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도시평] 인구위기 대응과 철학적 사유의 역할

  • 오피니언
  • 중도시평

[중도시평] 인구위기 대응과 철학적 사유의 역할

  • 승인 2024-06-04 10:20
  • 신문게재 2024-06-05 18면
  • 김흥수 기자김흥수 기자
2024040101010001015
신천식 미래상상 연구원 이사장·배재대 초빙교수
최근 기획 재정부 자문기구인 중장기 전략 위원회가 한국의 초저출산 고령화에 따르는 인구위기 극복 7대 정책 과제를 제안했다. 2023년 합계 출산율 0.73명으로 세계 최저수준인 인구감소위기를 돌파할 현재 수준의 합리적 방안을 제시한 것으로 보여지며, 정부의 저출산 지원도 원인과 정책 효과성 등을 분석해 선택과 집중을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특히 주목해야 할 부분은 육아휴직 급여를 현행 급여 소득 대체율 44.6% 수준에서 단계적으로 현실화하고, 조기 복귀 옵션 도입을 중장기적으로 도입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인구문제가 주요 관심사로 떠오르고 있는 현대사회는 개인의 의사결정권이 존중되는 역사이래 초유의 개인주의적 특성을 보여 주고 있다는 것이 다수 전문가들의 비교적 일치된 견해다. 왜곡된 개인주의적 특성을 보여주는 개인주의화(individualization)는 문명화 과정을 이루는 특정, 주관적 생애의 일반화된 단편들을 가리키며 산업화와 근대화의 마지막 단계에서 나타난다. 개인주의화는 역사적으로 계승되며 규정된 사회적 요구와 속박이 제거되고, 전통적 규범과 믿음의 해체 이후 시장과 제도가 만들어가는 새로운 유형의 사회적 규칙으로 이해할 수 있다. 주목할 부분은 어떤 생활상황과 어떤 생애가 개인주의화 시대를 살아가는 인간 삶의 지배적인 유형이 되는가이다. 개인주의화를 구체적으로 표현하자면 전통적 분류의 지위에 기반한 계급으로부터의 이탈과 해방, 전통적 가족구조와 역할의 변화. 지리학적 관계의 변모, 이웃 관계의 변화, 여가 행위의 변화 등으로 이해할 수 있다. 개인주의화의 두 번째 특징은 여성들의 위상과 역할 변화다. 여성은 가족 유지와 결속 위한 중심역할과 부양의무로부터 해방되고, 가족 형태는 협상으로 맺어진 임시적 가족 유형으로 대체된다. 이혼과 졸혼, 비혼의 만연과 계약 동거의 세대 불문 유행 등도 무관치 않을 것이다. 이러한 와중에 여성의 경우 고용시장에서의 위치 점유와 존재 인증을 위한 교육기회 확보와 직업주기의 참여가 전통적인 여성의 역할인 가족부양과 출산 등에 의해 간섭을 받아야 하는 이중적 모순상황에 처하게 된다. 이제 생활상황과 과정의 개인주의화는 각자의 생애가 전적으로 그 또는 그녀 자신의 선택으로 결정됨을 의미한다. 교육, 직업, 역할, 거주지, 배우자와 자녀의 수에 관해 따라야 하는 규칙은 퇴출됐다. 규범에 따르는 삶에서 선택하는 생애로 전환되면서 중요한 의사 결정의 귀속책임은 각자가 부담해야 하며 불이익도 본인의 몫이 된다. 결혼 여부와 아이 출산에 따르는 유불리도 본인의 몫이며 본인의 책임이다. 선택의 자유는 어찌 보면 형벌의 선고와 같아진다. 저출산 문제가 특정 국가의 운명과 지속 여부를 가늠할 중요한 공공 변수라 하여도 탈 구조화된 개인화의 시대에 불이익을 감수한다는 것은 여성과 개인의 입장에서는 받아들이기 어려운 문제가 될 것이다.

철학적 사고의 강점은 현실을 바라보는 정확한 통찰을 제공하고 현실문제에 관한 해답을 찾을 수 있다는 것이다. 수천 년의 인류 문명사를 통해 수많은 철학자들이 특정 문제에 관해 주목하며, 끊임없이 의심하고 해답을 찾아가는 과정이 철학의 역사이고 내용이 되기 때문이다. 철학은 제안과 비판, 재 제안이라는 흐름으로 논의가 이뤄진다. 전문가뿐만 아니라 의사결정 권한이 있는 관료와 정치인들이 인구 문제의 심각함과 절박함을 진정으로 수용하고 전문가를 포함하는 시민적 집단지성을 활용하려는 의지를 보여준다면 진전된 논의와 해법 마련도 가능할 것이다. 특히 지금까지 적절한 해결 방안을 마련하지 못한 전통적 사고관과 고정관념을 폐기하고 해체하며, 새로운 관점도입으로 미래 지향적인 변화를 반영하고 집단적 공감을 주도할 수 있다면 대책 마련도 가능할 것이다. 철학은 인간의 역사를 통해 반복된 무수한 실패와 비극의 사례에서도 무언가를 배우고 교훈을 이끌어냈다. 철학은 인류 역사를 통하여 반드시 해답을 제시해 왔다. 지금 이대로라면 한국적 상황에서 뾰족한 묘수가 없을 것 같은 인구문제의 해법도, 철학이 채택하는 다양한 사유의 방법론을 활용한다면 방안이 나올 것이라는 기대를 해본다. /신천식 미래상상 연구원 이사장·배재대 초빙교수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랭킹뉴스

