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국에서]찬성과 반대가 아니라 존재

  • 오피니언
  • 편집국에서

[편집국에서]찬성과 반대가 아니라 존재

임병안 사회과학부 차장

  • 승인 2024-07-09 17:18
  • 신문게재 2024-07-10 18면
  • 임병안 기자임병안 기자
임병안 사진
임병안 차장
지난주 '퀴어'라는 화두가 우리 지역사회를 훑고 지나갔다. 동성애, 성소수자 등의 단어가 지역 사람들과 대화에서 등장하고 이런저런 의견이 자연스럽게 발현되었다가 이제 다시 언급되지 않는 것을 보면 지나가고 있는 게 분명하다. 이번 화두를 어떻게 받아들이고 다뤄야할까 고민스럽고 '퀴어'라는 단어부터 낯설었지만, 국어사전을 검색하지 않았고 관련 자료나 도서도 굳이 찾아 읽지 않았다. 지식이 많고 적음의 문제가 아니라고 보았고, 한 가지 방향에 맞추어 수많은 사실을 나열한 글에 내 생각을 맞추고 싶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식사 때처럼 사람들과 자연스럽게 어울릴 때 '퀴어'라는 곧 대전에서 진행될 화두를 먼저 꺼내어 대화 나누며 스스로 판단하려고 애썼다. 할 말은 많으나 여러 사람 있는 자리에서 여러 말 하고 싶지 않다는 반응이 흥미로웠다.

내 경험을 돌이켜본다면, 2015년 남성끼리 교감을 나누는 목욕탕에서 발생한 한 사건을 알아보려 그곳에 돈을 내고 입장해 40분 정도 머물다가 나온 경험이 있는데, 그 시간에 탕 안에는 주인장과 나밖에 없어 별일이 없었거니와 어디서든 발생하고 있는 발생 사건에서 그것이 동성애 시설이었다고 해서 이 장소를 고발할 필요까지는 없겠다고 판단해 보도를 접은 일이 있었다. 또 2016년 대전 한 영화관에서 대구시 퀴어축제가 개최되기까지 과정을 다룬 다큐멘터리 상영회가 있어 방문했을 때 동성애 자녀를 둔 학부모가 관람객들에게 한 당부의 말이 지금까지 인상 깊게 남아있다. 자신의 성정체성이 옆에 있는 아이와 다르다는 것을 느끼고 이를 자신의 것으로 받아들이는데 7년이라는 시간이 걸린다고. 그 기간 주변의 따돌림과 자기부정으로 정체성을 받아들이지 못해 스스로 삶을 내려놓는 사고가 적지 않게 발생하고 있다는 말씀이었다. 사회 구성원으로 살아갈 수 있게 교육이 필요하다는 메시지로 기억된다.



그리고 다시 시간이 흘러 2024년 퀴어축제가 다가왔고, 그들의 퀴어축제와 이에 반대하는 가족축제에 참여하며 '그럼 나는 어떻게 생각하는가'를 고민했다. 나에게 던진 첫 질문인 축제인가 집회인가이었는데 성소수자의 권익이라거나 제도개선이라는 요구가 하나도 나오지 않고 골목 안에서 자신을 드러내고 소통하는 것으로만 활용되는 것을 보면서 축제가 맞다는 판단을 했다. 또 이번 화두가 찬성과 반대의 프레임이 명확하게 벌어졌는데, 과연 성정체성에 대해 반대하거나 찬성하는 일이 가능한 일은 아닐 거라고 생각한다. 성정체성을 드러내는 것에 나는 반대할 수 없고, 나에게 그럴 자격이 있지 않다. 다만, 현장에서 목격했던, 어린 두 자녀를 양손에 잡고 퀴어 현장을 한동안 바라보던 중년 여성이 무엇인가 걱정하는 것처럼 느껴졌는데, 그게 무엇인지는 알 것 같다. 개개인이 사회의 동일한 구성원이고 가치관이 다르더라도 그들이 목소리 내는 권리는 지켜져야 한다는 게 소심한 결론이다.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랭킹뉴스

