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술로 밤새운 의사에 전하는 손편지 "감사합니다"

  • 사회/교육
  • 미담

수술로 밤새운 의사에 전하는 손편지 "감사합니다"

대전 산성동 신현숙 씨 남편 수술한 의사께 감사편지
대동맥박리 곧바로 8시간 수술 건양대병원 김재현 교수
신씨 "꿋꿋하게 자리 지키는 교수님 덕분에… 존경합니다"

  • 승인 2024-06-12 17:35
  • 수정 2024-06-12 17:42
  • 신문게재 2024-06-13 1면
  • 임병안 기자임병안 기자
편지1
건양대병원 응급실에 내원해 다음날 새벽 4시까지 8시간 수술끝에 생명을 지킨 환자의 보호자가 중도일보에 보내온 감사 편지.
"의료대란 시기에 새벽 4시까지 수술을 집도해 남편을 지켜주신 의사 선생님 무어라 인사를 드려야 할지…. 감사합니다."

12일 중도일보 편집국에 한 통의 손편지가 도착했다. 대전시 중구 산성동에 사는 신현숙 씨가 볼펜으로 한 글자씩 눌러 쓴 사연에는 남편에게 찾아온 날벼락 같은 질환과 8시간 수술을 집도해 생명을 지켜낸 의사 이야기가 담겨 있었다. "평범한 가정에 이렇게 큰일이 일어난 것이 믿어지지 않습니다"라고 편지를 시작한 신현숙 씨는 "다음 외래진료 받으러 찾아갈 때도 꼭 자리에 계셔주길 간절히 바랍니다"라고 끝맺는다. 김 씨 가정에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일까.

3월 20일 수요일, 평소처럼 가까운 텃밭에서 봄 파종을 한 후 식사까지 마친 뒤 텃밭 그늘에서 쉬고 있을 때 남편(70)에게 전에 없던 증상이 발현됐다. "가슴이 조금 답답하네…." 남편은 평소와 다르게 숨쉬기 갑갑하다면서도 대수롭지 않다는 표정이었다. 조금 전 식사가 탈이 난 거라고 체한 게 가라앉으면 나아질 거라고 여겼다. 아이들을 분가시키고 퇴직 후 둘이 지내는 평범한 부부처럼, 이들도 남에게 피해 끼치지 말고 검소하고 반듯하게 살아가자는 신념을 지키며 이날 점심도 집에서 가져온 도시락을 둘이 나눴다. 그런데 남편만 몸이 불편해졌다는 게 다소 의아했다. 곧바로 집으로 돌아와 바늘로 손끝을 따고 방에서 몸을 따뜻하게 하며 쉬어도 봤다. 전에 이런 증상을 경험한 적이 없던 신 씨 부부는 체한 게 가라앉기를 조금 더 기다렸고, 한 번 더 손끝에 바늘을 찔러 증상이 가라앉기를 바랐으나 개선되지 않았다. 그때야 응급실을 떠올렸다.

신현숙 씨는 "구급차를 타고 응급실에 가는 동안 하필이면 의료대란이란 이런 시기에 제대로 치료를 받을 수 있을까 걱정이 이만저만 아니었다"라고 회상했다. 건양대병원 응급실에 도착해 이런저런 검사 끝에 받은 진단명은 '심장 대동맥 박리'였다. 대동맥의 안쪽 혈관 벽이 찢어진 상태로 신체기관의 혈액 공급이 차단돼 상태가 급격히 악화해 48시간 내 수술을 받지 않으면 50%가 사망하는 것으로 알려진 위급한 중증질환이다.



김재현 심장혈관흉부외과
김재현 심장혈관흉부외과 전문의
응급실에 오후 5시에 도착했는데 오후 8시부터 심장혈관흉부외과 김재현 교수의 집도로 곧바로 수술이 시작됐다. 전신마취하고 여러 명의 의료진에 환자의 상태를 살피며 찢어진 혈관을 잇는 대형 수술이었고 의료진 전체의 경험과 호흡이 중요한 시간이었다. 수술은 자정을 넘기고 8시간 이어져 새벽 4시께 끝났다. 수술을 성공리에 마친 남편은 2주 뒤 퇴원했고, 지금은 산성동 자택에서 회복 중이다.

