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톡] K-뮤직 필하모닉 오케스트라 정기연주회를 보고

  • 오피니언
  • 여론광장

[문화 톡] K-뮤직 필하모닉 오케스트라 정기연주회를 보고

김용복/평론가

  • 승인 2024-06-11 11:19
  • 김의화 기자김의화 기자
'동해물과 백두산이 마르고 닳도록/하느님이 보우하사 우리나라 만세/후렴) 무궁화 삼천리 화려강산/대한 사람 대한으로 길이 보호하세'

어느 기념식에서 부른 애국가가 아니다.

박인석 상임 지휘자의 'K-뮤직 필하모닉 오케스트라 정기연주회'에서 연주자와 관객들이 합창한 애국가이다.

그처럼 지휘자 박인석은 애국정신으로 마음을 다지고 살아가는 애국자인 것이다.

한마디로 그는 몸과 맘 전체가 나라사랑으로 똘똘 뭉쳐진 지휘자다.

그는 오케스트라 공연 시 선곡(選曲)하는 문제부터, 시작과 끝을 애국가로 시작하여 한국 가곡으로 마지막을 장식한다. 또한, 공연 시 관현악이나 합창과 같은 집단적 연주에 대해 몸동작을 통해 지휘하는데 그 몸동작 또한 대단한 열정이 내포 돼 있는 것이다.

오늘 공연도 그랬다.

1
그는 오랜 지휘 경험을 통해 고도화된 음악 이론의 지식이 많고, 모든 악기의 특징과 연주 방식에 대해서도 잘 알고 있기에 손동작은 물론 몸으로, 또는 머리를 끄덕이며 지휘를 했던 것이다. 그래서 필자는 그의 지휘하는 모습을 볼 때마다 '묘기'를 보는 느낌이 든다고 하였다.

특히 오늘 기분 좋은 마음으로 감상을 하게 된 데에는 오윤지 양을 비롯해 안내를 해주는 직원들의 친절도 한몫하였다. 자리를 안내해 주는 일은 물론, 물품 보관이나 심지어는 목말라하는 필자에게 어디서 구해왔는지 청량음료 한 병을 가져와 갈증을 해소시켜 주는 일까지 친절, 그 자체였다.

막이 오르고 제1부에서는 소프라노 이은정과 굵직하고 듬직한 테너 강락영 교수가 출연하여 천안함 폭침으로 산화한 46용사들의 이름을 다시 한번 부르며 흐느끼게 하는 기회를 마련하였다.

천안함 사건은 2010년 3월 26일 백령도 근처 해상에서 해군 초계함인 1200톤급 천안함이 북한의 어뢰공격'으로 인해 침몰했는데 이 사건으로 천안함에 탑승했던 승조원 104명 중 58명이 구조됐고, 40명은 사망, 6명은 실종됐던 큰 사건이었던 것이다.

테너 강락영 교수는 목원대 음악교수를 역임하였다. 그것을 인증이라도 하듯 머리는 은빛으로 장식되어 있었고, 듬직한 체구와 중후한 음색도 손색없이 분위기를 살렸다.

공연 시작에 앞서 박인석 지휘자는, "이번 음악회에는 맑고 청아한 소리와 섬세한 표현력을 가진 소프라노 이은정 선생, 호소력 있는 드라마틱한 목소리를 지닌 원로테너 강락영 교수, 전통국악으로 듣는 이들의 혼을 빼는 모듬북 금현욱 팀장이 출연하고, 끼와 감각이 충만한 예술평론가 장주영 선생의 사회로 진행된다"며 자랑을 꺼리지 않았다.

2
한편, 서곡 '망각의 강' 연주에 맞춘 학춤으로 관중들을 깜짝 놀라게 한, 예술평론가 장주영의 자랑 좀 하자.

그는 학의 탈을 쓰고 무대에 오를 때 뾰쪽 구두를 신고 등장했다. 관중들의 탄성이 예서 제서 터져 나왔다. 불안했다. '춤 전문가도 아니면서 뾰쪽 구두를 신고 학춤을 추다니?'