  1. 천안 쌍용동 아파트서 층간소음 문제로 살인사건 발생
  2. [이차전지 선도도시 대전] ②민테크"배터리 건강검진은 우리가 최고"
  3. 대전시 2026년 정부예산 4조 8006억원 확보...전년대비 7.8% 증가
  4. 대전시, 소상공인과 중소기업 공유재산 임대료 60% 경감
  5. [기고]농업의 미래를 설계할 2025년 농림어업총조사
  1. [문화人칼럼] 쵸코
  2. [대전문학 아카이브] 90-대전의 대표적 여성문인 김호연재
  3. 농식품부, 2025 성과는...혁신으로 농업·농촌의 미래 연다
  4. [최재헌의 세상읽기]6개월 남은 충남지사 선거
  5. 금강수목원 국유화 무산?… 민간 매각 '특혜' 의혹

헤드라인 뉴스


대전시, 산단 535만 평 조성에 박차…신규산단 4곳  공개

대전시, 산단 535만 평 조성에 박차…신규산단 4곳 공개

대전시가 산업단지 535만 평 조성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이장우 대전시장은 4일 대전시청 기자실에서 브리핑을 갖고 신규 산단 4곳을 공개하며 원촌 첨단바이오 메디컬 혁신지구 조성 확장안도 함께 발표했다. 대전시의 산업단지 535만 평 조성계획은 현재 13곳 305만 평을 추진 중이며, 이날 신규 산단 48만 평을 공개해 총 353만 평을 추진할 수 있게 됐다. 원촌 첨단바이오 메디컬 혁신지구는 유성구 원촌동 하수처리장 이전 부지를 활용한 바이오 중심 개발사업이다. 당초 하수처리장 이전 부지에 약 12만 평 규모로 조성계획이었으나,..

꿈돌이 협업상품 6개월 만에 23억 매출 달성
꿈돌이 협업상품 6개월 만에 23억 매출 달성

대전시는 지역 대표 캐릭터 '꿈돌이'를 활용한 지역기업 협업 상품 7종이 출시 6개월 만에 23억 원의 매출을 기록했다고 4일 밝혔다. '꿈돌이 라면'과 '꿈돌이 컵라면'은 각각 6월과 9월 출시 이후 누적 110만 개가 판매되며 대표 인기 상품으로 자리 잡았다. 첫 협업 상품으로 성공 사례로 평가받고 있다. 11월 말 기준 '꿈돌이 막걸리'는 6만 병이 팔렸으며, '꿈돌이 호두과자'는 2억 1100만 원의 매출을 올리며 청년일자리 창출과 사회적경제 조직 상생 모델로 주목받고 있다. 이 밖에도 '꿈돌이 명품김', '꿈돌이 누룽지',..

2025년 세종시 `4기 성과` 토대, 행정수도 원년 간다
2025년 세종시 '4기 성과' 토대, 행정수도 원년 간다

2022년 7월 민선 4기 세종시 출범 이후 3년 5개월 간 어떤 성과가 수면 위에 올라왔을까. 최민호 세종시장이 4일 오전 10시 보람동 시청 브리핑실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행정수도를 넘어 미래수도로 나아가는 '시정 4기 성과'를 설명했다. 여기에 2026년 1조 7000억 원 규모로 확정된 정부 예산안 항목들도 함께 담았다. ▲2026년 행정수도 원년, 지난 4년간 어떤 흐름이 이어지고 있나=시정 4기 들어 행정수도는 2022년 국회 세종의사당 기본계획 확정 및 대통령 제2집무실 법안, 2023년 국회 세종의사당 건립을 위한 국..

실시간 뉴스

지난 기획시리즈

  • 정치

  • 경제

  • 사회

  • 문화

  • 오피니언

  • 사람들

  • 기획연재

포토뉴스

  • ‘추울 땐 족욕이 딱’ ‘추울 땐 족욕이 딱’

  • 12·3 비상계엄 1년…‘내란세력들을 외환죄로 처벌하라’ 12·3 비상계엄 1년…‘내란세력들을 외환죄로 처벌하라’

  • 급식 차질로 도시락 먹는 학생들 급식 차질로 도시락 먹는 학생들

  • 양자 산업화 전초기지 ‘KAIST 개방형 양자팹’ 첫 삽 양자 산업화 전초기지 ‘KAIST 개방형 양자팹’ 첫 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