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염홍철 칼럼] 73. "오늘날의 경제 위기는 풍요의 환상에서 깨어나라는 뜻"

  • 오피니언
  • 사외칼럼

[염홍철 칼럼] 73. "오늘날의 경제 위기는 풍요의 환상에서 깨어나라는 뜻"

염홍철 국립한밭대 명예총장

  • 승인 2024-06-20 12:00
  • 현옥란 기자현옥란 기자
염홍철칼럼
염홍철 국립한밭대 명예총장
요즘은 언론에서나 누구를 만나면 모두 '경제'를 걱정합니다. 이러한 경제적 어려움 속에서, 얼마 전 IMF는 '2024년 한국의 1인당 명목 국내총생산(GDP)이 일본을 앞설 것'이라는 전망을 발표했습니다. 즉 우리나라의 올해 1인당 GDP는 3만 4653달러로 일본의 3만 4554달러보다 한 단계 위를 기록했다는 것이지요. 이는 IMF가 관련 통계를 집계하기 시작한 이후 처음으로 한국이 일본을 역전한 것입니다. 당연히 반갑고 기쁜 뉴스입니다. 그런데도 놀라지도 않고 와닿지도 않습니다. 시큰둥한 반응입니다. 이렇게 1인당 GDP가 올라가고 봉급도 줄지는 않았는데도 생활이 점점 더 힘들어진다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다른 나라의 경우도 비슷하지만 1인당 GDP가 2~3만 달러가 시대가 되면, 사회가 투명하고 합리적으로 변합니다. 민주화와 개인의 인권 수준도 크게 변하지요. 또한 과거에는 관행으로 통용되던 불합리한 행태들이 없어지게 됩니다. 변칙적인 수입이 차단되는 것이지요. 세금이나 규제 때문에 투기도 어렵게 되고, 정경유착으로 떼돈을 벌 수도 없고, 세금은 가히 폭탄 수준입니다. 과거에는 봉급 이외의 수입이 꽤 있었는데 이제는 꿈도 꿀 수 없지요. 아마 미국이나 일본 등 우리보다 먼저 선진국에 진입한 나라들은 오래전에 경험한 일들입니다. 우리나라도 이미 이런 시대가 도래했건만 일부 사람들은 아직도 실감 못하고 자꾸 옛날과 다르다고 한탄만 하는 것이지요.

이에 대한 답은 하나밖에 없습니다. 바로 사회 전체가 절약하고 검소하게 사는 것입니다. 미국의 직장인들은 점심시간에 우리처럼 '정식'을 먹는 일이 거의 없습니다. 주로 값싼 샌드위치나 햄버거를 먹지요. 빌 게이츠도 호텔에 투숙할 때 작은 규모의 일반실을 이용하고 맥도날드 햄버거로 식사를 한다지요. 다행히 요즘 젊은이들 사이에서 검소한 식사가 확산되기 시작했습니다. 그러나 '조금 더'를 강조하고 싶습니다. 미국에서 양주 가격이 우리나라에 비해 훨씬 저렴한데도 불구하고 고급 양주를 잘 마시지 않습니다. 와인도 고작 5달러나 10달러짜리 정도를 마시지요. 왜 그럴까요? 물론 검소한 생활이 습관화된 점도 있지만 가장 큰 원인은 돈이 없어서입니다. 봉급 말고는 다른 수입이 없으니 비싼 식사나 고급술을 마실 여유가 없는 것이지요.

이에 비하면 아직도 우리나라 사람들, 물론 일부겠지만 사치와 과소비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먹고 마시는 것에서부터 입는 것, 여행하는 것, 가정의 소비 생활 등 모든 부분에 걸쳐서 우리의 절약 정신이 부족한 것입니다. 부도 직전에 있는 기업인들도 주말에는 골프장에서 살고 해외여행도 자주 나갑니다. 많은 가정에서 수입차를 비롯한 고급 승용차를 2대 이상 소유하고 있습니다. 고급 음식점일수록 예약이 어렵고 손님들이 넘쳐나지요.



그래서 법정 스님의 생전 말씀이 생각납니다. "오늘날의 경제 위기는 풍요의 환상에서 깨어나라는 뜻"이라고 설파하시면서, 인간의 탐욕에 제동이 걸렸다는 점에서 한편으로는 다행스럽다고까지 하셨습니다. 또한 경제 위기는 "잘못 길든 생활 습관과 사고방식을 일대 전환해 인간의 품위와 도리를 지키고 사람답게 살라는 뜻이다"라고 부연 설명까지 해주셨지요.