아니나 다를까, 커다란 날개를 펴서 춤사위를 펼다가 비틀거리며 쓰러지고 만 것이다.

숨죽이고 바라보던 관객들이 이구동성으로 "앗"소리를 질러댔다.

쉽사리 일어나지를 못했다. 달려나가 일으켜 세우고 싶었다. 관중들의 초조한 마음은 가라앉지를 못했다. 그러구러 1~2분 지났을까 했는데 학이 다시 일어나더니 언제 그랬느냐는 듯, 날개를 활짝 펼치고 춤을 덩실덩실 추어대며 무대가 좁다는 듯이 휘젓고 다니는 게 아니겠는가.

공연이 끝나고 학 안무에 대한 진짜 해석을 물었는데, 바닷속에서 장렬히 목숨을 바친 서해수호용사의 숭고한 죽음을 생각하니 눈물이 앞을 가려 아예 엎어져 한참을 울었다는 것이다.

그러면 그렇지.

이번 음악회 주제에 맞게 곡을 해석하고 안무를 창조해 학 무용수로 변신하면서까지 놀라운 장면을 선보인 장주영 사회자. 관객들에게 더 큰 감동을 주고자 하는 그의 깜짝 계획이었다니.

어쩌면 지휘자 박인석은 저런 재능꾼을 발견하여 무대에 세웠을까? 그의 사람 보는 눈에 다시 한번 감탄하게 되었던 것이다.

그리고 한 가지만 더 자랑하자.

오케스트라 연주에 우리의 전통악기 꽹과리를 등장시킨 것이다.

사물놀이에서 꽹과리의 역할은 '리더'인 것이다. 그런데 오케스트라에 꽹과리를 등장시킨 이유는 무엇을 얻기 위함이었을까?

사물놀이의 리더를 상쇠라고 하는데 상쇠가 다루는 악기가 바로 '꽹과리'이다. 그래서 꽹과리를 이해하는 일은 상쇠의 역할을 이해하는 일과 무관하지 않다. 상쇠는 마을굿의 주재자이자 마을의 대소사에 관여하는 실질적인 리더십을 발휘하는 역할을 한다.

오케스트라의 지휘자는 박인석이다. 그런데 꽹과리는 지휘자의 손에 들려 있지 않았다. 한국의 사물놀이에선 리더의 역할을 하는 꽹과리가 왜 오케스트라에서는 그러지 못하는가?

필자는 꽹과리 없는 오케스트라 연주를 여러 차례 감상한 바 있다. 그래서 오늘처럼 분위기를 바꾸거나 흥을 돋우지 못했다.

그렇다. 꽹과리의 역할은 악기들이 내는 소리에 끼어들어 분위기를 바꾸고 흥을 돋우는 일을 하는 것이다.

보라, 꽹과리 없는 다른 오케스트라의 연주를.

이처럼 오케스트라에 학춤이라는 무용을 등장시키고, 꽹과리를 서양악기와 함께 등장시켜 우리 전통 음악의 효율성을 이루게 하는 박인석 지휘자의 멋. 그런 일은 오직 박인석 지휘자만 할 수 있는 창작품인 것이다.

그러니 어서 달려가 문화재청에 특허를 받기 바란다. 다른 음악지휘자들이 흉내를 못 내게.

김용복/평론가

김용복
김용복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랭킹뉴스

  1. 괴산고추축제에 32만2천명 찾아···건고추 완판 12억 원 판매
  2. [단독]단양수중보 3억6000만원 소송…관리책임 갈등 다시 법정으로
  3. 외딴섬 '집현동'이 뜨겁다… 9월엔 세종 '공동캠퍼스' 축제로
  4. 대전 선도지구 구역들, 주민대표단 신청 분주한데 승인 지연돼 '발 동동'
  5. [중도초대석]복수경 충남대병원장 "사람중심 의료혁신, 새병원 건립·AI전환 착수"
  1. [제일학원] 9월 모평 가채점 충남대 의예 281점·심리 229점 지원 가능
  2. 한밭대 총장 후보 3인, ‘100년 대학’ 미래전략 놓고 열띤 공방
  3. 목요경마 신설, 평일 온라인 수요 키웠나…마권 매출로 성과 검증
  4. 지역경제계 2차 공공기관 대전·충남 우선배치 요구 힘받나
  5. 대전교육청 결산자료 '부실' 지적…조직 효율성·예산 집행도 도마

