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춘하추동]기생충, 암정복, 왕진 그리고 잔소리

  • 오피니언
  • 춘하추동

[춘하추동]기생충, 암정복, 왕진 그리고 잔소리

김화준 원장(민들레의료복지사회적협동조합)

  • 승인 2024-07-09 15:58
  • 수정 2024-07-09 16:36
  • 신문게재 2024-07-10 18면
  • 임병안 기자임병안 기자
김화준 원장
김화준 원장
#1. 국내 한 논문에 따르면 1981년 기생충 국내 감염률은 41%라고 한다. 국민 둘 중 한 명은 기생충에 감염되었다는 말이다. 필자도 어린 시절 학교에서 하얀 봉투를 나누어 주면, 대변을 담아가고, 기생충 검사 결과를 두려운 마음으로 기다리곤 했다. 그리고 마침내 담임 선생님이 검사 결과를 알리면, 감염된 친구들은 앞으로 나가서 약을 받아먹었다. 쓴 약을 먹는 것보다 많은 반 친구 앞에서 기생충이 있다는 사실이 부끄러웠을 것이고, 일부 여학생들은 울기도 했다.

이 시기 대한민국이 관리했던 주요 질병은 단순했다. 현대의학은 기생충, 감염성 질환 등에 대한답을 찾아내기 시작했고, 그 효과는 드라마틱했다. 1992년 국내 기생충 감염률은 4%로 떨어졌다.



#2. 1993년에 의과대학에 입학하고, 예과 1년을 마치고 개인 사정으로 휴학을 했다. 마침, 그때 어머니가 직장암 진단을 받으셨다. 본가가 있는 지방 대학병원에서 진료를 봤는데 수술을 하면 직장을 보존하기 힘들고, 창자 샛길(장루)을 가지고 평생 살아야 한다고 했다. 어머니는 절망하셨고, 지푸라기라도 잡는 마음으로 결국 서울까지 가셨고, 천운이 따랐는지 직장을 살리셨고, 지금까지 잘 지내고 계신다.

많은 연구자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암은 아직까지도 완벽하게 정복되지 않았다. 그래도 조기 건강검진, 신약, 새로운 수술 및 치료 기법 등으로 조기에 발견하면 5년 생존율은 전반적으로 높아졌다. 보건복지부가 2023년에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암 환자 5년 상대 생존율은 72.1%로, 10년 새 6.6% 올랐다. 심지어 갑상선암은 100.1%로 암에 걸린 사람의 상대생존율이 더 높기도 하다.



#3. 어린 시절 "연속극"을 보면, 회장님이 와병으로 누워 계시고, 하얀 가운에 청진기를 맨 의사 선생님이 이런 말을 하는 장면들이 많았다.

"다행히 안정되셨습니다. 너무 무리하지 않게 신경 써주세요."

소위 말하는 왕진이다. 그 시절만 해도, 아니 얼마 전 까지만 해도 병의원은 가는 곳이지, 우리를 위해 찾아와주는 곳이 아니었다. 하지만 세상은 변하고 있다.

세계보건기구(WHO) 통계에 따르면, 2021년을 기준으로 한국의 기대여명은 남자 80.7세이고, 여자 86.7세이다. 전문가들의 예측에 따르면 한국 여성은 멀지 않아 인류 최초로 기대여명 90세를 넘길지도 모른다고 한다. 이러다 보니 노인 인구가 증가하고, 다수의 노인이 복합질환을 가지거나, 신체기능 저하를 겪게 된다. 질병 치료와 동시에 씻고, 먹고, 자고, 외출하는 일상적인 기능 또한 유지시켜 드려야 한다. 결국 대상자의 상황, 관계 그리고 공간에 대한 전체적인 이해가 필요하다. 결론적으로 지금은 치료의 시대를 벗어나 왕진(재택의료, 방문의료)의 시대로 가고 있다.

#4. 노인 환자분들을 많이 보면서 늘 하는 말이 있다. "이제 옛날처럼 생생한 상태로 돌아가시지는 못해요. 몸도 오래 움직여서 이제 많이 지쳤어요. 조심해서 잘 관리하시는 수밖에 없어요"'

이렇게 말씀드리면 대부분 이해하신다. 그리고 한숨을 내쉬는 분들이 많다. 사실 이미 신체 기능이 떨어졌고, 만성질환으로 인해 합병증이 생기신 분들에게 완치의 개념은 없다. 나빠지는 속도를 낮추고, 유지해 드리고, 불편함을 조금 감소시켜 드리는 것이 전부다.

결국 몸의 기능이 떨어지기 전에, 만성질환의 합병증이 오기 전에, 최대한 잘 관리하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 그래야 노년기 삶의 질도 올라가고, 국가 전체로 보면 의료비 절감도 가능하다.

실제 대한고혈압학회의 2023년도 자료에 따르면 2019~2021년 기준으로 40대 남성 및 여성의 경우 치료를 통해 혈압이 140/90mmHg 이하로 유지되는 비율이 40% 선에서 머무르고 있고, 50대의 경우, 60%가 되지 않는다. 결국 절반 이상의 환자들이 방치되고 있다.

