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염홍철 칼럼] 76. 절제와 균형이 답이다

  • 오피니언
  • 사외칼럼

[염홍철 칼럼] 76. 절제와 균형이 답이다

염홍철 국립한밭대 명예총장

  • 승인 2024-07-11 12:00
  • 현옥란 기자현옥란 기자
염홍철칼럼
염홍철 국립한밭대 명예총장
자신의 힘을 과시하는 사람들은 그 힘을 자랑하게 됩니다. 그런데 자랑에 그치면 그래도 괜찮지만 그 힘을 사용합니다. 그것도 부당하게 사용합니다. 상하의 위계가 있을 때 힘의 속성은 누가 견제하거나 제어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래서 우스갯소리로 '충신은 사약을 받는다'는 자조 섞인 말을 주고받기도 하지요. 그러나 세상의 이치는 이렇게 자의적으로, 감정적으로, 이기적으로 힘을 사용하면 그 자신의 불행으로 귀결된다는 것이 만고의 진리입니다.

어느 덴마크 교사가 현대 교육의 역사는 '절묘한 균형'을 찾아가는 과정이었다고 말한 바 있습니다. 이 절묘한 균형이라는 말에 공감합니다. 그가 말하는 절묘한 균형은 학생들에게는 자유를 누리게 하지만, 교사의 권위를 유지하는, 어떻게 보면 매우 어려운 두 마리 토끼를 잡는 것과 흡사합니다. 교사의 권위, 즉 교권을 강조하다 보면 학생의 자유가 제한받을 수 있고 학생들에게 충분한 자유를 허락하면 교사의 권위가 침해받을 수 있다는 상식에서 상당히 벗어난 얘기입니다. 그런데 이렇게 상호모순되는 것의 결합을 통해서 바람직한 리더십을 형성할 수 있습니다. 즉 어떤 힘이 일방적으로 작용하지 못하도록 제어하는 또 다른 힘이 있어야 '균형'을 이루는 것이지요.

100세로 이미 타계하신 빌리 그레이엄 목사님이 강조하는 리더십은 '겸허함'과 '열정'의 결합입니다. 겸허함과 열정도 모순적 특성일 수 있는데 이것을 결합하는 것도 어려운 일이지요. 이렇게 상반된 듯한 특성을 융합할 수 있는 것은 용광로밖에 없습니다. 빌리 그레이엄 목사님은 용광로를 통해 모순적 요소끼리의 융합을 이뤄낸다면 그 결과는 놀라운 리더십으로 발전할 수 있다고 주장하였습니다(염홍철 '겸손한 권위가 최선의 리더십' <중도일보 2021년 8월 2일 게재>). 위에서 얘기한 덴마크 교사의 절묘한 균형과 맞닿아 있습니다. 즉 겸허와 열정은 상호 결합을 통해 '균형'을 이루는 것이지요.

평소에 '유능제강(柔能制剛) 리더십'을 강조했습니다만, '유연한 것이 강한 것을 이기는 것'이지요. 그러나 많은 사람은 머리로는 생각하면서도 막상 실천하지 못하며 오히려 강한 리더십을 통하여 조직을 이끌어가는 사례를 많이 보고 있습니다. 과연 힘을 가지고 있다고 독선적으로 조직을 이끈다고 하면 밑에 있는 사람들이 마음속으로 승복할 수 있을까요? 겉으로, 또는 단기적으로 볼 때는 성과를 내는 듯하지만, 그것은 매우 불안하고 왜곡된 리더십일 것입니다. 여기서는 강함을 견제하여 '균형'을 이루지 못한다면 결국 유연함에 패배하고 만다는 진리를 말합니다.



힘 있는 리더 자리에 앉으면 많은 사람이 그의 말을 거역하지 않고 순종합니다. 이것을 자신의 능력과 권위라고 착각하고 이러한 현상이 반복한다면 편견과 독선이 습관화되고 많은 사람을 불편하게 만듭니다. 이러한 현상을 자신만이 모르고 있는 것입니다. 위의 덴마크 교사의 '절묘한 균형', 중국 고전에 나오는 '유능제강', 빌리 그레이엄 목사님이 강조하는 '겸허함과 열정의 결합'. 이렇게 모순적인 요소의 절충을 통해서 '균형을 이뤄야 조직의 자발적 참여를 이끌어내고 이러한 과정을 통해서 모인 의견을 권위 있게 실천하는 것이 최선의 리더십일 것입니다.

이 글의 제목을 절제와 균형이라고 달았는데 마지막으로 이것을 철학적으로 해석한다면, 주역에 보면 '하늘 끝까지 날아오른 용은 후회한다'는 경계심이 나옵니다. 마치 초로 만들어진 날개를 달고 날고 있는 아카루스가 너무 높이 날아오르자 태양열에 녹아서 추락한다는 이치와 흡사합니다. 즉 절제하지 않고 끝없이 올라가면 추락하며, 교만이 극에 달하면 그것은 타력에 의해 붕괴하는 것이 필연적입니다. 균형은 중용을 의미하기도 합니다. 독선과 허구성을 견제하여 균형을 이루지 못한다면 결국 존재 자체를 위협받을 것입니다. 독선적이고 교만한 리더십에 대한 일대의 경종이 되겠습니다.

