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염홍철 칼럼] 74. 보수와 진보를 유전학적으로 설명할 수 있을까?

  • 오피니언
  • 사외칼럼

[염홍철 칼럼] 74. 보수와 진보를 유전학적으로 설명할 수 있을까?

염홍철 국립한밭대 명예총장

  • 승인 2024-06-27 12:00
  • 현옥란 기자현옥란 기자
염홍철칼럼
염홍철 국립한밭대 명예총장
정치는 우리의 경험과 이성적 판단에 의해 결정되는 것이라 알고 있습니다. 그뿐만 아니라 보수와 진보를 정의하고 구분하는 것은 사회과학의 주된 관심사이지요. 그런데 젊은 유전학자인 최정균 카이스트 교수는 정치적 진보와 보수를 신경전달물질과 연결 지어 설명하는 흥미로운 저서('유전자 지배 사회')를 출간하여 화제를 일으키고 있습니다.

우선 사전적 의미의 보수는 전통을 옹호하고, 진보는 변화를 추구한다고 되어 있지요. 그러나 이것으론 설명되지 않는 공통의 신념이나 가치관이 존재합니다. 즉, 경제 제도, 교육 철학 통합, 군사·국방 정책을 비롯하여 이민, 낙태, 동성결혼 등 여러 주제에 대해 전체적으로 입장이 일관되게 둘로 나뉘며 각 진영 안의 많은 사람이 의견의 일치를 보입니다. 그러나 두 이념이 지향하는 가치와 실제 정책에서의 상당한 괴리와 모순도 심심치 않게 발견되고 있지요.

예를 들어 '자유'는 보수 이념의 가치라고 알려져 있습니다. 그러나 보수주의자들은 낙태의 '자유'에 반대합니다. 낙태 선택의 자유는 보수 진영보다는 진보 진영에서 요구하고 있지요. 그리고 보수의 중요한 가치인 국가안보, 이민자에 대한 배타성, 과학에 대한 불신은 '자유'라는 가치를 옹호하는 것과는 별로 관계가 없습니다. 진보 진영도 사회정의를 내세우면서도 보수적 신념인 '능력주의'를 당연시하며, 엘리트 의식에 내몰리고 있는 사람들이 많아 한국에서는 이들을 '강남 좌파'라고 부르고 있지요.

젊은 유전학자는 그의 저서에서 보수와 진보 사이에서 생물학적 차이가 있다고 논증합니다. 뇌과학적으로 보수는 "편도체가 더 크고 교감 신경이 민감해 '세로토닌'이라는 신경 전달 물질이 더 활성화되며 불안감을 크게 느끼고, 기존 체제를 지키려 하며, 유전자적 본능에 따라 지위 향상을 지향한다"고 주장합니다. 반대로 진보는 "'도파민'과 관련 있어 새로운 것들을 탐색하고 쾌락을 추구하는 경향이 있다"고 합니다.

최정균 교수는 그동안 '네이처 신경 과학', '사이언스' 등 주목할 만한 연구를 소개하면서, 갑작스러운 소음이나 위협적인 시각을 자극하면 근육과 피부에서 측정되는 교감 신경 반응이 18가지의 정치적 사안에 대한 입장과 어떤 연관성이 있는가를 조사하였습니다. 그 결과, 보수적 성향이 강할수록 편도체의 회색질 부피가 크고 진보적 성향이 강할수록 전측대상피질의 회색질 부피가 커서 확연한 차이를 보입니다. 따라서 최정균 교수에 의하면 편도체의 크기가 클수록 정치적, 사회적, 경제적 현 상태를 합리화하는, 즉 기존 체제가 정당하거나 바람직하다고 받아들이는 경향이 강하다고 했습니다. 그래서 이들은 사회 운동이나 시위에 참여하지 않고 '체제 정당화' 심리가 강하며, 확증 편향도 존재합니다.

이렇게 보수주의자는 "자연의 섭리를 정당화하는 이념 혹은 그러한 생물학적, 진화적 전형을 보이고", 반대로 진보 진영에서는 "자연을 본받아야 하는 어떤 규범으로 바라보기보다는 인간의 착취로부터 보호해야 하는 대상으로 바라보면서 환경이나 생태 문제에 관심을 기울이는 경우가 많다"고 지적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최정균 교수는 생물학적 뇌신경 프로그램 속에 각인된 가장 원초적인 체제는 바로 자연이라 지적하고 이 자연의 원리는 보수가 중시하며 지키고자 하는 가치라고 주장합니다.