아내 신현숙 씨는 편지에 손글씨로 "급하게 수술에 들어가 새벽까지 밤새워 수술이 진행되는 동안 제정신이 아니었고, 간절히 살려달라는 믿음으로 뜬눈으로 기다렸어요"라며 "위급한 때에 교수님께서 안 계셨으면 생각하니 아찔하고, 꿋꿋하게 환자들을 위해 자리를 지켜주신 김재현 교수님이 계셔 저희가 살 수 있습니다. 정말 감사합니다"라고 밝혔다.
임병안 기자 victorylba@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랭킹뉴스

  1. KINS 기밀 유출 있었나… 보안문서 수만 건 다운로드 정황에 수사 의뢰
  2. 이진숙 교육장관 후보자 첫 출근 "서울대 10개 만들기, 사립대·지방대와 동반성장"
  3. '개원 53년' 조강희 충남대병원장 "암 중심의 현대화 병원 준비할 것"
  4. [춘하추동]새로운 시작을 향해, 반전하는 생활 습관
  5. 수도권 뒤덮은 러브버그…충청권도 확산될까?
  1. 법원, '초등생 살인' 명재완 정신감정 신청 인용…"신중한 심리 필요"
  2. 3대 특검에 검사 줄줄이 파견 지역 민생사건 '적체'…대전·천안검찰 4명 공백
  3. 33도 폭염에 논산서 60대 길 걷다 쓰러져…연일 온열질환 '주의'
  4. aT, 여름철 배추 수급 안정 위해 총력 대응
  5. 세종시 이응패스 가입률 주춤...'1만 패스' 나오나

헤드라인 뉴스


야권에서도 비충청권서도… 해수부 부산이전 반대 확산

야권에서도 비충청권서도… 해수부 부산이전 반대 확산

이재명 정부가 강공 드라이브를 걸고 있는 해양수산부 부산 이전에 반대하는 목소리가 보수야권을 중심으로 원심력이 커지고 있다. 그동안 충청권에서만 반대 여론이 들끓었지만, 행정수도 완성 역행과 공론화 과정 없는 일방통행식 추진되는 해수부 이전에 대해 비(非) 충청권에서도 불가론이 확산되고 있는 것이다. 원내 2당인 국민의힘이 이 같은 이유로 전재수 장관 후보자 청문회와 정기국회 대정부질문, 국정감사 등 향후 정치 일정에서 해수부 이전에 제동을 걸고 나설 경우 이번 논란이 중대 변곡점을 맞을 전망이다. 전북 익산 출신 국민의힘 조배숙..

李정부 민생쿠폰 전액 국비로… 충청권 재정숨통
李정부 민생쿠폰 전액 국비로… 충청권 재정숨통

이재명 정부가 민생 회복을 위해 지급키로 한 소비쿠폰이 전액 국비로 지원된다. 이로써 충청권 시도의 지방비 매칭 부담이 사라지면서 행정당국의 열악한 재정 여건이 다소 숨통을 틀 것으로 기대된다. 국회 행정안전위원회는 1일 전체회의를 열어 13조2000억원 규모의 '민생회복 소비쿠폰' 지급 관련 추가경정예산안을 의결했다. 행안위는 이날 2조9143억550만원을 증액한 2025년도 행정안전부 추경안을 처리했다. 행안위는 소비쿠폰 발행 예산에서 중앙정부가 10조3000억원, 지방정부가 2조9000억원을 부담하도록 한 정부 원안에서 지방정..

대전·충남기업 33곳 `초격차 스타트업 1000+` 뽑혔다
대전·충남기업 33곳 '초격차 스타트업 1000+' 뽑혔다

대전과 충남의 스타트업들이 정부의 '초격차 스타트업 1000+ 프로젝트'에 대거 선정되며, 딥테크 기술창업 거점도시로 거듭나고 있다. 1일 중소벤처기업부가 주관하는 '2025년 초격차 스타트업 1000+ 프로젝트'에 전국 197개 기업 중 대전·충남에선 33개 기업이 이름을 올렸다. 이는 전체의 16.8%에 달하는 수치로, 6곳 중 1곳이 대전·충남에서 배출된 셈이다. 특히 대전지역에서는 27개 기업이 선정되며, 서울·경기에 이어 비수도권 중 최다를 기록했다. 대전은 2023년 해당 프로젝트 시행 이래 누적 선정 기업 수 기준으로..

실시간 뉴스

지난 기획시리즈

  • 정치

  • 경제

  • 사회

  • 문화

  • 오피니언

  • 사람들

  • 기획연재

포토뉴스

  • ‘수영하며 야구본다’…한화 인피니티풀 첫 선 ‘수영하며 야구본다’…한화 인피니티풀 첫 선

  • 시구하는 김동일 보령시장 시구하는 김동일 보령시장

  • 故 채수근 상병 묘역 찾은 이명현 특검팀, 진실규명 의지 피력 故 채수근 상병 묘역 찾은 이명현 특검팀, 진실규명 의지 피력

  • 류현진, 오상욱, 꿈씨패밀리 ‘대전 얼굴’ 됐다 류현진, 오상욱, 꿈씨패밀리 ‘대전 얼굴’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