염홍철 국립한밭대 명예총장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랭킹뉴스

  1. 대전 신탄진동 고깃집에서 화재… 인명피해 없어(영상포함)
  2. [사설] '폭행 사건' 계기 교정시설 전반 살펴야
  3. 금산 무예인들, '2024 인삼의 날' 태권도와 함께 세계로!
  4. 학하초 확장이전 설계마치고 착공 왜 못하나… 대전시-교육청-시행자 간 이견
  5. 대전 재개발조합서 뇌물혐의 조합장과 시공사 임원 구속
  1. 화제의 대전 한국사 만점 택시… "역경에 굴하지 말고 도전했으면"
  2. 대전 사립대 총장 성추행 의혹에 노조 사퇴 촉구…대학 측 "사실 무근"
  3. 대전용산초 교사 사망사건 가해 학부모 검찰 기소… 유족 "죄 물을 수 있어 다행"
  4. [국감자료] 교원·교육직 공무원 성비위 징계 잇달아… 충남교육청 징계건수 전국 3위
  5. [사설] CCU 사업, 보령·서산이 견인할 수 있다

헤드라인 뉴스


임용 1년내 그만둔 교원, 충청권 5년간 108명… 초등학교 최다

임용 1년내 그만둔 교원, 충청권 5년간 108명… 초등학교 최다

임용 1년 만에 스스로 교편을 내려놓은 충청권 교사가 5년간 108명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충남은 전국에서 두 번째로 많은 신규 교원이 학교를 떠나기도 했다. 국회 교육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문정복 의원이 교육부로부터 제출받은 중도퇴직 교원 현황에 따르면 임용 후 1년 내 퇴직한 인원은 5년간 433명이다. 학교급별로는 초등학교서 가장 많은 교사가 떠났다. 2020년부터 2024년 8월까지 전국에서 179명이 퇴직했다. 중학교는 128명, 고등학교는 126명이다. 코로나19를 겪던 2020년과 2021년엔 각각 71명과 90..

대전 사립대 총장 성추행 의혹에 노조 사퇴 촉구…대학 측 "사실 무근"
대전 사립대 총장 성추행 의혹에 노조 사퇴 촉구…대학 측 "사실 무근"

대전의 한 사립대학 총장이 여교수를 성추행했다는 의혹이 불거져 경찰이 수사에 나선 가운데, 대학노조가 총장과 이사장의 사퇴를 촉구했다. 대학 측은 성추행은 사실무근이라며 피해 교수 주장에 신빙성이 없다고 반박했다. 전국교수노동조합 A 대학 지회는 24일 학내에서 대학 총장 B 씨의 성추행을 고발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이날 성추행 피해를 주장하는 여교수 C 씨도 함께 현장에 나왔다. 선글라스와 마스크로 얼굴을 가린 C 씨는 노조원의 말을 빌려 당시 피해 상황을 설명했다. C 씨와 노조에 따르면, 비정년 트랙 신임 여교수인 C 씨는..

[르포] 전국 최초 20대 자율방범대 위촉… 첫 순찰 현장을 따라가보니
[르포] 전국 최초 20대 자율방범대 위촉… 첫 순찰 현장을 따라가보니

"20대 신규 대원들 환영합니다." 23일 오후 5시 대전병무청 2층. 전국 최초 20대 위주의 자율방범대가 출범하는 위촉식 현장을 찾았다. 김태민 서대전지구대장은 마을을 지키기 위해 자원한 신입 대원들을 애정 어린 눈빛으로 바라보며 첫인사를 건넸다. 첫 순찰을 앞둔 신입 대원들은 긴장한 기색이 역력했고, 맞은 편에는 오랜만에 젊은 대원을 맞이해 조금은 어색해하는 듯한 문화1동 자율방범대원들도 자리하고 있었다. 김태민 서대전지구대장은 위촉식 축사를 통해 "주민 참여 치안의 중심지라 할 수 있는 자율방범대는 시민들이 안전을 체감하도록..

실시간 뉴스

지난 기획시리즈

  • 정치

  • 경제

  • 사회

  • 문화

  • 오피니언

  • 사람들

  • 기획연재

포토뉴스

  • 장애인 구직 행렬 장애인 구직 행렬

  • 내일은 독도의 날…‘자랑스런 우리 땅’ 내일은 독도의 날…‘자랑스런 우리 땅’

  • 놀면서 배우는 건강체험 놀면서 배우는 건강체험

  • 서리 내린다는 상강(霜降) 추위…내일 아침 올가을 ‘최저’ 서리 내린다는 상강(霜降) 추위…내일 아침 올가을 ‘최저’