. 그중 부평 함봉산에서 앞서 발견돼 학계에 보고된 지하호 27개는 최근 대전 보문산에서 목격되는 동굴 10여 개와 모양부터 조성 시점이 상당히 유사하다. 5월 31일 부평문화원 초대를 받아 이틀간 부평 일원의 지하호 조사에 다녀왔다. <편집자 주>



[일제동굴, 부평에서 대전까지]

1. 지하호 27개와 일제 육군조병창

2. 강제동원 규명과 역사 바로알기



3. 전쟁유산의 대전 보문산 재발견



"이곳은 1945년 8월 광복 이후 시간을 멈춘 곳입니다, 강제징용 아픈 역사가 보존된 곳이고요."

기자가 인천 부평구 함봉산 지하동굴에 찾아간 날은 마침 '부평지하호 달빛기행'이 진행 중이었고, 부평문화원 해설사 천용임 씨가 동굴 앞에서 참석자들에게 이같이 설명했다. 부평문화원은 매달 시민들이 함봉산 일원을 걸으며 지하호를 관람하고 전문가의 해설을 듣는 프로그램을 운영 중으로, 이날도 초등학생 자녀를 둔 부모, 같은 직장에 다니는 동료들이 삼삼오오 신청해 20명이 참여했다.

오후 7시 지하호 7개가 오밀조밀 이어진 함봉산 C구역을 걷고 해설사의 역사 설명을 청취한 후 C구역 6번째 동굴 가장 안쪽에서 조명을 모두 끄자 코 앞에 자신의 손도 보이지 않을 정도의 완벽한 어둠이 참여자들을 감쌌다. 79년 전 일제의 강요로 이곳에 동원되어 굴을 파고 돌을 날랐을 조선인들의 희생에 묵념하는 것으로 달빛기행은 마무리됐다.

부평 지하호가 지금처럼 역사 체험공간이 된 것은 시민의 참여와 문화원의 뒷받침이 있어 가능했다. 이곳 지하동굴은 최근까지 새우젓을 보관해 숙성시키는 토굴 정도로 쓰였고, 지금도 일부 동굴은 개인이 새우젓 숙성실로 활용 중이다. 부평문화원은 마을 어르신들이 직접 함봉산 일원에 지하호를 찾아내고 주민들에게 증언을 수집하는 문화콘텐츠 프로젝트를 시행했다. 이 과정에서 시민들이 스스로 구술기록과 사진, 동영상을 남겼다. 또 일제강점기 동굴 조성에 강제동원된 이들의 증언을 바탕으로 노래를 만들고 어린이들의 인형극이 제작됐으며, 마을 어르신들이 출연한 창작극 '세 남매의 봄'이 탄생해 공연됐다.

IMG_7583
부평문화원이 주관한 5월 31일 '부평지하호 달빛기행'에서 참여자들이 지하호 안에서 해설사의 설명을 듣고 관찰하고 있다. (사진=임병안 기자)
특히, 부평지하호에 대한 다양한 접근을 계기로 1945년 봄부터 8월 해방때까지 실제로 근로동원되어 하루 12시간씩 2교대로 굴을 파고 돌을 나른 강제동원 피해자 홍경남(94)·전진수(94) 옹이 자신의 경험과 기억을 부평문화원에 제보하듯 증언했다. 이로써 강제동원을 확인하는 결정적 계기가 됐다.

정혜경 일제강제동원&평화연구회 대표연구위원은 "지역 주민들께서 부정적 문화유산으로 여겨 가까이 다가가지 않거나 감춰야 할 대상으로 여기는 게 아니라, 중요한 우리 역사이면서 문화자산으로 여기는 것이 중요하다"라며 "부평은 일반인들이 발굴하고 조사해 노래와 연극 등으로 지하호에 담긴 우리 이야기를 표현한 신선하고 바람직한 사례"라고 설명했다.