  1. 세종시 상장기업 다수 부침 거듭...어떤 기업 포진해 있나
  2. '고 김하늘 양 사건' 교육부 조사 끝 "학교장 중징계, 교감 경징계"
  3. 통합과 혁신 나선 지역 국립대… 체질 개선 '안간힘'
  4. [한성일이 만난 사람]이성진 한국건설시험연구소(주)대표이사
  5. [주말 사건사고] 대전 사회복지관서 음식물 탄화로 불…천안 부품 공장 화재
  1. 대전 선관위 직원들이 투표지 넣어 선거 조작?…오인 신고
  2. 의대 정원 축소에도… 충청권 지역인재 전형 확대
  3. [기고] 정성 들인 한 표가 인생에 미치는 영향
  4. 남서울대, '2025 취업 마스터 캠프' 성료
  5. 백석문화대, 2025학년도 학생홍보대사(18기) 위촉식 개최

헤드라인 뉴스


21대 대선 하루 앞… 소중한 한 표 충청의 선택은 누구에게?

21대 대선 하루 앞… 소중한 한 표 충청의 선택은 누구에게?

대전·충청은 물론 대한민국의 새로운 미래를 결정할 21대 대통령 선거가 하루 앞으로 다가왔다. 이번 대선은 윤석열 전 대통령 파면으로 치러지는 궐위 선거로, 4월 윤 전 대통령에 대한 헌법재판소의 파면 결정과 동시에 열린 초단기 대선 레이스가 지금까지 숨 가쁘게 이어졌다. 60일의 짧은 기간 동안 각 정당과 후보들은 총력전을 펼쳤다. 특히 전통적 캐스팅보터 지역이자, 역대 선거마다 승패를 결정지은 금강벨트 표심을 초반부터 집중적으로 공략했다. 그 결과, 충청의 숙원인 행정수도 완성을 비롯한 첨단산업벨트 구축과 주요 공공기관 이전,..

대선 후보들 과학수도 대전 약속했다
대선 후보들 과학수도 대전 약속했다

6월 3일, 21대 대통령 선거가 바로 코앞에 다가왔다. 국가 위기 상황에서 치러지는 이번 선거는 충청 발전을 위한 중요한 변곡점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주요 후보들은 물론 국민 대통합과 국가균형발전, 미래산업 발전을 위한 공약은 물론 충청지역 발전을 위한 공약도 쏟아냈다. 유권자들은 연설이나 퍼포먼스를 잘하는 후보도 좋지만, 공약을 치밀하게 준비하고 이행할 수 있는 후보를 지지하는 것이 충청에 도움이 된다. 중도일보는 충청인들의 선택을 돕고자 제 21대 대통령 선거 후보들이 제시한 충청권 4개 시도 주요 공약을 분석했다. <편집자..

식품·외식 물가 껑충에 서민 부담 늘어간다
식품·외식 물가 껑충에 서민 부담 늘어간다

물가 상승으로 소비자가 느끼는 장바구니 물가 부담이 더욱 커지고 있다. 물가가 오른 데는 식품기업과 외식업계 등의 가격 인상이 주된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는데, 급격한 물가 상승에 당분간 서민들의 부담은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1일 업계에 따르면 2024년 정부의 압박에 가격 인상을 자제해오던 식품업체들은 계엄 사태 이후 이어진 탄핵 정국의 혼란기에 제품 가격을 줄줄이 올렸다. 가격 인상 사례는 지난 1월과 2월에 이어 3월 이후 부쩍 늘었고 대통령 선거를 눈앞에 둔 최근까지도 끊이지 않았다. 동서식품은 대선 나흘 전인 전날 국내 믹..

실시간 뉴스

지난 기획시리즈

  • 정치

  • 경제

  • 사회

  • 문화

  • 오피니언

  • 사람들

  • 기획연재

포토뉴스

  • 제21대 대선 D-1…대통령은 누구? 제21대 대선 D-1…대통령은 누구?

  • 제21대 대선 개표 준비 ‘꼼꼼하게’ 제21대 대선 개표 준비 ‘꼼꼼하게’

  • ‘미리 참배왔어요’ ‘미리 참배왔어요’

  • 사전투표함 보관 ‘24시간 철저하게’ 사전투표함 보관 ‘24시간 철저하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