헤드라인 뉴스


허태정 대전시장 "대전역세권 복합2구역 사업 무산 대비해라"

허태정 대전시장 "대전역세권 복합2구역 사업 무산 대비해라"

허태정 대전시장이 추진 무산위기에 놓인 대전역세권 복합2-1구역 사업에 대해 사업자 측에 정상화를 촉구하는 한편 무산 시 대응 전략 마련을 주문했다. 허 시장은 8일 열린 확대간부회의에서 "시민들에게 이런(대전역세권 복합2-1구역 사업 무산 위기) 흐름이 알려진 건 최근이지만, 이미 시장 취임 전부터 사업이 진척되지 않아 무산될 위기라는 점을 감지했다"면서 "시가 어떤 조치를 하고 있는지 명확히 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허 시장은 "한화컨소시엄 측에도 명확히 시 입장과 시민 목소리를 전달하고, 사업이 책임감 있게 진행될 수 있도..

"태안 안면도 관광개발 연내 결단"…박수현 지사, 지역현안 적극 지원 약속
"태안 안면도 관광개발 연내 결단"…박수현 지사, 지역현안 적극 지원 약속

충남도가 석탄화력발전소 단계적 폐쇄로 심각한 경제적 위기에 직면한 태안군의 미래 발전과 체질 개선을 위해 전방위 지원에 나선다. 박수현 충남지사는 8일 태안군을 방문해 민선 9기 시·군 방문 브랜드인 '충남통(通)행' 두 번째 일정을 소화하며 발전공기업 통합본사 유치, 가로림만 해상교량 재도전, 안면도 관광지 개발 연내 결단 등 주요 현안에 대한 정면 돌파 의지를 피력했다. 박 지사는 이날 태안문화예술회관 대공연장에서 열린 군민과의 대화 행사를 통해 태안을 석탄화력발전소 폐지의 위기를 넘어 '서해안 대전환의 중심지'로 육성하겠다는..

한 총리 "중앙행정기관·공공기관 이전계획 수립, 만전 기해달라"
한 총리 "중앙행정기관·공공기관 이전계획 수립, 만전 기해달라"

한성숙 국무총리는 8일 최근 발표한 중앙행정기관과 공공기관 이전과 관련, "관련 부처는 대상기관 확정 등 연내에 발표할 추진계획 수립에 만전을 기해달라"고 말했다. 한 총리는 이날 오전 해외 순방 중인 이재명 대통령을 대신해 정부서울청사에서 주재한 제39회 국무회의에서 "국가균형발전과 대한민국의 지속가능한 미래를 위해 반드시 해야만 하는 시대적 과제"라며 이같이 지시했다. 한 총리는 "물론 이전 대상 기관에는 결코 쉽지 않은 변화일 것"이라면서도 "국가와 국민의 미래를 위한 결정이었음을 이해하고 함께해 주실 거라 굳게 믿는다. 정부..

실시간 뉴스

지난 기획시리즈

  • 정치

  • 경제

  • 사회

  • 문화

  • 오피니언

  • 사람들

  • 기획연재

포토뉴스

  • ‘나눔의 의미도 배우고 책도 읽고’ ‘나눔의 의미도 배우고 책도 읽고’

  • 충남대학교와 국립공주대학교 통합 찬반 투표 시작 충남대학교와 국립공주대학교 통합 찬반 투표 시작

  • ‘고장난 전자기기 고쳐드려요’ ‘고장난 전자기기 고쳐드려요’

  • 가을 문턱…탐스럽게 익어가는 도깨비 박 가을 문턱…탐스럽게 익어가는 도깨비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