대전 보문산에서도 일제강점기 아시아태평양전쟁에 대비한 지하호 형태의 동굴을 조성했고, 몇 곳은 1945년 8월 마지막 공사 때 모습 그대로 실물이 남아 있다. 또 당시 대전중학교 재학생들이 근로 동원돼 보문산에서 굴을 파고 돌을 날랐다는 증언이 일부 수집됐으나 본격적인 조사와 기록화 또는 문화 콘텐츠로 이어지지 않고 있다.
부평=임병안 기자 victorylba@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랭킹뉴스

  1. AI디지털교과서 연수 받으러 1박 2일 대전서 사천·통영까지? 일선 교사들 "이해 불가"
  2. 대전 내 학교도서관 사서 배치된 학교는 10곳 중 3곳뿐 "관리 인력 증원 필요"
  3. 고령층 취·창업자 증가세… 정년연장 논의 탄력받나
  4. [사설] 심우정 검찰총장, '국감장 발언' 의미
  5. 돌봄윤리와 장애인 돌봄정책-현실과 고민들-
  1. [사설] 수돗물 안정적 공급, 취수원 다변화도 뒤따라야
  2. 대동천 오염, 지천 중 가장 심각…집단폐사 불렀나?
  3. 대전교원단체, 학생 분리조치 수업방해학생지도법 통과 촉구
  4. [부여 무장간첩사건 29주기] 나성주·장진희 '2024 경찰영웅'… 고 김학구 경감은 기록 남겨
  5. 산흥초등학교, 굿네이버스 대전지부에 알뜰시장 수익금 후원

헤드라인 뉴스


산업용 전기료 내일부터 9.7% 인상… 지역 중기 `발등에 불`

산업용 전기료 내일부터 9.7% 인상… 지역 중기 '발등에 불'

산업용 전기요금이 24일부터 평균 9.7% 인상된다. 대기업이 주로 쓰는 전기료가 10.2%, 중소기업은 5.2% 오르는 것인데, 경기침체로 매출 감소가 이어지고 있는 지역 중소기업은 발등에 불이 떨어졌다. 산업통상자원부와 한국전력은 23일 정부세종청사에서 최남호 산업부 2차관과 김동철 한전 사장이 참석한 가운데 브리핑을 열고, 이 같은 내용을 담은 전기요금 인상 방안을 발표했다. 인상 방안을 보면 대용량 고객 대상인 산업용(을) 전기요금은 1kWh(킬로와트시)당 165.8원에서 182.7원으로 10.2%, 중소기업이 주로 쓰는 산..

특별교부세 확보 잇따라 … 대전 교육계 현안 탄력
특별교부세 확보 잇따라 … 대전 교육계 현안 탄력

교육환경 개선과 시설 노후화 해소 등 해묵은 대전 교육계의 각종 현안이 탄력을 받게 됐다. 지역 국회의원들이 교육부 하반기 특별교부세를 잇따라 확보하면서 나오는 기대감이다. 더불어민주당 박정현 의원(대전대덕)은 이번에 23억 3500만 원을 따냈다. 세부적으로는 이번 교육부 특교세는 △동도초 천장교체(석면철거) 8800만원 △중원초 체육관 개보수 10억 5500만원 △신탄진고 체육관 전면 보수 11억 9200만원 등이다. 박정현 의원은 "교육부 특교세가 확보됨에 따라 대덕구 내의 교육여건 개선이 이루어지게 됐다"며 "앞으로도 지역..

세종시 중학생 `타 지역 고교 유출` 해마다 증가세
세종시 중학생 '타 지역 고교 유출' 해마다 증가세

세종시 중학교 3학년 학생들의 타 지역 고교 유출이 상승 곡선을 그린 것으로 나타났다. 30·40 젊은층 부부의 거주지 선택 1순위가 자녀 교육에 있다는 연구 결과를 감안할 때, 세종시교육청의 정책 정비가 시급하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유인호(더불어민주당·보람동) 세종시의원은 10월 23일 오전 보람동 시의회청사에서 열린 제93회 임시회 본회의 5분 발언을 통해 이 같은 현주소를 짚으며 문제점 개선을 요구했다. 유 의원이 이날 공표한 자료를 보면, 졸업 후 타 지역 고교에 입학하는 중3 학생 수는 2020년 67명, 2021년 79..

실시간 뉴스

지난 기획시리즈

  • 정치

  • 경제

  • 사회

  • 문화

  • 오피니언

  • 사람들

  • 기획연재

포토뉴스

  • 놀면서 배우는 건강체험 놀면서 배우는 건강체험

  • 서리 내린다는 상강(霜降) 추위…내일 아침 올가을 ‘최저’ 서리 내린다는 상강(霜降) 추위…내일 아침 올가을 ‘최저’

  • 철거예정 건물을 활용한 실전 위주 훈련 철거예정 건물을 활용한 실전 위주 훈련

  • ‘꼭 일하고 싶습니다’ ‘꼭 일하고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