물론 경제 활성화의 책임은 정부에 있지만 국민들도 과거 '좋은 시절'의 환상에 빠져 자신의 생활 태도를 바꾸지 않는 것 역시 큰 문제입니다. 정부나 기업도 구조 조정과 경비 절감을 해야 하고, 가정은 '근면 절약'밖에 없음을 인식해야 하겠지요. (위 글은 <염홍철의 아침편지> 97-99 참고)

염홍철 국립한밭대 명예총장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랭킹뉴스

  1. 사망 20일 뒤 발견된 모자 왜?…사회 단절된 채 수개월 생활고
  2. 대전교육청 리박스쿨 이어 이번엔 극우 교원단체 '대한교조' 홍보 배정 논란
  3. 저스티스 유한 법무법인 첫 전환…전문성·법률서비스 강화
  4. 대전.충남 행정통합 특별법 완성… 외국인 관광객 유치 특례 추가
  5. 의대생 전원 돌아온다지만... 지역 의대 학사운영·형평성 논란 등 과제
  1. 유성선병원 대강당의 공연장 활용 의료계 의견 분분…"지역 밀착형vs감염병 취약"
  2. ‘민생회복지원금 21일부터 사용 가능합니다’
  3. 전재수 "해수부, 세종보다 부산이 더 효과" 발언에 충청권 '발끈'
  4. 대전.충남 행정통합 결실 위해선 초당적 협력 시급
  5. 지질자원연 탐해3호 서태평양 출항, 해저 희토류 정밀 탐사 시작

헤드라인 뉴스


정부세종청사 첫 국무회의 언제?… 이재명 정부는 다를까

정부세종청사 첫 국무회의 언제?… 이재명 정부는 다를까

오는 8월 청와대의 대국민 개방 종료와 함께 이재명 새 정부의 '국가균형발전' 시선이 어디로 향할지 주목된다. 청와대는 새 정부 로드맵에 따라 7월 말 일단 문을 닫는다. 2022년 5월 첫 개방 이후 약 3년 만의 폐쇄 수순이다. 빠르면 9월경 종합 보안 안전과 시설물 등의 점검 과정을 거친 뒤 대통령실의 심장부로 다시 거듭날 예정이다. 이재명 대통령이 청와대에서 국정 운영을 시작할 시점이기도 하다. 청와대가 다시 수도 서울의 상징이자 중앙권력의 중심부로 돌아오는 과정이나 우려되는 지점은 분명하다. 수도권 초집중·과밀을 되레 가속..

이번엔 스포츠다!… 대전시 `스포츠 꿈돌이` 첫 공개
이번엔 스포츠다!… 대전시 '스포츠 꿈돌이' 첫 공개

대전시가 지역 대학생들과 협업해 새롭게 탄생시킨 '스포츠 꿈돌이' 캐릭터를 시민들에게 공개했다. 15일 대전시에 따르면 오는 17일까지 대전시청 1층 로비에서 '2025 꿈씨패밀리 스포츠디자인 산학협력 프로젝트 전시회'를 개최한다. 이번 전시는 대전시 대표 마스코트인 '꿈돌이'와 '꿈씨패밀리'를 스포츠 테마로 재해석한 작품들로, 한남대학교 융합디자인학과와 목원대학교 시각커뮤니케이션디자인학과 재학생 38명이 참여해 지난 한 학기 동안 완성한 결과물을 시민들에게 공개하는 자리다. 전시장에는 캐릭터별 등신대, 티셔츠·선캡 등 굿즈, 그리..

제23회 이동훈미술상 본상 임송자 화백… 특별상 김은희, 정의철 작가
제23회 이동훈미술상 본상 임송자 화백… 특별상 김은희, 정의철 작가

충청을 대표하는 미술상인 제23회 이동훈 미술상 본상 수상자로 임송자 화백이 선정됐다. 이동훈기념사업회는 15일 중도일보 4층 대회의실에서 진행한 제23회 이동훈미술상 수상 작가 심사 결과, 본상에 임송자 화백, 특별상에 김은희, 정의철 작가를 각각 수상자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이동훈 미술상은 대전·충청 미술의 토대를 다진 고 이동훈 화백의 예술정신을 기리고자 2003년 제정됐다. 대전시와 이동훈기념사업회가 공동 주최하며, 중도일보와 대전시립미술관이 주관한다. 본상은 한국 근·현대미술에 큰 업적을 남긴 원로 작가에게, 특별상은 대전..

실시간 뉴스

지난 기획시리즈

  • 정치

  • 경제

  • 사회

  • 문화

  • 오피니언

  • 사람들

  • 기획연재

포토뉴스

  • 제22회 이동훈미술상 특별상 수상 작가전 제22회 이동훈미술상 특별상 수상 작가전

  • ‘스포츠 꿈돌이’ 캐릭터 첫 공개 ‘스포츠 꿈돌이’ 캐릭터 첫 공개

  • 대전충남 행정통합 특별법 완성…충청 새 미래 열린다 대전충남 행정통합 특별법 완성…충청 새 미래 열린다

  • 요란한 장맛비 요란한 장맛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