그래서 진료실에서 약을 타고 빠른 속도로 빠져나가는 환자분들의 등에 대고 다음과 같은 잔소리를 끊임없이 반복한다.

"약 꼭 챙겨 드시고, 운동할 시간이 없으시면 식사하시고 10분이라도 걸으세요."

멀지 않아 잔소리의 시대가 되지 않을까 한다.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랭킹뉴스

  1. 수입산을 한돈으로 속여 판매한 농업회사 대표 '징역형'
  2. 신탄진공장 사망사고 한솔제지 대표 중대재해처벌법 송치
  3. 두쫀쿠로 헌혈 늘었지만… 여전한 수급 불안정 우려
  4. 대전권 사립대 2~3%대 등록금 인상 결정… 2년 연속 인상 단행
  5. 유성복합 개장 이후 서남부터미널 통폐합 '화두'
  1. 한국노총 전국 건설·기계일반노동조합 2차 정기대의원대회 개최
  2. 대전 서북부 새 관문 ‘유성복합터미널 개통’
  3. 수사기관 사칭 보이스피싱, 이번에도 피해자는 모두 20~30대
  4. 2026년 과기정통부 기후·환경 R&D 예산 75% 증가… 연구재단 29일 설명회
  5. [교단만필] 2026년의 변화 앞에서도 변치 않을 기다림의 하모니

헤드라인 뉴스


"의대 가려고 이사 고민"…`지역의사제` 도입에 충청권 전입 늘까

"의대 가려고 이사 고민"…'지역의사제' 도입에 충청권 전입 늘까

2027학년도 대입부터 '지역의사제' 전형이 도입되면서 자녀 의대 입시를 위해 이사를 고려하는 학부모들이 늘고 있는 가운데, 충청권으로의 전입을 택할지 관심이 쏠린다. 지역의사제 지정 지역 일반고등학교 수를 따진 결과, 전국에서 충청권이 세 번째로 많은 데다 타 권역에 비해 고3 300명 이상의 대형 고교도 가장 많기 때문이다. 지역 인구유입과 수도권과의 의료 격차 해소책이 될 것이란 전망이 나오지만, 반대로 위장전입 등 부작용 우려도 적지 않다. 29일 종로학원이 발표한 '지역의사제 지정 지역 일반고 분석 자료'에 따르면 교육부..

대전에 사람이 모여든다... 일류경제도시로 상한가 `대전`
대전에 사람이 모여든다... 일류경제도시로 상한가 '대전'

대전에 사람이 모여들고 있다. 도시 경쟁력을 이야기할 때 가장 먼저 떠올려야 할 단어는 '사람'이다. 경제와 문화, 생활 등 지역의 미래는 결국 사람이 만들기 때문이다. 저출산, 고령화와 수도권 집중화로 인구소멸을 우려하는 시기에 대전시의 인구 증가세는 시사하는 바가 크다. 최근 한국경제인협회가 발표한 수도권 지방자치단체(지자체)를 대상으로 한 인구감소·지방소멸 현황 및 과제 조사 결과에 따르면 조사에 참여한 비수도권 지자체의 77%는 현재 지역의 인구감소 및 지방소멸 위험 수준이 '높다'고 평가했다. 이런 어려운 상황에서 대전시는..

민주당, 정식 명칭은 ‘충남대전통합특별시’, 약칭은 ‘대전특별시’
민주당, 정식 명칭은 ‘충남대전통합특별시’, 약칭은 ‘대전특별시’

더불어민주당이 대전과 충남 통합 특별시 정식 명칭을 ‘충남대전통합특별시’로, 약칭은 ‘대전특별시’로 정했다. 민주당 대전·충남 통합 및 충청지역 발전 특별위원회 황명선 상임위원장은 29일 국회에서 열린 특위 회의 후 브리핑을 통해 명칭과 약칭, 특별법 추진 과정 등 회의 결과를 설명했다. 우선 공식 명칭은 충남대전통합특별시, 약칭은 대전특별시다. 앞서 28일 민주당 광주와 전남 행정통합 추진 특별위원회도 통합 특별시 명칭을 '전남광주특별시', 약칭을 '광주특별시'로 정한 바 있다. 통합 특별시의 청사와 관련해선, 황명선 상임위원장은..

실시간 뉴스

지난 기획시리즈

  • 정치

  • 경제

  • 사회

  • 문화

  • 오피니언

  • 사람들

  • 기획연재

포토뉴스

  • 자율주행버스 시범운행 자율주행버스 시범운행

  • 대전·충남 시도의장 행정통합 관련 기자회견 대전·충남 시도의장 행정통합 관련 기자회견

  • 대전 서북부 새 관문 ‘유성복합터미널 개통’ 대전 서북부 새 관문 ‘유성복합터미널 개통’

  • ‘공정한 선거문화 조성을 위해’ ‘공정한 선거문화 조성을 위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