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제동굴, 부평에서 대전까지]함봉산 지하호 27개 조병창 시설 '규명' 보문산은?

[일제동굴, 부평에서 대전까지]함봉산 지하호 27개 조병창 시설 '규명' 보문산은?

인천 부평 함봉산 일제 방공호 27개
조병창 옮겨 소총 등 무기 생산하려
일본군 문헌 확보해 역사적 사실 확인
일렬로 여러 동굴 대전 보문산과 유사

  • 승인 2024-06-02 17:26
  • 신문게재 2024-06-03 1면
  • 임병안 기자임병안 기자
부평 동굴사진1
인천시 부평구 함봉산에 위치한 일제강점기 지하호 내부와 입구 모습. 조성시점과 형태가 대전 보문산과 유사하다.  (사진=임병안 기자)
인천시 부평구, 넓은 평야를 산이 둘러싼 분지 지형에 국내 최초 철도 경인선이 지나는 길목에 위치해 일제강점기 대전과 쌍둥이처럼 닮은 모습이 관찰되고 있다. 그중 부평 함봉산에서 앞서 발견돼 학계에 보고된 지하호 27개는 최근 대전 보문산에서 목격되는 동굴 10여 개와 모양부터 조성 시점이 상당히 유사하다. 5월 31일 부평문화원 초대를 받아 이틀간 부평 일원의 지하호 조사에 다녀왔다. <편집자 주>

[일제동굴, 부평에서 대전까지]

1. 지하호 26개와 일제 육군조병창

2. 강제동원 규명과 역사 바로알기

3. 전쟁유산의 대전 보문산 재발견



대전에서 200㎞ 떨어진 인천시 부평구 함봉산 일원에서 대전 보문산에 있는 동굴과 유사한 형태의 지하호를 마주했다. 5월 31일 승용차로 3시간 거리를 이동해 찾은 함봉산은 주택과 아파트단지가 들어선 평야를 서쪽과 동쪽 방향에서 감싼 지형으로 옛 충남도청과 대전역, 서대전역을 남쪽에서 감싸고 도심에 가까운 보문산과 유사하게 보였다. 부평문화원은 이곳에서 2016년부터 일제강점기 조성한 지하호 조사를 시작해 최근까지 27개의 지하동굴을 발견했다. 주민들이 생활하는 곳에서 얼마 떨어지지 않은 숲속에 숨은 듯 드러난 동굴 입구는 보문산에서 보이는 것보다 컸으나, 한 지점에 4~5개씩 나란히 조성된 방식은 대전 석교동에 입구가 닫힌 동굴 4개가 단추 구멍처럼 위치한 것과 동일한 조성방식이었다.

C구역 6번째 지하호에 들어가 관찰할 수 있었는데 트럭 한 대가 들어갈 수 있음 직한 너비와 높이에 깊이는 150m에 달했다. 안쪽으로 들어가면 입구의 빛이 들어오지 않도록 약간 왼쪽으로 굽은 형태로, 낙석을 막으려 바위에 홈을 파서 기둥을 받친 흔적과 굴착에 쓰이는 착암기 구멍 그리고 화약을 넣어 터트리려 했던 자국이 그대로 남아 있어, 보문산 동굴과 동일했다. 동굴 끝 지점에서는 착암기나 화약 구멍이 유독 많이 남아 있는데, 일제가 이곳에서 굴착 공사를 마무리하지 못하고 패망했기 때문으로 보인다.

부평 내부 구멍
인천시 부평구 함봉산 일원 지하호 내부에 남은 흔적. 보문산 동굴에 있는 것들과 유사하다.  (사진=임병안 기자)
특히, 부평 지하호는 조성 목적과 시점, 동원된 인력 규모와 성격이 일본군 조병창 내부문서를 통해 규명됐다. 함봉산 아래 평야에는 일제강점기 소총과 탄환, 포탄을 제조하는 무기공장의 일제 육군 조병창이 있던 곳으로, 매달 소총 4000정을 제작할 정도의 규모였고 중일전쟁에 소요되는 무기를 조달하는 거점이었다. 부평문화원이 발견한 1945년 3월 작성된 '예하부대장 회동시 병기생산 상황보고'에서 조병창 생산시설을 인근의 산지에 구축한 시설(지하호)로 옮길 계획을 소상히 담고 있으며, 지형도를 통해 지하호의 위치를 기록하고 있어 결정적 증거가 됐다. 또 1945년 3월부터 5월까지 지하호 조성을 위해 공사요원, 도로·수도·철도공사 요원 등 4000여 명을 동원할 계획을 담고 있어 조선인 강제동원 피해 현장으로 역사적 가치를 인정받고 있다.

김규혁 부평문화원 문화사업과장은 "부평지하호는 병기제작소인 조병창을 동굴 안으로 옮겨 태평양전쟁 말기 미군의 폭격을 피하려 굴착했다는 게 문헌으로 확인되고 있다"라며 "함봉산 지하호가 인천육군조병창과 관련 있다는 게 확인되면서 일제강점기 수탈과 강제 징용의 부평지역 아픈 역사를 기록하는 중요한 장소가 됐다"라고 설명했다.
부평=임병안 기자 victorylb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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