이렇게 뇌과학과 유전학으로 정치 성향을 설명하는 것은 새롭고 흥미로운 도전이 아닐 수 없습니다. 다만 우리의 정치적 성향까지도 '타고났기' 때문에 바꾸기가 어렵다면, 너무나 서글플 수밖에 없네요. (위의 직접인용은 최정균 '유전자 지배사회'에서 대부분 재인용)

염홍철 국립한밭대 명예총장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랭킹뉴스

  1. ‘머드에서 놀자’…보령머드축제 개막
  2. 세종시교육청 '교육문화원' 공식 개원… 복합 교육문화 거점 노크
  3. 역투 펼치는 한화이글스 새 외국인 투수 짐머맨
  4. 가로림만 서산갯벌, 유네스코 세계자연유산 등재…서산, 세계유산도시 새 역사 열었다
  5. 숨통 튼 홈플러스…영업 정상화까진 '첩첩산중'
  1. 신한철 전 중도일보 상무 별세
  2. [취임 인터뷰] 대전 역세권부터 빵타워까지…황인호표 동구 혁신 시동
  3. 천안시의회 권오중 의원, 독립기념관 품은 흑성산 자락 대규모 수목장 조성 전면 재검토 촉구
  4. 민선 9기 대전시 조직개편 추진... AI와 시민에 방점
  5. ‘순환인사 확대’에 맞선 대전경찰 “대책 없는 제도 대응”

헤드라인 뉴스


테크·바이오 창업 수도권으로 이탈 여전…KAIST 창업 61% 수도권·대전서 고용 15%

테크·바이오 창업 수도권으로 이탈 여전…KAIST 창업 61% 수도권·대전서 고용 15%

KAIST가 교내 안팎에서 이뤄진 창업 기업의 성과를 조사한 결과 6만1252명의 고용을 창출하고 38조 9500억 원의 총매출을 일으킨 것으로 집계했다. KAIST 교원과 재학생과 졸업생이 창업하거나 그리고 학교의 지원을 받은 기업을 대상으로 조사가 이뤄졌는데, 이들 창업 기업 중 대전에 본사를 둔 경우는 전체의 23.1%이었고, 총 매출액 대비 대전의 비중은 7.4%에 불과했다. 국방과 기술(Tech), 바이오 등 대전의 연구성과를 지역 창업으로 이어질 수 있도록 지원이 절실하다. KAIST창업원은 KAIST 출신 교원과 재학..

숨통 튼 홈플러스…영업 정상화까진 `첩첩산중`
숨통 튼 홈플러스…영업 정상화까진 '첩첩산중'

법원의 결정으로 회생절차를 이어가게 된 홈플러스가 파산 위기에서는 일단 벗어났지만 정상 영업을 회복하기까지는 적지 않은 난관이 남아 있다. 긴급 운영자금 확보로 핵심 점포 재가동의 발판은 마련했지만 체불 임금과 공공요금, 납품대금 지급, 협력업체 신뢰 회복 등 해결해야 할 과제가 여전하기 때문이다. 26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서울회생법원은 최근 홈플러스의 회생절차 폐지 결정을 취소하고 회생계획안 가결 기한을 오는 9월 4일까지 연장했다. 홈플러스는 최대 채권단인 메리츠금융으로부터 2000억 원 규모의 DIP(긴급운영자금) 대출을 확보..

보행 안전 돕는다더니…장마·폭염에 고장 난 바닥신호등 수리도 늦어져
보행 안전 돕는다더니…장마·폭염에 고장 난 바닥신호등 수리도 늦어져

23일 오전 8시 20분께 대전 중구 오류초등학교 정문 앞 횡단보도. 등교 시간 학생들이 녹색 보행신호가 켜지자 횡단보도를 따라 도로를 건너기 시작했다. 마침 발 아래 바닥신호등도 초록불이 들어왔고 휴대폰에 시선을 고정하던 보행자들은 신호를 놓치지 않고 길을 건널 수 있었다. 그러나 횡단보도 반대쪽 바닥신호등은 여전히 적색 신호를 유지한 상태였다. 서구 둔산초등학교 앞 사거리에서도 횡단보도 시작점에 설치된 바닥신호등 5곳 중에 2곳에서 LED 일부에만 불이 들어오거나 적색과 녹색 신호 모두 표시되지 않은 채 꺼져 있었다. 시민들이..

실시간 뉴스

지난 기획시리즈

  • 정치

  • 경제

  • 사회

  • 문화

  • 오피니언

  • 사람들

  • 기획연재

포토뉴스

  • 역투 펼치는 한화이글스 새 외국인 투수 짐머맨 역투 펼치는 한화이글스 새 외국인 투수 짐머맨

  • ‘우린 더위 몰라요’…한화생명볼파크 썸머 페스티벌 ‘우린 더위 몰라요’…한화생명볼파크 썸머 페스티벌

  • 충청 유니버시아드 빛낼 굿즈들 충청 유니버시아드 빛낼 굿즈들

  • ‘머드에서 놀자’…보령머드축제 개막 ‘머드에서 놀자’…보령머드축제 개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